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선전 중심 경제·금융 거점 본토 도시로 확장 의도

기사승인 [113호] 2019.09.01  

공유
default_news_ad1

- [FOCUS] 중국의 거대도시 프로젝트- ① 홍콩 고립 카드?

중국 정부는 주장강삼각주(중국 주장강 하구 광저우,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삼각지대)에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도쿄 수준의 거대도시를 건설 중이다. 거대한 도시화 프로젝트인가, 아니면 홍콩을 굴복시키려는 음모인가.

베른하르트 찬트 Bernhard Zand <슈피겔> 기자
 
   
▲ 중국 정부는 2018년 10월21일 강주아오대교 개통과 맞물려 주장강삼각주에 있는 선전, 광저우, 홍콩, 마카오 등을 한데 묶는,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도쿄 수준의 거대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EUTERS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면 강주아오대교가 향하는 쪽이 시야에 들어온다. 지평선 너머 700만 인구의 홍콩에서 밀려오는 불빛이 만을 넘어 구름을 오렌지색으로 비추고 있다. 북쪽 방향으로 다시 강렬한 불빛이 보인다. 인구 1300만 명의 최첨단 대도시 선전이다. 계속 북쪽 하늘로 시선을 돌리면 800만 명의 둥관, 1500만 명의 광저우 하늘이 불빛을 받아 환하게 빛난다.
 
대낮 햇볕이 내리쬐는 동안 가장 최근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였던 강주아오대교가 바다 한가운데로 자취를 감춘다. 강주아오대교는 주장강삼각주 하류와 연결됐다. 세계 최장 강주아오대교는 해상에서 전체 길이가 55㎞(22.9㎞는 바다 위에 떠 있고, 6.7㎞ 구간은 해저터널로 구성)에 이른다. 수명은 120년으로, 태풍에도 끄떡없도록 설계·건설됐다. 거침없이 부상 중인 글로벌 패권국가 중국의 기념비적 건축물이다. 
 
40년 전 중국의 경제 기적이 시작된 곳도 여기 중국 남부다. 이곳 마을은 도시였다. 이 도시는 다시 메트로폴리탄이 됐다. 1980년 주장강삼각주에는 1600만 명이 살았는데, 지금은 무려 7천만 명이 넘는다. 리투아니아 국토보다 작은 주장강삼각주의 총생산량은 러시아 총생산량과 맞먹는다. 주장강삼각주가 단일국가였다면 주요 20개국(G20)에 속했을 규모다. 
 
중국 정부의 야심은 이것만으로 충족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은 2019년 2월 주장강삼각주를 메가시티(거대도시)로 확장하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을 발표했다. 주장강삼각주를 경제력과 현대성 측면에서 일보 도쿄, 미국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에 맞먹는 메트로폴리탄급 거대도시로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주장강삼각주 메가시티 프로젝트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이름을 땄으며, 주장강의 대규모 만을 뜻하는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Greater Bay Area)라고 한다.

   
▲ 선전에는 인터넷기업 텐센트, 네트워크·통신 장비 공급업체 화웨이,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BYD 본사 외에 신생 벤처기업 수천 개가 있다. REUTERS
대만구, 거대한 기회
첸야레이(41)는 광저우 출신이다. 중국을 처음 떠난 때가 1993년이다. 성적이 우수한 동급생과 함께 국제수학올림피아드가 열리는 홍콩을 방문했을 때 나이가 15살이다. “모든 것이 문명화되고 너무나 깨끗했다. 심지어 날씨도 본토보다 더 나아 보였다. 홍콩은 한마디로 다른 세상이었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홍콩에서 금융중개업을 하는 첸야레이는 주장강삼각주와 중국 전역을 정기적으로 돌아다닌다. “홍콩은 이제 너무 작고 구식인데다 너무 비싸다. 이에 비해 선전은 상하이를 연상시킨다.”
 
홍콩 너머 주장강삼각주의 경제·기술 발달은 수십 년 동안 우월한 곳으로 각인된 홍콩도 더는 무시할 수 없는 마력을 뿜어내고 있다고 첸야레이는 말한다. “주장강삼각주가 지속적으로 몸집을 불린다면, 이 지역 다른 도시도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다. 중국에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는 거대한 기회다.” 
 
중국 지도부는 원대한 계획을 품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인구 과밀 문제에 시달리는 베이징은 수도로서 임무를 인근 도시로 나누려고 했다. 하지만 그 오랜 계획은 현재까지 지지부진하다. 2013년 발표된 상하이 자유무역 시험구는 기대만큼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했다. 도심 일부를 ‘중국판 맨해튼’으로 만든다는 항구도시 톈진의 신축 고층빌딩 입주 희망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처럼 처음에는 기괴할 정도였던 초대형 프로젝트는 서방세계가 당혹스러워할 정도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20세기 뉴욕이나 19세기 파리처럼 21세기를 호령할 주장강삼각주에 세우는 중국의 새 메트로폴리탄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 본토 도시 9곳, 특별행정구역 홍콩과 마카오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메가시티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선전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견될 만한 연구 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청바지 3개 중 1개가 산업도시 둥관에서 생산되며, 포산에서는 전세계 냉장고와 에어컨의 절반 이상이 생산된다. 홍콩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 중심지, 마카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카지노 도시다. 마카오 카지노의 매출액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매출액의 6배가 넘는다. 
 
중국은 미국과 경제·정치적 경쟁을 함으로써 자국 사업모델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공장’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중국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배가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 노하우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중국 정부에 거대한 물음을 던져준다. 중국 본토와 각각 1997년, 1999년 중국에 반환된 과거 식민지 홍콩과 마카오는 도로 통행 방식뿐만 아니라 사법체계, 조세체계, 행정체계가 완전히 다르다.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언론 자유가 보장된다. 반면 중국에서는 자본통제가 이뤄진다.
 
사회적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지난 몇 주간 이어진 홍콩 시위(송환법 반대 시위)가 인상적으로 보여줬듯, 홍콩 젊은이들은 민주 개혁을 강하게 요구한다. 이에 비해 중국 본토 출신은 홍콩과 마찬가지로 자존감이 높고 고등교육을 받고 디지털로 무장한 젊은 세대지만, 아직은 정치 참여나 개인정보 보호보다 개인의 사회적 지위 상승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홍콩 젊은이에게는 씁쓸한 현실이지만, 홍콩 일자리에 이제는 본토 출신 고등교육을 받은 중국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고 첸야레이가 말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체제와 두 사회는 결합할 수 있을까. 특히 아직은 자유가 보장된 두 특별행정구역인 홍콩과 마카오가 중국에 합병되지 않으면서 11개 도시 간 경쟁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
 
유럽과 북미 도시는 이미 완성 단계에 들어섰고, 인구수는 정체되고 있다. 반면 인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필리핀에서는 도시화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중국한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7천만 명에 이르는 인구 밀집 지역을 하나로 묶는 것이 의미 있을까, 아니면 ‘계획’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중국이 엄청난 규모에 압도돼 한계에 봉착할 것일까.

   
▲ 선전이 첨단산업 중심지로 변모하면서 효율성이 증대되고 부유해졌지만, 물가와 임대료도 상승했다. 홍콩에 있던 공장들이 선전으로 이전했듯, 지금은 선전의 공장들이 임대료가 더 싼 지역으로 옮기려 한다. 선전에 있는 BYD 본사. REUTERS
15년 전 선전, 끔찍하면서도 멋졌다
선전. 오전 9시30분. 기온 23.4℃에 초미세먼지 수치는 34㎍/㎥로 ‘나쁨’ 기준치를 조금 넘어섰다. 도로 흐름은 시속 29.3㎞ 평균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 시간대치고 나쁘지 않다. 이 시각 현재 429만6천 명이 룽강구에 머물고 있다. 인구밀도는 교통 요충지 4곳 중 가장 높은데, 실시간 지도에서 해당 지역은 노란색과 붉은색, 나머지 지역은 녹색과 검은색으로 표시된다.
 
룽강구 담당청 ‘스마트센터’의 영화관 스크린 크기 같은 초대형 모니터에서 수백 개 변수가 실시간으로 뜨고 있다. 분 단위로 정보가 들어온다. 오전 8시23분 무허가 노점상 1명, 8시59분 공사장 폐기물 불법 투기, 9시1분 부피가 큰 수상쩍은 쓰레기 한 무더기가 확인됐다.
 
룽강구는 중국에서 가장 현대적인 지역에 속한다. 도로와 공원 조명은 자동차와 보행자 수에 따라 밝기가 조절된다. 쓰레기통이 가득 차면 쓰레기 수거차가 와서 비우도록 하는 센서가 부착됐다. 룽강구는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2017년 봄, 3살 아들이 유괴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한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아이 유괴 장면이 찍혔다. 경찰이 아이를 유괴한 여성을 얼굴인식으로 확인하는 데 불과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찰은 아이를 유괴한 여성과 아이를 단번에 찾아냈다. 
 
스마트센터에는 수십만 개의 비디오카메라와 모바일 기기에서 전송된 사진과 교통정보, 움직임 정보가 모아진다. 2017년 상반기 룽강구에서 절도 횟수는 무려 절반 이상 줄었다. 스마트센터 데이터는 교통범죄부터 소매치기까지 전체 고발 사건의 85%를 참고하는 데 쓰인다고 한 직원이 설명했다. 공공장소 구석구석이 CCTV에 담기는 것이다. 
 
선전에는 인터넷기업 텐센트, 네트워크·통신 장비 공급업체 화웨이,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BYD 본사 외에 수천 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현대적 고층빌딩과 유리빌딩 숲은 선전의 얼굴이 되었다. 도심 밖에는  널찍한 고속도로가 쭉 뻗어 있다.
 
선전의 부상은 1980년대 덩샤오핑 개방정책과 맞물려 시작됐다. 현재 선전 경제력은 홍콩 경제력을 뛰어넘는다. 선전은 중국에 있는 수많은 도시의 모범이 되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정책 담당자는 선전 정책 담당자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이지 못한다. 선전 정부는 몇 년 전 전체 택시 2만2천 대를 전기차로 바꾸기로 했고, 2019년 초 전기차로 전환이 완료됐다. 이후 선전은 소음도 줄고 깨끗해졌다. 
 
주장강삼각주 인근 도시에 선전은 지향점이자 경쟁 상대다. 선전은 지하철 노선을 확장 중이고 산업단지를 건설하며, 전세계에서 인재를 유치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선전은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물가가 비싼 도시가 되었다.
 
“선전은 한계치에 다다랐다”고 에릭판(36)은 지적했다. 그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자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터인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선전에서 출발한 회사는 실리콘밸리와 도쿄는 물론 베를린에도 지점이 있다. “선전은 지금까지 메이커스페이스 시너지 효과의 강점을 누렸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번뜩인다면 길 건너편 공장에서 그 아이디어를 바로 대량생산할 수 있었다.”
 
에릭판이 15년 전 선전에 왔을 때만 해도 선전은 무계획적이지만 창의적인 대혼돈의 도시였다. “당시 선전은 끔찍하지만 멋있는 곳이었다.” 선전이 계획적으로 변모하면서 효율성이 증대되고 부유해졌으며 임대료도 올랐다. 2018년 10월 에릭판은 인근 도시 둥관에 추가로 지사를 열기로 했다. 둥관은 몇 년 전만 해도 저임금 섬유업과 신발공장으로 악명이 높았다. 수십 년 전만 해도 홍콩에 있었던 저임금 공장들은 선전으로, 그리고 다시 둥관으로 이전했다가 이제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로 옮겨가고 있다. 둥관에는 임대료가 선전 임대료의 5분의 1에 불과한 곳도 있다. 소규모 스마트 사업장들이 둥관에서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에릭판은 당연히 높은 삶의 질과 미국 서부 직항로가 개설된 초현대적 공항, 홍콩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선전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주장강삼각주의 진정한 미래 도시는 딱히 중심지가 없는 도시 둥관이라는 것이 에릭판의 설명이다. 둥관은 구조적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개발 잠재력을 보유한 산업지구이자, 앞으로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도시이다. 도시개발 전문가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에릭판은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개발 담당자에게 “도시개발 계획을 과도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 2019년 9월호 종이잡지 56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30호
Stadt der Städte
번역 김태영 위원 
 

이코노미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