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곤충으로 작물 유전자조작 생물무기 악용 우려

기사승인 [115호] 2019.11.01  

공유
default_news_ad1

- [TREND] 슈퍼바이러스의 공격

유전자 실험실에서 나온 창조물을 이용해 연구원들은 극단적인 날씨나 질병에 면역성 있는 작물을 만들고 싶어 한다. 사상 최대 방사 실험이 계획돼 있다. 그러나 피조물이 우리에게 등을 돌린다면 어떻게 될까.  
 
마르틴 슐라크 Martin Schlak <슈피겔> 기자
 
   
▲ 진딧물은 미국, 중국 등지에서 오렌지와 감귤에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하는 황룡병의 병원체다. 과실 생산량과 품질을 급속히 저하시키고 나무 자체를 고사시킨다. REUTERS
생물학자 마이클 아이레이가 2005년 미국 마이애미 외곽 자몽 농장에 불려갔을 때, 그는 재앙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했다. 당시 아이레이는 미 농무부(USDA)에서 일했다. 그가 호출된 이유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검사한 나뭇잎에서 반점과 누런 잎맥이 발견됐다.   
의심의 여지 없이 황룡병(Huang longbing)이 미국에 유입된 것이다. 감귤그린병이라고도 하는데 세균성 식물 질병이다. 병원체 박테리아는 유액 수송을 방해해 나무를 마르게 한다. 먼저 잎이 변색되고 이후 작고 쓴 과일만 맺게 되며, 몇 년 지나지 않아 나무가 죽는다. “다른 나라 사례를 통해 이 질병이 얼마나 빠르게 퍼지는지 알고 있었다”고 아이레이는 말했다. 
최초 발견 뒤 며칠 만에 농무부 직원은 두 건을 추가 발견했다. 이번에는 오렌지 농장이었다. 질병은 곧 플로리다 전역에 퍼졌다. 2005년 이후 플로리다 오렌지 생산량은 약 70% 줄었다. 질병이 계속 확산되면 플로리다에서 오렌지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었다. 
오렌지 생산자들은 싸움을 시작했다. 아이레이의 현 고용주인 대형 오렌지주스 제조업체 서던가든스시트러스(Southern Gardens Citrus)도 동참했다. 이 회사는 트로피카나와 미닛메이드 브랜드의 오렌지주스를 생산하는 업계 거물이다. 노동자들은 감염된 나무를 베어내고, 농약 살포 기계를 평소보다 두 배로 운전했다. 나무에 추가 양분을 주고, 시험 삼아 항생제 치료도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됐다. 
마이클 아이레이는 이때 난생처음 ‘디자이너 바이러스’에 관해 들었다. 맞춤형 생물학적 도우미를 창조하는 것은 합성생물학의 목표 중 하나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합할 날을 꿈꾸고 있다. 일종의 분자 배달 서비스처럼 바이러스는 그들의 유전질을 식물, 동물, 인간 세포로 보낸다. 세포 속에서 원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특정 단백질 생산을 자극하거나 세포 유전질에 개입한다. 
 
디자이너 바이러스
농업계에 가져올 이점이 어마어마하다. 인간에게는 무해한 식물 바이러스가 올리브 재배지, 오렌지 농장을 병충해로부터 보호하고 옥수수·쌀 같은 기초 식량의 가뭄이나 폭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맞춤형 바이러스로 농부는 발아하는 순간부터 작물을 병충해 위협에 적응시킬 수 있다. 인간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자연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플로리다에서는 서던가든스시트러스사가 여러 과학자와 협력해 슈퍼바이러스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유럽에서는 17개 연구기관과 기업으로 구성된 연합 네트워크가 유럽연합(EU)에서 300만유로(약 39억4천만원) 이상 지원받으며 농업용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다. 일부 미국 과학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름 끼치는 능력을 가진 진딧물과 매미 등을 번식시켰다. 이 곤충들의 임무는 때가 되면 떼지어 날아가 식물에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것이다. 2016년부터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자금으로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 이름은 ‘곤충동맹’(Insect Allies)이다.  
그러나 곤충동맹이 의도치 않게 적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유전공학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다른 식물 종으로 전염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다. 일부 과학자는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곤충동맹 프로젝트 기술이 잘못된 무리 손에 넘어가면 위험한 생물무기가 될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하이테크와 공포스러운 전망 사이의 경계는 좁아 보인다. 곤충동맹 위험은 얼마나 클 것인가. 무엇보다 이 위험을 감수할 만큼 곤충동맹이 충분한 가치가 있는가. 
 
곤충동맹 프로젝트
플로리다 남부에서 아이레이가 4차선 도로 가장자리에 설치된 경계 울타리를 열고 있다. 울타리에는 “경고! 출입문을 닫아둬야 한다”라고 쓴 표지판이 걸려 있다. 아이레이는 먼지 많은 비포장도로를 픽업트럭을 타고 이동했다. 길 따라 약 2㎞를 가면 오렌지나무 12줄을 심은 농장에 이른다. 아이레이는 보안상 이유로 이곳 위치가 비밀이라고 했다. 
소도시 클루이스턴 근처에 있는 이 농장에 아주 특별한 오렌지나무가 자란다. 이 나무들은 연구실에서 나온 ‘디자이너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아이레이는 이 나무들이 자신의 가장 큰 희망이라고 했다. 
단단한 체구를 가진 아이레이가 오렌지나무 열을 따라 걸었다. 그의 어깨에 닿을 정도로 자란 나무들은 대부분 싱싱한 녹색 잎을 달고 있었다. 아이레이가 아직 익지 않은 오렌지를 가리키며 “올해 처음 열매를 맺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이레이는 오렌지나무 실험을 위해 플로리다대학 과학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 대학 연구원들은 ‘시트러스 트리스테자’(Citrus Tristeza)라는 바이러스를 복제했다. 이 바이러스는 플로리다에 있는 거의 모든 오렌지나무에 있지만 대부분 품종에 무해하다. 아이레이는 동시에 시금치류 식물에서 방어 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 일명 디펜신(Defensine)을 이용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험을 통해 이 물질이 황룡병 박테리아 표면에 구멍을 뚫어 박테리아를 억제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원들은 시트러스 트리스테자 바이러스 유전질과 디펜신 유전자를 조합해 디자이너 바이러스를 만들었고, 실제 적용이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나무는 ‘체관부’라는 관다발 조직으로 탄수화물을 운반한다. 식물에 디자이너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기 위해 아이레이 동료들은 나무마다 껍질에 상처를 내고, 바이러스로 사전 처리된 식물 재료를 상처에 주입한다. 그러면 바이러스가 체관부로 퍼져 뿌리에서 잎까지 모든 부위의 세포에 침입한다. 세포 메커니즘은 시금치 유전자로 정보를 읽고, 방어 물질을 생성한 다음 체관부의 황룡병 박테리아를 공격한다. 나무는 유전자변형 없이 스스로 황룡병을 막아내는 약물을 생산한다.  
회사는 아직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아이레이는 “바이러스가 모든 박테리아를 사멸시키지는 못했지만 일련의 시험 결과는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에 서던가든스시트러스는 보덴호수의 거의 네 배 크기에 이르는 면적에서 디자이너 바이러스 방사 실험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방위고등연구계획국에 신청했다. 2019년 안에 승인될 수도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사상 최대 유전자변형 식물 바이러스 방사 실험이 될 것이다. 
 
   
▲ 농작물에 유전자조작 바이러스를 주입해 질병 등을 예방하려는 연구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생물무기로 악용될 우려도 나온다. REUTERS
유전자변형 기초… 위험성도 커
아이레이는 디자이너 바이러스가 생태학적으로 무해하고 오히려 환경친화적이라고 생각한다. 황룡병 매개체를 방제하려는 농약 사용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 바이러스가 다른 식물로 확산될 위험은 거의 없다. 연구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는 씨앗에 침투하지도 않고, 유일한 바이러스 매개체로 알려진 진딧물이 흡수하지도 않는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아이레이는 각 시험장에 최소 한 줄은 디자이너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오렌지나무를 심었다. “9년 동안 8814그루에서 한 건의 전염도 발생하지 않았다.”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플뢴시의 막스플랑크연구소 소속 진화생물학자 가이 리브스는 수년 전부터 유전자변형 바이러스를 연구한다. 그는 성급하게 ‘금지’를 주장하기보다 이점과 위험을 신중하게 살펴서 연구해야 한다고 여긴다. 물론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 클론이 복제되거나 야생 바이러스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곤충을 통한 전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리브스는 “엄격한 감독 아래 위험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 승인은 미래 기술에 대한 선례를 결정한다. 점차 위험 허용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실험실 연구자들은 디자이너 바이러스를 식물에 효과적으로 전염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9월 어느 날, 미국 뉴욕의 한 회색 빌딩 지하실에 식물학자 조지 잰더(54)가 서 있다. 창문 없는 방을 네온 파이프 몇 개가 비추고 있다. 카트 위에 옥수수를 심은 화분이 15개 놓여 있었다. 과학자들이 각 화분에 비닐봉지를 씌워 묶어 고정했는데, 옥수수마다 진딧물 대여섯 마리가 기어다녔다. 잰더는 “실험 목표는 곤충이 얼마나 빠르게 병원체를 옥수수에 감염시키는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코넬대학 교수이자 보이스톰슨연구소 연구원인 잰더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실험을 할 예정이다. 그래서 그는 조만간 출입 통제문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보안등급 3의 온실로 진딧물을 옮기려 한다. 그곳에서 유전자변형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능력을 가진 진딧물을 키워낼 예정이다. 
잰더의 연구는 곤충동맹 프로그램에서 자금을 대고 있다. 10여 개 대학이 참여하는 이 연구에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은 27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과학자들은 2021년까지 목표를 이루려고 한다. 목표는 인간이 크게 개입하지 않아도, 디자이너 바이러스를 한 식물에서 다른 식물로 옮길 수 있는 곤충 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고도로 전문화된 공포의 군대, 다리가 6개인 ‘바이오테크 솔저’다. 
방위고등연구계획국 쪽은 곤충동맹 프로젝트가 미국의 식량 안보를 위한 연구로, 국가는 유입되는 해충과 극단적인 날씨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가뭄 내성을 가진 옥수수 품종은 이미 있지만 수확량이 적다. 잰더는 “곤충은 필요할 때만 가뭄 내성 유전자를 전달한다. 그러면 이 유전자가 식물 잎의 기공을 닫고 수분이 덜 증발하게 한다”고 말했다. 테이크아웃형 유전자공학 기술이다. 
 
유전자가위로 바이러스도 조작
플로리다의 감귤류 연구자와 달리, 잰더와 동료들은 내장된 유전자가위(Crispr)로 식물 유전자에 개입해 유전자를 자르고 새 단면을 삽입하는 바이러스를 개발하고 있다. 잰더의 원래 의도와 달리 바이러스가 유전자변형 씨앗을 형성하도록 식물을 조작할 경우,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바이러스가 다른 식물로 퍼지면 ‘슈퍼 잡초’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강력한 유전공학 도구를 일개 진딧물에 맡겨도 되는지다.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은 곤충동맹 연구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다양한 안전망을 갖추고 있으므로 다른 곳으로 전염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잰더는 “이 경우 진딧물이 증식할 수 없도록 조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풀어놓은 진딧물이 며칠이 지나면 죽고, 진딧물과 함께 위험한 배달물도 사라진다. 그는 이것을 ‘비상 차단 스위치’라고 했다. 
진화생물학자 리브스는 잰더와 동료 연구원이 가짜 안전성으로 사람을 속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일이지 곤충 확산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우라늄을 우편봉투에 넣어 보낸다면 아무리 두꺼운 우편봉투를 써도 안심할 사람은 없다.” 
곤충동맹 프로젝트 책임자 블레이크 벡스틴이 “곤충의 자연환경 방사는 현재 계획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리브스는 안심을 못한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그와 네 명의 공동저자는 “이 기술은 더 원시적인 형태로도 충분히 생물무기로 오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곤충을 이용해 적대세력의 옥수수, 쌀, 밀, 마니옥(카사바) 재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기술이 개발되면 누군가 거의 모든 작물을 황폐화하는 질병을 퍼뜨리는 데 악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브스는 “유전자가위로 식물의 유전물질을 파괴하는 것은 개량하는 것보다 더 쉽다”고 덧붙였다. “곤충동맹 과학자들이 한 약속을 언제쯤 지킬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그런데도 이 연구로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너무 크다.”  
결국 디자이너 바이러스 연구의 관건은 인간이 살아 있는 자연의 유전물질에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느냐, 식물과 동물을 얼마나 임의 변형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때로는 이 어려운 질문에 해답을 찾는 것이 쉬워지고, 윤리학자가 실용주의자로 바뀌는 순간이 있다. 예를 들어 황룡병 같은 재해가 코앞에 닥쳤을 때다. 
2014년 이베리아반도에서 질병 매개체 하나가 발견됐다. ‘트리오차 에리트레아에’(Trioza erytreae)라는 이름의 날개 달린 곤충이었다. 아직은 세균성 병원체 존재가 입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1천만 명이 비행기에 오르고, 200만 개 컨테이너가 항구에서 출발하는 지구촌에서 병원체가 옮겨질 가능성은 농후하다. 황룡병이 유럽의 오렌지 농장에 도달할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 도달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 Der Spiegel 2019년 39호
Angriff der Superviren

번역 황수경 위원 

마르틴 슐라크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