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코로나 시대의 요양시설 ②
코르넬리아 슈메르갈 Cornelia Schmergal <슈피겔> 기자
▲ 보건 당국과 요양원의 면허 금지 조처로 이탈리아의 한 요양시설 환자가 휴대전화로 남편과 가족에게 전할 말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다. REUTERS |
바르바라 뢰트거는 자신이 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흰머리 섞인 머리카락을 짧게 깎은 55살 중년 부인은 갈등을 심화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첫 만남 전에 뢰트거는 “나를 알아볼 표식은 흰색 바탕에 나비 무늬가 있는 블라우스”라고 알려줬다. 그는 양로원에 있는 어머니와 같이 있을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베를린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바르바라 뢰트거는 실명이 아니다. 그는 실명을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요양병원의 재단과 분쟁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뢰트거 어머니는 여전히 그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뢰트거가 방역 조처에 저항한 뒤 시설 직원과의 관계가 악화했다.
뢰트거 어머니는 치매에 걸렸다. 요양병원을 빠져나가 사라지는 일이 자주 있다. “아마 부모님을 찾아 스판다우로 가려는 것 같다”고 뢰트거는 말했다. 하지만 외조부모는 30년 전 세상을 떠났다.
뢰트거는 이 상황에서 실용적인 해결책을 찾았다. 어머니 위치를 상시 확인할 수 있도록 어머니가 쓰는 성인용 보행기에 위성항법장치(GPS)를 설치했다. 어머니가 사라질 때마다, 딸은 어머니를 되찾아왔다. 3월 어머니가 입원한 요양병원이 다른 요양시설과 마찬가지로 봉쇄됐을 때, 뢰트거는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어머니가 봉쇄 조처를 견디지 못하리라고 확신했다. 이날 딸은 “어머니 장례식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절망을 딸은 느낄 수 있었다. 퇴근 뒤 집에 돌아오면 자동응답기에 어머니로부터 20개 메시지가 남겨졌던 적도 있다. 뢰트거는 어머니와의 분리를 2주 동안 견뎠다. 4월3일 그는 어머니를 하루에 한 번 1시간 방문하도록 허용하는 임시처분을 신청했다. 판사에게 보낸 편지에 뢰트거는 어머니의 ‘영혼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적었다.
부활절 전 성금요일(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일을 기념하는 날)에 법원 판결에 따라 뢰트거는 마스크와 장갑, 방역 가운을 입고 다시 어머니를 찾아갈 수 있었다. 어머니의 방문 앞에서 체온을 잴 때 간호 인력이 뢰트거에게 말했다. 그가 아주 무책임한 짓을 하고 있고 요양병원의 모든 입소자를 위험하게 한다고. 요양병원 운영 쪽에서도 뢰트거에게 전화해, 다른 시설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2주 뒤, 뢰트거와 요양병원은 또다시 법정에서 다투었다. 이후 뢰트거와 요양병원 쪽은 서신으로만 소통한다.
방문 금지는 많은 곳에서 “시설 쪽, 직원, 입소자 가족 사이에 깊은 균열을 남겼다”고 기센대학 사회학자 라이머 그로네메이어는 말했다. 동료 학자 올리버 슐츠와 함께 그는 수주간 코로나19 방역 조처 결과를 조사했다. 방문 금지는 이미 나타난 바와 같이 뚜렷한 갈등을 남겼다.
잔인한 역설이다. 가족이 봉쇄 기간에 양로원에 있는 어머니, 아버지를 만나고 싶으면 법원에서 재판하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시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죽음과 싸우는 입소자는 모든 면회 제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이후 많은 요양원에서 노인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거나 가족과 만나지 못한 채 숨졌다. REUTERS |
점검
건강보험의료서비스기관(MDK)은 독일에서 장기요양이 필요한 사람에게 중요한 기관 중 하나다. 건강보험의 의뢰에 따라 이 기관은 노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필요한지 평가하고, 양로원에서 보살핌을 잘 받고 있는지 점검한다.
야넷 메츠(41)는 10년 동안 MDK 심사원으로 일했다. 시설을 방문해서 침대보를 검사할 때 메츠는 자주 자세를 바꿔주지 않아 욕창이 생긴 환자, 제대로 씻어주지 않아 유방 아래 염증이 생긴 입소자를 본다. 어디에서 돌봄 부족을 빠르게 알아볼 수 있는지 물어보자 “발가락 사이가 더러운지 깨끗한지를 본다”고 요양 전문가는 말했다.
최소 1년에 한 번 메츠와 베를린-브란덴부르크 MDK의 동료들은 감사평가를 위해 관할 구역 내 모든 요양시설을 방문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 분야를 더 강화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이후 모든 것이 더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
3월에 이미 보건부 장관 옌스 스판(기독교민주연합)은 정기 평가를 9월 말까지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간호 인력의 서류 작업 부담을 완화하고 입소자를 감염 위험에서 보호하려는 조처였다. 지금은 입소자, 가족 혹은 간호 인력이 스스로 고충을 신고할 때만 국가 요양시설 감독원이나 MDK 심사관이 찾아간다.
메츠와 동료들은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MDK 직원 대다수는 관련 자격을 취득한 전문 간호 인력이거나 박사학위가 있는 의사들로, 상황 타개를 돕기 위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보건 당국을 위해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직원도 있고 요양시설, 가족, 간호 인력을 위한 핫라인 등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제공하려는 시도도 있다. 메츠도 현재 이 일을 한다. 그는 홈오피스(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집 안에 만든 사무실)에 핫라인을 설치했다.
메츠에게 전화하는 이는 상사가 마스크를 준비해주지 않는다며 절망한 간호교육생, 발관리사를 시설에 들어오게 해도 되는지 묻는 시설 책임자 같은 사람들이다.
MDK 역할이 달라졌다. 한 양로원에서 코로나19 감염 발생으로 도움을 청하면, MDK는 잔소리 많은 심사관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방호복을 착용한 ‘위기개입팀’을 보낸다. “우리는 이제 다른 임무를 띠고 시설에 들어간다. 비상시 현장에서 도움을 주지만, 현장 점검은 하고 있지 않다.” 메츠가 말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 때야말로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BIVA 요양보호협회(노인과 간호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연방 이익 대표 기구)는 코로나 이전에 이미 ‘심각한 돌봄 부족’이 있었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의료 인력들의 병가가 많아짐에 따라 인력이 부족한 시기에 환자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유효한 조사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심사관 메츠의 답변은 신중했다. “우리는 모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설을 믿을 수밖에 없다. 모든 시설이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했기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많은 조처가 실행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양로원 루이제키젤바흐하우스로 돌아가보자. 1층 042호. 이 방에 잉게보르크 드레우스(86)가 산다. 이 노인은 두 달 동안 방에서 나가지 못했다. 그 여파를 아직도 느끼고 있다.
상실
올해 초 양로원에 코로나19가 퍼졌을 때, 양로원장 링케는 1층을 자가격리 장소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다만 그는 건강한 입소자에게 방을 비워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을 뿐 강제할 수는 없었다.
드레우스는 거부했다. “감염환자가 내 가구, 내 침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경제학 박사학위를 보유한 이 노부인은 벽에 세워진 서랍장을 가리켰다. 은행 영수증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일은 그에게 매우 중요하다. 과거 드레우스는 세금 상담 사무실을 운영했다.
주변 방에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주하고, 중간 문이 차단됐다. 그리고 4월12일 드레우스는 마지막으로 방문을 닫고 오랜 기간 그 안에서 지내야 했다.
고립된 기간에 외부 세계와 드레우스를 연결해주던 물건이 작은 탁자 위에 있었다. 아이패드 한 대와 휴대전화다. 되돌아보면 개인적 접촉 부족은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근력이 사라지는 문제는 견딜 수 없었다.
드레우스는 2년 전부터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다들 바쁜 와중에 그의 이동성을 조금이나마 보존해주기 위한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간호 인력을 보기 힘들어졌고, 물리치료가 취소되고 그룹 체조도 없어졌다. “나는 그 시기에 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다리가 약해졌다.” 그는 조금 전에 혼자서 앞에 놓인 붉은색 공으로 연습했다. 물리치료사도 다시 일주일에 두 번 드레우스를 찾아오게 되었다. 이 노인은 앞으로 상황이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
드레우스는 방역 조처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치가, 책임자, 시설 모두 진정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하지만 만일 본인 혼자만을 위해 결정한다면 드레우스는 자유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로원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도 자기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 요양원 입소자와 요양보호사들이 영국 브라이턴에서 즐거운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는 세계 곳곳의 노인들에게 이런 시간을 빠앗았다. REUTERS |
2차 대유행
1차 유행보다 더 거대한 2차 유행이 올지, 아니면 매번 새로운 감염 집단이 발견되는 상황에 익숙해져야 할지 확실히 아는 전문가는 없다. 분명한 점은 팬데믹이 이후로도 오랫동안 양로원 입소자 삶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명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할 때다.
많은 것이 작은 부분에서 시작한다. 링케는 양로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1회 이상 해야 한다는 소리다. 앞으로 방호복과 고품질 마스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상황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MDK 심사관 메츠는 요양시설에서 지금부터 실질적인 방문객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방문을 하루아침에 금지하는 일이 또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BIVA 요양보호협회는 입소자가 매일 신선한 공기를 마시도록 야외로 나갈 수 있어야 하며, 가족이나 친지 가운데 최소한 한 명은 방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는 요양시설에 대한 최소 수준의 요구다. 하지만 이 요구마저 첫 봉쇄 조처 이후 규정으로 정해야 했다.
윤리학 전문가 다브록은 일부 건물은 이전과 같이 엄격하게 통제하되, 다른 건물에서는 “입소자가 위험을 알고 있음을 서명으로 확인하고, 간호 인력도 보호받는 것을 전제로 가족과의 만남을 허용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다브록에게 참여가 중요한 요소다. 그에 따르면 돌봄이 필요한 환자에게 본인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연방요양전권대표 안드레아스 베스터펠하우스도 노인들 의사를 무시한 채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입소자 대리인 동의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조처라도 환자의 존엄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생명 보호와 존엄, 취약한 공동체의 안전과 개인의 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오늘날 한 가지만큼은 합의가 이루어졌다. 다시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완전한 접촉 금지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Der Supigel 2020년 제34호
Eine Frage der Würde
번역 황수경 위원
코르넬리아 슈메르갈 economyins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