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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방영 채널 부족 수익화 녹록지 않아

기사승인 [115호]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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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중국 애니메이션 굴기- ② 거품 논란

류솽솽 劉爽爽 <차이신주간> 기자
 
   
▲ 중국 애니메이션 굴기를 이끄는 흥행작 <마도조사>의 공식 포스터.텐센트비디오 누리집
중국 애니메이션 굴기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2018년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용자는 여전히 일본 애니메이션을 선호했다. 2018년 중국 사용자의 일본 작품 선호도는 51.6%, 중국 작품 선호도는 32.6%였다. 이들은 소재가 진부하고 창의력이 부족한 점을 중국 애니메이션의 단점으로 꼽았다.
2018년 중국 애니메이션산업 생산총액이 1500억위안(약 25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연구개발 분야 5만 명을 비롯해 산업 전체에 100만 명 인력이 부족하다. 2000년부터 베이징전영학원과 중국전매대학, 중앙미술학원 등 대학에서 전공학과를 개설해 인력을 양성했다. 중국 애니메이션은 상업화가 시작된 지 20년이 되지 않았지만 이미 다른 산업과 경쟁에 직면했다. 제작사 중잉녠녠(中影年年) 첸샤오위 총경리는 “게임이 화면 품질이나 스토리 설계 등 각 분야 기대치가 애니메이션보다 낮다”며 “하지만 업계 월급은 3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애니메이션을 장려했던 정책 방향도 관리·감독 강화로 바뀌었다. 제작 주기를 단축하고 주간 단위 방영을 했던 TV 애니메이션 제작에 찬물을 끼얹는 조처였다. 과거에는 동영상 플랫폼에서 자체 심의를 거쳐 방영했지만, 2019년 2월부터는 작품 전편을 완성한 뒤 국가광전총국 심의를 통과해야 방영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제작 기간을 줄이기 위해 쏟은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자금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하지만 투자금 회수 주기가 길어져 위험이 커졌다.

두 차례 거품
중국 TV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강력한 장려책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2004년 광전총국은 ‘중국 애니메이션산업 발전에 관한 의견’과 ‘어린이 채널 개통 통지’를 발표하고 각 성(구·시)과 부성급 지역 방송사에 어린이 채널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2006년에는 외국 애니메이션 제한령을 시행했다. 지방정부는 애니메이션 장려책을 마련하고 세수 우대와 전용자금 지원 등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그 가운데 ‘방영 장려금’이 유혹적이었다. 난징시는 현지 기업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서 방영할 때 2D는 1분에 2천위안, 3D는 3천위안의 장려금을 지급했다. 최대 한도는 200만위안이었다. 당시 전국 10여 개 시에서 비슷한 정책을 시행했다.
이런 지원 속에 <희양양여회태랑>(喜羊羊與灰太狼) 제작사 위안촹둥리(原創動力), <진시명월>(秦時明月) 제작사 쉬안지커지(玄機科技), <정령세기>(精靈世紀) 제작사 룽마스지(龍馬世紀·중잉녠녠의 전신), <부니베어>(熊出沒) 제작사 화창팡터(華強方特) 등이 업계에 진출했다. 겅단하오 부사장은 “그때 일부 기업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며 자금을 끌어들인 뒤 실제로는 부동산을 개발했다”고 회상했다.
곧 거품이 일어났다. 7회 중국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6천여 개로 늘었다. 연간 제작 규모는 22만 분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생산국이 됐다. <CCTV> 어린이 채널에서 하루 12시간씩 300일 넘게 방영해야 하는 분량이다.
작품이 늘었지만 방영 채널은 한정돼 방영권을 독점한 TV 방송사 발언권이 커졌고, 작품 매입 정책이 완전히 달라졌다. 2010년 전후, TV 방송사에서 돈을 주고 콘텐츠를 샀는데, 제작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방송사에 웃돈을 줘야 방영해주는 사례도 있었다. 첸샤오위 총경리는 “2010년 중잉녠녠이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칠성전기>(七星傳奇)는 제10회 베이징전영학원 애니메이션상에서 산업공헌상을 받았지만 결국 <CCTV> 1채널에 무료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작품이 너무 많아 <CCTV> 어린이 채널은 작품을 소화하기 위해 자정에 <둥만싱쿵>(動漫星空)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제작사에서 무료로 제공한 작품을 방영했다. 방송사 논리는 간단했다. 방송사가 작품을 방영하면 완구가 유명해지고 물건이 잘 팔려 돈을 벌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겅단하오 부사장은 “많은 애니메이션 작품이 스토리라인과 IP를 갖고 있어도 상품 간접광고가 들어가면 광고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희양양>이나 <부니베어>처럼 흥행한 작품도 애니메이션으로는 수익을 얻지 못했다. 제작사 아오페이위러(奧飛娛樂)는 완구사업으로 일어섰고, 화창팡터의 주요 사업은 테마파크 운영이다. 애니메이션을 무료로 방송사에 제공하는 것이 완구나 테마파크를 광고하는 것보다 이익이다.
순수 콘텐츠 개발로 시작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아오페이위러나 화창팡터 같은 산업적인 배경이 없다. 이들은 하청을 통해 살아남았다. 첸샤오위 총경리는 “중잉녠녠이 애니메이션 외에 영화나 드라마의 특수효과 하청도 맡았다”고 했다. 영화 <부춘산거도>(富春山居圖)와 <화피>(畫皮), 드라마 <화천골>(花千骨)과 <고검기담>(古劍奇譚), 애니메이션 영화 <새이호>(賽爾號), <정화마해심종>(鄭和魔海尋蹤) 등에 참여했다. 
2015년 중국 사모창업투자 시장은 ‘이차원 문화’(만화, 웹툰, 2D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 문화 -편집자)에 주목했다. 첸샤오위 총경리는 “투자자들이 갑자기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작품을 찾았다”고 떠올렸다. 2016년에만 투자 125건이 성사됐다. 션러핑 쉔지커지 회장은 “산업자본이 정부보다 더욱 전문적이고 성숙하진 않았다”며 “그들 역시 무모했다”고 말했다.
투자받은 기업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 공격적으로 작품에 돈을 뿌렸다. 2017년 초 이차원 문화 기획사 ACG롄멍(聯盟)이 자금난에 빠졌다. 모바일로 애니메이션을 제공하던 푸딩애니메이션(布丁動畫)은 영업을 중단했다. 2018년에는 <소년금의위>(少年錦衣衛) 제작사 바이옌잉화(柏言映畫)가 오랫동안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알려졌다.
 
   
▲ <마도조사>의 주인공 위무선(魏無羨)과 남망기(藍忘機)캐릭터. 굿스마일 누리집
동영상 플랫폼 시도
거품을 일으키며 업계에 진입한 기업이 자금만 들고 온 것은 아니었다. 2015년 중국의 양대 동영상 플랫폼 텐센트비디오와 아이치이가 창작 애니메이션을 방영했다. 텐센트는 ‘청춘만화극장’ 전략을 내세워 <두파창궁>(斗破蒼穹), <전직고수>(全職高手) 등 중국 애니메이션 16편을 방영했다. 아이치이는 애니메이션 창업투자사업부를 설립하고 국내 제작사에 투자했다. <사해경기>(四海鯨騎), <대주재>(大主宰), <소년가행>(少年歌行) 등을 내놓았다. 만화로 성장한 B잔은 오랫동안 일본 애니메이션을 소개한 데 이어 2018년 말 제1회 창작애니메이션 작품 발표회에서 신작 24편을 공개했다.
왕쥐안 텐센트비디오 부사장은 “사용자 평가와 동영상 댓글 자막으로 중국 애니메이션 수요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한 편을 살 자금을 자체 제작에 투입해 중국 애니메이션 투자의 길을 열었다. 텐센트는 처음부터 TV 애니메이션에만 집중하지 않고 소설, 만화, 게임, 파생상품을 동시에 공략했다.
작품과 시청자의 교류를 분석하며 왕쥐안 부사장은 남성이 ‘열혈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특성을 알게 됐다. 중국 시청자는 취향이 독특해 ‘열정적이고 통쾌하며 정의로운’ 애니메이션을 선호했다. 유명 인터넷 소설가 탕자싼사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두라대륙>(斗羅大陸)이 대표적이다. 텐센트는 1년 이상 방영할 장기 프로젝트로 확정하고 일본의 운영 방식에 따라 매주 1회씩 방영했다. 2019년 상반기 <두라대륙> 조회수는 37억5천만 회로 중국 애니메이션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여름에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소환희>(小歡喜)와 어깨를 겨누는 기록이었다.
<두라대륙>은 스토리와 세계관이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나 <나루토>와 비슷해 후속 개발이 가능하다고 왕쥐안 부사장은 말했다. 매주 1편씩 방영하면서 제작 능력 한계를 경험했다. “제작진이 매우 힘들어했다. 방영 일정을 맞추려고 명절에도 쉬지 못했다.”
서위안위안 텐센트펭귄필름(企鵝影視) 톈화스튜디오 총감독은 <두라대륙>이 시도한 상업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동안 우리는 너무 조급했다. 하루빨리 수익을 얻고 시장에서 인정받고 싶었다.”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시청자 반응이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천천히 입소문이 퍼졌고 몇몇 광고주와 접촉하는 것으로 끝났다.
서위안위안 총감독은 식품회사 광고주 의뢰를 받았다. 광고주는 매회 해당 식품을 일정 시간 노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모든 회에 식품광고를 넣기는 힘들었다. “그때 공동 제작사인 쉔지커지가 고생했다. 방영 일정은 물론 광고에 맞춰 수정해야 했다.” 결국 서위안위안은 간접광고 대신 동영상 재생 전에 나오는 프리롤 광고로 바꿨다. 시청자가 좀더 편하게 받아들였고 제작도 편해졌다.
 
   
▲ 2015년 흥행 신기록을 세운 애니메이션 <서유기지 대성귀래>(西遊記之大聖歸來)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파생상품이 효자
현재 텐센트 애니메이션 채널은 월활성사용자(MAU) 수가 1억5천만 명을 넘었고, 조회수와 사용자도 규모 면에서 업계 1위다. 2015년 중국 정부가 자국 애니메이션을 중점 지원한다는 방향을 정한 뒤 이 채널의 일활성사용자 수는 영화와 예능프로그램 다음으로 3위를 기록했다. 텐센트는 애니메이션을 대중 작품과 분야별 인기 작품으로 분리할 계획이다. 7월4일 진행한 ‘2019년도 애니메이션 연간발표회’에서 새 작품 47편을 공개했다. 2017년 ‘TV 애니메이션 100편 기획’을 발표했던 텐센트는 지금까지 48편을 방영했고 50여 편을 제작하고 있다.
텐센트가 인터넷소설과 애니메이션 플랫폼을 보유한 것과 달리, 아이치이는 작품 창작 기반이 없었다. 2015년과 2016년 아이치이는 인터넷문학과 애니메이션창작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에는 저작권 창작을 육성하는 ‘창궁계획’을 추진했다. 애니메이션과 가벼운 소설 작품을 공모하고 우수 협력사와 제휴해 창작 자원을 확보했다. 
겅단하오 아이치이 수석부사장은 “시작 단계부터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를 만든 뒤 애니메이션, 만화, 웹드라마, 웹영화, 게임,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콘텐츠로 각색해 최적의 수익모델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치이가 독점 공개한 <모애상은>(謀愛上癮)이 최근 드라마로 각색돼 방영 8일 만에 1천만위안 넘는 수익금을 받았다.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만화 구독 수익도 늘었다.”
텐센트와 아이치이가 애니메이션 산업 사슬 전체를 개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단일 콘텐츠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의 ‘2018년 중국 애니메이션 연구보고서’를 보면, 수익 70% 이상이 완구, 피겨, 기획(MD)상품, 테마파크 건설과 운영 등 파생상품 개발에서 나왔다. 
   
▲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마파가 제작한 TV 애니메이션 <바나나 피시>. 마파 누리집
새로운 동맹
유료 콘텐츠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여전히 적다.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4가지 소비 유형 가운데 유료 콘텐츠 이용 의사가 가장 낮았다. 유료 콘텐츠를 이용하겠다는 이는 46.5%에 그쳤다. 오프라인 이벤트 입장료를 내거나 피겨를 사겠다는 응답보다 적었다. 반면 사용자의 76.4%가 파생상품을 유료로 사거나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텐센트와 아이치이에는 애니메이션 제작 인력이 없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제작사가 개발과 제작을 담당한다.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는 매체가 TV 방송사에서 동영상 플랫폼으로 바뀌면서 제작사들은 마침내 애니메이션 창작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방영권 판매금으로는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제작사는 여러 해 공들여 제작을 끝낸 뒤에야 고객을 확정할 수 있었다. 첸샤오위 총경리는 “애니메이션 방영권료로는 제작비의 20~50%만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료 가입자가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새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두 동영상 플랫폼의 정책은 다르다. 아이치이는 애니메이션 전용 채널 회원을 모집해 일부 제작사에 수익 일부를 배분한 반면, 텐센트는 중국 애니메이션에 관한 수익 배분을 시작하지 않았다. 왕쥐안 부사장은 말했다. “아직까지 중국 애니메이션은 플랫폼 지원을 받아 제작하는 단계다. 유료 가입자에 따른 수익 배분이 더 유리한 사례는 보지 못했다. 거부하는 게 아니라 수익 배분이 적합한 작품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이외에 TV 애니메이션이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각색될 때 판권 사용료와 배당금을 받거나 파생상품을 팔아 제작사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소수의 유명 작품만이 각색이나 파생상품으로 개발할 가치가 있다. <용자대모험>(勇者大冒險)은 성공 사례다. 2015년 중잉녠녠과 텐센트가 공동 제작한 이 애니메이션은 모바일게임과 만화로 개발됐다. 인터넷소설 작가 남파이산슈는 이 작품을 기반으로 소설을 썼다.
수익 배분을 보장받기 위해 제작사는 투자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플랫폼과 공동 제작도 한다. “애니메이션 작품이 끝없이 쏟아져나오지만 동영상 플랫폼에서 노출될 기회는 한정적이다. 향기로운 술도 알려져야 팔리는 법이다. 우리가 플랫폼에 투자 기회를 제공하면 플랫폼도 작품에 더 많은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 첸샤오위 총경리는 이를 기반으로 장기 계획을 세웠다. 중잉녠녠은 <소년가행> 판권을 가졌지만, 애니메이션 개발 과정에서 아이치이에서 투자금의 30%, B잔에서 20%를 받아 공동 제작에 들어갔다. <소년가행>은 2018년 아이치이 플랫폼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배당받은 작품이었다.
<진시명월> 제작사 쉔지커지는 텐센트의 <두라대륙>에 투자했다. 텐센트도 쉔지커지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무경기>(武庚紀)에 투자해 제작사와 방영 플랫폼이 위험과 수익을 분담했다.
첸샤오위 총경리는 말했다. “회사와 플랫폼이 서로 이익을 양보해야 한다. 제작사들은 ‘작품을 제작하느라 고생한 쪽은 제작사인데 플랫폼에서 투자 수익까지 넘본다’고 생각하고 판권을 개방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플랫폼 자원을 이용해 홍보하기 힘들다.” 돈을 벌지 못한 동영상 플랫폼과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새로운 이익 동맹을 결성했다.
 
ⓒ 財新週刊 2019년 제36호
動畫番劇:超越泡沫?

번역 유인영 위원 

류솽솽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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