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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폐쇄로 온 가족 고통”

기사승인 [125호]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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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코로나 시대의 패배자 ② 저축자와 가족

팀 바르츠 Tim Bartz 다비트 뵈킹 David Böcking
마르쿠스 데트머 Markus Dettmer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헤닝 야우어르니히 Henning Jauernig 안톤 라이너 Anton Rainer
안네 자이트 Anne Seith
<슈피겔> 기자

   
▲ 코로나19 발병 이후 독일의 소득 하위 25%는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여유 자금을 사실상 이자가 없는 저금통장에 넣어두었지만, 일부 부자는 부동산·주식·펀드에 투자해 엄청난 돈을 챙기고 있다. 성난 시위자들이 유럽연합 사무소 앞에서 유로화를 태우고 있다. REUTERS

2020년 3월18일, 독일 닥스지수가 8442포인트로 떨어졌을 때 페터 헬레는 큰돈을 베팅했다. “비상금만 최소한으로 남겨뒀다.” 컴퓨터 전문가는 전화 통화에서 말했다. 첫 주식 투자였다. 주가가 높아 그는 매번 저축한 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였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주가가 6년 이래 최저 가격으로 내리꽂자, 헬레는 “지금 올라타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축자
며칠 후 헬레는 지금까지 저축한 돈 거의 전부인 2만유로를 3개 기술 기업에 투자했다. 높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교통통제 시스템 업체에서 일하는 돈을 잘 버는 하드웨어 개발자이기 때문이다.
헬레는 운이 좋았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뒤 닥스지수가 약 40% 상승했다. 매입한 주식은 그보다 더 올랐다. 하지만 독일에서 헬레처럼 주식 투자에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중하위 소득자는 여전히 주식을 도박꾼 장난감으로 여기고 저축이 더 나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20년 동안 부의 격차가 더욱 확대된 이유 중 하나다.
독일 경제연구소(DIW) 마르쿠스 그랍카 연구원은 “코로나 위기가 독일 노후 보장 시스템의 잘못된 발전을 무자비하게 드러냈다”고 말한다. 수십 년 동안 그는 독일 사회경제패널(SOEP)을 맡았다. 1만6천 가구에 정기 설문조사를 벌이고 독일인 삶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해 연구한다.
독일인은 수치로는 매우 부유하다. 2019년 말까지 독일인이 쌓은 금융자산은 6조6천억유로에 이른다. 하지만 그들의 돈은 제대로 투자되지 않고,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더 고르지 않게 분배됐다.
뒤스부르크에센대학 사회경제학연구소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소득 하위 50%는 차를 한 대 이상 보유한 가정이 거의 없고, 기껏해야 생명보험 하나 정도 들었을 뿐이다. 소득 하위 50% 중 자기 소유 주택에 사는 이는 8%에 그친다.
소득 하위 25%가 여유 자금으로 가진 금액은 많아야 6200유로(약 800만원)를 넘지 못한다. 이 돈은 대부분 지난 수년 동안 사실상 이자가 없다시피 한 저금통장에 들어 있다. 이 사람들은 주식이나 펀드를 거의 보유하지 않는다. 지속적인 저금리와 코로나 위기에서 주식시장이 계속 상승해도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한다.
최상위권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이 가운데 15%가 주식이나 펀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인구 중 소득 상위 20%에 속한다. 이들은 자신이 소유한 집에서 살고 또 다른 부동산으로 임대소득을 올리는 일이 적지 않다.
그랍카는 독일인에게 큰 문제가 닥쳐오는 것이 보인다고 했다. 많은 사람에게 연금은 생활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금액이고, 낮은 이자로 회사와 개인의 노후 보장 제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이 문제를 더욱 악화했다. “금리를 수년간 매우 낮게 유지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에 가해진 정치·경제적 압박이 엄청났다.”
패배자는 이중으로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 사태로 단축근무를 하거나 일자리를 잃은 많은 저임금 노동자는 리스터연금이나 다른 기타 노후 보장 계약을 보류해야만 했다. 보험료를 낼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던 시절엔 돈을 주식에 투자했지만, 지금은 일자리를 잃었거나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은 나머지 자산을 끌어다 쓰고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 그랍카는 “하위 중산층이 이런 손실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부자는 손실을 주식시장에서 보충한다.
통계 수치 안에 사회정치적 폭탄이 감추어져 있다. 만약 부유층이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나머지 계층과 분리된다면 중산층이 점점 더 줄고, 노인 빈곤이 통례가 된다면 사회적 평화의 전제조건이 무너질 것이다.
저소득층 시민이 노인 빈곤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랍카는 민간 노령연금에 국가가 지원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코로나 위기 중이 아니라면 언제 정치권은 실패한 리스터연금 제도의 대안을 마련할 것인가?”
DIW 연구원 그랍카는 모든 생업 종사자가 가입하는 도이칠란트 펀드 안을 지지하고 있다. 저축할 여력이 없거나 소액만 저축하는 국민을 위해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주식 투자 지분이 상당한 이런 펀드는 장기적으로 6~7%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이미 모든 피고용인이 의무적으로 그와 같은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 국가 펀드는 투자를 광범위하게 다각화하기에 독일에서도 리스크(위험요인)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처로 어린이집과 학교 등이 문을 닫으면서 수많은 가족이 보육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이들을 유족들이 추모하고 있다. REUTERS

가족
브란덴부르크에 사는 크라츠 가족은 지난 몇 주 동안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경제가 무너져서가 아니라 6살 아들을 두 달 넘게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 안케 크라츠와 남편은 계속 정상적으로 출근해야 했다. 안케가 사무직으로 일하는 목공소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고 크라츠는 말했다. 아내의 업무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했다. 모듈러 주택 건설 회사의 조립 기사인 남편도 밖으로 나가야 했다.
2020년 3월 중순 학교와 어린이집이 폐쇄됐을 때, 수백만 명의 부모가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됐다. 전체 피고용자 중 25%가 돌봄이 필요한 자녀를 두고 있다. 6월 초 베를린 상공회의소가 500여 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6%는 ‘어린이집 폐쇄로 업무 성과가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67%는 ‘안정적인 계획 수입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63%는 ‘추가적인 부담으로 체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가족을 돕기 위한 대책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 5월 중순 감염보호법 규정이 확대됐다. 국가는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로 자녀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일할 수 없는 부모에게 각각 10주간 임금의 67%를 지급한다. 이전보다 지급 기간이 4주 연장됐다.
하지만 안케에게 이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회사 사장은 이 규정을 듣자마자 즉시 거절했다.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직원이 한 명이라도 나오지 않으면 회사는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크라츠는 아들을 비상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부부는 모두 ‘핵심 인프라 구조’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오버하펠 군 당국은 설명했다. 크라츠가 ‘비상사태 핫라인’에 전화해 항의하자, 군 직원은 방법이 없으면 일을 그만두고 실업수당을 신청하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울기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두면 누가 경제를 책임지라는 말인가?”
지금은 다행히 크라츠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브란덴부르크와 다른 연방주 어린이집은 6월15일부터 다시 정상 운영되고 있다. 8월에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학교 수업도 다시 정상화할 것이다. 확진자 수가 다시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위기 상황에서 자식을 돌보는 일을 맡는 이는 주로 어머니다. 독일 한스뵈클러재단 사회·경제 연구소에서 7700명에게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어머니의 27%가 어린이집과 학교 폐쇄 때문에 노동시간을 줄였다. 아버지가 일하는 시간을 줄인 비율은 16%밖에 되지 않았다.
자녀에게도 경제적 불이익이 있을 것이다. 교육 연구자 그룹은 ‘교육 활성화’를 호소하며 팬데믹으로 ‘정규 교육이 몇 주간만 중단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거시경제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경고한다.
DIW 교육 전문가 크리스티나 카타리나 스피스는 “코로나 2차 유행, 3차 유행이 있을 경우 의미 있는 수업 진행을 하려면 지금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위기 극복 프로그램에서 교육과 아동 보육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독일 연방정부의 1300억유로 부양책에서 학교와 어린이집 확장에 배정된 돈은 겨우 30억유로뿐이다. 그 외 43억유로를 ‘보너스’로 아이 한 명당 300유로씩 1회성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스피스는 “상당히 상상력이 없는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조처와 비교해도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 Der Spiegel 2020년 28호
Die Verlierer der Krise
번역 황수경 위원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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