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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회사가 아니라 좋은 회사가 목표”

기사승인 [88호] 201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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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토종 커피 브랜드 성공신화’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

전 직원 정규직에 자녀 교육비 및 매년 해외연수 지원... 사회에 긍정적 메시지 주는 기업 철학
 
테라로사는 2002년 강원도 강릉의 카페에서 스페셜티 커피 1세대로 시작해 현재 11개 직영점에 연매출 240억원을 올리는 한국 최고의 커피 브랜드로 성장했다. 은행원 출신인 김용덕(57) 테라로사 대표는 커피는 원두의 맛과 함께 공간 디자인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말한다. 테라로사는 대기업 자본이 따라갈 수 없는 고유한 색깔을 갖고 있다. 소비자는 그 맛에 취한다. 김 대표는 좋은 커피 한잔을 뽑으려면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여긴다.
 
김정필 부편집장
 
테라로사는 본사가 직접 운용하는 직영점만 있다. 그 이유는.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기업은 이익만 내는 집단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사회 구성 요소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 편의점 가맹점이 8천 개 있어도 실제 돈은 본사가 갖는 구조다. 가맹점주는 대부분 인건비 벌기도 바쁘다. 이게 사회구조적으로 맞는가. 유명 프랜차이즈의 성공은 과연 누구를 위한 성공인지 모르겠다. 가맹점주가 자살하든 굶어죽든 본사 경영자 한 사람의 성공만 중요한 것 같다. 이는 내 성공의 기준에 맞지 않다. 커피와 점포 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싶다.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는 커피 체리 수확부터 생두 선적, 로스팅, 추출까지 커피 한잔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직접 살핀다. 김 대표가 테라로사 서울 광화문점에서 커피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현재 직영점이 전국에 몇 곳 있나. 전체 직원 수는.
서울과 강릉, 경기도 양평, 제주, 부산 등에 11개 직영점이 있다. 2017년 8월과 9월에 각각 2곳, 1곳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직원 수는 210명이다. 바리스타가 120명으로 가장 많다.
 
전부 정규직인가.
그렇다. 청소 직원도 정규직이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이 직원 복지다. 매년 전 직원을 해외연수 보낸다. 매일 식사도 제공한다. 일부 직영점 직원들에게는 주거 비용도 제공한다. 직원 자녀 교육비도 전부 지원한다.
 
직원 복지에 신경 쓰는 이유는.
커피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직원 복지 혜택은 변함없이 유지하자고 다짐했다.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을 하며 스스로 얼마나 부족한지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직원 복지는 사업이 힘들어 사채를 쓸 때도 양보하지 않았다.
 
신입사원 교육과정이 철저하다고 들었다.
바리스타는 일주일 연수를 마친 뒤 서빙부터 시작해서 커피 관련 교육을 전부 받는다. 이론 수업이 끝나면 실전 연습을 한다. 그렇게 6개월을 보낸 뒤 바에 데뷔할 수 있다. 바에서 메인을 맡기까지 2년 정도 걸린다.
 
직원 교육에 왜 비용을 많이 투입하나.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바쁜 시간에 손님이 몰려들면 바리스타들은 메뉴를 빠르고 정확하게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문을 소화하기 어렵다. 바가 얽혀버린다. 그렇게 되면 테라로사가 고수하는 커피를 제공할 수 없다.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좋은 커피다. 그 해에 난 햅쌀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수백년 동안 인간은 먹고 마시는 것의 질을 고민하지 않고 이윤 극대화만 좇았다. 그렇다보니 커피만 하더라도 생두가 어디서 자라고 재배돼 어떻게 유통되는지 아무 관심이 없다. 스페셜티 커피를 국내에 처음 들여왔을 때가 10여 년 전이다. 생두 구매를 남의 손에 맡기면 질이 좋은지 나쁜지도 모른다.
 
커피 한잔이 추출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테라로사만의 장점이 있나.
기본적으로 산지를 열심히 찾아다닌다. 커피가 체리 속에 들어 꽃이 필 때부터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보살핀다. 각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살피고 그 과정을 제어한다. 예컨대, 르완다 커피가 케냐 몸바사까지 오는 데 12~14일 걸린다. 그 중간 여정을 다 이해해야 한다. 몸바사는 습도가 굉장히 높다. 커피 수확기에는 빨리 선적을 못하면 커피가 쉽게 상한다. 이런 단계를 제어하지 못하면 나쁜 커피가 오기도 한다. 견본은 굉장히 좋은 걸 받고는, 현지 수출업자들이 중간에 속여 전혀 다른 생두가 올 때도 있다. 커피를 잘 모르고 이 과정을 살피지 않으면 물건이 바뀌어 도착해도 걸러내지 못한다.
 
각 과정에서 고수하는 원칙은 뭔가.
산지에 갈 때 현지 업자한테 호텔 등의 편의를 제공받지 않는다. 비용은 전부 우리가 부담한다. 항상 잘해보자고 부탁하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커피 재배 농민도 교육한다. 중미 수출업자, 농부를 모아 정기적으로 일주일간 세미나도 연다. 함께 먹고 자며 ‘당신들 커피가 정말 훌륭하다’는 점을 인식시킨다. 각 지역 농부들은 자기 커피가 항상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서로 수확 과정을 교류하게 만들어 품질을 어떻게 개선할지 공유시킨다.
 
생두 유통은 한해 얼마나 하나.
매년 500~600톤 정도 된다.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이 규모는, 제조업으로 치면 삼성같은 존재다.
 
산지 유통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한 시기는 얼마나 되나.
정식 법인 등록은 2002년 1월이지만 그 이전부터 커피 일을 했다. 9년가량 뛰어다녔다. 2007년쯤 되니 안정적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가장 어려운 시기는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했나.
빚으로 시작해서 빚으로 버텼다. 부도 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찾아왔다. 가장 힘들었던 때다. 당시 은행 빚이 25억원인데, 매출이 15억원에 불과했다. 은행 쪽에서 상환을 6개월 연장하는 조건으로 연 20%의 금리를 부담하라고 할 정도였다.
 
브랜드 사업에도 관심 있나.
근본적으로는 커피업을 하지만 이것은 문화사업이다. 단지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공간문화를 즐기는 것이다. 가령 디자인도 예쁘다면 우리한테는 상품이 될 수 있다. 모든 테라로사 매장은 내가 직접 설계하고 공사를 했다.
 
인테리어할 때 비결은.
광화문 매장은 전체 119m2다. 3.3m2당 120만원의 인테리어 비용이 들었다.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은 3.3m2당 200만~250만원 든다고 한다. 우리는 나중에 뜯어서 없어질 인테리어에 돈을 들이지 않아 비용을 줄인다. 매장을 정리하더라도 탁자나 장 등은 가치가 없어지지 않는다.
 
매장 위치 결정시 고려할 사항은.
장소가 문화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대로변은 피한다. 테라로사가 손님을 선택하기 힘들다. 스쳐지나는 손님이 많으면 테라로사 고유의 고객 관리가 어렵다. 정말 커피맛이 좋아 테라로사를 찾는 손님을 맞이하고 싶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맛에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와 광화문점 직원들이 오픈바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김 대표는 은행 빚으로 문 닫을 위기에도 직원 복지 혜택은 줄이지 않았다. 박승화 기자
 
가장 애정이 가는 매장은.
서울 광화문매장이 처음 연 곳이라 남다르다. 사실 여기는 매장 앞과 뒤로 유동 인구가 거의 없고, 주변에 커피숍도 굉장히 많다. 광고 효과도 없고, 원래 세가 안 나서 계속 비어있던 곳이다. 임대료가 월 3800만원인데도 4년째 운영이 된다.
 
2015년 “커피시장의 향후 5년은 매우 낙관적이지만 커피숍 비즈니스는 매우 비관적”이라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사실 커피시장 규모는 성장하고 있다. 이말은, 잘만 하면 먹을 파이가 많다는 의미다. 다들 커피사업이 포화상태고 내리막길이라고 말한다. 2016년 기준 한국에 커피숍이 6만4천 개다. 장사가 안되는 커피숍이 거의 50%가 넘는다. 모르는 사람이 볼 때 커피숍은 굉장히 하기 쉬워 보인다. 단순히 ‘물장사한다’는 생각으로 시장에 들어오면 하루 5만원 팔기도 어렵다. 강릉만 하더라도 거의 90%가 적자다. 내공을 쌓고 커피시장에 들어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 죽는다.
 
공교롭게 2015년부터 영업이익이 더 좋아졌다.
커피시장과 커피숍 비즈니스 모두 성공하고 싶다. 내 원래 직업은 은행원이다. 당시 대출 심사를 주로 했다. 그 때문인지 계산이 굉장히 빠르다. 커피숍은 경영을 하는 것이다. 단지 그 종목이 커피일 뿐이다. 경영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향후 커피시장의 트렌드는 뭔가.
마지막 시장은 홈커피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커피 마시는 사람이 늘었다. 독일 투자회사 JAB홀딩이 최근 미국 네스프레소를 30조원에 인수했다. 미국의 유명한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도 인수됐다. 이런 회사들이 전부 홈커피 회사다. 테라로사는 홈커피 시장을 10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 마지막 승부라고 본다. 30년 뒤 이 시장에서 최강자가 돼야 한다. 네슬레 시가총액이 250조원이다. 먹고 마시는 산업이 단순해 보이지만 한번 상층부에 올라 가면 후발 주자는 쫓아가기 힘든 특징이 있다.
 
인수 제안을 받은 적이 있나.
소문만 많이 돈다. 어떻게 저 작은 회사가 서울에서 이렇게 잘될까 하는 궁금증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수많은 대기업 연구원들이 테라로사의 시스템을 보고 배워갔다. 나는 가능하면 다 가르쳐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있다. 10년 안에는 테라로사를 쫓아오지 못한다고. 그래서 가르쳐준다. 테라로사에는 돈으로 안 되는 뭔가가 있다. 결국 사업은 아랫사람이 아니라 오너가 직접 해야 한다. 그리고 본질을 봐야 한다. 기업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 영혼이 있어야 한다.
 
10년 뒤 테라로사의 비전은 뭔가.
매년 목표 실적을 정하고 가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목표 탓에 엉터리 일들이 생긴다. 테라로사의 목표는 ‘큰 회사’가 아니라 ‘좋은 회사’다. 좋은 품질과 직원 삶의 질, 테라로사가 어떤 회사로 자리매김할지의 고민 등이 ‘좋은 회사’로 가는 방향성에 포함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매출은 늘어날 거다.

김정필 부편집장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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