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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TV 전쟁, 본게임은 중국이다

기사승인 [115호]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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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이슈] 해상도 8K 논쟁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 기술을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2019년 9월17일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삼성전자 QLED TV와 LG전자 OLED TV. 연합뉴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TV 전쟁이 안타깝다. 왜 싸우는지는 알겠는데 이들의 과열 경쟁이 중국 경쟁사를 이롭게 할까봐 조마조마하다. CM=Lw-Lk/Lw+Lk. CM 임계치. 그릴라인폭. 그들이 경쟁하는 용어는 일반인이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버렸다. 누가 이기든 한국 TV 업계가 존망을 걸고 중국 업체와 벌이는 본게임과는 거리가 있다.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8K TV 대전이 벌어졌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LG전자다. LG전자 박형세 TV사업운영센터장은 “삼성전자의 8K TV는 8K가 아닌 4K”라며 “소비자는 비싼 돈 주고 8K TV를 사려면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 주장은 이렇다. 8K냐 아니냐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의 화질 선명도(CM) 평가를 기준으로 한다. ICDM은 1962년 설립된 디스플레이 전문기구 SID 산하위원회로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파나소닉,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TV 제조사 50곳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ICDM에 따르면 8K TV는 화질 선명도가 50%를 넘어야 한다. LG전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선명도는 90%에 이른다. 그런데 삼성전자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의 선명도는 12%에 불과하다. 국제 기준에 맞지 않은 삼성전자의 TV는 8K가 아니라 4K라는 것이 LG전자의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1927년에 만들어진 선명도를 따지는 기준은 8K 같은 초고해상도 TV에 적합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삼성전자는 8K TV 화질은 선명도뿐 아니라 밝기 등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시스템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은 글씨가 빼곡히 나열된 8K 이미지가 자사 QLED 8K TV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모습을 시연했다. 타사 TV에서는 글씨가 뭉개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초고해상도 TV에 적합한 새로운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며 2019년 초 주도적으로 ‘8K협회’를 결성했다. 8K협회는 2019년 8월 말 해상도와 프레임레이트, 디스플레이 밝기 등 8K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해명은 군색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선명도를 기준으로 자신들의 기술을 설명했고 경쟁사를 공격했다. 2016년 삼성전자는 자사 뉴스룸에서 ICDM의 새 디스플레이 측정 표준 개정 내용을 다뤘다. 그러면서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나타내는 최선은 선명도”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선명도를 강조한 이유는 새로 출시한 초고화질(UHD) TV의 선명도가 LG전자 신제품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삼성전자는 LG전자 TV가 4K가 아니라 3K라고 비판했다. 자사 제품의 선명도가 높을 때는 선명도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 하고, 이번에는 선명도가 기준이 아니라는 삼성전자의 설명은 아전인수 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주장이 아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TV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선명도는 소비자 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80인치 TV의 경우 4K와 8K를 구분하려면 시력이 1.0인 사람이 1.5m 이내에서 시청해야 한다. 웬만한 집 벽면만 한 80인치 TV를 1.5m 떨어진 곳에서 시청할 사람은 거의 없다. 소비자에게 무의미한 경쟁이라는 삼성전자 주장은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도대체 8K TV는 왜 만든 건지, 과연 8K가 의미 있는 기술 경쟁인지 근본적인 회의감이 든다.
 
‘끝까지 간다’ 삼성과 LG 대결 배경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자존심 대결은 꽤나 긴 역사가 있다. 2012년까지 고가 TV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1위는 단연 삼성전자였다. 경쟁사인 LG전자는 2013년 회심의 역작을 내놓았는데, 바로 OLED TV다. 뒤에서 빛을 비추는 LCD(액정표시장치) 방식과 달리 OLED는 자체적으로 빛을 낸다. 백라이트, 액정이 없는 OLED는 더 얇게 만들 수 있고 빛을 모두 암전할 수 있어 검은색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또 딱딱한 백라이트가 없어 돌돌 마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양산이 힘들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은 있지만 OLED가 LCD보다 한 단계 진화한 디스플레이임은 분명하다. 삼성전자 역시 OLED 시장 진출을 꾀했지만 이미 LG전자가 특허로 방어해 결국 LCD 방식을 기반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은 2016년 역전됐다. 2015년 54.7%를 차지했던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은 2016년 23.4%로 추락했다. LG전자는 1년 만에 21.3%에서 40.8%로 치솟으며 1위를 차지했다. 3위인 소니는 2016년 24.6%를 차지하며 2위로 올라섰다. LG전자의 기술적 우위가 점유율 우위로 진화한 듯 보였다.
삼성전자는 QLED라는 무기를 내놨다. QLED는 LCD 패널에 퀀텀닷 필름을 덧붙인 것으로 본질적인 기술 차이는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QLED가 아니라 QD-LED라고 부르는 것이 명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자신들의 퀀텀닷 LED를 QLED로 명명해 소비자에게 OLED와 QLED가 비슷한 수준의 경쟁 기술로 비치도록 했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유효했다. 2019년 2분기 2500달러 이상 고가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53.8%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17.8%를 차지하며 3위에 그쳤다. LG전자의 OLED TV는 기술적 우위에도 가격과 마케팅 경쟁에서 밀렸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전쟁이 글로벌 TV 전쟁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평가한다. 세계 대형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두를 다투지만 TV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 기업은 이미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전세계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매출은 144억9200만달러로 전년보다 8.1% 줄었다. TV 패널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업체 공급량은 6799만 개로 12.5%나 증가했고, 시장점유율은 33%에서 37.2%로 높아졌다.
업체별로는 중국 BOE가 4442만 개로, LG디스플레이 3427만 개에 크게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3분기 순위가 바뀐 뒤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LCD 분야에서 더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없고 가격경쟁력은 중국이 높다. LCD 패널 위기는 공장을 폐쇄해야 하는 수준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9월과 10월 각각 7세대와 8.5세대 라인 가동률을 30~50% 줄였고, LG디스플레이도 7.5세대와 8.5세대 라인 일부를 폐쇄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대형 패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2020년이면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 9월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관계자가 QLED(왼쪽)와 OLED TV의 8K 화질을 비교해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화질 선명도가 50% 미만인 경우 화소수가 8K에 해당하더라도 해상도는 8K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내 선점 OLED 분야까지 중국이 위협
OLED 분야는 아직까지 LG디스플레이가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중국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HKC가 후난성 창사시에 대형 OLED 생산라인을 착공했다. 중국 업체가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첫 대형 OLED 생산라인이다. 1년6개월 후면 8.6세대(2250㎜×2600㎜) 기판 13만8천 장이 매월 생산될 전망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 역시 충칭과 푸저우에 OLED 생산공장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의 OLED 생산은 2018년 월 4만7천 장에서 2019년 월 16만7천 장, 2020년에는 월 19만7천 장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LCD 분야에서 중국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고 정리 절차를 밟고 있듯, OLED 패널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본게임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에 총 13조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사업장에서는 QD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설비가 만들어진다. 이번에는 퀀텀닷 필름을 탑재한 LCD, QLED가 아니라 OLED처럼 자체 발광하는 퀀텀닷 소재가 담긴 진짜 QD-OLED 생산에 들어간 것이다. LG디스플레이도 OLED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에 들어갔다. LG디스플레이는 8월 중국 광둥성에 8.5세대 OLED 패널 공장을 준공했다. LG디스플레이는 월 6만 장 생산으로 시작해, 2021년 최대 생산량인 월 9만 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파주 10.5세대 OLED 공장에 3조원을 투자해 2022년부터 월 4만5천 대 규모로 증축할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논쟁을 두고 “대기업 간 협력이 중요하며 내부 갈등이 다른 국가에 어부지리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막대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하루가 다르게 한국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본게임에 더 집중하기에도 여력이 없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1월호
 
 

권순우 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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