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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에서 카드·투자·보험으로

기사승인 [125호]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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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인터넷은행 춘추전국시대- ③ 한국 빅테크 전장

이재운 <삼성전자의 빅픽처> 저자

   
▲ 네이버통장 광고 화면. 네이버페이 누리집

절대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던 네이버가 내놓은 ‘네이버 통장’은 금융계를 뒤흔들었다. 은행이 아니면서 내놓은 통장 상품도 화두였지만, 이를 견제하는 은행들 움직임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토스와 카카오가 일으킨 충격파에 휘청거린 기존 금융계는 새 도전 앞에 서 있다. 자체 힘으로 이겨내기에는 정보기술(IT) 업계 공세가 너무 거세고 위협적이다. 한국의 ‘기술 거인’들이 그리는 디지털금융 세상은 대체 어떤 그림이 될지 살펴보자.

네이버의 선전포고
“원금 보장도 되지 않는데 무슨 통장이냐!” 네이버 통장은 최대 100만원까지 연 3% 수익률을 제공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이다.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가 2019년 7월 합작을 발표한 이후 내놓은 첫 협업 작품이다. 저금리 시대에 3% 이자를 주는 상품은 그 자체로도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된 것은 네이버가 ‘통장’이란 이름을 쓴 점이었다. 법적으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에 통장이란 단어를 쓴 게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나왔다. 네이버는 일단 논란을 피하기 위해 명칭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결국 네이버 대신 미래에셋대우 이름으로 CMA 상품이란 명칭을 선택했다.
소비자 생각은 달랐다. 네이버가 통장이라는 명칭을 쓰는 데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다. 원금 보장 문제와 관련해 한 누리꾼은 “네이버가 망하면 그때는 내 원금이 문제가 아니겠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가 경제가 통째로 무너지는 수준이 아니라면 대형 IT 기업을 ‘거의 무한대로’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반응은 금융을 향한 기존 틀과 기본 정의를 흔드는 개념 변화(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국외에서 구글과 애플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빅브러더’ 논란에 휩싸여 있는가 하면,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삶의 파트너’로 인식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보기술 업계에선 이를 ‘빅테크’(Big Tech)라고 한다. 경계선이 허물어지거나 흐릿해진다고 해서 ‘빅블러’(Big Blur)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구글·아마존·네이버·카카오 같은 대형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내부에 쌓아놓은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자사에 우호적인 이용자를 기반으로 디지털금융 등의 사업에 진출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금융보안원이 펴낸 ‘2020년 디지털금융 이슈 전망 보고서’는 빅테크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이 더욱 가속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불공정 거래와 금융 데이터 무단 활용을 예방하기 위한 정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직접 은행업에 진출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IT 업계 소식통도 “네이버가 국내에서 ‘라이선스’를 필요로 하는 사업을 직접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네이버는 정부 입김이 미치지 않는, 사업 자체로 접근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디지털금융 사업을 전개하며 입지를 다져가는 모습이다.
다만 무서운 기세를 보인 네이버의 ‘통장 실험’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는 모양새다. 2020년 6월 초 출시해 가입자 27만 명을 모았지만, 7월에는 3만 명에 그쳤다. 그마저도 초기 판촉 활동이 종료되면 인기가 시들해질 전망이다.

기세등등 카카오
‘라이언’ 캐릭터는 카카오의 캐릭터 사업 브랜드 ‘카카오프렌즈’를 대표한다. 라이언이 상당한 이미지 효과와 수익을 카카오에 가져다줘, 이용자 사이에선 ‘라 전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라이언을 앞세운 카카오의 신사업 가운데 단연 두각을 드러낸 것이 카카오뱅크(카뱅)와 카카오페이(카페이)의 두 축으로 구성된 핀테크 사업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이미 디지털금융 혁신을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최근 전업 카드사와 손잡고 신용카드 시장까지 진출하며 이용자 저변을 넓히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려졌지만,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제를 넘어 투자 서비스로 진출하고 나아가 빅데이터 확보에 이르는 ‘큰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다.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에 진출했고, 자체 CMA 상품을 선보이며 호응을 얻었다. 출시 한 달 만에 50만 명, 4개월 동안 14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거대 IT 플랫폼의 금융서비스가 아닌 경쟁자로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토스의 활약이 가장 돋보인다. 출범 초기 신한투자증권, 하나은행 등과 협업해 손쉬운 계좌 개설을 통한 ‘비대면 금융서비스 시대’를 열어젖힌 주역으로 평가된다. 이후 수협·삼성카드·에이스손해보험 등과 손잡고 마이너스통장, 제휴 신용카드, 미니보험 상품 등을 선보이며 모바일 엄지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가 만든 디지털금융 앱 토스의 보험 서비스 광고. 토스 누리집

결제 시장의 혈투
디지털금융 확산에 의외로 크게 기여한 것이 바로 제로페이다. 서울시가 도입한 뒤 경상남도와 중앙정부에서 호응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으로 자리매김한 제로페이는 간편결제 시장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과 저변 확대를 적극 이끌었다.
페이코(NHN 운영),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사업을 디지털금융 전반으로 확장하려는 IT 기업의 최일선 사업이 간편결제다. 그동안 간편결제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자리잡았지만 오프라인에선 확산이 쉽지 않았다. 막막하던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제로페이를 통해 활로를 뚫어준 것이다.
그 바람에 결제 과정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던 기존 전자지급결제사업(PG) 업계는 휘청거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사업부를 토스에 매각했다. 케이지(KG)이니시스 등 다른 사업자들 역시 새로운 성장 방안을 모색하지만 뚜렷한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기존 PG 사업자를 건너뛰고 간편결제가 확산하는 환경 앞에 속수무책이다.
네이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사 검색창에서 검색하고 구매를 결정한 물품을 곧장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심판이 선수로 뛰는 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디지털금융 시대의 과제
물론 플랫폼 구실을 하는 포털인 네이버가 특별히 불공정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는 네이버, 카카오연합과 토스뱅크의 혁신 상품, 저축은행·시중은행의 디지털금융 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디지털금융 시장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0년을 디지털금융 시대가 본격 개막하는 해로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토스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했고, 네이버를 향한 구애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20년 업무 계획에서 ‘핀테크 육성’과 ‘디지털금융 산업 도약’을 위한 제도 마련을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제21대 국회 개원을 맞아 내놓은 연구보고서에서는 “국내 빅테크 기업은 지급결제·송금 분야를 중심으로 금융시장에 진출 중”이라며 “(그러나) 기존 금융 인프라가 공고하여 당분간은 기존 금융기관 중심의 금융 생태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므로 강력한 진입 규제보다 정책적으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뱅킹이 일찍 보급된 국내 금융시장의 특성상 비대면 디지털금융 수용은 다른 나라보다 수월한 편이다. 통신 인프라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역시 긍정적 요소다. 동시에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 등 더 쉽고 편리한 이용에 대한 목소리도 커져 핀테크 성장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물론 과제도 있다. 보고서에선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보유량과 처리 능력 그리고 주력 사업 부문에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소수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집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정책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9월호

이재운 damoyer@daum.net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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