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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이민자 혐오 조장

기사승인 [119호] 20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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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가짜계정의 온상 페이스북 ① 현황

 페이스북이 최근 6개월 동안 가짜 계정 13억 개를 적발해 삭제했다. 페이스북은 월간 이용자 24억 명 중 3~4%가 가짜 계정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가짜 계정은 이슬람과 이민자 혐오를 부추기고, 악의적인 거짓 정보와 비방글을 올리거나, 스팸·성인 광고를 퍼뜨리는 것으로 악용된다. 가짜 뉴스로 시민 불안을 조장하고, 정치 논쟁과 선거 개입 등으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페이스북 가짜 계정 현황을 들여다보고 논란과 대책을 점검해본다. _편집자

마이크 바움게르트너 Maik Baumgärtner
로만 회프너 Roman Höfner
<슈피겔> 기자

   
▲ 페이스북의 가짜 계정들은 이슬람과 이민자 혐오를 부추기고, 극우파 세력을 지지하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짜 계정과 배후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REUTERS

독일 켐니츠에 사는 여성 알리스 베르크만은 이슬람에 반감이 많다. 2015년 그는 자매 엘리자베트가 베를린 공원에서 잔인하게 살해되는 불행을 겪었다. 범인 두 명은 이슬람계 이민자였다.
베르크만은 당시 페이스북에 “내 안에 많은 증오와 분노가 있다. 이 상처는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후 그는 이민자에 대항하는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모순적이게도 베르크만은 독일 연방 이민난민사무국(BAMF)에서 일한다. 이 노고에 대해 한 페이스북 친구가 베르크만을 칭찬했다. “살해당한 자매를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
베르크만의 사고체계는 매우 양면적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이슬람을 혐오하지만, 한편으로는 터키와 터키 홍차, 이스탄불을 사랑한다. 그가 올리는 페이스북 게시물도 정치 관련 글만 있지 않다. 베르크만은 미국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팬이고 동물보호를 지지하며 축구, 특히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을 좋아한다.
베르크만은 페이스북에서 사촌 헬레나와 친구 관계를 맺었다. 헬레나는 미술학교에서 일하는 모델 겸 화가로 작품을 통해 이민자들의 여성 학대와 살인에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려 한다. 헬레나는 프로필에 “많은 독일 도시에서 각종 학대와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고 썼다.
베르크만은 남자형제 다비트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다비트는 누이의 안전을 몹시 걱정한다. 그는 페이스북 프로필에 “엘리자베트 살해범 중 한 명이 법정에서 ‘알리스는 죽는다. 내가 돌아와 그녀를 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썼다.
세 사람은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트를 함께 기억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도 만난다. 이들의 만남을 기록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다. 이들은 함께 야외로 소풍 가서 슬픔의 순간에서 벗어나려 한다. 온라인에서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와 많은 토론을 한다. 예를 들어 이민자와 독일 정부의 난민 정책을 놓고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한다.
베르크만 일가의 비극적인 스토리에는 옥에 티가 하나 있다. 이 일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자형제가 살해당하지도 않았고, 유족 모임도 없다. 프로필 사진 속 인물도 알리스 베르크만이 아니라 칠레 여배우 호세피나 몬타네다. 베르크만 가족은 가상공간에만 존재한다.

가상공간에만 존재하는 가족
유령 가족 베르크만 일가는 <슈피겔>이 2019년 여름 독일 보안 당국 내 극우주의자 의심 사례를 조사하던 중 발견한 거대한 ‘가짜 프로필 네트워크’의 일부다.
처음에는 실재 인물로 보이는 한 남성의 프로필이 눈에 띄었다. 좋아요, 댓글, 페이스북 친구를 분석한 뒤에야 이 계정이 실존 인물의 것이 아님을 알아냈다. <슈피겔>과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디지털 포렌식 리서치랩은 30개 이상 나라에서 여러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프로필을 식별해냈다. 주로 독일, 미국, 프랑스, 러시아 계정이다. 모두 조작돼 계정 주인이 실존 인물이 아니었지만 한눈에 이를 알아내기는 어렵다. 수개월에 걸쳐 <슈피겔>과 리서치랩이 함께 가짜 인물로 의심되는 330개 프로필의 활동을 분석, 평가했다.
현재 매달 24억5천만 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페이스북은 수년 전부터 가짜 계정 문제가 심각하다. 2019년 1~9월 페이스북은 가짜 프로필 54억여 개를 밝혀내 삭제했다. 수많은 프로필이 어설프게 만들어졌고 프로필 당사자의 상호작용이 없어 쉽게 발견됐다. 일부 계정에선 공들여 만든 흔적이 발견됐다. 페이스북은 가짜 계정을 자동 인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더 복잡한 가짜 계정 네트워크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기 위해 전문가팀을 꾸렸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가짜 계정을 최대한 많이 삭제하면서 동시에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가짜 페이스북 친구는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몇 년 전 페이스북은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2016년 미국 대선 기간에 러시아가 페이스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이다. 러시아는 조작된 선거 광고뿐만 아니라 가짜 프로필을 대선 캠페인에 썼다.
전세계 민간 보안기업과 정부는 페이스북 계정을 은밀한 정치 캠페인이나 여론 유도 공작에 이용한다. 베르크만 일가를 둘러싼 네트워크 역시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가짜 계정은 실제 이용자를 해킹 공격 피해자로 만들 수도 있다. 사진이나 기타 파일에 숨겨진 멀웨어가 개인 메시지로 전송된다. 감염된 컴퓨터는 비밀리에 데이터와 파일을 조사하거나 심지어 원격 제어할 수 있다. 마이클 파이어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 정보기술학과 교수는 “가짜 프로필이 진짜처럼 보여야 하고, 실제 이용자처럼 행동해야 한다. 이들은 서로 연결돼 사진을 공유하고 개인 메시지를 교환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짜 프로필을 거래하는 시장이 현재 수백만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했다. 파이어 교수는 “소셜네트워크 사업자와 가짜 프로필 사이에서 벌어지는 숨바꼭질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슈피겔>이 찾은 네트워크는 2011년부터 활동한 것으로 짐작된다. 많은 계정이 경력과 직장을 포함해 상세하고 풍부한 개인정보를 노출한다. 가상 인물 대부분은 군대나 법 집행 기관에서 일하는 것처럼 꾸몄다. 일부 가상 계정은 관광, 항공, 예술, 패션 산업 분야에서 일한다고 했다.
가짜 친구들 사진은 서로 다른 품질로 편집됐다. 부적절한 색조 보정으로 붉은 색조와 강렬한 채도를 보이는 사진이 다수였다. 잘라낸 이미지임을 알려주는 흰색 테두리가 있는 사진도 있었다. 일부 사진은 좌우가 반전됐거나, 꽃과 글자 같은 그래픽 요소가 추가됐다. 이런 사진은 다양한 곳에서 나왔다. 언론 보도용 사진 데이터베이스, 모델과 배우 에이전시 사진,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에서 가져왔다.
가상 인물들은 서로 사회적 관계를 맺어 실존 인물처럼 느껴진다. 국경을 넘은 우정, 연인 선언, 일상 토론, 서로를 미워하는 가족 구성원이 있다. 실제 삶과 마찬가지로 질투, 정신병, 비극적 운명, 개인적 성공이 그들의 관계와 대화를 지배한다. 대화형 가짜 네트워크는 거대한 연속극 같다.

   
▲ 페이스북에서 수많은 가짜 계정이 정치적 목적으로 거짓 정보를 흘리고, 특정 정치인을 돕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REUTERS

가짜 프로필에 인맥까지 속여
독일인 프로필 가운데 베를린 출신 게오르크 쇤펠더 뢰머라는 남성이 있다. 그의 페이스북 계정은 2019년 여름 진행된 극우파 활동 연구에서 처음 발견됐다. 그는 인상적인 이력을 보유했다. 콧부스에서 태어난 그는 니더작센주 경찰, 대테러부대 GSG9 대원, 독일 특수군사령부(KSK) 장교로 근무했다. 뢰머는 경찰의 대규모 작전 상황에서 출동 사진을 공유하며, 마치 2016년 뮌헨 총기 난사 사건 현장이나 같은 해 벌어진 베를린 크리마스 마켓 테러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연출했다. 그는 이 사진들이 자신이 찍은 게 아니라 언론 보도 사진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뢰머가 근무하지 않는 동안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이민자, 이슬람을 향한 증오 발언을 게시했다. 소셜네트워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종차별주의 발언을 짜깁기한 것이다. 자칭 KSK 장교는 “에르도안, 집단 강간, 집단 폭행, 다문화, 이슬람원리주의, 자살폭탄 테러, 이슬람교도. 나는 이런 게 지긋지긋하다. 나는 이슬람교도 없는 독일을 원한다”고 적었다.
2016년에는 딱 한 번 완벽한 프로필 설정에 반하는 내용을 올렸다. “행동할 준비가 된 독일 민족과 결의에 찬 이들이 오늘 역사를 쓴다”며 베를린에서 열린 극우파 시위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가장 최근에는 독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라이프치히의 새해 전야 행사에서 벌어진 극좌파 집단과 경찰의 충돌을 언급했다. “벌레 같은 놈들아, 극우파나 나치가 비슷한 일을 하는 영상이 있느냐? 이런 상황에서 극우 진영이 가장 큰 사회적 위험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 Der Spiegel 2020년 5호
Falsche Freunde
번역 황수경 위원

마이크 바움게르트너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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