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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 내몰린 ‘가보지 않은 길’

기사승인 [121호]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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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코로나 이후 한국경제 어디로- ③ 기업

 이재운 <삼성전자의 빅픽처> 저자

   
▲ 코로나19 등 재난적 상황은 경제사회 등 전방위에 타격을 준다. 특히 큰 타격을 받는 분야가 관광업계다. 2016년 지진으로 수학여행 등이 취소되면서 한산해진 경주관광지 모습. 연합뉴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사태는 제아무리 대단한 기업이라도 되도록 안전하고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수정하도록 만든다. 기업들 시야는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실정이고, 사용자단체 누리집은 온통 피해지원 접수 공지로 가득하다. 내수 소비야 그나마 온라인이 호황이지만, 생산 거점부터 수출·물류·채용 등 모든 부문에서 문제를 마주한 이 순간은 기업에는 ‘악몽의 시간’이다.

원자재 수급부터 수출 유통망까지 막막
경제계는 온통 울상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 전체가 수요 위축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원재료 수급부터 가공 처리, 판매 유통망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매출 감소(38%)와 함께 원자재 수급 차질(30%), 수출 애로(15%), 방역용품 부족(5%·이상 복수응답 기준) 등이 대표적으로 꼽혔다.
특히 원자재 수급과 수출 애로 문제는 당장 코로나19 바이러스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과의 교역 차질, 제조업이 밀집된 경북 지역의 집단 발병, 수출 지역의 경기침체 등으로 이어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국외 주문량을 소화하고도 국외로 배송할 수 없어 제품 폐기를 검토하는 상황을 맞이한 곳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더 나아가 한국 15대 수출 품목의 2020년 수출이 전년 대비 7.8% 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산업 분야 가운데 일반기계, 디스플레이, 선박(조선), 자동차, 섬유 등이 타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은 2월28일 1210.50원에서 4월10일 1211.10원으로 비교적 적은 변동폭을 보이는 점이 그나마 안정적이지만, 미국에서 감염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든 점은 역시 어려움으로 지적된다.
내수 산업도 힘겹다. 감염병 특성상 관광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행은 고사하고 출장도 제한하는 마당에 관광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 여행사는 그나마 생존하는 수준이지만, 중소 여행사는 ‘대부분’ 문 닫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득하다. 항공사는 대한항공부터 저비용항공(LCC)까지 비행편이 멈추다시피 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인수 협상 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의 고심 앞에 흔들리고 있다.
문화산업 역시 타격이 크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주요 영화관 체인은 일부 상영관 폐쇄부터 직원들 순환 유급휴직 등 비용 줄이기에 안간힘을 쓴다. 영화 배급 역시 상영이 곤란해지면서 개봉이 연기되고, 과거 작품을 재상영하면서 간신히 맥을 잇고 있다. 화제작 <사냥의 시간>은 해외 판권 문제로 넷플릭스 온라인 상영이 막히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공연계 역시 성수기인 2월부터 5월까지 소득을 잃을 판이고, 호텔과 면세점 업계 역시 관광객 감소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주가 역시 ‘하강하는 롤러코스터’를 진하게 경험했다. 코스피지수는 2월28일 2천 포인트 이하(1987.01)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반등했다가 3월9일(1954.77) 다시 2천 포인트를 밑돌았다. 3월19일(1457.64) 1500포인트마저 밑돌며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그나마 4월 들어 1800포인트 수준을 회복하며 진정세를 보였지만, 국내뿐 아니라 세계 증시마저 출렁이고 있어 안심은 금물이다.
채용 역시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2월 말 시작 예정이던 공채 신입사원 연수를 미뤘고, 2020년 상반기 신입 공채 역시 평소보다 한 달가량 연기한 끝에 온라인으로 채용설명회를 진행한다. 롯데그룹 역시 5월에 진행하려던 상반기 공채 필기시험을 6월19일로 미뤘다. 사회적 거리 두기 흐름 속에 SK이노베이션은 아예 채용 전체 과정을 비대면 형식으로 바꿨다.

경제계, 규제완화 요구로 ‘갈등 불씨’
이 때문에 정부 지원책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중앙정부부터 각급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경기 활성화를 외치며 내놓은 재난지원금을 두고 ‘침체한 소비를 부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고용유지지원금 역시 무한정 줄 수 없다보니, 지원이 끝나면 해고와 도산이 줄지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앞서 언급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기업은 자금지원(35.1%)을 가장 긴급히 요청했다. 이와 함께 세금 감면이나 연기 같은 세제·세정 지원, 고용유지 지원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또한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반대하는데도 노동·환경 분야 규제완화를 요청해 사회 갈등 불씨마저 일어나고 있다.
외교 측면에선 다른 나라에서 한국인 입국을 막는 상황이라 기업인의 현지 방문과 출장을 허용하도록 정부가 나서주길 경제계는 기대한다. 베트남은 삼성과 LG의 대규모 생산 거점이 있는데도 한국인 입국을 전면 통제했다가 이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외국인 바이어 역시 한국에 오기 어려운 현실이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와 자유무역주의 지원 조처도 경제계는 계속 강조하고 있다.
대한상의 자문위원인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기업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 한시가 급한데 지원 절차가 복잡하고 심사 기준이 예전과 같다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지역·업종별 대책 외에 자금 지원, 세제 감면, 각종 조사·부담금 납부 이연 등 모든 기업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부담 경감 조처를 한번에 묶어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충북청주시에 있는 코로나19 관련 수출기업인 신풍제약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찾는다
그래도 항상 나오는 말은 “위기 속에 기회 있다”는 구호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속담처럼, 코로나19 사태에서 오히려 기회를 보는 기업도 있기 마련이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분야는 역시 ‘바이오’다. 코로나19 진단 키트부터 방호복, 나아가 치료제 개발 착수까지 한국이 앞서나가면서 관련 제품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기회는 2015년 닥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초기 대응 실패를 교훈 삼아 질병관리본부와 씨젠, 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이 빠르게 대처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또 하나 꼽히는 분야는 물류다. CJ대한통운은 4월 보도자료에서 물류업계 주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택배업계의 원활한 물류 소통이 사재기 현상을 막고 사회적 혼란 방지와 사회적 거리 두기에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특수고용 형태인 택배기사의 과로사가 일어나는 등 처우 문제가 불거졌지만, 기업에는 경쟁력을 입증할 기회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변화할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선제적, 적극적 대응은 필수로 꼽힌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보고서에서 재택근무와 영상회의 등으로 “인류가 완전히 일하는 방식과 학습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레드 사파타로 마이크로소프트 365부문 대표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일어나는 변화는) 우리가 실재적인 것에서 어떻게 일하고 학습할지에 대해,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우스갯소리처럼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가장 핵심 요소로 코로나19가 꼽히는 상황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모두가 갑작스레 몰린 ‘그 이후’의 대응과 적응 방식은 기업에 더욱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져 더 탄탄해질지, 발목을 잡는 진흙탕이 될지는 온전히 기업과 사회의 대처 전략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

이재운 damoyer@daum.net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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