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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 수용·인공섬 ‘백가쟁명’

기사승인 [117호] 20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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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혼란스러운 홍콩- ① 토지 전쟁

범죄인 중국 인도를 허용한 ‘송환법’으로 불붙은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반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적잖은 희생자를 낳은 홍콩 사태는 여전히 예측불허다. 홍콩 당국은 시위 주축인 청년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폭등한 집값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국제 금융중심지 홍콩의 위상도 불안의 그림자로 흔들린다. 경쟁 도시인 싱가포르로 빠져나가는 자금 흐름이 뚜렷하다. 땅과 돈을 통해 1980년 광주를 연상케 하는 홍콩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_편집자

류옌페이 劉雁菲 황수룬 黃姝倫 <차이신주간> 기자

   
▲ 홍콩 4대 부동산개발회사인 헨더슨랜드디벨롭먼트가 지은 호화 아파트 ‘콘디트 로드 39’를 비롯해 좁은 홍콩땅에 초고층 아파트단지가 즐비해 있다. REUTERS

홍콩의 4대 부동산개발사 가운데 하나인 뉴월드디벨롭먼트(新世界發展)의 정즈강 부주석 겸 총경리는 2019년 9월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룹 소유의 농지 30헥타르(㏊, 1만㎡)를 기부해 홍콩 주택문제 완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고, 부동산개발사가 땅을 기부한 동기를 놓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다음날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토지회수조례’를 발동해 약 68㏊에 이르는 개인 소유 토지 748필지를 회수해 홍콩 북부 신계지역 신발전구 개발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4대 부동산개발사 헨더슨랜드디벨롭먼트(恒基兆業地産)는 회수 대상 농지 10㏊가 자사 소유라고 밝혔다. 헨더슨랜드는 홍콩에서 농지를 가장 많이 보유한 부동산개발사다.
토지회수 조례가 뒤늦게 위력을 발휘하자 부동산개발사들은 초조해졌다. 1900년 제정된 이 조례는 홍콩 정부가 토지 공급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빼든 ‘보검’이다. 이 조례로 정부는 개인 땅을 수용해 공공용도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홍콩 정부는 이 조례를 거의 동원하지 않았다. 최근 사회 갈등이 불거지자 기형적인 집값과 토지 부족 등 심층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긴장된 국면을 완화하는 ‘처방’의 하나로 떠올랐다.
“이제 사고를 전환해 땅을 국민이 사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2019년 10월16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대량의 사유지를 회수해 공공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발전구 토지 700㏊, ‘브라운필드’ 160㏊, 도심 무허가 정착지 7㏊를 대상으로 지목했다. 부동산개발사가 기증한 토지를 제외하고 홍콩 정부가 회수할 토지가 800㏊를 넘는다. 오랫동안 묵혀둔 이 보검은 날카로운 검일까, 아니면 녹슨 무딘 칼일까? 홍콩의 토지 공급 구조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 2019년 11월 타이 방콕에서 기자회견을 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람 장관은 토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사유지를 수용하는 토지회수 조례를 처음으로 빼들었다. REUTERS

출발점
집권 3년째를 맞이한 캐리 람 장관은 처음으로 토지회수 조례를 적용해 토지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시정보고에 포함했다. 이 조례는 영국 식민정부가 위생, 통풍, 채광 조건이 열악한 도심 주택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었다. 홍콩 정부는 이 조례를 근거로 공공용도 성격의 사유지를 수용할 수 있다. 공공용도라고 하면 신발전구 개발, 공공주택 건설, 지역사회 기반시설과 교통시설 개발을 말한다.
1997년 이후 ‘홍콩 기본법’에 따라 홍콩 토지는 모두 국가 소유로 귀속됐다. 정부가 토지 관리와 사용, 개발 그리고 토지 사용자에게 임대 또는 제공을 책임진다. 기본법은 사유재산권 확립에도 주력했다. 토지 계약 기간은 보통 75년 또는 99년이고, 일부 999년인 사례도 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지 이들 토지를 사유지로 간주한다. 홍콩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고 토지개발 이익이 끊이지 않자 사유지는 부동산개발사가 노리는 목표물이 됐다.
세율이 낮은 홍콩에서 정부는 재정의 상당 부분을 토지 매각 수입에 의존했다. 이 때문에 토지정책은 부동산개발사의 영향을 받기 쉽고, 제약받기도 했다. 2018~2019 회계연도에 홍콩 정부의 토지 매각 수입은 1430억홍콩달러(약 21조5천억원)로 전체 수입의 22.84%를 차지했다. 2017년 부동산 업종이 홍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였다.
홍콩 주택은 비싸고, 작고, 다닥다닥 붙어 있기로 유명하다. 과거에도 정부 관계자들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인식하고 토지 공급 확대를 시도했지만 유보됐다. 복잡한 이유로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때문이다. 1997년 둥젠화 당시 행정장관은 ‘주택 8만5천 가구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해마다 8만5천 채씩 공급해 시민의 주거 수요를 해결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공급 확대를 앞두고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로 홍콩 부동산시장이 폭락했다. 시민이 가진 ‘벽돌’이 마이너스 자산으로 변하자 해당 계획은 흐지부지됐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로 홍콩 부동산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졌다.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는 ‘제자리걸음’ 토지 공급 정책을 선택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토지 공급이 1995~2005년 6천㏊ 늘어났지만 2005~15년에는 40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20년 동안 토지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 공공주택과 민영주택 공급량 감소 등 문제가 누적됐다. 결국 주택 공급 부족과 기형적인 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왔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2018년 시민의 54.8%가 민영주택, 44.6%가 공공주택에 거주했다. 공공임대주택은 수요보다 공급이 지나치게 부족하다. 2019년 6월 말 현재, 신청자 수가 26만6천 명이다. 신청자의 평균 대기 기간은 5.4년을 기록했다. 반면 민간 부동산시장에서 홍콩 집값은 20년 동안 3배 이상 올랐다.

칼을 뽑다
토지 공급 확대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홍콩에 땅이 없는 것도 아니다. 홍콩의 총면적 1111㎢에서 개발을 마친 용지는 24.4%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6.9%만 주택 건설에 쓰였다. 75.6%는 농지, 공원, 습지 등 건설용지가 아니거나 아직까지 개발하지 않은 땅이다.
캐리 람 장관은 취임 뒤 ‘토지공급전담팀’을 만들었다. 이 팀은 신계지역 브라운필드와 농지를 회수하는 것이 중단기적으로 토지 공급을 보완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브라운필드란 과거에 농지였으나 농업 생산이 중단되면서 다른 용도로 쓰는 땅을 말한다. 대부분 개인 소유다. 이런 땅은 방치된 것이 아니라 노천 야적장이나 차량 정비소, 재활용센터 등으로 사용된다.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여러 이유로 신계지역 브라운필드는 무질서하고 비효율적으로 쓰였다.
과거 홍콩발전국 국장을 지내면서 토지와 주택, 사회기반시설 건설 업무를 맡았던 캐리 람 장관은 브라운필드와 농지의 잠재력을 모르지 않았다. 2018년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이 선택지를 제외했다. 그러나 2019년 시정보고에서 ‘토지 회수’를 다시 들고나와 브라운필드 160㏊를 회수해 공공주택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 사유지 700㏊로 신발전지구 3곳을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700㏊ 가운데 400㏊는 5년 안에 회수할 계획이다. 신발전지구 3곳에서 공공주택과 민영주택을 포함해 16만 채를 공급할 수 있다. 잠정 통계를 보면 2003~2016년 홍콩 정부는 사유지 200㏊를 수용했지만, 최근 5년 동안에는 20㏊ 수용에 그쳤다. 이 상황에 비춰, 400㏊ 회수 계획은 큰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예원치 우리홍콩재단(團結香港基金) 토지·주택연구 책임자에 따르면, 홍콩 정부가 지난 20년 동안 신발전구를 개발하지 않았기에 토지를 회수할 필요가 없었다. 이번에 포함된 신발전지구 3곳은 오래전부터 계획된 사업으로 최근 토지수용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 재단은 초대 행정장관인 둥젠화가 만든 싱크탱크다.
홍콩계획서(香港規劃書)는 앞으로 30년 동안 적어도 4800㏊ 토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개발했거나 계획한 개발사업으로 공급할 수 있는 3600㏊ 외에 2046년까지 1200㏊가 부족하다. 홍콩의 토지연구 분야 청년학자인 천젠칭은 “시정보고에서 제시한 중단기적 브라운필드 160㏊ 회수 조치로는 강도가 약하다”며 “홍콩 정부가 ‘치약을 짜내듯’ 토지를 공급해왔다”고 지적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브라운필드 1천㏊가 신발전구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회수된 땅은 몇%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했다.

   
▲ 부모, 여동생과 함께 사는 26살 홍콩 엔지니어가 침대와 책장으로 꽉 차는 7㎡(약 2평) 규모의 좁은 방에서 쉬고 있다. 폭등한 집값은 청년들의 좌절감에 기름을 부었다. REUTERS

범접 불가 신계
선전과 맞닿은 신계지역은 개발하지 않았거나 재개발할 수 있는 브라운필드와 농지가 많다. 장기적으로 홍콩에서 주택과 일자리 수요를 충족할 잠재력이 있는 곳이다. 신발전구도 대부분 이 지역에 있지만 개발 속도가 더디기만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원주민과 지역 유지, 부동산개발사, 다른 이익집단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홍콩 정부가 개발하려고 해도 손대지 못하는 곳으로 남았다.
“과감하게 토지회수 조례를 동원해도 토지 소유자가 사법부에 재심을 청구하면 소송이 끝날 때까지 오랜 기간 지체될 것이다.” 2018년 5월 입법회 문답에서 캐리 람 장관은 조례를 임의로 동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옛 완차이경찰서 건물을 개조하려던 과정을 사례로 들었다. 도시규획위원회가 사유재산을 침해했다고 부동산개발사가 주장해 공사가 9년 이상 늦어졌다. 캐리 람 장관은 신계지역 토지가 길고 복잡한 사법 절차에 발이 묶일 가능성을 우려했다.
2019년 8월부터 친중 정당 민주건항협진연맹(民主建港協進聯盟)이 조례 발동을 촉구했다. 홍콩 정부에는 100년 전 만든 이 조례가 양날의 검과 같다. 토지 주도권을 찾아올 수 있지만 방치됐던 토지가 오랜 기간 묶일 수도 있다.
캐리 람 장관의 우려처럼 소송 위험이 가장 크다. “모두 공공주택을 짓는 게 아니라 서민 대상 국민주택을 분양하면 100% 공공용도라고 하기 어렵다.” 예원치는 홍콩 정부가 토지를 수용하려면 반드시 조례에서 규정한 ‘공공용도’에 부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97년 이후 사유재산권 보호를 강화했기 때문에 법원이 사유재산권 침해로 발생한 손실이 그로 인한 사회적 이익보다 작은지를 판단할 것이다. 사회적 위험도 있다. 브라운필드와 농지 대부분이 완전히 방치된 것은 아니다. 토지수용 때 원주민의 이주와 정착, 보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홍콩 정부가 사유지를 무상으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최신 토지수용 보상 방안에 따르면, 특별보상금은 농지 1제곱피트(약 0.09㎡)에 1389.6홍콩달러(약 21만원)다. 이주보조금은 6만500~120만9600홍콩달러다.
토지수용 뒤 농지나 브라운필드를 주택용지로 변경하는 절차도 상당히 까다롭다. 홍콩 4대 부동산개발사의 하나인 순헝카이(新鴻基地產)의 궈지후이 이사는 농지를 주택용지로 바꾸는 데 20년 넘게 걸렸다고 한탄했다. 순헝카이가 비축한 농지는 288㏊로, 부동산개발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예원치도 신계지역 툰먼지구 즈톈촌의 브라운필드에 공공주택을 짓는 데 약 1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회수 토지 규모는 크지 않다. 토지 용도변경 등 여러 절차에 드는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 홍콩 민주화 시위가 한창인 2019년 8월 폭동 진압 경찰이 HSCB은행 지점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REUTERS

동개발 시험
1970년대 중반, 페어뷰파크(錦繡花園)가 신계 위안랑구에 완공됐다. 농지나 양어장이던 곳이 수천만홍콩달러를 호가하는 서양식 주택단지로 변했고, 유명 연예인들이 그곳에서 살았다. 이 사업은 부동산개발사가 농지를 주택용지로 개발한 성공 사례가 됐다. 부동산개발사들은 ‘폭리’를 노리고 많은 농지를 헐값에 사들였고 주택용지로 용도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대형 부동산개발사들이 공개한 자료를 기반으로 계산하면, 홍콩 4대 부동산개발사인 헨더슨랜드, 순헝카이, 청쿵부동산홀딩스(長江實業地產有限公司), 뉴월드가 보유한 농지가 1천㏊에 이른다. 축구장 수천 개를 합한 면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홍콩 정부가 문제 소지를 피해 소규모 토지만 회수함으로써 대형 개발사의 토지 비축 행위를 종용했다”고 지적했다.
홍콩 정부는 또 다른 토지 공급 방식으로 정부와 민간의 공동개발을 제시했다. 이른바 ‘토지공유’ 개발이다. 정부와 부동산개발사가 함께 지역개발 또는 토지계획을 추진해 토지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2019년 시정보고에서 홍콩 정부는 토지공유 지침을 제시했다. 정부가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책임지고 주택 용적률을 올리는 대신 개발사가 늘어난 건축면적의 최소 70%를 공공주택 용도로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3년 기한의 시범사업은 최대 150㏊까지 추진할 수 있다. 2020년 초에 신청받을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홍콩 정부가 일부 지역 개발을 신발전구 계획에 포함했다면 정부가 직접 토지회수 조례를 동원해 개발사 토지를 회수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홍콩 신계지역 부동산 시세는 제곱피트당 1만5천~1만7천홍콩달러(약 256만원) 수준이다. 정부가 농지를 수용할 때 보상금은 제곱피트당 최고 1400홍콩달러다.
“부동산개발사와 누가 더 빨리 움직이는지 경쟁하려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토지공유는 부동산개발사와 정부 협력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부동산개발사가 단독 개발하면 기반시설과 부대시설이 부족하고 건축면적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정부가 개입하면 체계적인 지역 개발과 더 많은 공공주택 터 확보가 가능하다. 부동산개발사는 건축면적을 추가 확보해 민간분양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예원치는 토지공유에 대해 ‘이익 교환’이 아니라 ‘상생’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 정부가 2018년 공공주택과 민영주택 비율을 6 대 4에서 7 대 3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며, “앞으로 공공주택 위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공주택 신청 자격을 갖추지 못한 시민을 생각할 때 민영주택에 대한 비탄력적 수요가 강하고 민영주택 공급도 부족한 상태다.

   
▲ 홍콩 상업중심지 쇼핑가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홍콩 주민들. 미래에 대한 불안이 무겁게 내려앉아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다.REUTERS

예비 선택지 인공섬
사유지 회수와 공동 토지개발 외에 홍콩 정부는 2018년 인공섬 조성 사업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19년 시정보고에서는 간략하게 언급만 하고 넘어갔다.
공식 명칭이 ‘란타우 미래 비전’인 이 사업은 란타우섬 동부 해역과 홍콩섬 사이에 총면적 1700㏊에 이르는 인공섬 몇 개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사업 기간은 20~30년으로 예상한다. 이 사업을 통해 조성한 토지로 주택 26만~40만 채를 지어 70만~110만 명에게 주거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 가운데 70% 이상을 공공주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인공섬 조성 계획이 알려지자 여론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먼저 천문학적 사업비가 논란이 됐다. 정부는 사업비로 6240억홍콩달러(약 93조4천억원)를 예상했다. 홍콩 역사상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사회기반시설 개발 사업이다. 환경보호 운동가들은 해역과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반대했다. 토지계획 전문가들은 토지 회수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하며, 인공섬 개발은 우선적인 선택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사업과 관련해 현재 탐사와 측량을 위한 사업비 5억5천홍콩달러만 입법회의 비준을 받았다. 정부 관계자들은 후속 사업비가 의회 비준 과정을 순조롭게 통과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홍콩은 산이 많은 지형이어서 농지 등 비건설용지 외에 4만㏊가 넘는 전원공원과 자연녹지를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런 땅이 홍콩 전체 토지면적의 약 40%를 차지한다. 전원공원을 개발하면 토지수용이나 주민과 시설물 이전 등 복잡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기반시설 개선과 토지 평탄화 작업 등 실제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가 △사업계획과 공사 타당성 연구를 하고 △시민에게 조언을 구하며 △기술평가와 환경평가를 진행하고 △도시규획위원회 법정 절차를 거치고 △입법회에 예산을 신청하는 것 등이 있다.
공원이 대부분 한적한 교외에 있어 공사에도 어려움이 있다. 홍콩 정부의 토지공급전담팀은 사업을 시행하더라도 토지이용 계획 수립과 개발에 적어도 10년 이상 걸린다며,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토지 공급에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토지 공급 시기와 규모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토지공급전담팀은 인공섬 조성과 브라운필드·농지 회수 외에 개인 수영장과 유원지 용도변경 가능성도 언급했다. 하지만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이렇게 공급할 수 있는 토지는 수백㏊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토지 수요는 수천㏊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토지 ‘갈증’을 해소하긴 어렵다.
홍콩 정부가 온갖 방법을 짜내 토지를 확보하는 등 공급 쪽에서 해결을 모색하는 동안 수요 쪽에서는 구매력이 상승했다. 2019년 10월 홍콩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올려 생애 최초로 1천만홍콩달러(약 14억9천만원) 이하 주택을 살 때는 80%, 800만홍콩달러 이하 주택은 최고 90%까지 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시민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초기자금이 줄자 주택 구입 수요가 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토지가 부족해 수요를 따라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민영주택 가격이 올라 내 집 마련은 홍콩 청년에게 아득한 꿈이 됐다. 토지회수 조례라는 칼을 꺼내든 홍콩 정부가 토지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 주거 수요를 만족하게 할지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았다.

ⓒ 財新週刊 2019년 제42호
香港還有多少地?
번역 유인영 위원

 

류옌페이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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