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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웹툰 글로벌시장 도약

기사승인 [122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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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특집] 코로나19로 빛난 기업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3월25일 코로나19 진단시약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기업인 씨젠의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선진국일까. 한국 사람은 선뜻 “맞다”고 말하기를 주저한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2위, 무역 규모는 9위다.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인구 5천만 명 넘는 나라 가운데 1인당 국내총생산 3만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7개국밖에 없다. 그런데 왜 한국 사람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걸까.
깐깐한 조건을 충족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사람이 인정해줘야 선진국이다. 선진국은 브랜드다. 브랜드는 ‘내가 명품이요’ 주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이 인지하고 인정하고 선호하는 단계를 거쳐 명품이 된다. 선호 단계에 이르렀을 때 ‘프리미엄’이 붙는다.

바이오기업 상종가
‘한국 프리미엄’이 언급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코로나19에 가장 잘 대응한 나라로 꼽힌다. 경제봉쇄를 최소화하면서도 코로나19 확산을 막았다. 한국이 어떻게 코로나19에 대응해왔는지는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한국 의료기술과 창의력, 시민의식 등이 거론됐다. 평소 빛을 보지 못한 수많은 특징이 선진국 비결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국의 명성을 끌어올린 최전선에는 의료 전문성이 있다. 한국은 감염병 발생 초기부터 코로나19 진단을 가장 많이 한 나라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키트’를 개발한 덕이다. 질병관리본부가 2020년 1월28일부터 한 달 동안 코로나19 감염을 검사하는 진단시약 긴급승인을 신청받았는데, 무려 42개 업체에서 65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4건이 승인됐다.
한국 ‘바이오맨’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중국 푸단대학에서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공유받아 분석에 들어갔다. 국내 첫 번째 환자의 바이러스 샘플을 확보해 진단키트 개발에도 착수했다. 3월 초 긴급사용 승인이 났을 때, 이들 업체가 생산한 키트는 52만 명을 진단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
성능 역시 한국 진단키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틀 이상 걸린 검사 시간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로 6시간 안으로 크게 단축됐다. 65만 건의 실제 검사로 안전성과 정확도를 입증했다. 특히 씨젠의 ‘온플레스’는 모든 코로나19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는 유일한 진단키트로 명품 대열에 올랐다. 사실상 세계 모든 국가에서 진단키트 수입·지원 문의가 빗발쳤고, 수십 개국 정상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기 위해 줄을 섰다.
진단키트 수출 규모는 폭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 한국산을 산 나라가 1개국, 수출액 약 400만원에서 4월 103개국, 2470억원으로 늘었다. 석 달 만에 수출액이 6만 배 증가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류 상품 수출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봤지만 진단키트 같은 급증세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고하게만 보였던 미국 식품의약국(FDA) 벽은 코로나19를 완벽하게 진단하는 한국 바이오기업에 열린 문이었다. 랩지노믹스·오상헬스케어·씨젠·SD바이오센서·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5개 기업이 한꺼번에 미국 FDA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한국 바이오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주가는 실적보다 먼저 반응했다. 코로나19 발생이전인 연초에 3만원대였던 씨젠 주가는 최고 14만1400원으로, 400% 가까이 치솟았다. 랩지노믹스 주가도 5천원대에서 422% 올랐다.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코로나19 상황에 맏형 노릇을 했다. 셀트리온은 200억원을 긴급 투입해 코로나19 치료제와 진단키트 개발에 나섰다. 항체 형성이 끝나면 7월쯤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와 44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확정의향서를 체결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세계적으로 공공의료, 약값 인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본떠 효능이 비슷하게 만든 것) 업체들이 관심받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기대감에 셀트리온, 삼성바이로직스의 주가는 30% 넘게 급등했다.

포털의 힘
코로나19로 대부분 기업이 실적 악화에 허덕였지만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은 오히려 기회를 얻었다. 양대 포털은 코로나19로 비대면 흐름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주식 최고가를 새로 썼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주목받은 부분은 각각의 주력 서비스인 검색, 메신저가 아니었다. 네이버는 전자상거래 경쟁력이 부각됐다. 네이버페이의 2020년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46% 늘어 처음으로 5조원을 넘었다. 50살 이상 이용이 53% 늘어나며 이용자 저변도 확대됐다. 네이버 거래액이 전자상거래업계 기린아로 꼽히는 쿠팡보다 많다. 2019년 쿠팡 거래 규모는 17조원, 네이버는 21조원이다.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로 검색하고 오픈마켓에서 사는 사람이 많다”며 “네이버가 직접 전자상거래에 뛰어들면서 급격하게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역시 2020년 1분기 거래액이 14조3천억원으로 전년보다 39% 늘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또 다른 무기는 웹툰이다. 웹툰은 만화를 온라인로 옮겨놓은 수준의 서비스가 아니다. 모바일 시대에 기업의 최대 과제는 사용자 시간을 점유하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더욱 늘어났다. 사용자가 가장 오래 쓰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유튜브고 그다음이 웹툰이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웹툰은 모바일 인터넷에서 콘텐츠 이용 시간이 동영상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며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서비스”라고 말했다.
웹툰의 활동 반경은 한국에 그치지 않는다. 네이버웹툰 이용자는 2019년 11월 미국에서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세계적으로 6천만 명이 이용한다. 웹툰은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웹툰 <신의 탑>은 미국 투자사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출시되자, 미국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서 주간 순위 1위에 올랐다. <이태원 클라쓰> <조선로코-녹두전> <어쩌다 발견한 하루> 등 웹툰 원작 드라마가 잇따라 제작됐다. 한 드라마작가는 “웹툰 없이 드라마를 지속해서 만들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 판권 판매를 넘어 스튜디오N, 카카오M 같은 자회사를 통해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 원작의 힘은 강하다. 넷플릭스, 디즈니가 세계적인 콘텐츠 회사로 발돋움한 건 오리지널 콘텐츠 덕이다. 한국 웹툰 업체는 원작부터 드라마, 영화를 아우르는 신개념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혁신의 기회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이 나빠졌을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삼성전자는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3.4% 늘어난 6조4천억원 영업이익을 올려 시장을 놀라게 했다. 스마트폰·텔레비전·가전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3월부터 판매가 줄었지만, 반도체는 비대면 확산으로 오히려 수요가 늘었다. 1분기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다. 하지만 재택근무, 온라인교육 등이 늘어 서버와 PC 중심의 수요가 견조해 4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반도체 분야에만 6조원의 시설 투자를 집행했다. 모두 어려울 때 경쟁사가 따라할 수 없는 대규모 투자로 격차를 벌리고, 성장 사이클이 왔을 때 초격차를 만들어내는 삼성전자의 성공 방정식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이슈가 지나간 이후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전략적 연구개발 투자 등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준비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세계 1위인 대만 TSMC를 추격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글로벌 경제구조에 적응하고 침체한 국내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세계적으로 이뤄지면서 비대면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될 것으로 보고, 온라인 플랫폼과 정보기술(IT) 인프라 만들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의 대들보 구실을 해온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기간산업 경쟁력은 코로나19 이후 더 약화될 전망이다. 산업구조 개편은 새 일자리 만들기라는 기대와 기존 일자리 감소라는 아픔을 동시에 가져온다. 이 과정을 잘 소화하지 못하면 영역이 좁아질 산업군 저항에 부딪혀 혁신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극단적 위기를 초래함으로써 마찰 시간을 줄이고 혁신산업 가능성을 빠르게 확인시켜준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경쟁력이 약한 산업군이 빠르게 쇠퇴하고 새로운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얻은 한국 프리미엄의 바통을 혁신산업이 이어받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6월호

권순우 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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