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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기업 아마존의 위험한 성장

기사승인 [125호]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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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SINESS] 코로나 시대의 아마존- ① 천국과 지옥

인터넷 기업 아마존은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세력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주변 업체의 피해도 시간이 갈수록 분명하게 모습이 드러났다. 하지만 아마존은 고객이 만족하니 문제 될 건 없다는 태도다. 피해의 대가는 어차피 직원과 거래처가 치를 테니 말이다.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Kristina Gnirke
클라우스 헤킹 Klaus Hecking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페터 뮐러 Peter Müller
<슈피겔> 기자

   
▲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가 화상회의 형식으로 미국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REUTERS

미국 대기업 사장이 미 의회 청문회장에 선다는 건, 정치 연극을 하는 동시에 공개 비판 형벌을 의미할 때가 많다. 곤란한 국면을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엉뚱한 대목에서 웃지 않는지, 입을 다무는 시간이 너무 긴 건 아닌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전 국민이 텔레비전으로 주시하니 말이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순다르 피차이(구글), 팀 쿡(애플)은 일찍이 이런 과정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청문회에 나서야 했다. 제프 베이조스(아마존)만 지금껏 성공적으로 이 상황을 모면했지만, 그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아마존 사장은 머잖아 국회의원이 던지는 아픈 질문에 답해야만 하도록 방향이 잡혔으니 말이다.
공청회에선 아마존이 시장에서 행사하는 권력을 두고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공정하다는 비난을 받는 사업 운영 방식은 물론, 코로나 위기를 맞아 아마존이 자사 직원을 대하는 방식 역시 논의 주제로 떠올랐다. 경쟁감사위원회 담당자는 2020년 5월 베이조스에게 소환통지문을 보냈다. 통지문의 첫 문장은 “귀하가 자발적으로 발언하기를 기대합니다만”으로 시작해 “우리는 필요할 경우 강제력을 동원할 권리를 유보하고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처음에 베이조스는 이 요구에 저항했지만 결국 워싱턴으로 갈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청문회장에 선 아마존 최고경영자
미국 언론은 이 청문회가 7월 말로 일정이 잡혔으며, 가상 회의가 될지 현장 청문회가 될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보도했다. 전세계 3억 명을 헤아리는 고객에게 그야말로 온라인쇼핑 대명사로 각인된 시애틀의 거대 기업에 앞으로 몇 개월은 불편한 시간이 될 것이다.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도 경쟁거래법 저촉 혐의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위원회가 경쟁 담당 집행위원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의 지휘하에 아마존을 카르텔법 위반으로 고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아마존은 외국의 다수 국가에서, 직원에게 코로나19 보호 조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심하게 비난받았다. 몇몇 지역에선 현지 아마존 직원이 반대 시위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독일에서도 노동조합 베르디가 아마존 종사자에게 동맹파업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코로나 위기를 맞아 아마존은 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런 기업이 이렇게 공격받는 건 정말 모순적이다. 미국의 아마존 비판자인 스테이시 미첼은 “역사상 아마존이 지금처럼 막강한 적은 없었다”라는 말로 입을 열고는 “이 거대한 권력의 추한 면이 지금처럼 분명하게 공개된 적도 지금껏 없었다”고 말을 맺었다.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정상이 된 사회에서, 아마존 택배 서비스는 이젠 대체 불가능한 주요 기능이 되었다. 아마존은 늘어난 수요에 상응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 하지만 아마존 사업모델의 부작용은 코로나 위기에서 어느 때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고객만이 전부고 그 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 기업에서 과연 어떤 희생이 치러질지 이제 어느 때보다 그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미국에서 아마존 창고 직원으로 일하는 알레그라 브라운과 그 동료의 사례를 보자. 브라운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출근이 걱정됐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러 갔다. 그래봤자 일주일 일하고 받는 돈은 500달러도 안 된다. 독일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커피를 판매하는 알렉산더 마이어 같은 소규모 기업의 경영인은 또 어떤가. 마이어는 “아마존은 워낙 막강한 기업이라 우리 같은 영세상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독일 라이프치히 아마존에서 일하는 크리스티안 뮐러는 “끊임없이 시간에 쫓기면서 물건이 쌓여 있는 선반 사이를 왕복하는 거리가 하루에 20㎞에 이른다”고 말했다.

   
▲ 아마존 배달용 차량 앞에 마스크를 쓴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REUTERS

전자상거래, 미 40%·독 58% 차지
시장점유율과 그와 관련된 힘의 행사가 지나치다는 세간의 비난에 대해, 아마존은 지난 몇 년간 같은 근거를 들어 자기변호를 해왔다. 단일 취급 품목을 개별적으로 따져보면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한눈에 들어올 정도의 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에서 약 40%(독일에선 58%나 된다) 비중을 차지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개별 상거래 전체를 놓고 보면 아마존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6%(독일 5%)라는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당분간 상품을 구매할 유일한 방법이 온라인쇼핑이고, 아마존이 새 구매자를 고객으로 얻을 수 있는 이 팬데믹 시기에, ‘우리는 그런 대기업이 절대 아님!’이라는 주장은 아무 쓸모 없다. 스테이시 미첼은 “아마존은 코로나 위기에서 제일 득을 많이 본 기업이다. 이건 전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한다.
많은 경제분석가는 아마존의 성공이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가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마존 제국에 발을 들인 사람이라면 금세 다시 떠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아마존에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아마존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또 공공연해지고 있다.
미국 국회의원 프라밀라 자야팔의 예가 이 추세를 잘 보여준다. 자야팔의 선거구는 시애틀 대부분 지역을 포괄한다. 그가 선거에서 승리한 데는 아마존 본부에서 나온 표도 한몫했다. 그래서 자야팔은 오랜 시간 이 회사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아마존을 공격하는 대신, 매니저들을 따로 만나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팬데믹이 발생하자 자야팔은 목소리를 높여 아마존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베이조스를 워싱턴으로 부르는 과정에서 힘을 보탰다. 자야팔은 4월 말 베이조스에게 네 장에 걸친 공개 서한을 보냈다. “존경하는 베이조스 귀하”로 시작하는 그 편지에서 그는 “저는 아마존에서 근무하는 직원 80만 명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이어서 그는 아마존 직원 감염자가 점점 늘어나는 점, 코로나19 사망자를 아마존 회사에서 애도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직원을 감염에서 보호하는 안전조치를 아마존이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아마존이 직원에게 위험 추가 수당을 주는 대신 단지 2주치 병가 지급금으로 때운 사실도 들춰냈다. 그러면서 “하필이면 임금을 제일 적게 받는 노동자인 아마존 직원에게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재택근무할 기회가 제일 적게 주어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아이러니”라고 비난했다.
자야팔의 고향인 시애틀 중심부에는 광범위한 구역을 점령하는 아마존 본부가 들어서 있다. 건물 입구 큰 홀에는 아마존의 기본 강령인 유명한 지도자의 원칙 14개 항목이 큰 글씨로 벽에 쓰여 있다. 여기뿐만이 아니다. 화장실에는 이 글이 액자로 걸려 있고, 소형 카드에 코팅돼 간부들 지갑에 들어 있기도 하다. 원칙 제1번의 제목은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이다.
이 철저한 고객 중심 사고가 아마존이 25년 만에 세계 경제사에서 최고로 평가되는 기업, 미국 제2의 고용주가 되도록 하고 그 기업의 사장인 제프 베이조스가 세계 최고 부자가 되게 한 원동력이다. ‘고객 집착’이란 말은 고객이 공짜라 할 만한 가격으로 상품을 받는 것, 특별 고객에게는 보통 단 하루 만에 상품이 배달되는 것, 상품 대부분은 무료로 반환이 가능하게 해주는 것을 뜻한다.

   
▲ 미국 뉴욕에 있는 아마존 창고에 수많은 상품을 실은 트럭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REUTERS

철저한 고객 중심의 이면
고객이 ‘하자가 있다’고 말하는 상품은 생산자나 상인이 반론을 제시하는 일 없이 즉시 다른 상품으로 바꿔주거나 대금을 상환해준다. 소비자 입장에서 그야말로 최상의 조건이다. 이 프라임 멤버십으로 아마존은 미국 전 가구의 82%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독일은 4100만 기구 중 1700만 가구가 프라임 고객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결과, 아마존은 고객에게는 천국인 반면 많은 직원과 사업 파트너, 3차 공급자, 생산자, 그 상품을 실어 나르는 배달자에게는 지옥이 되어버렸다.
시애틀에 가보면 누구나 팬데믹이 자신의 힘을 키울 기회라는 걸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끝없이 늘어나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아마존은 10만 명에 이르는 새 노동력을, 그다음엔 7만5천 명을 고용했다. 지난 몇 년간 자신의 우주선 회사인 블루오리진에 몰두한 베이조스는 최근 다시 아마존으로 돌아왔다. 폭풍 속에 놓인 아마존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몇 개월간 아마존의 운영이 순조롭지 않았고, 여기서 나가는 배송물이 열이면 열 전부 약속된 시각에 정확히 고객에게 도착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아마존은 수요에 타격을 받지 않았다.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상품 개발로, 아마존은 팬데믹 때문에 ‘집콕족’이 된 전세계 수백만 명을 도왔다. 여기서 비롯된 2020년 1분기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26%나 넘었다. 1분기 수익 40억유로(약 5조6천억원)를 보호 마스크와 코로나19 진단, 새 직원 고용을 위해 쓰겠다는 아마존의 발표에 투자자들이 실망했던 것도 잠깐,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는 3월 중순 이래 무려 7020억달러가 되었다.

ⓒ Der Spigel 2020년 29호
Himmel und Hölle
번역 장현숙 위원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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