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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통제 도구 전락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기사승인 [113호] 20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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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SNS 시대 이웃사촌

넥스트도어(Nextdoor)는 같은 지역, 동네,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 가입하는 앱이다. 이 앱은 친목과 커뮤니티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앱에도 어두운 측면이 있다. 이웃끼리 공포와 선입견을 조장하는 공간으로 변질되는 경우다.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슈피겔> 기자

   
 
얼마 전, 넥스트도어 게시판에 믿을 만한 함석공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순식간에 누구를 추천한다는 글들이 달렸다. 한 노년 여성은 반려견을 산책시켜줄 사람을 구한다고 썼다. 몇몇 사람이 관심 있다고 댓글을 달았다. 한 여성은 집에 설치한 보안카메라가 찍은 동영상을 올렸다. 새벽 4시30분, 야구모자를 쓴 남자가 집 현관으로 다가와 자전거를 훔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놀란 이웃들이 글을 남겼다. “저 사람이 총을 들고 있어요! 너무 무섭네요.” “끔찍하네요. 총도 그렇고 모든 게요.” “카메라를 더 설치해야겠어요.” “경찰에 신고하세요.” 

미국 소셜미디어 넥스트도어(next

door.com)는 이웃끼리 서로 돕기 위한 소셜네트워크를 지향하며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웃끼리 공포와 선입견을 조장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넥스트도어는 2011년 지역사회를 위한 페이스북을 표방하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넥스트도어 이용자는 1천만 명에 이른다. 프라이빗 온라인 커뮤니티를 표방한 앱 중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독일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4억달러(약 4800억원) 투자금으로 출발한 넥스트도어의 현재 기업가치는 21억달러로 추정된다. 

넥스트도어가 내세운 신조는 “우리는 이웃을 위해서 존재한다. 앱을 활용해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에서는 서행하고, 서로에게 베이비시터를 소개하며, 비상시에 서로를 돌볼 수 있게 한다. 만약 고양이를 잃어버리면 함께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실제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해결하기 위해 넥스트도어를 이용했다. 이 앱은 실명으로 가입하고 주소 확인 과정도 거친다. 그렇기에 트위터처럼 익명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일이 적고,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특정 지역, 즉 내가 사는 구역, 내가 사는 거리, 내가 사는 집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각종 사건·사고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이용자들 본능을 일깨웠다. 이용자는 현관문 밖에서 누릴 권리와 법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간 내면에 잠재한 질서 수호자 모습을 매우 빨리 자각하게 한 것이다. 

길거리에 싼 반려견 똥을 치우지 않거나, 거리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청소년, 주차구역을 벗어나 차를 세우는 등 그다지 해가 되지 않는 일에도 동네 감시자로 활동하게 부추기는 실마리로 작용했다. 이런 자극을 받으면 이웃과 다툰 적이 거의 없는 사람조차 동네를 감시하게 하는 데 가속도가 붙는다. 일단 이런 상황이 되면 의심스러운 소음·사건·사람 등에 대한 글을 올리고 답글을 다는 것이 쉽게 이뤄진다. 결국에는 수상쩍어 보이는 사람의 사진을 찍어 이웃 사이에 공유하는 데까지 이른다. 사진 찍히는 사람의 피부색이 검거나 남아메리카 출신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이 때문에 넥스트도어는 심각한 비난을 받았다. 넥스트도어가 ‘인종주의적 프로파일링’, 즉 인종에 따른 선입견을 키우는 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넥스트도어가 이용자 가이드라인을 손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네이버 vs 시티즌 vs 네벤안
넥스트도어는 무료다. 하지만 이곳이 부동산업체 광고 사이트로 선호되면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모델이 됐다. 보안업체도 중요한 광고주다. 심플리세이프(Simplisafe)나 링(Ring·아마존 자회사) 같은 업체가 넥스트도어에 계속 광고를 내보낸다. 링은 현관 초인종에 달린 카메라와 동작탐지기를 판다. 동작탐지기는 현관문 앞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을 감지한다. 링은 네이버(Neighbor)라는 소셜미디어 앱을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이용자는 익명으로 카메라가 잡은 이미지를 교환한다.

이 플랫폼에는 아마존에서 배송한 물건을 훔치는 사람, 발코니에 침입한 수상한 인물을 찍은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여기서는 이들 인물의 ‘신상정보’도 공유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경찰에 연락할 수도 있다.

네이버 앱이나 이와 유사한 시티즌(Citizen), 이보다 따뜻한 이웃 관계를 지향하는 넥스트도어까지 자발적 이웃 감시 도구로 전락했다. 디지털을 이용해 지속적인 감시를 하는 방범대원 무리가 형성된 것이다. 중국처럼 사람을 감시하는 ‘빅브러더’는 없지만 이웃끼리 자발적으로 서로를 감시하는 꼴이다. 

독일에서 넥스트도어는 별로 인기가 없다. 대신 130만 명 이용자를 거느린 네벤안(Nebenan.de)이 가장 규모가 큰 앱이다. 여기에는 7천 개 지역과 이웃이 등록됐다. 이 앱 설립자 크리스티안 볼만과 틸 벤케는 넥스트도어가 싸우고 있는 문제, 그럼에도 점점 더 심화하는 문제를 익히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다행히 네벤안에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로 미국 지역사회에 널리 퍼진 서로에 대한 불신을 들었다. 독일 사회가 미국보다 이웃 커뮤니티가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이뤄졌기에 누군가를 배제하는 일이 덜 생긴다고도 이들은 덧붙였다.

2015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네벤안은 두려움을 퍼뜨리는 데 이용될 만한 기능을 처음부터 없앴다. 예를 들어 위험한 일이 생기면 이웃 전체에 경고를 보내는 기능 말이다. 이런 조처에도 네벤안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넥스트도어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8년이 되었지만, 앱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 것은 꽤 시간이 지나서였다. 

* 2019년 9월호 종이잡지 54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29호
Digital Bürgerwehr
번역 이상익 위원 

 

기도 밍겔스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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