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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신용거래에 브로커까지 증시 뺨쳐

기사승인 [119호] 20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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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SU] ‘신발 투자’ 광풍- ① 현황

 선신웨 沈欣悅 <차이신주간> 기자

   
▲ 나이키가 한국 가수 지드래곤(권지용)과 협력해 생산한 농구화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나이키 제공

“40대는 주식, 30대는 부동산, 20대는 가상화폐, 10대는 신발에 투자한다.” 2019년 인터넷에서 신발에 투자하는 ‘스니커테크’가 화제였다. 온라인 재판매 플랫폼이 등장했고 신발의 유동화, 금융화가 시작됐다. 10년 동안 좁은 테두리에 갇혀 있던 스니커테크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9년 11월23일 나이키가 신제품을 발표하자 시장에 광풍이 불었다. 한국 가수 지드래곤(권지용)과 협력한 이 농구화는 원가 1399위안(약 24만원)으로 판매를 시작해 순식간에 매진됐다. 브로커 예상 판매가가 3600위안(여성 치수)이 넘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선 구매대행비만 2500위안을 제시했다. “신발에 투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고, 시중에 유통되는 한정판 신발 규모도 모른다.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이 시장은 무너질 것이다.” 중국 운동화 제조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중국에는 나이스와 포이즌, 요호바이(有貨), 더우뉴(鬥牛) 등 농구화 재판매 플랫폼이 여러 개 있다. 나이키 에어조던과 아디다스 이지 라인의 한정판 농구화가 주요 투자 대상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소장 가치가 있는 농구화에 금융상품 속성을 부여했다. 더우뉴와 나이스는 2019년 4월과 5월에 예매권과 산거우(閃購) 방식을 도입했다.

폭탄 돌리기식 자본 유희
‘산거우’란 농구화를 플랫폼 창고에 위탁한 뒤 사용자가 실물이 아닌 소유권을 거래하는 것이다. 예매권은 운동화가 발매되기 전에 거래하는 선물거래와 비슷한 개념이다. 첫 가격을 더우뉴에서 결정하고 사용자는 예매권을 산 뒤 언제든 다시 팔 수 있다. 발매일까지 기다렸다가 현물을 받을 수도 있다.
농구화가 금융증권이 되자 실제 상품이 없어도 거래됐다. 거래량이 급증해 중국 국내 거래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1900억원)를 넘겼다. 자금 이동과 가격 조작, 플랫폼 운영의 관리·감독이 전혀 없어 잠재된 위험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여러 투자 방법이 동원되자 2019년 8월부터 시장이 호황을 맞았다. 한정판 농구화 가격이 연초보다 몇 배로 올랐고, 최고 1만위안까지 뛰었다. “신발 투자는 문턱이 낮다. 자금이 있고 중국어를 할 줄 알면 된다. 돈을 벌 수 있느냐는 각자 실력에 달렸다.” 8년 넘게 신발에 투자한 위안보가 업계 상황을 설명했다.
시장이 급등해 감독 당국의 주의를 끌었다. 10월16일 인민은행 상하이지점은 금융기관이 신발 투자 열풍에 주의해 금융 위험을 방어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신발 재판매를 ‘폭탄 돌리기식 자본 유희’라고 정의했다. 자본 유희에서 80만위안(약 1억3700만원)이란 천문학적 가격의 신발이 탄생했다. 하루 사이에 3천위안이 오른 신발도 나왔다.
투자자 수천 명과 자금 수백만위안이 동시에 한 신발에 몰리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한정판 농구화 발매량과 협업한 유명인, 전혀 관련 없는 작은 소식에도 촉각을 세웠다. 신발 자체 디자인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2011년 말부터 시장이 커졌다. 농구화 애호가가 중심이었다. 직접 신거나 소장하면서 투자도 겸하는 형태였다. 2015년부터 브로커들이 진입했고, 수많은 판매자와 일반인이 몰려들었다.
미국 온라인 재판매 플랫폼 스톡엑스(Stock X)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중고 신발 판매시장 규모는 60억달러, 중국 시장은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통계 사이트 스타티스타는 앞으로 5년 동안 농구화 시장의 연복합성장률이 10.3%에 이르고, 성장 속도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승장의 비결
경고가 감독 조처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재판매 플랫폼은 만일을 대비해 캔들차트와 등락폭, 예매권 등 투자를 돕던 기능을 중단했다. 중국 최대 신발 재판매 플랫폼 포이즌의 싱자오양 대외홍보 담당자는 “시장 열기가 식었고 이성을 찾았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신발에 투자한 장닝은 2019년 최대 상승장을 만났다. 8월 어느 날 밤, 장닝은 나이스에서 나이키 에어조던1 레이커스 다섯 켤레를 켤레당 5천위안에 샀다. 다음날 아침엔 신발 가격이 6600위안으로 올랐고, 저녁에는 8천위안으로 뛰었다. 24시간 만에 수익이 1만5천위안(약 257만원)으로 늘었다.
2013년 설립 초기 나이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주였지만 2018년부터 농구화 재판매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2019년 6월 수천만달러 규모의 시리즈D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TPG 소프트뱅크 차이나벤처와 비전캐피털(元璟資本)이 리드 투자사였다. 나이스 관계자는 “창업자 저우서우가 농구화를 좋아해 젊었을 때부터 농구화 재판매 경험이 많았다”고 말했다.
나이스가 2019년 5월 시작한 산거우가 이번 상승장을 이끈 동력이었다. 산거우는 거래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도입됐다. 판매자가 정품으로 인정받은 농구화를 플랫폼에 맡기고 구매자가 주문하면 플랫폼에서 직접 제품을 발송한다. 판매자가 제품을 보내고 플랫폼에서 제품을 감별하는 두 단계를 생략해 5일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다른 플랫폼도 이 방식을 따라갔다. 포이즌은 ‘위탁판매’라고 이름 붙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상품을 실제 출고해야 하고 바로 재판매할 수 없다. 구매 뒤 플랫폼에서 제품을 발송해야 구매자가 재판매를 선택할 수 있다. 요호바이는 구매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지 않는 것만 나이스와 다른 점이다.

   
▲ 2019년 8월 중국 후베이성 이창의 나이키 매장 앞에서 손님들이 에어조던1 신제품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REUTERS

주식거래 닮은 산거우
포이즌은 축구커뮤니티 후푸(虎撲)에서 출발했다. 현재 회원 1억 명, 일간활성이용자(DAU) 800만 명, 연간 총매출 100억위안 이상으로 알려졌다. 2019년 4월 시리즈A+ 자금조달을 완료했다. 러시아 펀드 DST가 투자자로 나섰고, 기업가치가 10억달러에 이르렀다. 요호바이는 트렌드와 문화를 전파하는 플랫폼 요호(YOHO!)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플랫폼이다. 2018년 광군제(11월11일로 싱글을 위한 날이자 중국 최대 규모 온라인쇼핑이 이뤄지는 날) 기간에 농구화 중심 C2C(소비자 간 거래) 사업을 분리해 UFO라고 이름 붙였다. 2018년 10월 요호바이는 수천만달러 규모의 시리즈E+ 자금을 조달했다.
산거우는 주식거래소와 비슷한 거래 방식을 도입했다. 플랫폼에서 먼저 호가가 가장 낮은 판매자를 보여주면 구매자가 주문가를 입력하고 양쪽 가격이 맞으면 자동 거래된다. 거래가 자연스럽게 유동화 방향으로 흘러갔다. 농구화를 출고하지 않은 채 농구화 실물이 아닌 소유권을 사고팔았고 가격이 올라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재판매 플랫폼 관계자는 산거우와 비슷한 거래 방식을 도입한 뒤 1억~2억위안 상당의 자금이 위챗 단체대화방에 모여 신발에 투자됐다며 “어떤 절차나 기준이 없었고 상승세를 타자 모든 신발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신발 투자자와 재판매 플랫폼 관계자들은 이번 투자 열풍이 주식시장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신발제조사 관계자는 신발 투자가 주식투자와 비슷하다고 했다. “대형 판매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어떤 신발이 투자 가치가 있다는 소식을 흘리면 개미투자자가 따라간다.” 이는 전혀 규제되지 않는 ‘주식시장’이다.
사용자를 늘리고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나이스는 구매자에게 캐시백이나 금액 할인권 등 혜택을 제공했다. 한 신발 판매자는 나이스가 현물을 산 뒤 플랫폼에 판매를 위탁한 사용자에게 5%를 돌려준다고 말했다. 매입가를 5% 할인해주는 것과 같다. 가격이 4천위안인 신발은 원가로 팔아도 200위안을 벌 수 있다. 실제 제품이 오가지 않기에 플랫폼이 예상수익률 5%를 미끼로 자금을 끌어들였다고 볼 수 있다.
더우뉴가 도입한 예매권도 투자 열풍을 불렀다. 2016년 설립된 더우뉴는 거리 패션에서 신발로 전환했다. 2019년 5월 1천만달러 규모의 시리즈A 자금조달을 마쳤다. 투자자는 SIG였다. 더우뉴는 예매권 방식을 나이스의 산거우와 비슷한 시기에 도입했다. 2019년 4월부터 사용자들이 예매권을 이용해 돈을 벌 방법을 논의했다. 6월 아디다스가 정가 1899위안인 이지부스트 블랙을 출시했다. 2개월 전부터 더우뉴는 3099위안에 예매권을 팔았다. 한 판매자는 수천 명이 예매권을 사려 몰려들었고, 일부 치수의 신발은 하루 사이에 가격이 4천위안을 돌파한 것으로 기억했다.

‘스니커테크’ 거래소
예약 판매에서 관건은 안정적 물량 공급이다. 하지만 더우뉴는 직접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진품 감별과 중개 역할만 한다. 플랫폼 관리자는 황당했다고 말했다. “더우뉴 창고에 20켤레만 있어도 예매권을 200장까지 팔 수 있다. 사용자가 제품을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정말 제품을 출고해야 한다면 다른 방법을 동원해 막으면 된다.”
액면가가 3천위안인 예매권 시세가 4천위안으로 올라가면 플랫폼이 제품을 출고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위약금이 더 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더우뉴 커뮤니티에는 예매권이 있어도 신발을 사지 못했다는 사례가 올라왔다. 플랫폼 규정을 보면 기한 안에 제품을 출고하지 않으면 구매자는 예매권 액면가의 6%, 최고 400위안까지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나이스와 더우뉴는 각자 커뮤니티에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이스는 ‘농구화 투자 가이드’를 보급하고 매일 사용자 수익률 순위를 공개했다. 더우뉴는 누리집을 주식거래 프로그램 형태로 만들었다. 실시간으로 차트와 등락폭을 수정하고, 사용자가 보유한 신발 시가와 손익, 수익률 등을 계산했다.
한 신발 투자자는 “나이스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가면 모든 콘텐츠와 알림이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고 어떤 신발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나이스와 더우뉴의 목표는 ‘스니커테크 거래소’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에서 새 방법을 동원하면서 시장이 달아올라 2019년 8월 하순 고점에 이르렀다. ‘스니커즈 왕’으로 평가받은 에어조던1 레트로하이가 5월 하순 발매 때 7천위안(인기 치수)에서 3개월 뒤 1만7천위안으로 치솟았다. 에어조던1과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가 협업한 농구화 ‘파우더블루’는 2018년 발매됐는데 2019년 8월 1만8천위안까지 올랐다.

유사 금융상품
신발 재판매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자 10월 중순 인민은행 상하이지점은 신발 투자 시장의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신발 투자가 유동화 경향을 보이면서 일거래량이 늘었다. 둘째, 일부 제3자 결제기관이 신발 재판매 플랫폼에 할부거래 등 레버리지(지렛대)를 제공해 자금유입이 늘면서 금융 위험을 키웠다. 셋째, 운영이 불투명해 플랫폼이 ‘야반도주’하면 대형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9년 9월부터 감독이 강화될 것이란 소문이 돌자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8월 말 포이즌은 위탁판매 이벤트를 종료했다. 더우뉴도 위탁서비스를 중단하고 악의적 거래와 허위 거래로 거래량을 부풀린 계정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9월 말 나이스는 산거우를 신속배달 기능으로 바꿔 농구화를 구매자에게 배송했다. 10월에는 더우뉴 누리집의 중요한 위치에 노출되던 캔들차트가 사라졌다.
나이스는 일부 투기꾼이 산거우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일부 상품 가격을 올려 플랫폼에서 사실을 확인한 뒤 문제점을 보완했다며, 규정을 악용한 사용자의 활동을 중지하고 해당 기능을 없앴다고 밝혔다. 베이징이다법률사무소 둥이즈 변호사는 “이번 투자 열풍으로 농구화가 ‘유사 금융상품’이 돼 시장가치와 멀어졌다”고 말했다. “플랫폼이 이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다. 감독의 틈새를 이용해 거래소 역할을 했고, 결국 수많은 일반 투자자가 진입하게 만들었다.”
둥이즈는 “플랫폼이 살아남기 위해 자정 노력을 하는데 신발 투자의 여러 문제점을 누가 감독할 것인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련 부서로 금융서비스판공실과 인터넷정보판공실,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등이 있다. 2019년 여름 투자 열풍이 불었던 몇몇 한정판 농구화는 3개월 만에 가격이 7천위안 떨어져 1만1천위안이 되었다. 장닝에게 하루 만에 1만5천위안을 벌어다준 에어조던1 레이커스는 최근 그가 산 가격인 5천위안까지 떨어졌다.

ⓒ 財新週刊 2019년 제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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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유인영 위원

선신웨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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