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어그테크와 결합하는 뉴질랜드 농업의 미래

기사승인 [121호] 2020.05.01  

공유
default_news_ad1

- [세계는 지금]_뉴질랜드

 박성진 KOTRA 오클랜드무역관

   
▲ 뉴질랜드에선 사람과 개 대신 드론이 양 떼를 이끌고 최첨단 가상기술이 울타리가 되는 ’어그테크 낙농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우유를 실은 대형트럭이 소떼가 노니는 목장을 지나가는 모습. REUTERS

양과 소의 나라 뉴질랜드에서도 남섬에 있는 카와라우의 한 목장. 이른 아침 광활한 목장의 새벽을 깨우는 소리는 우리가 늘 TV에서 보았던 분주한 목동의 모습도, 양을 모는 개의 모습도 아닌 수천 마리의 양 떼 위를 날고 있는 작은 드론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목장 주인은 “평소 같으면 남자 3명이 트럭을 동원해 반나절을 해도 겨우 끝낼 일인데 저 작은 드론 하나가 2시간 만에 양 떼 몰이를 끝낸다”며 “이제 모닝커피를 즐기는 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낙농업 나라에 부는 변화 바람
뉴질랜드 인구는 480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양의 수는 약 4천만 마리다. 뉴질랜드 인구의 10배에 가깝다. 양과 소를 키워 고기를 수출하고 우유·치즈·버터 같은 다양한 유제품을 생산하는 뉴질랜드 낙농축산업은 자동화된 착유 시스템, 가축의 위치추적, 울타리 관리 등 어그테크(Agtech) 열기로 뜨겁다. 뉴질랜드는 온화한 날씨와 기름진 토양 덕에 화훼, 채소, 과수농업도 발달했다. 한국과 달리 대규모 경작지를 활용하는 농업 특성 때문에 위성항법장치(GPS)나 지리정보시스템(GIS) 같은 첨단 기술로 넓은 경작지를 관리하는 정밀농업기술에 관심이 높다.
일반인에게 어그테크는 생소한 용어다.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 nology)의 합성어다. 비싼 인건비와 제도 규제로 탄력적인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뉴질랜드 농가는 어그테그를 활용해 대형화하는 농업에 효율성을 높였다. 카와라우 지역의 또 다른 목장에서는 험난한 지형에 설치된 울타리를 관리하고 눈사태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사람 대신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사용하는 등 농업에 적극적으로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목장에 분주히 움직이는 로봇팔
코트라(KOTRA) 오클랜드무역관은 정기적으로 현지 낙농축산업 시장조사를 한다. 최근 방문한 대형 목장들의 관심사는 하나같이 100% 자동화된 착유 시스템 도입이었다. 과거 수작업으로 젖을 짜는 방식은 이미 착유기계로 없어진 지 오래지만, 아직도 착유컵 부착과 기기 오작동 해결에 많은 손이 필요하다.
인건비가 비싼 뉴질랜드에서 수작업은 큰 부담이다. 몇몇 농가에서 이 문제를 혁신적인 어그테크로 완전히 해결했다. 뉴질랜드 남섬의 마키키히 지역에 600헥타르(축구장 700개 면적) 규모의 젖소 목장은 경영난으로 매각을 결심했다가 완전 자동화된 로봇 착유 시스템을 도입해, 세계 최대 자동화 낙농 창고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 농장의 젖소는 모두 광활한 초지에서 방목되며, 자발적으로 자동화된 착유 시스템에 들어가도록 훈련받았다. 대형 착유 창고는 마치 자동차 생산라인 같은 모습이다. 광학 카메라와 레이저 센서가 장착된 로봇팔이 입장하는 젖소를 소독과 동시에 바로 착유할 수 있게 설계됐다.
착유된 우유는 유속센서 제어에 따라 집유기를 거쳐 냉장탱크로 이송된다. 이 모든 과정은 자동 처리된다. 중앙 사무실에서 모니터로 원격제어할 수 있고, 현장에서도 터치스크린로 즉시 작업을 지시할 수 있다.
이미 유럽 선진 낙농가에서는 45% 이상 자동화 착유 로봇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대형 목장을 중심으로 시스템 도입이 진행 중이다.

클래스가 다른 정밀농업기술
요즘 남다른 규모를 가졌거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띈 무언가를 가졌을 때 ‘대륙의 클래스’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이곳은 비록 대륙은 아니지만 전 국토가 낙농축산업과 화훼, 채소, 과수농업 등 1차 산업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넓은 경작지를 가지고 있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광활한 목초지와 대형 과수농장을 볼 수 있다.
대규모 경작지 관리에 정밀농업기술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정밀농업기술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많이 적용되는 어그테크 분야이기도 하다.
뉴질랜드에서는 관리해야 할 경작지가 워낙 넓다보니, 대형 농장은 GPS나 GIS 기술을 활용해서 작물 재배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한다. 정밀 분석으로 불필요한 농자재와 작업을 최소화하면서 작물 생산 과정을 최적화한다.
대형 농가의 가장 큰 고민은 물과 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농가들은 인공위성에서 지형지물 위치정보를 수신해 경작지 기준 정보를 만든다. 이를 기반으로 GPS와 스펙트럼 카메라가 장착된 무인기를 활용해 곡물 성장 수준과 목초지 품질 등을 측정하고, 최적화된 용수와 비료 공급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농작물 성장 단계별로 적합한 영양제와 제초제를 살포할 때도 수집한 정밀 데이터를 사용한다.
정밀농업기술의 활용은 물과 비료 투입 원가를 줄여 수익성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환경과 인간의 지속성을 생각하는 뉴질랜드 농부의 마음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물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하게 많은 비료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앞으로 오랜 기간 땅과 함께 공존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잘 이해하고 있다.
매년 뉴질랜드 농업도시 해밀턴에서는 ‘필데이즈 농업박람회’가 열린다. 남반구 최대 농업전시회로 현지 농업기업과 구매자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영국을 포함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참여하는 세계적인 박람회다. 코트라 오클랜드무역관에서도 새로운 시장으로 우수한 한국 기업의 진출을 돕기 위해 별도 한국관을 열고 한국 농업기술의 우수성을 알린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농업박람회
필데이즈 농업박람회는 관람객 13만 명 규모가 말해주듯이, 1년 전에 해밀턴 인근 모든 숙소 예약이 끝난다. 개최 4일 동안 박람회장으로 향하는 차로, 뉴질랜드에서 보기 힘든 극심한 교통체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박람회장 주변 높은 언덕에서 바라본 40만 평의 농업전시장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1천 개 넘는 참가 업체의 전시 부스를 모두 관람하려면 3박4일 일정도 모자란다. 뉴질랜드 어그테크 회사에서 쏟아내는 농업 신기술은 세계에서 모여든 구매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하다.
최근 박람회에서는 전자식별 기술을 활용한 EID(Electronic Identification) 태그기술을 선보인 기업이 늘었다. EID 태그기술은 소나 양과 같은 가축 관리 수요가 높은 뉴질랜드에서 많이 사용된다. 무선주파수 신호로 가축을 식별할 뿐만 아니라 위치추적까지 가능하다. 또 다양한 기술과 융합해 개별 가축의 온도를 체크해 건강 상태와 최적의 수정 시기를 모니터링하기도 한다. 내장된 GPS 수신기와 연결해서 개체 이동 경로 제어에도 사용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돼 대형 목장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된다.
2019년 박람회 현장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기업은 울타리 관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뉴질랜드 어그테크 기업 갤러허(Gallagher)였다. 갤러허가 개발한 이셰퍼드(e- Shepherd)에는 태양 전지판이 장착돼 있어 별도의 전원 공급 없이도 태양에너지로 작동하며, EID 태그와 경보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가상펜스기술(Virtual Fencing Technology)과 통합돼 작동하기 때문에 이셰퍼드를 장착한 소들은 GIS와 GPS를 통해 가상으로 설정된 울타리 지역을 벗어나면 경고음을 듣게 된다. 소들은 이런 상황에 반복적으로 놓여 길들게 된다. 결국 목장 관리자는 울타리를 설치할 필요 없이 이셰퍼드로 가축의 동선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뉴질랜드 농업박람회에 바이어로 참여한 많은 외국 관계자는 앞으로 많은 노동력과 위험을 감수하며 험난한 지형에 울타리를 치거나 유지보수를 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혁신적인 기술에 감탄했다. 또 어떤 기술로 놀랄지 다음번 박람회에서 선보일 미래 농업기술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우리나라와 뉴질랜드는 2015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상호보완적인 교역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개방경제와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농업기술은 두 나라 이해관계가 겹치지 않는 상호호혜적인 분야다.
우리나라는 뉴질랜드의 5위 수출 대상국으로 목재, 광물, 육류, 치즈, 버터 등 매년 10억달러 이상 다양한 1차 산업 제품을 뉴질랜드에서 수입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우리나라 정보기술의 주요한 수요처로 현지 5세대(5G) 네트워크 구축에 한국 정보통신 장비를 선정할 만큼 한국의 혁신 기술에 관심이 높다.

한국과 뉴질랜드 포용적 성장 기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우수한 어그테크 역량을 갖추고 있다. 뉴질랜드는 한국의 우수한 기술을 검증하기에 최적의 시험 무대다. 드넓은 경작지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와 대형 목장이 있는 뉴질랜드야말로 우리나라의 농업 혁신 기술이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어그테크로 변화하는 뉴질랜드는 이제 5G 네트워크 상용화 추진을 통해 스마트팜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을 준비 중이다. 뉴질랜드의 미래에 우리의 5G 네트워크 기술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

박성진 sjpark@katra.or.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