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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122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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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SINESS] 인터넷 ‘눈속임 설계’

 온라인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할 때, 다양한 수법이 각 단계와 선택 순간에 숨어 있다. ‘다크패턴’(눈속임 설계)이라는 이 수법에 속은 소비자는 필요 없는 물건을 주문하게 된다.

파트리크 보이트 Patrick Beuth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프랑스 거리의 부킹닷컴 광고물 앞을 지나가는 남성. 여행 포털 부킹닷컴은 다크패턴에 능숙해 할인, 상품, 가격 등을 정확하게 보여야 한다고 EU 사법위원회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REUTERS

인터넷에서 항공권이나 여행상품 등을 예약하는 건 신나는 일이다. 세계 곳곳 수많은 지역 여행상품을 쉽게 가격을 비교하거나 할인받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제 여행상품을 온라인에서 사는 건 스트레스 자체다.
“원하는 비행기에 세 자리밖에 안 남았다”라고 빨간 경고등이 뜬다. 혹은 “원하시는 호텔 카테고리에 방이 2개밖에 없다” “예약하려는 기간은 수요가 많다”라는 문구도 자주 본다. “24명이 동시에 이 상품을 보고 있다” “지난 몇 시간 동안 14명이 이 제품을 샀다” “2개 남았다”도 마찬가지다. 구매자가 주의를 기울여도 이런 압박을 벗어나기 어렵다.
온라인쇼핑몰 판매자가 갑자기 장바구니 물건을 바꾸기도 한다. 혹은 많은 데이터를 입력하고 주문 버튼을 누르기 직전, 비싼 부가 기능이나 서비스로 연결되기도 한다. 원하는 자리 예약, 보험, 기내식, 호텔 방의 특별 고객 서비스 같은 것이다. 이런 ‘제안’을 건너뛸 수 있는 버튼은 화면 구석에 숨어 있다.
종종 주문 전 단계에서 이미 많은 항목에 허가가 선택돼 있다. 판매자가 소식지나 광고를 보내거나, 사용자 정보를 제3자에게 넘겨도 되는지에 관한 항목이다. 다양한 조작 수법이 단계마다 선택의 순간에 숨어 있다.
여행 포털, 온라인쇼핑, 컴퓨터게임 등 모든 분야에서 이 수법을 쓴다. ‘다크패턴’(Dark Patterns) 또는 ‘눈속임 설계’라고 한다. 이 수법에 속은 소비자는 필요 없는 물건을 주문하게 된다. 또는 남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개인정보를 건네준다.

‘눈속임 설계’ 온상 대형 온라인쇼핑몰
다크패턴을 쓰는 업체는 정체가 불분명한 작은 온라인쇼핑몰뿐만이 아니다. 구글·라이언에어·아마존·페이스북 등 대형 온라인쇼핑몰이 더 많이 쓴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를 보면, 조사 대상 쇼핑 사이트 1만1천 개 중 1200개에서 다크패턴이 작동했다. 마케팅은 설득의 기술이다. 하지만 수많은 웹사이트에서 소비를 촉진하려는 건 간단히 말하면 비도덕적이고 불법인 경우도 많다. 정말 비행기에 자리가 3개밖에 없었을까? 정말 방이 하나만 남아 있을까? 많은 판매자는 무작위로 아무 숫자나 나오도록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들의 악의적인 수법이 새로운 건 아니다. 이제는 반대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화난 소비자는 불만을 내보인다. 그들은 트위터에 다크패턴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유럽 소비자단체들은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EU) 위원회는 한 여행 사이트를 조사하고 있다. 데이터 윤리위원회와 독일 연방 국회의 기술평가국은 이 사이트의 불공정 사례를 다룬다. 여기서는 미국이 가장 앞서가고 있다. 2019년 상원의원 두 명이 디자인 조작으로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는 행동심리학 실험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미국 규제 기관이 개입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기술평가위원회의 보고서 저자인 크리스토프 보겐스탈은 정치적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크패턴은 무엇보다 사회적 관점에서 옳지 않다.” 특히 교육받지 못한 사람이나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과 어르신이 쉽게 조작에 속는다. ‘새로운 책임’이라는 재단이 내놓은 분석을 맡은 바스티안 리거는 “온라인 사이트 디자인이 소비자 권리를 억압하고 법률을 어긴다”면 “공무원이 이런 잘못된 과정을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자들은 조작 기술을 분석해 종류별로 정리해놓았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 저커링’이 있다. 모든 종류의 데이터 추출을 말하는데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이름을 땄다. 거절을 누를 때 모욕적인 말이 나오게 해, 감정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조작 기술도 있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아니요, 나는 절약하고 싶지 않아요. 정가대로 내겠습니다.”

   
▲ 페이스북 상징 로고가 머더보드(기판)의 일러스트 위에 놓여 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도 소비자를 유혹하는 문구를 능숙히 사용한다. REUTERS

EU, 6월부터 ‘다크패턴’ 제한 조처
부킹닷컴(booking.com) 같은 여행 포털은 다크패턴에 능숙하다. 소비자 생각을 조작하기 위해 거짓말을 내보낸다.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동시에 같은 호텔 방을 살펴보고 있는지, 얼마나 자주 여행지가 검색되는지를 언급한다. “이미 예약이 되었습니다”도 마찬가지다. 제한 기간에만 특별할인을 해준다고 하지만 나중에 찾아보면 그 가격 그대로다. 할인가라고 하지만, 다른 날짜에 적용되는 할인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EU 위원회는 업계 선두인 이 기업을 관리하기 위해 2020년 6월부터 8종류의 조작 수법을 쓸 수 있도록 제한했다. 앞으로 부킹닷컴은 할인, 상품, 가격 등을 정확하게 보여야 한다고 EU 사법위원회의 디디에 라인더스가 판결했다. EU에서 사업하는 모든 기업은 시스템에 조작 수법을 다 없애야만 한다. 잘못된 할인가 정보부터 시간이 없다고 압박하는 것까지 모두 금지된다.
의심스러운 온라인 수법 사례를 가장 열심히 모으는 이는 알렉산더 달링턴(32)이다. 그는 자신을 온라인에서 ‘다를로’라고 부른다. 그는 핀테크 기업에서 웹사이트 디자인을 맡고 있다. 사람들은 소비자를 조작하려는 시도나 속임수 디자인을 스크린샷(화면 저장)으로 찍어 트위터를 통해 다를로에게 보낸다. 그의 다크패턴 저장고엔 대기업 사례도 많이 들어 있다. 야후부터 시티뱅크와 디즈니까지 이른다.
또 다른 연구는, 특별히 돈이 드는 것도 아닌 속임수가 얼마나 효과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진은 사람을 속이기 위한 디자인을 사용할 때, 피실험자는 중립적인 디자인이 적용될 때보다 유료 정기 구매를 네 배나 더 많이 선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미국 미시간대학과 독일 보훔의 루르대학이 함께한 연구도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웹사이트 운영자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자 활동을 분석하도록 허가할지 선택하는 창을 종종 본다. 많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용자가 처음 방문했을 때 이런 화면을 띄운다. 이 화면이 조작됐을 때 실험 참여자 30%가 자기 개인정보 대부분을 사용하도록 허가하는 세팅을 선택했다. 명확하게 개인정보 보호 설명이 화면에 나오면, 실험자 그룹 0.1%만 이런 선택을 했다.
많은 기업이 고객에게 고의로 거짓말하는 데도 스스럼이 없다. 2019년 10월 이스라엘의 보안연구가 오피르 하르파즈는 비행기를 예약하려고 했다. “38명이 이 비행기를 보고 있다”고 원트래블(OneTravel) 예약 포털이 알려주었다. 하르파즈는 ‘꽤 많은데’라고 생각했고 웹사이트 소스코드를 점검해보았다. 그는 이 숫자가 ‘view_notification_random’이란 함수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랜덤은 ‘무작위’라는 뜻이다.

법 실행 위해 재정·인력 강화해야
다크패턴 수법을 가장 매섭게 비판하는 이는 트리스턴 해리스다. 그는 2016년까지 구글에서 ‘윤리적 디자인’을 맡았다. 일을 그만둔 뒤, 해리스는 ‘인간적인 기술’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는 전 직장, 페이스북이나 다른 정보기술(IT) 대기업을 비판한다. 2019년 6월 미 상원에서도 이런 인터넷기업을 ‘순진한’ 관객 앞에서 카드 속임수 마술을 하는 마술사에 비교했다. 오직 이런 사이트만이 수법을 안다. 고객이 무엇을 클릭하는지 분석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덕분에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해리스는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슈퍼컴퓨터는 계속 당신 두뇌를 노리고 있다”고 상원의원에게 설명했다. 그 옆에는 구글의 사용자 디자인을 담당하는 총책임자가 앉아 있었다. 이 총책임자는 기업이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됐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8개 소비자보호단체가 개인정보 보호 세팅을 잘 보이지 않게 하고 기업에 유리하게 만들어놓았다는 혐의로 구글을 고발했다. 독일 베를린 지역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특히 위치정보가 그러하다. 소비자보호단체들에 의하면, 구글은 반복해 서비스 사용자에게 위치정보를 공유하도록 유혹한다. 광고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구글에서 완전히 위치정보 공유를 끄기는 어렵다.
데이터 윤리위원회의 크리스키아네 벤트호스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많은 수법이 불공정거래 금지 관련 데이터 보호권과 법안에서 이미 금지돼 있다. 이런 법을 지키려면 담당 부서에 재정과 인원이 보충돼야 한다.
소비자도 기업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소비자는 특정 기업 이용을 거부하고 계정을 해지할 수 있다. 쉽지는 않다. 계정 해지 과정에도 다크패턴이 숨어 있는데 악의적이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계정을 해지하려 하면, 친구 명단을 찍은 사진 위에 “당신 친구들이 당신을 그리워할 거예요”라는 글이 나온다. “이 사람들은 더는 당신과 연락할 수 없습니다”는 문구도 따라 나온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단지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못할 뿐이다.

Ⓒ Der Spiegel 2020년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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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김태영 위원

파트리크 보이트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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