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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제비·생쥐·원숭이 모두 ‘부적격’

기사승인 [122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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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백신 개발 논란- ② 문제점

 쉬루이 徐路易 <차이신주간> 기자

   
▲ 동물보호단체 PETA 활동가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일본 식품기업 아지노모토 본사 앞에서 생쥐 분장을 한 채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생쥐는 가장 많이 쓰이는 실험용 동물이다. REUTERS

실험쥐와 원숭이 같은 비인간 영장류 동물에 견줘 흰족제비는 익숙지 않은 동물이다. 우연한 기회에 흰족제비가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는 특성을 발견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사스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가 인간 질병으로 발현되는 과정을 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분자면역바이러스학 박사후 과정에 있는 학생은 바이러스 감염 분야에서 흰족제비는 쥐 다음으로 자주 쓰이는 동물실험 모델이라고 말했다. 흰족제비의 상부와 하부 호흡기 해부 비율, 기관지벽 점막하샘 밀도 등이 인간 호흡기 상황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으로 연구 결과 알려졌다.
처음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이용해 흰족제비를 감염시킨 영국 바이러스학자 크리스토퍼 앤드루스의 설명에 따르면, 1935년 영국에서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던 기간에 그는 동료 윌슨 스미스와 함께 여러 경로로 쥐·생쥐·토끼 등 동물에게 바이러스를 주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본인 체온과 맥박이 상승했다. 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스미스는 그의 목과 코를 씻은 세척액을 쥐에게 주사했지만 수확이 없었다.
며칠 뒤 영국 웰컴실험실의 의사 오브라이언이 전화를 걸어 실험실 모든 직원이 인플루엔자에 감염됐고, 견온병 연구에 썼던 정상적인 흰족제비가 같은 증상을 보였다고 알려왔다. 이 소식을 들은 스미스는 그 세척액을 흰족제비의 비강(코안)에 주입했다. 앤드루스가 실험실로 복귀한 날, 흰족제비가 재채기 증상을 보였고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미있는 점은, 당시 웰컴실험실 흰족제비는 인플루엔자가 아니라 비전형 견온병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우연한 착오로 흰족제비가 인간 호흡기바이러스 감염 연구에 쓰이는 중요한 동물모델이 됐다.

흰족제비의 한계
최근 <숙주와 미생물>에 게재된 흰족제비의 코로나19 감염에 관한 동물모델 연구를 보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된 흰족제비는 체내에서 바이러스를 복제할 수 있지만 경미한 증상만 보였다. 한국 충북대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등 여러 연구기관에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연구 결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된 흰족제비는 체온이 오르고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복제됐다.
죽은 사례는 없었다. 흰족제비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된 뒤 8일 동안 비강 세척액과 타액, 소변,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감염 흰족제비와 접촉한 뒤 이틀 만에 모든 흰족제비의 몸에서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바이러스 항원이 기관·폐·장에서 검출됐고, 급성모세기관지염에 걸린 흰족제비가 있었다.
바이러스 전파 방식을 평가하기 위해 연구진은 3개의 독립된 실험을 계획했다. 첫 번째 실험은 흰족제비 6마리의 비강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직접 주사했다. 2020년 2월 한국 환자 몸에서 분리한 바이러스 균주였다. 이틀 뒤 이 흰족제비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하나는 감염되지 않은 흰족제비와 직접 접촉(DC집단), 다른 하나는 간접 접촉(IC집단)을 시켰다. 사육장에 투과 가능한 칸막이를 설치해 감염된 것과 아닌 것을 분리하는 방식이었다.
실험 결과를 보면, 직접 바이러스를 주입한 6마리와 DC집단 흰족제비는 모두 체온이 올랐고 간혹 기침했다. 체중 저하나 사망 사례는 없었다. 실험이 진행된 12일 동안 IC집단에선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하루걸러 한 번씩 바이러스에 감염된 흰족제비 혈액과 비강 세척액, 침, 소변과 대변 검체를 채취했다. 검사 결과, 감염된 흰족제비 혈청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농도가 낮았고 가장 먼저 최저 검출 기준 이하로 떨어졌다. 흰족제비는 체액을 통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에 민감했고, DC집단 침과 대변에서 8일 연속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다. 소변과 대변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감염 흰족제비의 바이러스 복제 상황을 보면 폐포벽과 기관지 상피, 기관지 강내에 급성모세기관지염 증상이 나타났다. 감염 뒤 12일이 지나자 세 집단에서 모두 정상 체온과 체중을 회복했고, 모든 검체가 음성으로 나왔다. 직접 감염과 DC집단의 체내 항체가 IC집단보다 많았다. 연구진은 사스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동물모델의 체내 복제 능력이 약하지만 지속 기간은 길어, 무증상 보균자가 지속해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각각 감염된 유전자변형 생쥐에 견줘 흰족제비는 가벼운 증상과 낮은 바이러스 농도 때문에 동물모델로는 ‘한계가 있다’고 연구진은 결론 내렸다.

   
▲ 붉은털원숭이가 일본 오사카 인근 동물원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비인간 영장류인 붉은털원숭이는 개체수가 많고 포획과 번식이 쉬워 동물연구에 널리 쓰인다. REUTERS

유전자변형 생쥐의 장단점
생쥐는 가격이 싸고 포획하기 쉽고 크기가 작아 사육하기 쉬운 장점으로 의학연구에 널리 쓰인다.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서도 필수 동물모델이다. 사스와 마찬가지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도 표면의 스파이크단백질이 인간의 ACE2 수용체와 상호작용하는 분자 기제를 통해 호흡기 상피세포에 침투한다.
2007년 <중국비교의학잡지>에 게재된 글에 따르면, 2003년 사스가 확산된 뒤 과학자들은 동물모델을 연구했다. 비인간 영장류, 생쥐, 햄스터, 너구리, 흰족제비 등이다. 일부 동물은 병리적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이들 동물모델에서 사스 환자와 일치하는 임상 질병과 병리적 변화는 충분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동물모델이 사스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더욱 민감한 동물모델을 계속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이 글은 강조했다.
자연 그대로 동물에서 적합한 모델을 찾기 어려워지자 과학자들은 유전자변형 기술을 이용했다. 2007년 미국 아이오와대 미생물면역학과 폴 매크레이 교수 연구팀은 인간 ACE2수용체(hACE2) 유전자변형 생쥐를 만든 뒤 관련 연구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인간 ACE2 부호화유전자를 가진 운반체를 야생 생쥐에게 주입했다. 이 유전자변형 생쥐의 코에 사스 환자에게서 분리한 바이러스 균주를 접종하자, 생쥐는 빠르게 감염돼 죽었다.
연구 결과, 사스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은 생쥐 기도상피세포에서 시작해 폐포로 확산됐고 대뇌까지 퍼졌다. 바이러스 감염은 유전자변형 생쥐의 폐 거식세포와 림프세포의 침윤을 초래했다. 또 폐와 뇌의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주화성인자(생물이 화학적 자극에 반응해 이동하는 성질) 상승을 유발했다. 감염 뒤 3~5일 안에 체중이 줄었고 호흡 곤란과 무기력 증상이 나타났으며, 7일 안에 모두 죽었다.
2013년 메르스가 발생한 뒤 과학자들은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서 이용하는 수용체가 hDPP4단백질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종속에 따라 DPP4 분자가 달라, 생쥐나 햄스터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고 적합한 동물모델이 부족했다. hDPP4 유전자변형 생쥐를 만드는 데 성공하자 메르스 연구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사스 같은 수용체 단백질 ACE2를 이용해 인체세포에 들어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자변형 생쥐 감염 효과는 불충분했다. 중국의학과학원 의학실험동물연구소 바오린 부연구원 연구팀은 2월28일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된 hACE2 유전자변형 생쥐의 기관지 상피세포와 폐포 거식세포, 폐포 상피에서 바이러스 항원이 검측됐지만, 체중 감소와 간질성 폐렴 증상에 그쳤다. 야생 생쥐 몸에선 바이러스 항원이 나오지 않았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사스에 비해 hACE2 유전자변형 생쥐에 대한 병원성이 약한 것이다. 사스 감염 때 폐, 뇌, 신장, 위장, 심장, 간 등 기관 손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증상 드문 붉은털원숭이
비인간 영장류에 속하는 게잡이원숭이와 붉은털원숭이(히말라야원숭이)도 주목받았다. 특히 붉은털원숭이는 개체수가 많고 다른 영장류보다 포획과 번식이 쉬워 20세기 초부터 동물연구에 널리 쓰였다. 인간질병 연구를 위한 이상적인 동물모델은 중복될 수 있고 표준화가 가능해야 하지만, 비인간 영장류와 몸집이 큰 다른 동물모델은 개체 차이가 크고 결과의 중복성이 떨어지며 표본수가 적은 문제점이 있다. 그럼에도 비인간 영장류는 인간과 비슷한 조직·기관·기능과 면역반응 계통을 갖고 있어 인체가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방법을 시험할 때 참고할 가치가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연구에서 붉은털원숭이는 인간에게서 발현되는 병리적 변화와 큰 차이를 보였다. 중국과학연구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2월27일 <리서치스퀘어>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붉은털원숭이의 임상 병증은 명확하게 관찰되지 않았다. 이 연구에선 6~12살 붉은털원숭이 6마리의 기관에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연구팀은 붉은털원숭이의 체액과 코 등을 검사했으나 눈에 띄는 병리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 마리만 식욕 저하 증상을 보였다. 2주 동안 매일 측정했지만 명확한 변화가 없었고 호흡기질병 증상도 없었다. 폐에서 병변이 나타났고, 일부 증상은 간질성 폐렴에 해당했다.
이 결과는 다른 두 중국 학자 연구에서도 증명됐다. 2월 중순 이후 중국의학과학원 의학실험동물연구소 친촨 소장 연구팀이 <바이오아카이브>에 붉은털원숭이를 이용한 3건의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이 가운데 2건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연구와 관련 있다. 1건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결막 감염 경로 연구였다. 바이러스가 대량 번식하고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명확한 체온 변화는 없었다.
다른 연구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뒤 완치된 붉은털원숭이의 2차 감염에 관한 내용이다. 처음 감염됐을 때 네 마리에게서 식욕이 떨어지고 호흡이 빨라졌으며 몸을 웅크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모든 원숭이에게서 발열 증상은 없었다. 붉은털원숭이의 면역체계가 인간과 비슷해 어느 정도 인체의 바이러스 대응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타이 방콕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이동 통제가 완화된 5월7일, 고양이 카페를 찾은 손님이 고양이와 함께 놀고있다. 반려동물 가운데선 고양이의 코로나19 감염·전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REUTERS

반려동물 감염 연구
흰족제비와 생쥐, 붉은털원숭이 등 실험실 동물 외에 집에서 키우는 동물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쉽게 감염될까? 3월31일 하얼빈수의연구소가 <바이오아카이브>에 실은 논문은 여러 반려동물과 가축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접종한 결과를 담았다. 바이러스가 고양이 체내에서 복제되고 고양이 무리에서 호흡기 비말로 전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아지에겐 감염력이 낮았고 돼지와 닭, 오리 등의 가축은 쉽게 감염되지 않았다.
그러나 실험은 동물 체내 바이러스만 검사했고 동물들의 증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바이러스학자 린다 사이프는 <네이처>에 상술한 연구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양이에게서 병증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감염 동물에 노출된 고양이 세 마리 가운데 한 마리만 감염됐다”며 “바이러스가 고양이 무리에서 고도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더 나은 동물모델을 찾아 중증 감염을 연구하려면 다양한 동물을 검토하고, 바이러스 주사 경로 등 실험 요소를 바꿔야 한다. 미국 위스콘신대 바이러스학자 데이비드 오코너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연구는 한 가지 동물모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간 병증을 복제할 수 있는 적합한 동물모델을 찾지 못해도 백신 연구가 중단되진 않을 것이다. 학자들은 면역동물에서 혈청을 채취해 항체의 바이러스 중화 능력을 시험함으로써 코로나19 백신의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분자면역바이러스학 박사후 과정 학생은 완치된 환자의 혈청에서 항체를 찾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말했다.

ⓒ 財新週刊 2020년 제14호
新冠動物模型難覓
번역 유인영 위원

쉬루이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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