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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법칙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실수

기사승인 [126호] 20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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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비싼 대학 교육은 별 쓸모가 없고, 나이 든 창업자가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 면접 순서는 마지막이 좋다. 수년간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한 물리학자가 밝혀낸 성공법칙이다.

힐마어 슈문트 Hilmar Schmundt <슈피겔> 기자

   
▲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생전에 “서른 살 이전에 과학에 기여하지 못하면 평생 못한다”며 성공 공식을 내비쳤다가 뒤에 스스로 이 가설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상대성이론에 관한 그의 메모가 담긴 편지. REUTERS

버러바시의 전성기는 이미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50살이 넘은 뒤에 큰 성과를 거둔 과학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서른 살 전에 과학에 큰 기여를 못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보스턴에 있는 노스이스턴대학 교수 얼베르트라슬로 버러바시는 아인슈타인이 이것만큼은 예외적으로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해냈다”고 루마니아 출신 물리학자 버러바시는 말했다. 그의 목표는 대규모 통계 데이터 분석으로 일종의 성공 공식을 찾는 것이었다.
과학자, 화가 혹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자로서 어떻게 해야 유명해지는가? 정말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처럼 어린 나이에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가져야 하는가? 근면성은 성공에 얼마나 기여하는가? 좋은 인맥은 얼마나 중요한가? 요컨대, 명성을 얻는 데 보편적인 규칙이 있는가?
연구팀과 함께 버러바시는 수많은 데이터를 뒤졌다. 7개 분야 과학자 1만 명의 출판물을 분석하고, 성공한 기업가 수천 명에 대한 글을 연구했다. 1980∼2016년 전세계 갤러리 1만4천여 곳에서 전시회를 연 50만 명에 가까운 예술가의 경력을 평가했다. 수년간 데이터 분석을 한 끝에 그는 놀라운 답을 내놓았다. 그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성공하려면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네트워킹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 노벨상 수상자와 예술가들의 성공에는 실력뿐만 아니라 그의 명성과 인맥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는 사실이 데이터 분석 결과 드러났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REUTERS

수년간 데이터 분석해 밝힌 성공법칙
버러바시의 인생이 좋은 예다. 루마니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버러바시는 헝가리계 소수민족이었다. 철의 장막이 무너진 뒤 그의 가족은 탄압을 피해 고향을 떠나 헝가리로 이주했다. 개인적인 불행은 직업적인 면에서 행운이 됐다. 뿌리 뽑힌 물리학자가 결국 미국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많은 동료 학생이 나보다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동유럽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뛰어났지만 네트워킹이 잘돼 있지 않았다”고 버러바시는 말한다.
네트워킹의 중요성은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결정될 때 드러난다. 오늘날 대부분 연구자는 대규모 팀을 꾸려 함께 연구하지만, 노벨위원회 규정상 최대 3명에게만 노벨상 영예가 주어진다. 협업 과실을 소수가 수확하는 것이다. 버러바시의 데이터 분석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수상자 선정은 성과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규칙을 따른다. 그중 하나는 이미 유명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상을 준다는 것이다.
협업은 특히 여성에게 불리하다. 예를 들어 통계적으로 경제학에서 여성학자가 종신 교수직을 할 확률은 동등한 자격을 갖춘 남성의 절반에 불과하다. 여성 경제학자가 남성 동료와 함께 논문을 발표하는 일이 많을수록 교수직을 얻을 기회가 줄어든다. 대부분 남성에게 명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자기 연구실의 박사후연구원 중 한 명인 마르타 곤살레스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고 버러바시는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두 사람이 공동으로 이동성 연구를 발표했을 때 주로 버러바시가 인용됐다. 버러바시가 자기 분야에서 이미 명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곤살레스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 뒤에야 학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버러바시는 “단독 출연을 하거나 자신 있게 자신이 거둔 성과에 권리를 주장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예를 들었다. 미국 가수 달린 러브는 항상 엘비스 프레슬리 등 유명 가수와 함께 무대에 섰다. 하지만 슈퍼스타와 함께한 무대는 그녀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러브는 생활을 위해 가사도우미로 일해야 했다. 나중에 솔로 가수가 된 뒤에야 명성을 얻었다. 2011년 러브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숫자열 뒤에 종종 서글픈 인생사가 감춰져 있다”고 버러바시는 말했다. 노벨상을 분석할 때 그는 번번이 한 분야의 중요한 개척자가 노벨상을 받지 못한 사례를 발견했다. 예를 들어 생물학자 더글러스 프래셔는 1980년대 중반 세포조직을 녹색으로 빛나게 하는 형광단백질을 발견했다. 이 단백질은 유전자 연구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하지만 프래셔는 재수가 없었다. 장학금을 받는 기간이 끝나자 그는 연구를 그만두고 운전사로 일했다. 그전에 프래셔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다른 연구자 두 명에게 보냈다. 그들은 연구를 계속해 2008년 노벨상을 받았다. 프래셔는 큰 업적을 이루었지만 세간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운이 나빴다.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게 어려울수록 주관적 인상이 강하게 작용한다. 버러바시가 든 또 하나의 사례가 그러하다. 매년 5월 전세계의 우수한 젊은 클래식 음악가들이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경연을 펼친다. 버러바시는 콩쿠르 초반에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우승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다. 수상자는 대부분 최종 심사 회의 직전에 연주한 이들이다.
심리학자는 이를 ‘최근 효과’라고 한다. 이 효과는 취업 면접에서도 눈에 띄게 자주 일어난다. 예를 들어 스페인에서는 변호사가 많은 이들이 원하는 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는데, 버러바시에 따르면 월요일에 판사 선발 인터뷰를 하는 사람은 운이 나쁘다. 그가 선택될 가능성은 50%에 불과하다. 반면 금요일에 인터뷰하는 후보는 75%가 선발된다. 마지막이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성과는 너에게 달렸지만, 성공은 네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중이 너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렸다.” 이것이 버러바시의 생각이다.
광범위한 데이터를 분석해 발견한 바에 따르면 예술 분야도 다르지 않다. “아주 가슴 아픈 일”이라고 버러바시는 말했다. 버러바시와 그의 연구팀은 예술가 50만 명의 인생사를 조사해 그 결과를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한 예술가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느냐는 처음 다섯 번의 전시회를 어디에서 여느냐에 따라 예측이 가능하다. 작은 나라의 잘 알려지지 않은 갤러리에서 시작한 사람은 미술 세계의 중심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10%밖에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저명한 시카고 미술연구소에서 전시회를 연 사람은 높은 확률로 유명한 예술가가 될 것이다. 나중에 이들 경력이 성공하지 못할 확률은 0.2%에 불과하다. 일찍부터 미술계 네트워크와 연결된 사람은 아무리 바보 같은 짓을 해도 추락하지 않는다.
미국의 젊은 화가 장미셸 바스키아도 비슷했다. 꾸준히 기성 예술가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한 바스키아는 곧 앤디 워홀 같은 유명 화가와 함께 전시할 수 있었다. 동료 예술가 알 디아즈는 초기 스타일이 바스키아와 차이가 없는데도 계속 외곽에 머물렀고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연구그룹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부 네트워크가 과대평가됐음을 증명했다. 특히 비싼 엘리트 대학이 이에 해당한다. 많은 부모가 비싼 명문 대학 졸업장이 자녀가 성공하는 길에 필수 요소라고 믿는다. 연구 결과 이런 편견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다.
버러바시는 즐겁게 통계 분석 결과를 보고했다. 미국 하버드대학 같은 명문대 졸업생의 소득은 능력이 비슷할 경우, 그보다 덜 유명한 대학을 졸업한 학생과 별 차이가 없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대학이 성공적인 학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학생이 대학 성공을 만든다”고 버러바시는 요약했다. 명문 대학의 권위보다 학생의 재능과 근면함이 더 큰 역할을 한다.

   
▲ 포기하지 않는 끈기는 중요한 성공 요소다. 이는 세네갈의 여성 프로 서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REUTERS

아인슈타인 스스로 가설 부인
버러바시는 위로가 되는 메시지 하나를 더 내놓았다. ‘젊은 연구자만 과학 업적을 이룰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틀렸다는 반론을 폈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유통기한이 없다.” 버러바시는 수십 년 동안 활동한 물리학자 2800여 명의 이력과 출판물을 평가했다. 많은 학자가 50살이 지난 뒤에야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일부는 70살이 넘어서 성공했다. 버러바시는 “일생 동안 지속해서 부지런히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버러바시는 “모든 학문 연구는 복권과 같다. 모든 복권은 나이와 상관없이 같은 확률을 보인다”고 말했다. 화학자 존 펜은 70살에 미국 예일대학에서 은퇴했다. 그러나 펜은 지치지 않고 계속 연구했고, 고분자 구조 분석에 성공해 2002년 노벨상을 받았다. 당시 그는 85살이었다.
아인슈타인도 젊은 물리학자만 업적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의 가설을 반박한 셈이었다. 아인슈타인이 다른 두 연구자와 함께 쓴 ‘양자얽힘’ 논문은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입자의 ‘괴이한 원격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물리학 논문 중 하나다. 이 논문을 쓸 때 아인슈타인은 50대 중반이었다.
많은 이가 청년 문화의 전형이라고 여기는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가운데도 ‘만년 성공’이 적용된다. 버러바시는 이를 보여주는 연구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대부분 스타트업 창립자의 나이는 40대다. 성공한 창립자만 걸러내면 이들 중 많은 이가 50대임을 알 수 있다. 버러바시도 나이 때문에 절제할 생각이 없다. 현재 그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3차원(3D) 프린터를 사용해 조형물로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다. 그는 유명한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면 2021년 초에 전시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물리학자 버러바시는 조각가가 되고 싶던 어린 시절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다만 망치와 끌이 아니라 ‘통계 수치’라는 모든 예술에서 가장 추상적인 도구를 사용할 뿐이다.

ⓒ Der Spiegel 2020년 29호
Einsteins Irrtum
번역 황수경 위원

힐마어 슈문트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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