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흑당버블티·대만샌드위치 한국인 입맛 사로잡다

기사승인 [115호] 2019.11.01  

공유
default_news_ad1

- [국내이슈] 대만 음식 열풍

김미영 부편집장

   
▲ 인스타그램에는 흑당과 관련해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수십만 건에 이른다. 흑당 음료 전문점에 줄이 길게늘어선 광경이나 음료를 산 뒤 찍은 사진이다.김미영 기자

서울 마포역 3번 출구로 나와 공덕동 쪽으로 걷다보면 매장 입구에 커다란 호랑이 인형이 인상적인 매장과 마주한다. 흡사 인형가게 같지만, 점심시간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흑당(흑설탕)버블티를 마시기 위해 ‘타이거슈가’ 공덕점으로 몰려든 것이다. 5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요즘 핫한 곳으로 통한다. 2019년 3월 서울 홍익대 앞에 1호점을 연 타이거슈가는 흑당버블티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강남, 명동, 광화문, 대학로 등 최근까지 30여 개 점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음료 시장에서 ‘대만 열풍’이 뜨겁다. 대만 버블티는 수년 전 ‘공차’로 한국에 소개됐는데 그동안 소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러다 2018년에만 타이거슈가, 더앨리, 쩐주단, 락립배, 호이차, 행인당, 흑본당, 블랙슈가, 춘풍슈가, 타이완슈가 등 11개 브랜드가 한꺼번에 등장해 단번에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았다.
2017년부터 대만에서 디저트로 유행하기 시작한 흑당버블티는 흑설탕을 졸여 캐러멜처럼 만들어 더 깊고 진한 단맛이 일품이다. 흑당에 졸인 쫀득한 타피오카 펄(알맹이)을 컵 밑에 깔고 흑당 시럽을 컵 주변에 돌려가며 묻힌 다음 우유와 크림을 부어주는데 독특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인스타그램에는 흑당과 관련해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수십만 건에 이른다. 흑당 음료 전문점에 줄이 길게 늘어선 광경이나 제품을 산 뒤 찍은 사진이다. 
흑당이 국내에 알려진 지 2년도 채 안 됐지만, 흑당 디저트 제품은 누구나 쉽게 어디서나 만날 정도로 대중화됐다. GS25, CU,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에서도 ‘흑당버블티’와 비슷한 음료를 살 수 있다. 음료 프랜차이즈 매장마다 ‘흑당버블티’를 모방했거나, 흑당을 넣은 신메뉴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면서 굳이 흑당버블티 프랜차이즈를 찾지 않아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되었다. 이제는 흑당 인기가 음료를 넘어 과자, 아이스크림, 빙수, 샌드위치, 사탕 등 다른 먹거리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대만샌드위치와 마라도 인기
대만샌드위치는 흑당버블티와 함께 대만 먹거리 열풍을 이끄는 대표 음식이다. 2018년 3월 첫 매장을 연 샌드위치 브랜드 ‘홍루이젠’은 현재까지 매장이 250여 곳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주요 메뉴 가격이 2천원 미만으로 가성비가 높아 부담없이 누구나 사먹을 수 있다. 재료가 천연 버터, 무가당 연유, 햄, 달걀뿐이지만 담백하고 달달해 어른, 아이 누구나 선호한다. 대만샌드위치 역시 여세를 몰아 메이젠, 홍베이팡 등 프랜차이즈가 등장해 30여 곳 가까운 매장을 열었다. 
대만(중국)에서 먹어봤을 법한 마라와 훠궈도 강한 향과 매운맛으로 한국인 취향을 저격하는 메뉴로 급부상했다. 2017년 5개에 그쳤던 마라·훠궈 브랜드가 2018년 9개로 늘었고, 올해 20개 남짓까지 증가했다. 신룽푸마라당, 하오츠마라탕, 왕푸징마라탕, 손오공마라탕, 하롬라, 백선마라탕, 삐싱궈, 하오라마, 홍태관, 등초마라탕, 마라홀릭, 라공방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대만 먹거리가 유행하게 된 배경으로 대만 여행 증가를 꼽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8년 대만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102만 명이다.
5년 전 35만여 명에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저비용항공 덕분에 비용이 싸졌고, 최근 일본 불매운동까지 겹치면서 대만으로 발길을 돌리는 한국인들이 급증하면서 대만 먹거리 소비 흐름을 견인하고 있다.  
 
   
▲ 타이거슈가 누리집 화면 갈무리.
대만 열풍 꺼질라 우려도
다만 그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낯선 맛과 모양새 덕에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호기심에 찾는 고객이 발길을 끊으면 ‘롱런’하기 쉽지 않다. 2016년 대만카스테라 때처럼 열풍이 금방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카스테라는 2015년부터 대왕통카스테라, 따호카스테라, 대만원미대왕카스테라 브랜드가 나오면서 2016년 큰 인기를 누렸으나 지금은 매장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흑당버블티, 대만샌드위치, 마라 등은 이제 유사 제품과 브랜드가 난립해 희소성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안 먹어본 사람이 호기심에 사먹어야 수요가 증가한다”며 “그러나 흑당버블티와 대만샌드위치 등은 국내 상륙 속도가 너무 빨라 ‘반짝 인기’를 얻다 흔적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에는 웬만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나 편의점에서 흑당 음료를 찾아볼 수 있고, 대만샌드위치도 전문점이 아닌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마라 역시 라면과 찌개는 물론 치킨, 햄버거, 과자까지 접목되면서 흔한 식재료로 전락했다. 흑당버블티의 경우 칼로리가 300㎉ 수준으로 높아 웰빙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의 음식 선택 기준 역시 새로운 맛 추구”라며 “이런 트렌드와 맞물려 흑당버블티와 대만샌드위치가 빠른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껏 특정 메뉴가 장기간 유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국내 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대만 열풍’ 역시 중장기 트렌드라기보다 1~2년 유행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대만 먹거리 관련 프랜차이즈나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1월호
 

김미영 kimmy@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