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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담대하게’ 장벽 넘는다

기사승인 [125호]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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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중국 반도체 국산화- ① 힘겨운 도전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지 30년 만인 2020년 자체 개발 디(D)램이 첫선을 보였다. 실적이 신통치 않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도 상종가를 칠 만큼 돈이 몰린다. 미국이 화웨이 등에 제재를 본격화해 반도체 국산화 일정이 빨라지리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하지만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고, 선두 주자인 삼성 등과 기술 격차도 현격하다. 중국 반도체 국산화의 실태와 과제를 점검해본다. _편집자

허수징 何書靜 <차이신주간> 기자

   
▲ 중국에서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디램 제품을 내놓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공장 조감도. 창신메모리 누리집

지난 30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산업화를 추진해온 중국에서 독자 개발한 첫 디(D)램 제품이 드디어 출시됐다. 2020년 5월부터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長鑫存儲技術有限公司)의 DDR4 디램을 탑재한 메모리 모듈이 시장에 나왔다. 롱시스(江波龍電子), 글로웨이(光威科技) 등이 고객사다.
10나노급 공정은 기술 세대교체를 두 차례 겪었다. 1나노m는 10억분의 1m다. 1세대(1X) 공정은 16~19나노, 2세대(1Y)는 14~16나노, 최신 3세대(1Z)는 12~14나노 크기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9년 3월 1Z 공정의 8기가비트(Gb) DDR4 개발에 성공했다. 6개월 전부터 생산을 시작한 창신메모리의 DDR4는 19나노 공정이다. 공정 격차는 있지만, 이 제품은 국산 디램의 공백을 메웠다. 중국은 디램 설계에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았으나 생산 경험이 부족했다. 창신메모리가 디램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설계부터 제조까지 전 과정을 해낸 것이 중요하다. 메모리 램(RAM)의 기술 문턱은 메모리 롬(ROM)보다 높다. 램은 연산체계 가동을 지원하고, 롬은 전원이 차단된 뒤 데이터를 보존한다. 스마트폰 사양이 ‘8GB+64GB’라고 하면 전자는 램, 후자는 롬 용량을 말한다.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세관 자료를 보면, 2019년 집적회로 수입액 3040억달러(약 360조원) 가운데 3분의 1을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했다. 세계 디램 시장은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세 업체의 점유율은 각각 44.1%, 29.3%, 20.8%로 모두 94.2%에 이르렀다. 대만 난야(南亞科技股份有限公司)와 윈본드(華邦電子股份有限公司), 파워칩(力晶半导体)이 나머지 4.5%를 차지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창신메모리 디램이 일부 중저가 메모리의 중국산 대체 효과를 내, 외국 대기업의 시장 전략에 균형을 잡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제품은 소매유통으로 보급하고 있다. 앞으로 기업을 대상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후발 주자인 창신메모리는 시장을 주도하는 대기업의 가격경쟁 또는 특허 공세를 받을 수 있다. 반도체는 100억달러를 투자해도 놀랍지 않을 만큼 규모가 큰 산업으로 자본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분야다. 반도체업계를 연구하는 교수는 “이제 겨우 첫걸음을 떼, 앞으로 아흔아홉 걸음이 남았다”며 “내딛는 걸음마다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0에서 1까지
창신메모리와 가까운 기술 전문가는 과거를 회상하며 “여러 해 동안 기량을 축적한 한국과 미국 업체도 20나노보다 수준이 낮은 공정에서 출발했는데 창신메모리가 19나노 공정에서 시작한다고 했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디램 개발은 문턱이 높고 생산과정이 특히 복잡하고 어렵다고 강조했다. 경험이 풍부해야 잘못된 완제품을 보고 수천 개 공정 가운데 어디가 문제인지 알아낼 수 있다.
창신메모리는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고층건물을 세운 격이다. 2016년 5월 ‘IC의 고장’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조용히 설립됐다. 2017년 10월 반도체 설계 회사 기가디바이스(兆易創新)의 공고문을 통해 창신메모리 존재가 알려졌다. 기가디바이스는 허페이(合肥)산업투자그룹과 공동 출자해 19나노 공정의 12인치 웨이퍼 메모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두 달 뒤 허페이그룹은 누리집에서 80억달러를 투입해 3기로 나눠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기 공장의 건설비가 약 180억위안, 연간 웨이퍼 생산능력이 12만5천 장이다. 이 사업을 위해 설립한 창신집적회로유한책임공사의 등록 자본금은 20억위안이다. 현재 허페이가 지분 99.75%, 허페이 산하 신흥전략산업발전합자회사가 0.25%를 갖고 있다. 허페이는 허페이시 국유자산위원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초기에 사업을 주관한 사람은 왕닝궈 전 SMIC(中芯國際) 사장이었다. ‘반도체 소재 특허 왕’으로 부르는 그는 중국 반도체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과거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와 화훙(華虹)그룹에서 일했다. 왕닝궈는 TSMC(台積電)와 UMC(聯華電子股份有限公司) 등 대만 반도체 기업에서 직원을 영입해 핵심 인력을 꾸렸다. “초기 직원은 대부분 왕닝궈의 명성을 보고 들어왔다. 관리직 인사에 대만 출신이 많았고, 분위기도 대만 기업과 비슷했다.” 창신메모리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설계와 연구개발 분야 엔지니어를 영입했다고 말했다. 디램 강국인 한국은 많은 메모리 반도체 인재를 육성했다.
해외 인재 영입과 함께 중국의 실력 있는 엔지니어와 졸업생을 흡수했다. 주로 XMC(武汉新芯集成电路制造有限公司), SMIC, 화훙훙리반도체(上海華虹宏力), 우시에 있는 하이닉스공장에서 엔지니어를 모았다. 웨이퍼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작업장 환경과 프로세스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물리와 화학재료, 전자회로설계를 전공한 대학 졸업생을 뽑았다. 집적회로 전공 학생의 공급이 부족해 관련 학과 졸업생을 채용한 뒤 교육하는 것이 더 쉬웠다. 현재 직원 3천 명 가운데 기술직이 80%에 이르고 해외와 중국 직원의 비율이 3 대 7 정도다.
허페이그룹과 기가디바이스의 협력이 진행되면서 왕닝궈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8년 7월, 주이밍 기가디바이스 총경리가 창신메모리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겼다. 칭화대학을 졸업한 주이밍은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기가디아이스를 창업하고 노어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 창신메모리 직원은 주이밍 최고경영자가 평소 크게 떠벌리지 않는 편이고 출장 갈 때도 일반석을 탄다며 “열심히 일해 납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관민 합작
2017년 10월, 기가디바이스와 허페이그룹은 창신메모리가 2018년 말까지 반도체 칩을 개발하고 최소 10% 수율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계획대로 진행하면 기가디바이스가 5년 안에 허페이그룹 지분을 인수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양쪽이 1 대 4 비율로 손익을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또 허페이그룹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한편 기가디바이스가 계속 운영하기를 원한다면 기가디바이스가 허페이그룹의 청산 또는 처분 수익을 넘겨받기로 결정했다. 양쪽이 인정한 제3의 투자자를 기가디바이스가 영입해 매입할 수도 있었다.
기가디바이스는 2005년 설립한 민영 반도체 설계 회사로, 노어플래시 분야에서 세계 5위에 올랐다. 2016년 상하이증시에 상장돼 현재 시가총액이 1천억위안(약 17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2019년 매출 32억위안, 순이익 6억위안에 그쳤다. 창신메모리를 인수하는 방안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징둥팡(京東方·BOE)에 적용한 방식과 비슷하다. 지방정부가 초기 자금 압박을 감당해주고 사업을 기업에 맡겨 시장 원리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다.
2018년 7월 창신메모리는 칩 개발에 성공했다. 검증 결과 설계에 큰 문제가 없었다. 만약 설계를 몇 차례 바꿨다면 인력과 자금을 소진했을 것이다. 이후 임무는 파라미터를 최적화하고 수율을 올리는 것이었다. 당시 창신메모리는 시험 생산한 웨이퍼 한 장에서 700~800개 칩을 만들어냈다. 공식 생산을 시작한 뒤에는 칩이 약 1700개로 늘었다. 2019년 9월, 주이밍 최고경영자는 디램 제품 생산을 알렸다. 창신메모리에 따르면, 생산능력이 2019년 말 매월 2만 장에 이르렀고 2020년에는 4만 장으로 늘어났다. 처음 계획한 일정과 맞아떨어졌다.
개발과 설계, 생산 단계까지 허페이그룹은 가장 중요한 자금을 댔다. 2017년 180억위안을 공동투자하기로 했으나, 2018년 말까지 기가디바이스가 부담해야 할 36억위안이 오지 않았다. 2019년 4월에는 기가디바이스가 전환사채 방식으로 3억위안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연말까지 실제 투자한 금액은 2억위안에 그쳤다.
2019년 5월 열린 세계반도체연맹(GSA) 총회에서 주이밍 최고경영자는 창신메모리가 연구개발과 자본지출에 25억달러(약 2조9천억원)를 썼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증권보> 인터뷰에서 “인건비와 장비의 감가상각비, 연구개발비가 가장 큰 부담”이라며 “하루빨리 제품을 생산해 현금흐름이 원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창신메모리 관계자는 제품 상용화는 자금 압박을 잠시 늦출 뿐이라며, 반도체산업은 투자 규모가 막대해 단기간에 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산업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 기술 등 생산요소 가운데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돈이다. 자금 문제로 사업이 중단되진 않을 것이다.” 허페이그룹 누리집에 따르면, 2019년 8월 국가개발은행이 창신메모리에 160억위안의 신디케이트론을 제공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에서 창신메모리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고,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財新週刊 2020년 제28호
內存芯片低調破冰
번역 유인영 위원

허수징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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