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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날개 단 진단키트 수출기업

기사승인 [121호]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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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_씨젠]

 박종오 <이데일리>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산 진단 키트 수출이 급증하면서 제조회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2020년 1월20일부터 4월5일까지 77일 동안 바이러스 진단 검사를 받은 사람은 44만1662명이다. 하루 평균 5700여 명꼴이다. 이 많은 사람을 검사할 때 사용한 ‘코로나19 진단키트’는 누가 만들었을까? 정답은 5개 회사, 바이오세움·솔젠트·씨젠·에스디바이오센서·코젠바이오텍이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씨젠이다. 우리가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유일한 상장회사여서다. 씨젠은 연초 3만원대였던 주가가 3월 말 한때 14만원까지 치솟았다. 투자자 사이에선 삼성전자만큼 화제다. 그런데 이 회사는 주가 말고도 궁금한 게 여전히 많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민 기업’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씨젠의 재무제표 속 모습은 어떨까.

매년 20%씩 매출 성장한 수출 강소기업
사실 씨젠은 업계에선 제법 알려진 수출 강소기업이다. 주력 사업은 분자 진단 약품(시약) 개발과 판매다. 분자 진단은 사람 몸 밖에 나온 침과 피, 소변 등으로 어떤 병에 걸렸는지 판별하는 체외 진단의 한 종류다. 씨젠이 만드는 시약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수십 개 병원체 유전자를 동시에 찾아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신종플루, 폐렴, 계절성 독감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스무 개 넘는 유전자를 씨젠의 시약 하나로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다. 씨젠은 이걸 회사만의 독창적인 ‘멀티플렉스’ 기술이라고 소개한다.
씨젠은 최대주주인 천종윤 대표이사가 이화여대 생물학과 조교수로 일하던 2000년 설립했다. 코스닥 시장엔 2010년 상장했다. 상장 10년 만에 직원 수 314명, 평균연봉 6300만원인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씨젠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외형 성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회사 연매출은 2015년 573억원에서 2016년 738억원, 2017년 889억원, 2018년 1023억원, 2019년 1220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분자 진단 시장 규모는 약 17조7천억원(2020년 추정치)으로 스위스 로슈, 미국 홀로직, 네덜란드 퀴아젠 등 거대 다국적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다. 매출 비중은 전체 시장의 1%에도 못 미칠 만큼 미미하다. 하지만 매년 20%씩 빠르게 성장해왔다.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씨젠이 파는 물건은 두 종류다. 국내외 대형 병원과 검진기관에 직접 생산한 진단 시약과 유전자 추출기·증폭기 등 전용 검사 장비를 함께 판다. 2019년 회사 매출에서 진단 시약과 장비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8%, 25%로 전체의 80%가 넘는다. 특히 진단 시약 수출액이 2019년 71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4억원 늘어 매출액 증가를 견인했다. 반면 국내 시약·장비 판매 비중은 15%에 그친다. 지역별로 유럽과 미국·캐나다 등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의 27%에 이른다.

100만원 팔면 22만원 남기는 기업으로
우리가 흔히 ‘진단 키트’라고 하는 것은 판매 단위다. 50명이 질병 감염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약을 담은 묶음 하나가 진단 키트 1개다. 씨젠의 주력 진단 키트 판매 가격은 1개당 100만원이니 1명 검사에 2만원이 드는 셈이다. 씨젠이 2019년 외국에서 판매한 진단 시약 710억원어치는 355만 명을 검사할 수 있는 규모다.
의약품을 제조해 파는 바이오기업은 통상 수익성이 일반 제조업보다 좋은 편이다. 한번 약품 개발에 성공하면 실제 제품 생산 때 재료비와 인건비가 더 들거나 비싼 설비를 새로 사야 할 필요가 없어서다.
눈에 띄는 건 매출 원가 외에 고정비 성격의 비용, 영업 비용 등을 포함한 판매·관리비와 연구개발비가 2015년 매출액의 68% 수준에서 2019년 48%로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물건을 100만원어치 팔아서 2만원을 남기던 회사가 22만원을 남기는 기업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실제 씨젠이 본업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2015년 1억원에서 2016년 104억원, 2017년 76억원, 2018년 106억원, 2019년 22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씨젠의 진단 시약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고 국외 판매망도 자리를 잡으며 각종 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지급한 보너스 외에 나머지는 어디에 썼을까? 빚 갚은 데 일부 쓰고 대부분 회사의 은행 예금계좌에 들어갔다. 2019년 씨젠의 단기 차입금은 1년 전보다 22억원 줄고, 현금성 자산은 165억원 늘었다. 씨젠 관계자는 “천 대표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기보다 재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성향”이라고 했다. 씨젠의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당좌자산)은 1198억원으로 1년 안에 갚아야 할 돈(유동부채 282억원)의 4배가 넘는다. 재무 구조가 탄탄하다는 얘기다.
코로나19가 성장하는 회사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씨젠은 코로나19 진단 시약의 주당 생산을 3월 말 기준 100만 명 검사 규모로 확대했다. 100만 명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물량을 매주 찍어낸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진단 시약 판매 가격이 1개당 1만원이므로, 일주일에 매출이 100억원씩 생기는 셈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느려지면서 생산량의 9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진단 키트 한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씨젠은 코로나19 진단 시약의 주당 생산 규모를 300만 명 검사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물론 앞으로 전세계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다면 지금의 코로나19 진단 키트 매출도 일회성 수익에 그칠 수 있다.
다만 기억해야 할 점은 씨젠의 진단 시약, 진단 장비 판매는 면도기, 면도날 판매 전략과는 약간 다르다는 것이다. 면도기 제조회사는 소비자에게 면도기를 싸게 팔고 나중에 면도날을 비싸게 팔아 이익을 얻는다. 반면 씨젠의 전용 진단 기기는 가격이 최고 1억5천만원가량으로 코로나19 검사에만 쓰고 버리기엔 금액이 만만치 않다. 한번 장비를 들여놓은 회사가 이미 지출한 돈이 아까워서라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씨젠의 다른 진단 시약 제품을 계속 쓸 가능성이 있다. 회사 이름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홍보 효과는 덤이다.

* 국내 기업 약 3만2천 곳은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다. 회계장부에는 우리가 몰랐던 회사의 속살이 숫자로 드러나 있다. 최근 경제계에서 주목받는 회사부터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 빵집 같은 일상 속 작은 가게까지 그들의 속사정이 담긴 회계장부를 읽어본다. 글쓴이는 경제신문사 <이데일리>에 근무하는 9년차 기자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

박종오 pjo22@edaily.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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