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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집 구하기 전쟁

기사승인 [98호]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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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sue] 독일 임대료

지난 10년간 월세 상승률 폭등… 소득 대부분을 임대료로 내야 할 정도로 부담 커져
 
독일 대도시에서 임대료는 이미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최근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주택이 약 2백만 개가 부족하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마르쿠스 데트메어(Markus Dettmer)
한나 크누스(Hannah Knuth) <슈피겔> 기자
 
   
▲ 베를린 프렌츠라우어베르크 지역의 낡은 주택. 독일에서 저렴한 임대료의 집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REUTERS
아니타 포크트(가명)는 딸과 함께 떠난 마지막 휴가를 또렷이 기억한다. 2016년 여름 암룸(Amrum) 섬에서였다. 밤에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렸다. 등 뒤에는 극광이 비추고, 앞에는 어둠이 깔렸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다”고 아니타는 말했다. 그녀가 진정으로 자유롭다고 느꼈던 마지막 순간이었다.
 
뮌헨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 그녀에게 더 이상 휴가를 갈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54살인 그녀는 작년 5월부터 15살짜리 딸과 뮌헨에 있는 70㎡ 크기의 3룸 다세대 주택에서 살고 있다. 도로에 인접한 주택가다. 월세는 난방비 포함 한 달에 1125유로다. 월세는 건설회사 파트타임 영업 보조원과 월 450유로 이하로 받고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아니타의 한 달 생활비의 60%에 해당한다. 전남편이 지불하는 생활비까지 합하면 한 달 소득이 약 1900유로가 된다. 임대료를 내고 남은 돈은 의료보험과 슈퍼마켓으로 흘러간다.
 
“힘들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고 있다”고 아니타는 말했다. 노후 대책도, 개인연금도, 생명보험도, 사고보험도 없다. 영화를 보러 가거나 외식을 한 지도 오래됐다. 아니타는 “가장 괴로운 것은 딸에게 용돈을 거의 주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오래전부터 임대료가 사회적인 이슈였다. 소득이 적지 않아도 빈곤의 위기에 처할 정도로 임대료 부담이 커졌다. 2017년 가을 독일 노총 산하의 한스뵈클러재단(Hans-Böckler-Stiftung)에서 발표한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독일 가구 10곳 중 4곳이 소득에 비해 평균보다 높은 월세 부담을 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소득의 30% 정도를 월세 상한선으로 본다.
 
그렇다면 이 도시에서 저소득층도 월세를 지불할 수 있을 저렴한 주택은 얼마나 될까. 뵈클러 연구 결과를 보면, 77개 대도시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이 총 190만 채 부족하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이들은 저소득 1인 가구다. 현대 대도시의 50% 남짓이 1인 가구다. 이들에게 필요한 45㎡ 이하 크기 주택은 140만 개 부족하다. 하지만 이들 670만 명에게 주어진 초소형 주택은 불과 250만 채뿐이다. 중간 정도 소득의 5인 이상 가족도 마찬가지다. 90㎡에서 105㎡ 사이 크기의 주택 중 불과 18%만이 월세를 감당할 수 있다.
 
비싼 임대료에 생존권마저 위협
독일의 주택 부족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민으로 인구가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같은 집에 사는 사람 수는 점점 줄고 있다. 베를린 엠피카(Empirca) 연구소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인구는 1.5% 증가했지만, 가구 수는 5.7% 증가했다고 한다. 따라서 2030년까지 최소한 440만 채의 신규 주택 건설 수요가 예상된다.
 
지불 가능한 주택 필요성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먼저 현행법 규정에 따라 가구별 적정 주거 면적을 정했다. 1인 가구는 45㎡ 이하, 4인 가구는 75㎡에서 90㎡다. 그 뒤 가구 규모와 소득에 따라 분류, 중간 소득 가구를 중간에 배치했다. 2015년 기준 1인 가구의 중간 소득은 1484유로다. 난방비 포함 지불 가능한 월세는 수입의 30%이므로, 445유로가 합리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베를린의 도시사회학자 안드레이 홀름은 “소득이 평균 소득의 60% 미만으로 빈곤선 아래에 있는 1인 가구를 위한 주택이 가장 부족하다. ㎡당 4~5유로의 임대주택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독일은 지난 10년 동안 월세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베를린은 76%, 볼프스부르크는 63%, 뮌스터는 31%로 고소득자들조차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카리타스(Caritas) 의뢰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독일인 5명 중 4명이 높은 임대료가 빈곤을 유발하는 위험 요소라고 꼽았다. 조사 대상의 4분의 3은 모든 사람을 위해 주거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지불 가능한 주거’는 사회정치적 주제의 조사에서 4위를 차지했다. 이 문제가 단순한 심리적 공포가 아니라 현실에서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을 뮌헨에 거주하는 싱글맘 아니타 포크트의 예에서 볼 수 있다.
 
아니타는 얼마 전 건설회사의 일자리를 잃었다. 이제 그녀의 소득은 450유로와 전남편이 보내는 약간의 생활비뿐이다. 그녀는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다. 빨리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월세를 지불하기 위해 그녀는 이미 1800유로에 자동차를 팔았다.  
 
할 수만 있다면 오래전에 더 저렴한 2룸으로 이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2룸을 얻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임대업자들이 거실을 침실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녀는 이를 과도한 간섭이라고 느꼈다. “언제부터 주거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본인이 결정할 수 없게 되었단 말인가?”
 
청구서가 우편함에 꽂힐 때마다 아니타는 걱정한다. 이 청구서를 지불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이런 생각을 하다 잠을 못 잘 때도 많다. 그녀는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 “내 연금은 600유로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녀는 실소했다. “그 돈으로는 집세도 못 낼 것이다.”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를린은 중간 소득 이하의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 압도적으로 부족한 도시다. 31만 채 이상이 더 필요하다. 2위는 함부르크로 약 15만 채가 부족하고, 3위는 8만6천 채가 부족한 쾰른이다. 주민 소득이 높은 뮌헨은 4위에 올랐다. 독일 연방주를 살펴보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가 베를린, 그리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바이에른과 바덴뷔르템베르크보다 앞서 있다. 이는 저소득과 높은 월세가 양면의 위협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안전하다고 느끼던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 2018년 4월14일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임대료 인상 및 상류화에 반대하는 시위 현장. 독일 대도시의 비싼 임대료는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REUTERS
유리한 개인정보 첨부해도 ‘별 따기’
175쪽에 달하는 연정협정서에서 대연정은 ‘지불 가능한 주택 건설’이라는 주제로 7쪽을 할당했다. 임대료 제한 제도 개혁과 새로운 임대주택와 자가주택 150만 채 건설을 위한 ‘주거 공간 공세’(Wohnraumoffensive)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문제를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뿐이다. 연방제인 독일에서는 각 주와 지자체도 주택 건설의 책임이 있다. 연방정부에서는 민간, 공공주택조합 및 협동조합이 사회 주택을 더 많이 건설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사회 주택 수는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축소될 것이다. 수십 년 전에 건설된 주택의 장기 임대계약이 차례차례 만료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시영 주택 회사가 민영화되었고, 토지 가격은 기괴하게 상승하고 있다. 대도시에 제곱미터당 4~5유로의 임대료를 받은 신축 건물을 건설하는 일은 높은 토지 가격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신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홀름은 말한다. 주택 지원 시스템의 개혁, 공동 거주를 용이하게 해주는 법적 변화, 사회 주택 임대 제도의 유연화 등 생각해볼 만한 방법은 많이 있다. 주택거주 허가권과 공공 보조금을 받는 아파트를 획득한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평생 동안 낮은 임대료를 지불하며 살고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한 번 입주하면 소득을 더 이상 심사하지 않는다. 조사위원회가 정부 의뢰를 받아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베를린-크로이츠베르크의 낡은 건물 앞에 서 있는 29살 청년 티모 게르버(Timo Gerber)는 오랜만에 희망의 빛을 보았다. 방금 둘러본 집이 특별히 좋은 집은 아니다. 아니, 반대로 부엌도 없고, 계단은 막혀 있고, 안뜰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하지만 이제 내가 얻을 수 있는 방에 만족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1년 반 전에 베를린에 온 그는 2달 반째 50곳 이상의 원룸을 둘러보았다. 4월 말 그가 현재 살고 있는 베를린-프리드리히스하인에 위치한 주거 공동체가 해체된다. 게르버는 시간 압박을 받고 있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집을 보러 다니기 위해” 휴가를 냈다.  
 
온라인숍 잘란도(Zalando)에서 이미지 편집자로 일하는 그가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은 1200유로다. 그가 방금 보고 나온 방의 임대료는 난방비를 제외한 월 600유로다. 그가 집을 얻을 수 있게 부모님이 보증을 섰다. 게르버는 자신의 순소득의 절반 이상을 낡은 방을 빌리는 데 쓸 각오가 되어 있다. 그는 수염을 긁적였다. “미친 짓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나. 어디나 다 이렇게 비싸다.”
 
현재 게르버는 23쪽에 달하는 신청서류를 만들었다. 신용증빙서류, 소득증명서와 같은 일반적인 서류 외에 이력서와 지원동기서도 첨부했다. “아이가 없고,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고, 악기를 연주하지도 않는다고 적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이 정보로 집을 구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서게 되길 희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을 구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그처럼 서류에 개인정보를 첨부한다.
 
“매번 전투다”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번 베를린-노이쾰른에 나온 방을 보러 갔을 때는 심지어 방 구하는 사람들이 80명 이상 몰렸었다.
 
Der Spiegel 2018년 15호
“Wer soll das bezahlen?”
번역 황수경 위원
 

 

 

마르쿠스 데트메어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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