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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 경제와 사람 우선 사회로

기사승인 [121호]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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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한국경제,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④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

   
▲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2020년 3월27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시민단체 삼성피해자공동투쟁과 면담에 포함되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삼성중공업피해협력사대책협의회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자는 2019년 ‘전환적 뉴딜’을 제안한 바 있다.1) 지속가능성 위기에 봉착한 기존 발전 경로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재정 투입을 하자는 제안이다. 사람 우선 사회로의 전환, 디지털 전환, 녹색 전환을 촉진하려는 휴먼 뉴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정책을 묶어서 ‘전환적 뉴딜’이라고 한다.
휴먼 뉴딜은 만인의 존엄과 인격 평등을 보장하고, 국가경제 성장보다 개개인의 자아실현과 복리를 우선하는 사람 우선 사회로의 전환을 추구한다. 그 바탕이 되는 사람 중심 경제는 공급 측면에선 자본 투자 기반에서 사람 역량 기반으로, 수요 측면에선 수출과 투자 중심에서 분배와 소비 중심으로, 규제 체제는 기업 이윤 우선에서 사람 행복 우선으로 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디지털 뉴딜은 산업경쟁력 강화와 사회문제 해결 동력으로서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전략적 재정 투입과 아울러 규제 혁신과 제도 개선을 추구한다. 빅브러더 사회의 도래를 방지하면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사회적 배제를 조장하기보다 노동을 포용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려 한다.
그린 뉴딜은 환경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누적된 환경 압력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에너지 전환과 자원순환경제를 실현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을 억제하고 우리 사회가 자연과 공존하는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혁신적 환경 관련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환경 분야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려 한다.

지난 10년, 지속가능성 위기 봉착
‘전환적 뉴딜’을 제안한 까닭은 기존 발전 경로가 지속가능성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실제성장률이 기존에 예측된 잠재성장률을 거듭 하회했을뿐더러 잠재성장률 전망치 자체도 거듭해서 낮아졌다. 분배 불평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성장마저 되지 않으니, 분배를 둘러싼 사회적 쟁투와 정치적 갈등이 날로 심해진다. 부와 빈곤의 대물림 현상이 만연하고,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면서 합계출산율이 1을 하회하는 비극이 벌어진다.
이런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 위기는 디지털 시대의 산업적·사회적 도전으로 가중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서 하드웨어(HW) 인프라 발달에도 제도적 제약·소프트웨어(SW) 전문인력 부족·데이터 인프라 취약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으며, 사회안전망이 미비한 상태에서 디지털 혁신이 극한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 ‘기후악당국가’로 분류될 정도로 환경적 지속가능성 위기도 심각하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험이 점차 가시화하는 상황에 비춰 대응이 지연될수록 앞으로 관련 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지속가능성 위기가 심화하는데도 서서히 데워지는 냄비 안 개구리처럼 얌전히 죽어가던 것이 지난 10년의 우리 모습이었다. 제도와 정책의 경로 의존성 탓에 기존 발전 경로를 급격하게 전환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필자의 ‘전환적 뉴딜’ 제안이 지식인과 정치인 사이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를 실제 정책으로 실행하는 동력은 얻지 못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전환적 뉴딜’을 추진할 계기가 마련됐다. 코로나19 사태다.
이번 사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재앙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대학 연구팀의 3월26일 발표를 보면,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사망자가 2천만 명에 이르고, 최선의 경우에도 200만 명에 가까운 인명 피해를 낼 것이라고 한다.2) 경제적으로도 세계 경기 침체는 이미 시작됐고, 금융위기 조짐이 보이며, 심지어 대공황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10년, 전환적 뉴딜 추진해야
위기와 재앙은 그 크기에 비례해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 질서를 잉태할 가능성이 크다. 역병이 역사의 향방을 바꾼 경우도 많았다. 비잔틴제국 붕괴의 신호탄이 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 있었고, 명나라 몰락을 재촉한 흑사병처럼 거대한 정치적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14세기 유럽 흑사병처럼 아예 사회경제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낳기도 한다.
코로나19가 드러낸 기존 질서의 문제점과 해결 지향점은 ‘전환적 뉴딜’과 너무도 잘 맞닿아 있다. 코로나19 앞에 무너지는 시장과 구원자로 나선 정부의 대조가 극명하고 사회안전망과 공공성 가치가 각인되고 있다. 사람 중심 경제와 사람 우선 사회라는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회적 격리와 이동제한 조처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폭증하면서 디지털 전환이 성큼 다가왔다. 기후변화로 감염병 증가와 공공 이익을 위한 집합행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렇게 휴먼 뉴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의 당위성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변화가 자동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사람 중심 경제와 사람 우선 사회가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디지털 격차와 빅브러더 문제가 저절로 풀리지 않는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 공조가 쉽게 될 리 없다. 위기는 진보적 변화 가능성과 퇴행적 변화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사회는 유엔과 브레턴우즈 체제를 기초로 국제협력을 추구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대국들은 자국우선주의에 빠지고 말았다. 현재 위기가 내포한 진보적 미래의 가능성이 실현될지는 우리의 실천에 달려 있다. ‘전환적 뉴딜’을 본격 추진할 때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

유종일 jyou@kdischool.ac.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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