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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노동세계 지배할까

기사승인 [115호]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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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로봇의 시대 도래

9월12일 키펜하이어&비치(Kiepenheuer&Witsch) 출판사에서 나온 사샤 로보의 신작 <리얼리티 쇼크: 현재에서 배우는 교훈 10가지>(Realitätsschock: Zehn Lehren aus der Gegenwart)에서 일부를 발췌했다.
 
사샤 로보 Sascha Lobo 작가·블로거
 
   
▲ 인공지능이 경제와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말할 때 일자리 대체로 인한 대량 실업을 경고하지만, 그보다 노동력 착취와 임금 폭락이 더 우려된다.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 REUTERS
인공지능이 경제와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말할 때 보통 3년, 10년 혹은 25년 후의 미래를 생각하곤 한다. 앞으로 다가올 위험도 예상한다. 인공지능의 미래와 관련해 널리 퍼진 비관주의는 현재 대다수 국가에서 디지털화가 일자리 창출에 엔진 구실을 하는 상황과는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컨설팅업체 매킨지가 2018년 여름 내놓은 연구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노동자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8억 명은 다른 노동력으로 대체할 수 있다. 중국 인공지능(AI) 전문가 리카이푸는 2019년 1월 앞으로 15년 안에 일자리 40%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만큼 다른 일자리가 생겨나겠지만, 새로 생겨난 일자리는 해고된 비숙련 노동이 아닌, 고도로 전문화된 노동으로 채워지리라는 것이다. 리카이푸와 매킨지는 각자 이런 주장으로 이루려는 게 있을 것이다. 이러한 미래를 경고하는 건 때로 최상의 상품 홍보이기도 하다. 기업컨설팅업체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면 대기업에는 비용절감을 해야 한다는 달콤한 말로 들릴 수 있다. 
국민과 언론, 정치권의 무관심과 무지로 대량실업 경고는 아무런 의심 없이 맹신된다. 부정적 미래 예측은 오래전부터 진행 중인 변화를 향한 눈을 가린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인공지능은 어느 순간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현재에 와 있다. 인공지능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은 무엇보다 자동화의 새롭고도 공격적인 형태로 간주돼야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은 과거 대다수 자동화 파고와 비슷한 수준으로 노동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량실업 경고는 무지 때문 
인공지능이 노동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효과는 실업이 아니라, 이미 잘 알려진 자본주의 효과 강화에 있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흡사 지평선을 바라보면서 쓰나미가 몰려오지 않는지 두려움에 떠는 것과 같다. 
하지만 실상은 우리 허리까지 물이 찬 상태다. 인공지능으로 10년 혹은 20년 뒤에 벌어질 변화를 지속해서 경고하는 바람에, 우리는 정작 현재 닥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시기를 놓치고 있다. 
수십 년 전부터 대다수 선진국에서 소수의 고임금 일자리와 증가하는 저임금 일자리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00년 즈음부터 미국에서는 생산성과 노동자 수의 연관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산업 자동화와 글로벌화, 특히 관련 업계 전체가 아시아로 이전된 결과일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지만, 중위소득이 이에 전혀 발맞추지 못하는 유럽 국가에서도 노동생산성과 노동자 수의 괴리라는 유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실업률은 고용 집약적인 일부 업계에서 임금이 생산성 상승폭에 발맞춰 오르지 못한다는 논의를 덮어버린다. 이 문제에서도 글로벌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1980년대 이후 보수파와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등 사회민주당 정치인에게 큰 영향을 끼친 신자유주의의 반면교사도 역시 원인이다. 
일부 업종에서 일자리 수뿐 아니라 임금 규모가 노동생산성과 아무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 직종에서는 임금수준 폭락도 감지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손쉬운 예를 들어보자. 1963년 서독 법학과 교수는 평균적으로 매달 폴크스바겐 비틀을 한 대씩 살 수 있을 정도의 급여를 받았다(더 정확히 말하면 연간 11대 구매 가능). 여교수도 한 해 연봉으로 폴크스바겐 비틀을 매년 11대 살 수 있던 때가 있었다.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젊은 여교수는 한 해 연봉으로 1년에 평균 폴크스바겐 비틀을 겨우 1대 살 수 있다. 그조차 다른 곳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는 50년 전만 해도 공장 노동자 급여로 30살에 집 한 채 살 수 있었지만, 자신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수십만달러 부채를 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다고 소셜네트워크에 신세를 한탄한다.
이런 노동 현실에 인공지능의 엄청난 힘이 파고들고 있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킬러 로봇이나 모르는 것이 없는 슈퍼두뇌 형태로 우리 곁에 등장한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사내에서 흔히 쓰는 소프트웨어의 새로운 버전이 도입되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업데이트 버전이 나오는 식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기능과 노동 과정이 점점 늘어나고 확장되다가 전사적으로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받아들이는 단계로 넘어간다. 직원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범위 밖에서 일어나는 혁신은 어차피 직원들 주의를 끌지 못한다. 이를 통해 앞서 말한 줄어드는 고임금 일자리와 늘어나는 저임금 일자리의 간극은 계속 벌어진다. 기업은 성장하고, 새 프로젝트를 운용하기 위해 직원이 채용된다. 그중에는 아주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인공지능 전문가도 있을 것이다. 과거처럼 전문적이고 숙련된 노동이 굳이 필요 없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채용될 것이다.
 
   
▲ 인공지능이 노동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효과는 자본주의 강화다. 고임금과 저임금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노동자 수와 노동생산성의 괴리도 커지고 있다. REUTERS
임금 폭락과 노동력 착취가 핵심
이는 다른 배경에서 독일과 중국의 모범적인 로봇기업 쿠카(Kuka)에서 잘 드러난다. 2016년 7월 지적장애인이 일하는 공장에 로봇을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크게 알려지면서 세간의 칭찬을 받았다. 쿠카가 해당 지역 자동차부품 납품업체 생산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뤄진 것이다. 이 대목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이 노동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여실히 드러났다. 과거 전문인력이 필요해 인건비가 크게 들었던 부문에서 이제는 고도로 숙련되거나 전문지식이 전혀 없는 인력으로도 대체가 가능해진 것이다.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자주 간과됐던 적잖은 노동자의 과잉 스펙 문제는 날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통한 새 자동화 규칙에 따르면, 기계가 영리해질수록 기계와 함께 일하는 노동자는 숙련 필요성이 줄어들고 그만큼 인건비는 낮아진다. 인건비 절감이야말로 인공지능이 노동세계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효과다. 인간이 기계와 함께 일할 뿐만 아니라,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 곳에서 인건비 절감은 더욱 심화된다. 
알고리즘 투입으로 노동자 임금이 점점 낮아지는 서구 선진국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전세계 택배기사는 인공지능 탓에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성공이 물류업계를 대대적으로 성장시켰지만, 그런 이유에서 택배기사 노동력은 착취당하고 있다. 21세기 초반 컨베이어벨트는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서비스로 대체됐다. 현재 택배기사에게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그 배경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서구 세계에서 아마존 시스템을 자세히 검토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존은 경제적 약자 등에 업힌 디지털화에 무수히 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제 온라인거래 업계에서 대다수 대기업이 아마존보다 나은 점이 거의 없다. 
 
ⓒ Die Zeit  2019년 37호
Wenn die Roboter kommen

번역 김태영 위원  

사샤 로보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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