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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에너지·농업·돌봄 주목

기사승인 [127호] 202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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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탈성장 패러다임- ② 방법론

원유를 덜 태우고, 육류를 덜 먹고, 비행기를 덜 타는 세계. 지속가능한 세계는 뭐든 줄여야 하는 곳일까. 다행히 그렇지 않다. 일자리가 풍부한 산업 부문이 바통을 이어받으면 된다.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셀린 무종 Céline Mouz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공동주택에서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이 공사는 프랑스 시민사회에서 주택 740만 채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위해 추진해온 레노봉(개선하자) 사업에 따른 것이다.레노봉 누리집

1. 레노봉 사업의 잠재력

주택 에너지효율 개선은 세기의 대공사다. 프랑스 부동산 시장이 저탄소국가전략(SNBC) 목표를 달성하려 분주히 움직인다. 2050년까지 모든 건축물이 ‘에너지 저소비 건축물’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현재 이 기준에 맞는 건물은 전체의 6.6%밖에 되지 않는다.
‘레노봉’(개선하자) 사업을 시작했다. 시민사회 주체가 모여 ‘에너지 구멍’ 주택 740만 채의 에너지효율 개선 공사를 추진한다. 이 사업의 직접적 일자리 창출 효과는 2040년까지 9만3천 개다. 간접적으로 3만4천 개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냉난방비 절약으로 가계 구매력이 올라 생기는 일자리다.
‘건축물에너지개선국가계획’을 공동 기획한 마르졸렌 메니예밀페르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 하원의원은 민간 주택 공사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현재 21만8천 명에서 10배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공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 에너지효율 개선 공사 지원금은 일반 가정에 ‘공사 항목별’로 지급한다. 창문을 바꾸면 창호공사 지원금, 단열재를 보강하면 단열재공사 지원금을 받는다. 포괄적인 에너지효율 개선 공사는 진행하기 어렵다.
마르졸렌은 “레노봉 사업의 기대 효과는 어림잡아 계산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사업 규모가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기대하는 일자리 창출 효과는 더 크다. ‘기후를 위한 시민협약’이 권고한 대로 공사를 10년 앞당기면 2030년까지 일자리 40만6천 개를 만들 수 있다.
건축회사 인증기구인 칼리바의 알랭 모가르 대표는 “단열 성능 개선 공사로 프랑스 전역에 일자리가 생기고, 뒤처진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 노동력을 누가 제공할지는 아직 모른다. “모두 기술자가 될 순 없지만, 전반적으로 필요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게 뱅상 르그랑의 의견이다.

경기부양
르그랑은 포괄적 에너지효율 개선 공사에 쓸 인력을 양성한 뒤 공사를 진행하는 사회연대기업 ‘도레미’를 경영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등 사양산업 노동자가 건축물 에너지 개선 사업을 새로운 출구로 볼 수도 있다. 건축업 종사자도 마찬가지다. 인공적으로 바꾼 토지의 구조와 용도를 원상태로 되돌리겠다는 국가 목표(ZAN)에 따라 앞으로는 새 건물이 올라가는 일이 점차 줄어들 것이다.
기술 문제를 넘어 레노봉 사업의 핵심은 (단열, 난방, 목공 등) 여러 전문가가 얼마나 협력하는지에 달렸다. 지붕과 벽 사이의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창문·환풍구 위치에 따라 보일러 배치를 최적화하기 위해 다른 분야 인력과 함께 일하는 것이다.
이번 사업에 많은 돈이 쓰일 예정이다. 싱크탱크 아이포시이(I4CE)도 재정적 노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공사’를 무사히 마치려면 무엇보다 모든 주체 사이의 협조가 필요하다.
사업이 끝나면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일부 노동자는 건축물을 유지·보수하는 일을 할 것이다. 공공 건축물 새 단장에도 많은 인력이 필요해 보인다. 레노봉 사업에서 공공 건축물에 40억유로(약 5조4천억원)가 편성됐다. 레노봉 사업 코디네이터 다니엘 뒤브뢰이는 “수십 년 동안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2. 에너지전환의 기대효과

원유, 석탄, 천연가스 그만 쓰기. 2050년까지 이뤄야 할 목표다. 여기에 원자력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지구가 지금처럼 살 만하고 안전하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프랑스에서 최종 소비 에너지 가운데 화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57.4%,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70.6%로 매우 높다.
이들 연료와 관련한 산업에 그만큼 많은 일자리가 달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 석유, 원자력 분야와 직접 관련된 전일제 일자리는 모두 13만3천 개에 이른다. 간접적 일자리까지 합하면 이들 분야에만 각각 20만 명, 22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안심해도 좋다. 야심 찬 에너지전환 각본대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화석·원자력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해도 노동시장은 안전하다고 여러 국제기구는 전망한다. 세계자연기금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녹색경제 부양책으로 203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서 일자리 9만5천 개가 생길 것으로 내다본다. 이 정도면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 분야에서 사라질 일자리 일부를 보완할 수 있다.

   
▲ 프랑스전력공사(EDF) 직원이 낭트 인근 화력발전소에서 바이오매스 목재 펠릿을 만드는 기계의 작동을 점검하고 있다. REUTERS

일자리 붕괴 보완책
시민·환경운동단체 공유에너지가 진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외부 투자자에게 에너지전환 사업을 맡기기보다 각 지역 주민이 주체적으로 사업을 이끌면 두세 배 높은 긍정 효과(세수, 임대료, 임금 등)를 볼 수 있다.
이런 긍정적 전망은 다른 연구에서도 나왔다. 저탄소국가전략에 따라 만든 모형이 대표적이다. 이 모형에 따르면,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에서 일자리 2만9천 개가 창출된다. 그때까지 사라지는 에너지 관련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식물 바이오매스, 재생 가능한 열에너지, 바이오가스 분야에서 생기는 것이다.
이들 수치는 방정식의 모든 항을 계산해 나온 결과가 아니다. 에너지는 경제 중심이다. 달리 말해 에너지 모델을 바꾼다는 건 교통, 주거, 농업, 산업 등 경제 전반을 새로 정비한다는 뜻이다. 바로 여기에 일자리의 미래가 달렸다. 그래서 다시 계산한 결과는 어떨까. 싱크탱크 더시프트프로젝트의 야니크 살만은 “셈하기가 복잡하다”고 말한다.
에너지를 덜 쓰면 공과금을 덜 낸다(저탄소국가전략은 에너지 비용이 최대 35% 절약될 거라고 예상한다). “이는 화석연료로 얻는 세수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화석에너지에서 벗어난다는 건 원료가 싸고 가공이 쉬운 에너지원을 포기한다는 말이다. 석유 대체 원료로 만든 재화와 서비스는 비쌀 수 있다.”
그래도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의 거시적 모형 담당자 가엘 칼로네크는 “우리가 그린 모형이 확실하다”고 자신한다. “저탄소국가전략대로 에너지전환에 투자하면 지구에만 좋은 게 아니라 경제에도 이득이다.” 단열 공사에 당장 큰돈이 들어간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돈을 버는 것이다. 석유를 덜 태워 아낀 돈으로 다른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2050년까지 프랑스 경제는 일자리 총 78만9천 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 지속가능 농업

유기농, 생산지-소비지 단거리, 원산지보호명칭(AOP), 라벨루즈(빨간 라벨)까지 프랑스 고품질 인증을 받은 농산물은 얼마 안 된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말이다. 물론 지구 환경에도 좋은 성장이다. 과연 일자리에도 좋을까.
2010년 농업인구 조사 결과를 보면, 유기농업의 연간노동단위(농업 부문에서 1년 1800노동시간 동안 전일제로 일하는 노동자의 수)는 2.41이었다. 전통 농업은 1.52였다. 연간노동단위를 3으로 계산해 프랑스 농업을 모두 유기농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했을 때, 일자리 약 40만 개를 만들 수 있다. 유기농업은 품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우선 화학비료와 농약을 인력으로 대신한다. 이를테면 기계나 사람 손으로 잡초를 뽑는 것이다. 게다가 유기농산물은 생산자가 직접 팔거나 (치즈나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사례가 많다. 유기농업 분야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다. 농업경제학자 다니엘 리카르는 “유기농이라고 해서 삽과 낫을 들고 허리가 망가지도록 온종일 밭에서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제초 작업도 기계로 거의 다 한다. 더구나 농약을 쓰지 않고 병충해를 막으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유기농업 외에 다른 지속가능한 농업(조방농업, AOP, 라벨루즈 등)과 관련된 일자리는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 미래전망연구소는 한 조사에서 프랑스 농업을 환경 성과에 따라 분류했다. 친환경농법으로 전환한 채소·포도 농가나 낙농가는 지금보다 일손이 더 필요하지만, 곡물 농가는 그렇지 않다.
게다가 농약 생산업체는 매출이 떨어지고, 주변 농축산물 가공 공장도 할 일이 줄어든다. 농식품 전문가 단체 솔라그로가 그린 농업모델 전환 시나리오 ‘아프테르 2050’을 보면, 농식품 분야 일자리 6만~7만 개가 사라질 수 있다. 싱크탱크 더시프트프로젝트 역시 비슷하게 전망했다.

필요한 합의
돈 문제도 있다. 친환경 농업에 품이 많이 드는 만큼 “어떤 상품은 가격을 올리기 전에 각 가정에 합의를 구해야 한다”고 다니엘 리카르는 말한다. 하지만 모든 상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 소비하는 과일과 채소는 대부분 수입한 것이다.
더시프트프로젝트에 따르면, 수입품을 국산품으로 대체하면 일자리 36만6천 개를 살릴 수 있다. 르카르는 말했다. “와인이나 오베르뉴 지역산 AOP 인증 치즈처럼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향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돈을 더 내고 좋은 상품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었다. 하지만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아프테르 2050 시나리오는 이보다 더 낙관적이다. 과일과 채소는 더 많이, 생선·육류·가공식품은 덜 생산·소비하는 모델을 상상한다. 지금과 아주 다른 세상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농가뿐 아니라 다른 부문도 일자리를 만든다. 고기 대신 채소를 많이 사면 가계 식비가 덜 들고, 절약한 돈을 다른 곳에 쓴다. 일자리 12만5천 개를 농업 이외 분야에서 만들 수 있다.

4. 돌봄산업 ‘조건부’ 개발

영아보육사, 재가요양보호사, 간병사 등 누군가를 보살피는 직업은 다양하다. 이른바 ‘케어(돌봄) 노동’이다. 프랑스에서 다른 사람의 돌봄에 의지하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있다. 평균연령이 올라가고, 대부분이 집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어 한다.
반면 의사 수는 점차 줄어, 하루 넘게 병원에 입원할 수 없다. 윗세대와 동거하는 가정도 사라져간다. 돌봄노동은 해외로 이전할 수 없고, 경기에 민감하지 않다. 돌봄노동은 고령인구에만 필요한 노동이 아니다.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
노동부 산하 통계연구소 다레스와 국무총리 산하 프랑스 전략연구소는 돌봄노동 종사자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간병사(60만 명 이상), 재가요양보호사(55만 명 이상), 간호사(70만 명 이상) 등은 모든 직업을 통틀어 2022년까지 노동자 증가 폭이 가장 커야 하는 직업이다.
‘리볼트 보고서’(프랑스 사회보험공단 이사장을 지낸 도미니크 리볼트가 작성한 ‘고령인구와 자립성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일제 노인돌봄 일자리를 2030년까지 20만 개 늘려야 한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돌봄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엘콤리 보고서’(전 노동장관 미리암 엘콤리가 발표한 ‘노령인구 돌봄노동 매력도 제고를 위한 국가사업 보고서’)는 휴직과 퇴직으로 생기는 빈자리를 대체하거나 돌봄 대상자 수를 여유롭게 조정하려면 2024년까지 돌봄노동 종사자가 35만 명 더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 2020년 4월 영국 엔필드의 노인요양원에서 일하는 돌봄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격려와 지지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REUTERS

저임금 노동 해소
돌봄노동 수요가 크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노동의 질이 함께 나아질지는 의문이다. 프랑스 노인요양원 ‘에파드’의 82%가 요양보호사 고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돌봄노동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 노동자 절대다수가 여성(간병사 91%, 재가요양보호사와 가사도우미 모두 97%)이고 이민자 출신이 많다.
모두 전문 기술을 갖춘 고숙련 노동자지만,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여성은 돌봄 능력을 타고나 돌봄노동을 하는 데 전문 지식이 필요 없다는 인식 탓이다. 돌봄노동은 곧 ‘여성노동’이 됐다. 그래서 임금도 적다. 2010년 재가요양협정으로 정한 최저임금은 월 1453유로로 법정 최저임금 1539유로(약 2만1천원)보다 낮다.
법정 최저임금이 마지막으로 오른 이후 재가요양보호사의 임금 인상이 사회적으로 논의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부족한 소득은 상여금으로 보전한다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주 다르다. 몇 시간이면 끝나는 일감이 대부분이고 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동할 때처럼 노동시간으로 계산되지 않는 시간이 많다. 일하다 자주 다치기도 한다.
돌봄노동 가치를 제대로 매기려면 돌봄노동을 새로 정의하고, 돌봄노동자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돌봄 비용이다. 사회보험에 다섯 번째 사회적 위험으로 ‘의존 위험’을 추가하는 법안이 2020년 여름에 제정됐다(현행 프랑스 사회보장제는 질병·산업재해·노후·가족, 네 분야의 위험을 사회적 위험으로 인정한다 -편집자).
리볼트 보고서에 따르면 의존 위험 보장에 편성하는 공공재정을 2024년부터 매년 62억유로, 2030년부터는 매년 92억유로 늘려야 한다. 2024년 일반사회부담(CSG·프랑스 의무가입 사회보험료) 기금에서 의존 보험금 예산으로 약 23억유로를 충당해야 한다.
2020년 9월 중순 발표된 ‘바셰 보고서’는 예산 마련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퇴직연금 보험료 인상 △‘연대의 날’(무급노동일) 하루 추가 △법정 최저임금보다 소득이 2.5배 많은 노동자의 사회보험료 감면 제도 폐지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이 밖에 장애수당과 돌봄수당 지급 대상 기준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의존보험금 예산 편성을 둘러싼 구체적 논의가 곧 이어질 예정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10월호(제405호)
Et en pratique, comment Éa se passe?
번역 최혜민 위원

오드 마르탱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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