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엄격한 기준·경쟁 탓 대상자 부족

기사승인 [122호] 2020.06.01  

공유
default_news_ad1

- [SPECIAL REPORT]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중단- ① 배경

 대공황에 버금가는 충격을 몰고 온 코로나19는 불확실성 자체다. 벌써 발병 5개월로 접어들었으나 언제 끝날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 누구도 모른다. 그나마 확실한 답은 치료제와 백신에 있다. 예방과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다면 감염병은 통제 범위 안에 들어온다. 그러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장애물이 많다. 주목받는 렘데시비르는 대상자 부족으로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못했다. 백신은 동물실험을 건너뛰었다. 코로나19 극복의 어려움을 짚어본다. _편집자

디닝 邸寧 <차이신주간> 기자

   
▲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는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 REUTERS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0년 5월 초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을 승인한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임상시험을 완료하지 못했다.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 임상연구는 2월 초 중국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 사태 중심지인 후베이성 우한의 병원 10여 곳이 참여했다. 코로나19 환자 700여 명을 모집해 가장 엄격한 방법으로 치료 효과를 평가해 중국은 물론 세계 코로나19 방역에 새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었다.
이 임상연구는 4월27일, 즉 임상시험 시작 뒤 약 3개월 만에 ‘눈가림 해제’를 진행해 여러 추측을 잠재울 예정이었다. 하지만 임상시험은 예정된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단됐다. 4월15일 미국 임상정보 제공 사이트(Clinical Trials)에 등록된 정보를 보면, 중국에서 진행된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중증환자 임상시험은 3월30일 끝났다. 최종 모집된 환자는 237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증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중단됐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기준에 맞는 환자를 모으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렘데시비르를 개발한 미국 제약업체 길리어드사이언스도 4월11일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이 정체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하는 어려움은 예견됐다. 2월 하순, 임상시험 책임자 차오빈 중일우호병원 부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를 통해 같은 기간에 진행되는 다른 임상시험이 렘데시비르와 자원을 경쟁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밝혔다. 환자 부족으로 임상시험이 중단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임상시험은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에서 자금을 지원받았고, 감독 당국과 의학산업계의 지원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임상시험 시작을 앞두고 중국어 발음에 착안해 이 치료제를 ‘인민의 희망’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도 임상시험이 좌초된 데 다른 이유는 없었을까. 중국 임상시험과 대상자 선정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환자를 찾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약물 허가가 최종 목표고, 임상시험 계획의 유연성과 특수집단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임상시험은 중단됐지만 외국에서는 긍정적 결과가 전해졌다. 4월11일, 첫 번째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치료 효과 연구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공개됐다. 렘데시비르를 사용한 코로나19 중증·위중 환자 53명 가운데 68%에서 증상이 나아졌다. 사망률은 13%였다. 이 연구는 ‘동정적 사용허가’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조군 없이 진행됐고 데이터 한계가 있다는 의미지만, 어느 정도 렘데시비르 유효성을 보여준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여러 경로로 약물 사용 범위를 넓혔고, 세계에서 약물 생산을 확대해 외부에 낙관적 신호를 보냈다.
이외에 세계에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5건이 동시에 진행됐다. 대니얼 오데이 길리어드사이언스 최고경영자(CEO)는 피시험자와 시험자 모두에게 약물을 공개하고 진행한 개방형표지 중증환자 임상시험이 4월 하순에 끝나고 결과가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례적 신속 대응
미국 시각 2월3일 오후, 특수한 약물이 베이징으로 향하는 유나이티드항공 마지막 항공편에 실렸다. 미국이 중국행 항공편을 줄여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노선이었다. 이튿날 약물은 중국 세관을 통과한 뒤 순펑특송으로 육로를 따라 우한으로 운송됐고, 2월6일 오후 우한진인탄병원(武漢金銀潭醫院)에 도착했다. 렘데시비르였다. 중국에서 임상시험 2건을 진행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던 코로나19 치료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2월3일 시작된 임상시험의 환자 약물 사용 시점은 6일에야 알려졌다. 약물이 바다를 건너 병원에 도착했을 때다.
렘데시비르는 개발 과정에 있는 뉴클레오시드 유사체로, 아르엔에이(RNA) 폴리메라아제(RdRp) 활성화를 억제할 수 있다. RdRp는 RNA 바이러스 복제의 필수 물질이어서 렘데시비르는 여러 RNA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외에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도 포함된다.
2019년 12월31일,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세상에 알려진 뒤 차오빈 부원장은 가장 먼저 우한에 도착한 의료 전문가였다. 그는 2020년 1월 초부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치료할 잠재적 유효약물로 렘데시비르를 생각했다. 1월9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채플힐의과대학 의사는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은 연구논문에서 렘데시비르가 메르스에 걸린 생쥐의 폐 기능을 개선하고 사망률과 체내 바이러스 농도도 낮췄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찰 대상 약물인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복합제와 인터페론을 투여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 당시 중국에서는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복합제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억제할 유일한 약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렘데시비르가 주목받았다. 2월1일 의학저널 <NEJM>은 미국의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 7일 만에 렘데시비르를 정맥주사한 뒤 증상이 눈에 띄게 나아졌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가 유효하다는 중요한 신호였다. 중국도 신속하게 반응했다. 2일 국가약품감독관리국 약품평가센터는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신청을 접수했고 48시간 안에 긴급심사가 통과됐다. 6일엔 과학기술부 인간유전자원관리판공실에서 하루 만에 임상시험의 행정허가 신청이 통과됐다. 그날 오후 첫 중증 시험자가 약물주사를 맞았다.
주목할 대목은, 코로나19가 퍼지는 상황에서 수백 건으로 늘어난 다른 임상시험과 마찬가지로 렘데시비르도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IIT)이라는 점이다. 임상시험이 과학계와 업계 규정을 준수하도록 2월25일 국무원 코로나19 연합방역체계 과학연구팀은 <의료기관의 코로나19 약물치료 임상연구 규범화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국가약품감독관리국 약품평가센터 임상평가1부 책임자 양즈민은 칼럼을 통해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은 △제약사가 주도하거나 신청하지 않고 △간접 또는 직접적으로 시험약과 대조약을 제공하거나 일부 경비만 지원하고 △제약사가 신고한 범위를 벗어나는 연구가 많다고 지적했다. 임상시험 뒤 데이터의 귀속과 사용 방식은 양쪽 협의로 결정한다.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에 관한 중국 쪽과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 미국 식품의약국이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한 2020년 5월1일, 미국 백악관에서 대니얼 오데이 길리어드사이언스 최고경영자가 렘데시비르 150만 병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REUTERS

돌연한 중단
렘데시비르의 중국 임상시험은 둘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경증·중등증 성인 입원환자 308명에 이어 중증환자 453명을 모집할 계획이었다.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군 방식을 채택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눈 뒤 각각 렘데시비르와 위약을 주사한다. 연구자와 환자는 구체적인 집단 구분 상황을 알 수 없다. 가장 엄격한 방식으로 렘데시비르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우수한 자원이 단기간에 집결했다. 중일우호병원이 공동 신청자 겸 의료기관 대표였고, 차오빈 부원장이 임상연구의 주요 책임자였다. 그는 중국공정원 원사이자 폐질환중환자치료(PCCM) 분야 권위자인 왕천의 제자로,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전문가팀 구성원이다. 코로나19 국가진료 방안 작성에 참여한 치료법 발견과 검증 업무의 책임자다.
코로나19 사태의 중심이던 우한의 우한진인탄병원과 우한퉁지병원, 우한폐과병원 등 10개 병원이 연구에 참여했다. 모두 방역 중책을 맡은 병원이다. 약품을 개발한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임상시험에 필요한 약물을 무료 제공하고 임상시험 계획 수립과 추진을 지원하기로 했다.
임상시험은 신속하게 추진됐다. 의외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4월 말이면 결론을 공개해 세계 방역을 지원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전망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갑자기 멈췄다. 4월11일, 임상시험 눈가림 해제를 보름 앞둔 시점에서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중국의 중증환자 임상시험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마지막 환자의 주요 데이터 수집이 3월30일에 끝났고, 최종 시험자가 계획의 절반 남짓인 237명에 불과했다. 경증·중등증 환자 임상시험도 중단됐다. 지금까지 중국 연구자나 기관에서 임상시험 중단 사유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 財新週刊 2020년 제15호
瑞德西韋臨床試驗為何戛然而止
번역 유인영 위원

디닝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