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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금·렌터카 허용 논란 최대 수혜 카카오 ‘잰 걸음’

기사승인 [113호] 20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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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이슈] ‘택시·타다 상생안’ 이후

박태우 <한겨레21> 기자
 
   
▲ 2019년 7월17일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타다’ 등 모빌리티업체의 운송서비스를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비스로서 이동’(Mobility as a Service)을 뜻하는 ‘모빌리티 시장’은 세계적 화두다. 택시·버스 등 전통적 ‘이동’ 서비스에 수요자와 공급자의 ‘매개’를 편리하게 해주는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하면서 우버·리프트·그랩을 비롯한 거대 기업이 등장하고 시장도 커졌다. 한국에서도 많은 모빌리티 기업이 나타났다. 
 
그러나 2014년 우버엑스(X), 2018년 카카오 카풀, 2019년 타다에 이르기까지 모빌리티 기업과 택시업계 사이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는 7월17일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내놓았다. 이 대책이 갈등 치유와 산업 발전은 물론 시민의 더 나은 이동 편익에 기여할지는 앞으로 이뤄질 실무 논의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타협’ 배경과 쟁점
이번 대책의 핵심은 시민 불만이 누적된 택시산업과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모빌리티 기업의 결합으로 요약된다. ‘플랫폼운송사업자’라는 지위를 만들어 택시 면허 총량 한도 안에서 ‘기여금’을 내면, 차량과 기사를 직접 수급해 여객운송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다. ‘택시 면허’를 근간으로 서비스하지만 기존 택시와 관련한 요금·차종·외관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흔히 생각하는 일반 중형택시와 다른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런 결론이 나오게 된 배경은 외국에서 우버·리프트 같은 승차공유 기업이 등장하면서 택시산업에 끼친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모두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불러도 오지 않고, 차량 상태와 서비스가 엉망인 택시를 그대로 두기엔 시민 불만이 너무나 컸다. 모빌리티업체들이 시민 편익을 늘리는 서비스를 하되, 기존 택시 종사자 처우 개선과 과잉 공급된 택시 감차에 활용할 수 있는 기여금을 내게 하는 방식으로 ‘타협’한 셈이다. 
 
모빌리티업체로선 기여금 부담이 있지만, 현행법 예외조항을 활용해 사업하는 데 따른 논란을 잠재우고 택시업계 반발을 덜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 대목으로 평가된다. 기존 택시사업자도 플랫폼과 결합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복수의 법인·개인 택시를 일정 수준(현재 4천 대 이상)으로 모아 프랜차이즈를 만든 뒤, 택시 이동서비스뿐 아니라 부가서비스를 추가해 서비스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운송가맹사업자’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모빌리티업계, 택시업계, 정부가 참여하는 ‘실무기구’를 구성해 올해 안에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번 총론 성격의 대책에 대해서는 모빌리티업계 안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이 달랐다. 그러나 핵심 쟁점들은 정리되고 있는 양상이다. 가장 큰 쟁점은 플랫폼운송사업자가 낼 기여금이다.현재 월 30만~40만원 ‘이용료’와 일시금 방식이 모두 거론된다. 그 수준에 따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시장 진입이 좌우되기 때문에 진통이 예상된다. 렌터카를 허용할 것인지도 주요 쟁점이다. 차를 사기보다 빌려쓰는 것이 자금 부담이 적다. 이 때문에 모빌리티업체들은 렌터카 허용을 요구한다. 반면에 차를 소유한 데다 기사포함 렌터가 서비스인 타다에 ‘데인’ 택시업계에선 반대한다.
 
플랫폼운송사업자에게 배분할 면허의 양도 쟁점이다. 국토부는 고령 운전자를 중심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감차한 만큼만 면허를 줄 방침이어서 플랫폼운송사업자에게 돌아갈 양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국토부 방안은 ‘타다 대책’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미 운행 차량 1천 대를 넘긴 타다에 1천 대분의 면허를 모두 주면 다른 기업에 돌아갈 몫이 사라진다. ‘타다는 불법’이라는 태도를 견지하는 택시업계는 “타다가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으면 실무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실무기구 구성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아직은 새 제도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8월에 별도 법인을 통해 서울 택시회사 2곳을 인수하고, 승합차를 활용한 대형택시 출시를 준비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대책이 택시 중심으로 짜여 있어, 택시사업에 접점이 많은 카카오가 가장 큰 수혜자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2013년부터 앱을 통한 택시호출 시장에 뛰어들어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한데다, 2019년 3월 사회적 대타협에 참여하는 등 택시업계와 ‘말이 통하는’ 모빌리티 기업이기 때문이다. 
 
   
▲ 2019년 8월13일 서울개인택시평의회 기사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타다 운행 정지와 증차 금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의 택시에 ‘타다 아웃’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앞서가는 카카오
카카오는 택시회사 인수 배경으로 월급제 의무화를 들었다. 8월2일 국회 관련 법 개정으로 2020년부터는 택시회사 사납금제가 폐지되고, 2021년부터는 서울을 시작으로 하루 소정 노동시간을 8시간 이상으로 한 월급제를 도입한다. 택시회사들이 사납금제를 운용한 이유로 차고지에서 차를 가지고 나간 기사들이 영업하는지 쉬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택시회사는 실제 노동시간(통상 10~12시간)보다 적은 노동시간을 정해 기본급을 주고, 사납금을 초과하는 운송수입금을 기사가 가져가도록 했다. 무거운 사납금 부담이 손님을 장거리 위주로 골라 태우거나 불친절·난폭 운전을 하는 원인이 됐다. 또 택시서비스 질을 저하하고 택시기사 처우 악화를 불렀다. 전액관리제와 월급제가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대안이 되리라는 기대에서 법이 개정된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택시회사 경영 방식으로는 전액관리제와 월급제를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플랫폼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야 훨씬 수월할 것”이라며 “ICT 기업이 직접 택시회사를 운영하면서 택시의 미래를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 법인택시 수는 2만 대에 이른다. 하지만 개별 택시회사는 많아야 100대 정도를 보유해 규모가 영세하다. 또 택시회사 경영은 어떻게 더 많은 운송수입금을 올릴 것인지보다, 어떻게 기사들이 사납금을 제대로 입금하게 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액관리제와 월급제를 시행하려면, 기사 근태 관리를 비롯해 안정적 수입을 내기 위한 경영효율화가 필요하다. 카카오 쪽 주장에 따르면, 그동안 택시호출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손님이 많은 곳으로 택시를 이동하게 하거나, 택시 공급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로 택시기사의 근태 관리도 가능하다.
 
카카오는 지분을 투자한 ‘웨이고’를 통해 운송가맹사업(택시 프랜차이즈)을 운영하면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300여 대가 운행 중인 웨이고 택시의 기사는 승객 호출이 배정되면 거부하지 못한다. 대신에 기사는 사납금을 내지 않고 고정월급과 성과급을 받는다. 웨이고 택시 1대가 올리는 운송 수입이 사납금제 택시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이 웨이고 쪽 설명이다. 

스타트업의 우려
카카오가 인수한 택시회사가 경영효율화로 수익 증대에 성공하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택시회사도 카카오 프랜차이즈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는 직접 택시회사를 운영하지 않아도, 택시회사한테 가맹금을 받으며 택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수 있다. 이번 국토부 대책에는 운송가맹사업의 대폭적 규제 완화도 예정됐는데, 카카오는 이 혜택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인수한 택시회사를 통해 플랫폼운송사업을 직접 할 수도 있다. 카카오는 2019년 8월 말 생산 예정인 현대차 스타렉스 12인승 LPG(액화석유가스) 모델과 기아차 카니발을 ‘대형택시’로 운영하기 위해 택시사업자들에게 설명회를 여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1인승 카니발을 운행하는 타다의 대항마 성격을 띤다. 특히 라이언 같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로 외관을 꾸며 더욱 차별화하겠다는 것이 카카오의 방침이다. 카카오로선 인수한 택시회사에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과 택시사업자가 차량과 기사를 공급하게 하고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이 다 가능하다. 
 
카카오의 공격적 행보를 보는 스타트업들 시선은 곱지 않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택시 중심 정부 대책으로 카카오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 사실”이라며 “대기업인 카카오가 자금력과 플랫폼 장악력을 바탕으로 공세를 펴면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은 운송서비스 혁신 취지를 살리려면 진입 장벽을 낮춰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공정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국토부 대책은 모빌리티 기업과 택시업계의 극한 갈등을 해소하려는 차원에서 나왔다. 갈등 해소가 가능할 것인지는 실무 논의의 합의 내용에 달려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택시를 포함한 모빌리티산업 전체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승객의 관점에선, 기존 서비스의 불만을 해소하고, 더 적정한 가격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9월호
 

 

박태우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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