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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중산층 자녀 미국행 급증

기사승인 [119호] 20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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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미국의 중국 유학생- ① 현황

 왕쑤 汪蘇 <차이신주간> 기자

   
▲ 의수와 의족 신경 인터페이스 연구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휴 허 MIT 미디어랩 교수가 자신의 실험실에서 개발한 의수·의족을 단 마네킹을 바라보고 있다. REUTERS

넉 달 넘게 비자를 기다려도 연락이 없자 주취안은 모바일 메신저 위챗 닉네임을 바꾸고 사진을 프로필에 저장했다. 2019년 남방과기대를 졸업한 그는 어릴 때부터 중국 교육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서양식 교육과 국제 교류를 동경했다. 여러 해 동안 계획한 꿈이 곧 이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남방과기대를 거쳐 로봇과 제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미국으로 건너가 과학의 꿈을 펼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6개월 넘게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손에 닿을 듯하던 꿈이 위태로워졌고, 미국 생활의 상상이 무너졌다.
적어도 수백 명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 신입생이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미국의 학생비자 심사가 길어져 일정대로 입학할 수 없었다. 미국에 있는 그들의 선배도 비슷한 도전과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이 중국인 과학기술 종사자 심사를 강화하자 졸업 뒤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이 늘었다. 미국에 남기로 결정한 학생은 비자 발급 거부 가능성 때문에 귀국하지 않았다. 중국을 방문했다가 돌아가지 못한 학생들이 있었다.

선택의 기로
자신이 이끄는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 의수(인공 손)’ 기사가 미국 시사지 <타임> 최신호에 실린 것을 확인한 차오쥔칭은 만감이 교차했다. 스마트 의수는 2019년 100대 발명품으로 선정됐다. 그는 중국과학기술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6년 동안 유학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이 의수를 착용한 모습을 봤을 때의 희열과 퇴근 뒤 보스턴 찰스강변에서 보낸 한가로운 시간은 유학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2019년 그는 꿈에 그리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박사과정 입학을 신청했다. 의수와 의족 신경 인터페이스 연구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인 휴 허 교수 제자가 돼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었다. 신경 신호로 제어하고 동태적 반응체계를 만들어 의수·의족이 신체 일부가 되도록 만드는 연구다.
2019년 4월 가족을 만나러 귀국해 다시 비자를 신청한 뒤 들뜬 마음이 걱정으로 변했다. 그는 언젠가 비자가 발급될 것으로 믿었다. 비자 문제를 제외하면 달라진 것은 없었다. “MIT 실험실에서 색안경을 끼고 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인류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는데 무역전쟁과 무슨 상관인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여론의 관심이 쏠리자 2019년 11월18일 미국 국무부는 문호개방보고서를 발표했다. 2018~2019학년에 미국으로 건너간 중국인 유학생은 약 37만 명으로 여전히 증가세였다. 중국은 10년 연속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낸 나라였지만 증가폭이 1.7%로 줄었다.
비자 문제는 미국 대학 입학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2019년은 중-미 수교 40주년이자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41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국내외 상황이 변하면서 세계화의 최일선에서 각국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 유학생의 눈앞에 놓인 세계는 복잡해졌다.

   
▲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미국 대학으로 손꼽히는 뉴욕 시러큐스대에서 인기가 높은 중국 레스토랑 ‘21카페’에서 학생들이 식사하고 있다. 시러큐스대 <뉴하우스인사이더> 누리집

유학생 재파견
중국이 미국으로 유학생을 다시 파견한 것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했다. 1978년 7월 어느 날 새벽 3시,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은 역사적 전화를 받았다. 전화 저편에서 덩샤오핑과 회견을 마친 대통령 과학담당 고문 프랭크 프레스가 “중국인 유학생 5천 명을 보내도 되겠습니까?”라는 덩샤오핑 질문을 전했다. 카터는 “10만 명을 보내도 된다고 전하시오”라고 대답했다.
그해 12월26일 엄격한 선발 과정을 통과한 중국 유학생 50명이 50달러씩손에 쥐고 프랑스를 경유해 25시간 만에 워싱턴에 도착했다. 귀국 뒤 칭화대 생물학과를 재건한 자오난밍과 동료는 조지타운대에서 영어를 배웠다. 올해 80살인 자오난밍은 당시 대학신문에 “중국에 새로운 혁명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사가 실렸다고 기억했다.
“우리는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나중에 사실로 증명됐다. 1971년 1월 덩샤오핑이 미국을 방문했고, 우리는 환영 인파 속에 중국이 빗장을 열고 국제사회에 합류하는 역사적 순간을 지켜봤다. 그 뒤 전면적인 개혁과 개방이 일어나,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2010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 경제국으로 성장했다.”
‘선부론’(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다음 이를 확산시킨다는 이론)과 개혁 성과로 탄생한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은 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중국 학생이 미국 대학으로 밀려들었다. 그들에게 달린 꼬리표는 ‘가난’에서 ‘부자’로 바뀌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 전략을 고수하던 중국이 서방에서 말하는 신흥대국으로 서서히 바뀌었고 미국은 물론 세계와의 관계에 근본적 변화가 생겼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 유학생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고, 중국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유학 목적지다. 중국의 유학 시장도 고속성장세를 이어갔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유학생이 60만8천 명을 기록해, 10년 전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유학업계 관계자는 실제 출국한 학생 수가 교육부 통계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갈수록 커지는 유학생 규모는 세계와 교류하려는 중국의 갈망을 보여준다. 중국과 각국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갈망은 더 커지고 견고해졌다. 지금 유학생은 선배와 다른 도전에 직면했다. 이 세대는 개혁과 경제성장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고, 선배한테 “우리보다 자신감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흥 부유층이나 중산층인 부모의 기대와 걱정을 한 몸에 받는다. 이들 눈앞에는 광활하고 다원적이지만 항상 문을 열어주지 않는 복잡한 세계가 놓여 있다. 중국과 서구의 교류와 충돌 속에 그들은 새로운 탐색의 여정에 올랐다.

미국 대학 ‘점령’
시러큐스대 교정에선 삼삼오오 무리지어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중국 유학생이 눈에 들어온다. 중식당이 성업인데 중국 유학생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판다식당, 마라샹궈, 충칭생선구이 등 작은 교정에 중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여러 곳 있다.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밀크티 ‘펑차’ 매장도 문을 열었다.
시러큐스대는 미국 동북부 뉴욕주에 있는 사립대다. 대학 종합 순위는 높지 않지만 건축, 신문방송, 행정 등 일부 학과는 높은 순위에 올라 중국 학생이 선호한다. 명품으로 휘감고 고급차를 운전하는 중국인 학부생은 중국에 대한 인상을 바꿔놓았다. 2005년만 해도 이 대학에서 중국인 유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미국 여러 대학에서 비슷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마잉이 시러큐스대학 맥스웰 시민행정대학 사회학과 부교수가 최근 <미국 고등교육에서 중국 학생의 성공과 갈등>을 펴냈다. 마잉이 부교수는 자비로 미국 대학 학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의 급증이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이 전환점이었고, 배후에 중국 중산층 부상이 있었다.
미국이 ‘9·11 동시테러’ 이후 비자 규제를 완화하자 중국인에게 녹색등이 켜졌다. 2005~2015년 미국 학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이 9304명에서 13만6천 명으로 13배 넘게 늘었다. 2014년에는 학부가 대학원보다 많아 유학생 나이가 낮아지는 현상이 뚜렷했다. 2017~2018학년에는 비자 문제와 미국 국내 상황 영향으로 모집 유학생 수가 줄었다. 하지만 중국인 유학생 수는 계속 늘었다(학부생 4%, 대학원생 2%).
2019년 시러큐스대에서 중국인은 유학생의 절반, 전체 학생의 11%를 차지했다. 중서부 지역에서 신입생을 많이 모집하는 주립대에 중국 학생이 많다. 마잉이 부교수에 따르면, 오하이오주립대 콜럼버스캠퍼스는 2009년 581명이던 중국인 학부생이 2019년 3269명으로 늘었다. 미시간주립대학에선 2005년 43명에서 2014년 무려 4천 명으로 늘었다. 아이오와대학이 있는 아이오와시티에는 밀크티 매장이 스타벅스 매장보다 많다. 일부 경영대학원이나 정보기술 수업을 하는 강의실에는 중국인 학생이 절반 넘게 있다.

   
▲ 뉴욕대 학생들이 스턴경영대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유학생들은 미국 정부의 비자 심사 강화로 진학과 진로 설정에 고심이 깊어졌다. 신화 연합뉴스

중산층 급증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부 공립대 운영비가 삭감되자 미국 대학은 중국 학생을 포함한 유학생 정원을 늘렸다. 연구 결과, 공립대의 주정부 보조금이 10% 줄 때 유학생이 12% 늘었다. 2005~2006학년도에서 2017~2018학년도 사이에 늘어난 유학생 53만 명 가운데 30만 명이 중국인이었다. 이들 학비가 일부 대학의 재정 상태를 개선했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유학생이 미국 경제에 기여한 효과가 447억달러(약 53조원)에 이른다.
이렇게 유학생이 고속으로 늘어난 건 중국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잉이 부교수는 “유학이 대입시험을 대체하는 건 (중국) 도시 지역 중산층에게 반가운 소식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 학부모는 자녀를 유학 보낼 것인지가 아니라 언제 보낼지를 고민한다.” 신둥팡유학센터 미국학부유학부 책임자 밍레이의 말이다. “외국에 나가 고급 지식인에서 국제적 인재로 탈바꿈하려고 한다. 경제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면 시기나 방법만 다를 뿐, 모두 아이를 외국으로 보내려고 한다.” 신둥팡 조사결과, 서민 가정과 3·4선 지방도시에서 유학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부모가 일반 회사원인 유학생 비율이 2015년 29%에서 2019년 43%로 늘었다. 신둥팡유학센터 고객 38%가 3·4선 지방도시에 거주한다.
2011년 구후이니는 컬럼비아대에서 신문방송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미국에서 공부한 경험과 전공을 살려 더 많은 사람이 외국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도록 독려하고 싶었다. 그는 신문방송업계가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고 여겼지만, 자녀 유학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학부모들은 돈다발을 들고 찾아왔다. 결국 그는 유학원을 만들어 조기 유학을 보조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구후이니는 최근 유학 시장이 크게 변했다고 말했다. 2012년만 해도 유학을 생각하는 중산층 가정 자녀의 성적은 대부분 최상위가 아니었다. 몇 년 사이 갑자기 국제학교가 늘었고 3·4선 지방도시까지 영국과 미국 등 여러 국가를 배경으로 한 교육기관이 들어왔다. “칭화대, 베이징대, 푸단대, 상하이교통대 등 일류 대학에 들어갈 재원을 빼앗았다.”

도피와 탐구, 충돌
미국 유학이 잠시 좌절된 주취안은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학생비자 심사를 강화한 것에 실망했지만, 후배에게 미국 유학을 권했다. “어쨌든 미국은 과학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다.” 미국대사관 문화교육처는 △양질의 교육과 다원화한 환경 △다양한 선택 가능성과 유연한 체제 △높은 투자수익률 등이 미국 유학의 경쟁력이라고 소개했다.
외국 유학을 떠난 일부 학생은 도피하려는 의도가 있다. 억압적 분위기에서 고교 입시를 치른 주취안은 어릴 때부터 입시 교육에 염증을 느꼈고 개방적인 서구식 교육을 동경했다. 하지만 가정 형편을 고려해 대학원으로 유학 시기를 늦췄다. 시러큐스대에서 광고학을 전공하는 펑자만은 고2 때 건너왔다. 아버지가 기업 임원이지만 청두에서 상하이로 이주하는 바람에 상하이에서 대입시험을 치를 수 없었고 일찍부터 나올 생각이었다. 제리췬은 시카고대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신청했다. 중국 국내 대학원을 졸업한 뒤 호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직장을 원치 않았고 유학해 계속 공부하기로 했다.
유학하면 공부, 일상생활, 가치관까지 세계와 부딪히게 된다. 넓고 평탄한 길이 아니다. 문화가 충돌하고, 오만과 편견이 가득하며, 포용과 거절이 공존한다. 마잉이 부교수는 “미국 언론이 중국 유학생을 특정한 틀에 가둬 묘사한다”고 지적했다. 돈이 많고, 무리지어 다니고, 수업 시간에 발표하지 않고, 부정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등이다. 하루는 학생식당에서 일하는 미국 학생이 “중국 학생이 왜 식당에서 일하려고 하죠? 중국 학생은 부자 아닌가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마잉이 부교수는 “모두 그런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 財新週刊 2019년 제46호
全球化張力下: 新留學一代
번역 유인영 위원

왕쑤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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