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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히틀러

기사승인 [121호]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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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Letter]

 정혁준 편집장

   
 

조직에서 최고경영자(CEO)는 무척 중요하다. 인력과 자원을 전략 목표에 선택·집중·배치하는 막강한 권한이 있어서다. CEO 한 명으로 회사가 휘청할 수 있다는 ‘CEO 리스크’도 이런 이유로 자주 거론된다. 4·15 총선이 끝나자마자 논란의 핵심에 떠오른 인물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은 조국 사태 때 나치 독일처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몰아붙였다. 검찰은 2019년 9월6일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당시 법무부 장관 내정자인 조국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전격 기소했다. 나치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기 위해 쓴 ‘바바로사’ 작전 같은 전격전이었다. 독일 공군 ‘루프트바페’가 지상군을 전폭 지원했듯이 언론의 공중전 지원을 받았고, 독일 군인 하인츠 구데리안의 전차부대처럼 전광석화 같은 압수수색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국 일가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가족사기단’ 같은 프레임을 덮어씌우는 전공을 세웠다. 가장 큰 전공은 입시 부정이라는 틀에 맞춰 조국 일가를 ‘불공정’으로 자리매김시킨 것이다.
윤 총장의 성과가 돋보일수록 비판자도 늘어났다. 윤 총장을 비판하는 쪽은 언론을 나치 선전상 ‘파울 괴벨스’처럼 여겼고, 검찰 특수부는 나치 SS친위대 이미지로 떠올렸다. 반대쪽은 윤석열 총장을 인권과 민주주의를 뒤엎어버리고 ‘시대정신을 거꾸로 되돌린 히틀러나 전두환’ 같은 인물로 여겼다.
스탈린그라드전투(1942∼1943)에서 독일과 소련이 숨 고르기를 했듯, 총선을 앞두고 윤 총장과 그 반대편은 총선 결과를 마음 졸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총선이 끝나자,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벌어진 사상 최대의 탱크전처럼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건곤일척의 대회전을 치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선공은 윤 총장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비리 의혹’ ‘총선 비리’라는 칼자루를 꺼낼 것이다. 윤 총장이 쓸 카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북한에서 자주 쓰는 것과 비슷할 듯 싶다. 트럼프와 북한은 경제학 게임이론에 나오는 ‘치킨게임’으로 조직을 공고히 했다. 치킨게임에서 최상의 전략은 자동차를 타고 서로 정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핸들을 꺾지 않는 것이다. 치킨게임은 ‘미치광이 전략’이라고도 불린다.
물론 상황은 윤 총장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부적절한 공작 의혹, 윤 총장 장모 사기와 아내의 주가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조국 전 장관에게 프레임을 건 ‘내로남불’ ‘가족사기단’ ‘불공정’이 부메랑처럼 윤 총장에게 돌아올 것이다.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 역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공한 쿠데타보다 실패한 역모 사건이 더 많다. 배반 때문이다. 게임이론에서 보면 한 명이라도 배신할 느낌이 드는 순간 구성원 상당수는 배신하는 쪽으로 기운다. 히틀러 암살도 나치 패전이 깊어지면서 터졌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

정혁준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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