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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대학교육에 일자리도 많아

기사승인 [119호] 20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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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청년들의 파라다이스, 덴마크

 덴마크는 무료 대학, 풍부한 학생지원금, 관대한 고용시장 등 청년이 자립하기 위한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

안 프랑수아즈 이베르 Anne Françoise Hiver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세계에서 가장 너그러운’ 학생지원 제도를 갖춘 덴마크의 고교생들이 코펜하겐 시내 분수대에 뛰어들어 졸업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REUTERS

얼음같이 차가운 빗물이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캠퍼스를 씻어내린 1월 초, 유리벽으로 된 큰 건물 앞에서 두 학생을 만났다. 인류학을 전공하는 이다(21)와 중동학과 2학년 요셉핀(23)이다. 두 사람 얼굴엔 긴장이 엿보인다. 시험이 코앞인데다 3주 뒤면 요르단에 한 학기 교환학생으로 떠난다. 모든 비용은 학교가 부담한다.
하지만 앞날이 불안한 건 아니다. 요셉핀은 “중동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친 98%가 곧바로 취업한다”고 말했다. 이다는 “일자리 찾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려도 실업급여를 받아 괜찮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부모에게 짐이 될까 걱정하지 않는다. 대부분 또래 친구처럼 부모한테 독립한 지 오래다.

교육이 우선인 나라
덴마크 학생은 18살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라에서 주는 학생수당을 받는다. 그전까지 가족수당으로 나오던 몫이 학생수당으로 대체된다. 가계소득에 따라 금액은 1300~3100크로네(약 22~54만원)다. 이다는 “19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18살부터 성인으로 간주해 학생수당이 내 앞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대부분 덴마크 청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에 입학하지 않는다. 1년이나 그 이상 ‘안식년’을 보낸다. 이다 역시 덴마크 북부 힐레뢰드에 있는 상점에서 1년 일했다. 부모도 딸의 선택을 지지했다. “엄마 아빠도 내가 일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대학 가기를 서두르다 나중에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덴마크에선 아주 흔한 모습이다.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교 진학 사이 기간을 과도기로 여기서다. 청년이 자신을 조금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다. 안식년을 보낸 청년 5명 가운데 4명은 학교로 돌아간다. 나머지는 대부분 취업교육을 받는다.
스웨덴 국립사회과학연구소(Vive) 연구원 옌스 피테르 톰센은 “덴마크 청년정책에서 우선순위는 교육 접근성”이라고 말했다. 무료 대학과 더불어 국가교육지원금(SU)이 덴마크 교육제도의 핵심이다. 보조금과 학생생활비 대출을 결합한 SU는 1970년 도입 때 재정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만 신청할 수 있었다. 지금은 보편적 제도로 바뀌었다. “부모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독립한 학생 누구나 SU를 신청할 수 있다.”
2018년에는 50만 명이 국가교육지원금을 신청했다. 국가교육지원금은 ‘월 이용권’ 72개로 구성됐다. 월 이용권마다 6200크로네(약 110만원)가 나온다. 국가교육지원금은 이다와 요셉핀 같은 18살 이상 고등학생에게 주는 학생수당과 다르다. 지원 규모 면에서도 그렇지만, 국가교육지원금은 월 3200크로네(약 56만원) 한도의 저금리 대출이 있다. 졸업 뒤 7~15년 안에 갚으면 된다.
부모에게 독립한 덴마크 대학생 대부분이 국가교육지원금 혜택을 받았다. 2016년 덴마크대학생조합(DSF) 조사를 보면, 부모에게 꾸준히 재정 지원을 받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19%에 그쳤다. 나머지는 국가교육지원금을 신청하거나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했다. 대출을 받기보다 일주일에 12시간씩 일하는 대학생이 많다.
덴마크 고용시장은 청년에게 따뜻하다. 프랑스 청년실업률이 19%를 찍을 때 덴마크는 약 10%로 절반이나 차이가 났다. 대학생을 위한 맞춤 일자리가 많다. 엘리사베트(30)는 정보통신커뮤니케이션 학위를 준비하며 마케팅 회사에서 일한다. 노르웨이 출신인 엘리사베트에게 학업과 일의 병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덴마크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에게 나오는 보조금을 받으려면 매주 12시간 일해야 한다. “근무시간은 수업시간표와 시험 일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된다.” 코펜하겐에 있기 전 노르웨이에선 석사과정을 두 번이나 포기해야 했다. 보조금이 대출금보다 턱없이 적었다. 대출 상환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엘리사베트는 덴마크 제도가 반갑다. “학교를 졸업하고 빨리 일자리를 찾아 돈을 갚아야 한다는 압박을 덜 받는다.”

위기에 놓인 SU
국가교육지원금은 ‘세계에서 가장 너그러운’ 학생지원 제도로 꼽힌다. 덴마크 학생노조 국제관계부 대표 훌리안 로 카를로스 역시 같은 생각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훌리안은 국제학을 공부하러 7년 전 덴마크로 왔다. 이곳에 오기 전 스페인에서도 몇 년 살았다. “국가교육지원금을 갖춘 덴마크에선 출신과 상관없이 누구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그 덕택에 계층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곳에서 학생은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성인이다. 소득 관리법, 세금·월세 내는 법 등을 배운다. 국가교육지원금은 학생 자율성과 창조력을 결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국가교육지원금은 위기에 놓였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200억크로네(약 3조4천억원),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의 1%가 든다. 연구 예산과 맞먹는다. 톰센은 “몇 년 전부터 정부가 학생들이 더 빨리 취업시장에 나가도록 제도를 개편하려 한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정권을 잡은 사회민주당은 석사 과정을 밟는 학생을 위한 보조금을 줄이고 대출을 확대하려 한다. 그러나 정부가 제안하는 국가교육지원금 개편안은 매번 방패막이에 부딪혔다. 2016년 조사에서 보조금 축소에 찬성하는 국민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15%뿐이었다. 톰센은 “덴마크 중산층에게 국가교육지원금은 공공재”라며 “대대적인 제도 개편이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학생도 국가교육지원금 개편을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국가교육지원금이 학생에게 큰 보탬이 되는 만큼 이를 바꾸면 계층 이동과 삶의 질 측면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덴마크 고등학생조합 DGS의 위원장 마르틴 마일고르는 “덴마크 학생은 대체로 낙관적이지만 때때로 높은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또 “빨리 학업을 끝내고 성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사회관계망을 통해 끊임없이 받는다.” 덴마크 대학생조합도 같은 생각이다. 최근 덴마크 정부는 이런 학생 문제를 인식해 교육부 산하에 학생웰빙부서를 신설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2월호(제398호)
Les jeunes sont-ils sacrifiés?
번역 최혜민 위원

안 프랑수아즈 이베르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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