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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독주’에 토스·케이뱅크 협공

기사승인 [125호]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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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인터넷금융 춘추전국시대- ④ 디지털은행 삼국지

이재운 <삼성전자의 빅픽처> 저자

   
▲ 2020년 6월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대표들과 신용보증 재단중앙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스마트 보증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디지털뱅크) 시장은 그동안 카카오뱅크(카뱅) 독주 체제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곧 카뱅으로 인식될 정도로 대표주자의 위상을 공고하게 다졌다.
카카오의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를 앞세운 마케팅은 ‘은행 개념’을 바꿔놓았고, 기존 은행의 색깔을 완전히 지웠다. 쉽고 빠르고 친절한 온라인은행, 종이서류 제출 없이 디지털 데이터로 모든 것을 연계 처리하는 디지털은행 시대를 열었다는 찬사가 연일 이어졌다.
그 사이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있었다.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이지만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케이뱅크 관계자들이었다. 케이뱅크의 출범일은 2017년 4월3일로, 카카오뱅크(2017년 7월27일)보다 3개월 이상 앞섰다. 출범 70일 만에 여신과 수신 모두 1조원을 돌파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대주주 적격성’이라는 암초를 만나 표류하기 시작했다. 서울 광화문 케이뱅크 본사에는 침묵의 시간마저 멈췄다. 대주주 역할을 하려던 케이티(KT)는 과거 법률 위반으로 금융사 대주주 지위를 얻을 수 없었고, 돈줄이 막힌 케이뱅크는 그렇게 얼어붙었다.
카카오뱅크는 홀로 질주했다. 모바일 전세대출은 복잡한 서류가 필요했던 전세대출 분야를 몇 번의 터치로 해결하는 ‘신기원’을 열었다. 간편하게 개설되는 마이너스통장에도 찬사가 이어졌다. 제1금융권의 터줏대감인 일부 지방은행을 규모 면에서 앞지르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독주가 한동안 계속됐다.

토스뱅크의 도전
카뱅 독주 체제에 변화가 왔다. 2019년,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을 선정하는 모집공고가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토스 돌풍을 일으킨 비바리퍼블리카가 ‘토스뱅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챌린저뱅크’(도전자은행)라는 새 개념을 들고나온 이들은 혁신성을 앞세운 카카오뱅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애초 신한금융지주와 합작해 토스컨소시엄을 만들었다. 2019년 2월의 일이다. 금융위원회는 사실상 토스컨소시엄을 밀어주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2019년 상반기 토스뱅크의 선정이 예상됐다. 그러나 컨소시엄 내부 기류가 미묘해졌다. 신청 마감을 앞둔 3월, 신한금융지주가 컨소시엄에서 빠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챌린저뱅크를 두고 신한금융지주와의 견해차가 컸고, 결국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다. 기존 은행사의 참여 없이 벤처캐피털 등과 구성한 컨소시엄은 결국 고배를 마셨다.
2019년 하반기 다시 나온 선정 공모에 토스가 하나은행, SC제일은행과 손잡고 다시 등장해 결국 제3인터넷은행으로 이름을 올렸다. 2021년 출범을 목표로 설립 작업을 착착 진행 중이다. 챌린저뱅크에 합의와 이해가 이뤄진 이번 연합은 공고해 보인다. 토스뱅크가 추구하는 챌린저뱅크는 영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핀테크가 활성화하는 지역에서 나온 디지털뱅크의 혁신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엄밀히 말해 토스뱅크보다 먼저 등장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일정 수준 구현한 것이다.
다만 토스뱅크는 차별화를 위해 초기 설계부터 좀더 과감한 전략을 택했다. 디지털 데이터 활용을 강화하고, 다양한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각종 상품의 판매 수수료와 유료 정기구독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차를 통한 이자 수익) 중심의 금융산업과는 다른 결을 취한다는 전략이다.

케이뱅크의 반격
속이 타들어가던 케이뱅크에도 희소식이 들렸다. 2020년 케이티가 대주주 적격성을 갖출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면죄부를 받은 케이뱅크는 앞으로 위험요인이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대주주를 (케이티 계열사인) 비씨카드로 바꾸고, 우군인 우리은행 지분을 확대하며 증자를 진행했다. 막힌 돈줄이 뚫리면서 반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첫 번째 반격 작품은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이다. 카카오뱅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안정적인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케이뱅크는 낮은 대출금리를 앞세워 호평받은 바 있다. 직장인 신용대출을 비롯해 카카오뱅크나 다른 은행보다 대출금리가 낮은 다양한 상품을 준비했으나 자본 부족으로 대출이 막히는 바람에 아쉬움이 컸다. 이제 대출상품을 다시 취급하는 만큼 시장의 큰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
기업 금융시장도 노리고 있다. 편리한 계좌 개설과 업무 담당자 지원 강화 등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친다. 최근에는 간편결제 서비스 연결계좌로 케이뱅크를 선택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행운상자 이벤트도 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회사 이름을 한국카카오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바꿨다. 고객에게 브랜드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직장이 없는 청년이나 개인사업자로 확장하는 등 금융 혁신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비상금 대출, 1천원 이하 소액을 따로 저축하는 저금통 기능 등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이용자 저변을 넓혔다.

카카오뱅크의 수성
신용카드도 선보였다. 신한·씨티·국민·삼성 등 카드사 네 곳과 제휴해 신용카드를 출시하면서 다시 화제를 불러모았다.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수요자의 요청에 따라 설계해 제공하는 카드 서비스) 방식을 택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카드사와 같이하는 ‘상생 방식’을 택했다. 기존 금융사와 공존하는 모습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시중은행보다 대출금리가 다소 높다는 점은 계속 비판받는 부분이다. 혁신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혁신의 이미지가 소모되는 시점에서 적절한 승부수가 필요해 보인다.
3년 동안 이어진 ‘카뱅 천하’가 바야흐로 전환점을 맞았다.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이 ‘천하삼분지계’로 바뀔지 모른다는 전망이 2020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다. 시장경제에서 어떤 기업이 천하를 완전히 통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누가 어떤 경쟁력으로, 어떻게 주도권을 쥐고 입지를 다져나갈지 지켜보는 일은 흥미롭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9월호

이재운 damoyer@daum.net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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