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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수소경제의 출발 신호탄

기사승인 [127호] 202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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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프랑스 녹색수소 계획

수소는 프랑스 경기부양의 핵심축이다. 탈탄소화하려는 일부 산업과 화물운송 분야에 수소에너지는 필수다. 그러나 에너지기술의 성배는 아니다.

뱅상 불랑제 Vincent Boulang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10년 동안 70억유로(약 9조5천억원) 투자, 그 가운데 20억유로는 코로나19 경기부양에 쓰인다. 2020년 9월 초 프랑스 정부가 한 발표다. 수소경제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울렸다. 이번에는 진짜다. 오래전부터 이런 출발신호가 울릴 때마다 ‘수소사회’를 둘러싼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가 힘없이 가라앉았다. 마치 프랑스 디저트 ‘수플레’처럼. 지금은 다르다. 기후변화를 막는 행동이 시급한데다, 프랑스가 중단기 양적 목표를 단단히 세워뒀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 로드맵인 다개년에너지계획(PPE)에 따라 프랑스는 2023년까지 산업용 수소의 10%를 탈탄소화해야 한다. 친환경 녹색수소 9만t을 생산해야 하는 셈이다. 녹색수소 생산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녹색수소란 ‘저탄소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얻은 수소’다. 녹색수소 지원 체계는 2021년 2월 도입될 예정이다.

높은 활용도
수소는 에너지전환의 핵심 고리로 여겨진다. 화석연료를 포기하기 힘든 분야에서 대체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어서다. 공업과 장거리 운송이 대표적이다. 수소는 기존 산업에서 이미 많이 쓰이고 있다. 주로 원유 정제나 암모니아(비료 제조), 메탄올(화학) 생산에 수소가 필요하다.
현재 가장 흔한 수소 제조법은 수증기로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방식이다.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프랑스는 수소를 매년 100만t 가까이 소비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1천만t(10Mt)에 이른다. 프랑스 전체 배출량의 2~3%에 해당한다. 수소의 탈탄소화가 다개년에너지계획에서 빠지지 않고 우선 과제로 지목되는 이유다.
수소는 철강업같이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 산업에도 쓰일 수 있다. 오늘날 철광석에서 순수한 철을 분리하는 데 주로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환원제로 사용한다. 독일 기업 티센크루프와 스웨덴 기업 사브는 각각 2023년, 2026년까지 수소 환원 제철법으로 완전히 전환할 계획이다. 환원제를 수소로 대체해 제철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공법이다.
프랑스 수소·연료전지협회는 수소 환원 제철법을 도입하려면 수소 70만t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공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해마다 2200만t씩 줄일 수 있다. 전체 배출량의 5%다.
운송업에서 수소 활용은 아직 제한적이다. 소형(경량) 자동차는 배터리로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값도 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수소자동차(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에는 차 가격을 포함해 비용이 평균 40% 더 든다. 그렇지만 대형 상용차나 화물차에는 수소자동차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충전이 빠르고 항속거리가 긴 덕이다.
수소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암모니아 형태로 저장한 뒤 선박과 항공기 연료로 쓸 수 있다. 몇 가지 기술 한계만 보완하면 된다. 수소로 이산화탄소에서 케로젠 같은 항공유를 얻어내는 방안도 있다. 이른바 ‘액체연료 합성’ 기술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컨소시엄 노스크 이-퓨얼이 2025년부터 매년 합성 케로젠 1천만ℓ를 생산하는 시범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합성 케로젠이 기존 항공유보다 4~6배 비쌀 것으로 전망했다.
베를린 소재 독일경제연구소(DIW)의 클로디아 켐페르트 소장은 “수소를 새로운 석유자원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수소는 귀중한 자산이다. 모든 에너지 형태가 혼합된 샴페인이나 다름없다. 수소 제조에는 재생에너지를 바로 쓸 때보다 3~5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는 다른 에너지로 변환할 때마다 손실되기 때문에 덩치 큰 스포츠실용차(SUV) 연료나 건물 난방용으로 수소는 부적합하다고 켐페르트 소장은 말한다.

   
▲ 2020년 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포에서 열린 신형 수소버스 시승 행사에 참석해 직접 버스에 탔다. REUTERS

재생에너지 저장
수소는 재생에너지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풍력·태양에너지는 유럽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싼 전력에너지원이 됐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은 수송할 수 없어 앞으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날이 많을 것이다. 세드리크 필리베르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잉여 재생에너지를 수소로 변환하면 전력 생산이 불안정한 에너지원을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가장 먼저 공업에 쓰일 수 있다. 천연가스와 혼합해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당장은 천연가스 대비 6%로 섞다가 혼합 비율을 점차 올려 장기적으로 20%까지 늘린다.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쳐 합성 메탄을 만드는 ‘메탄화’ 과정도 있다. 합성 메탄은 천연가스와 무한정으로 혼합할 수 있지만, 메탄화가 경제성 있는 에너지 제조법인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수소로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성능 연료전지, (수소와 공기를 연소해 전기를 생산하는) 가스터빈 기술이다.
친환경 녹색수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 (이베리아반도, 북아프리카, 중동 등) 일조량이 많은 지역의 태양에너지 발전소나 해상 풍력 발전단지에서는 저비용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탄소 중립까지 가는 길, 마지막 층계를 오르기 위한 열쇠가 수소다. 이 단계가 가장 어렵고 가장 비싸다.
이 모든 해법이 현실에서 이뤄지려면 당장은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회색수소’(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의 ㎏당 생산단가는 1~2유로(약 2700원)다. 재생에너지원으로 대규모 생산한 수소의 ㎏당 생산단가 3~4유로보다 훨씬 싸다.
자동차 연료전지에 필요한 수소는 여러 지역에서 생산된다. 장거리 수송을 하지 않고, 생산단가가 비싸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엔지솔루시옹의 쥘리앵 쇼베 수소부 대표는 말했다. “수소 생산단가가 1㎏당 10~12유로다. 1㎏으로 100㎞를 달릴 수 있다. 가솔린차는 100㎞ 달리는 데 기름 7~8ℓ를 소비한다. 1ℓ에 1.5유로라고 계산하면 마찬가지로 12유로가 든다. 수소차와 가솔린차의 연료비가 같다. 경량 디젤차와 견줄 정도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소차 모델이 많지 않은데다 내연기관차보다 1.5~2.5배 비싸다. 지금까지 나온 수소 연료전지 승용차 모델은 세 가지, 상용차 모델은 두 가지다. 반면 일반 전기차 모델은 100여 가지나 나와 있다.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한 버스와 화물차 모델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프랑스 천연가스 운송기업 GRTgaz의 앙토니 마장가 재생가스 부대표는 “수소는 재생천연가스(RNG) 같은 다른 무탄소 연료에 견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업에서든 공업에서든 수소 활용도를 높이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경제적 바탕을 모두 짜야 한다.”

기대 모은 정부 지원
새로운 수소산업 탄생을 위한 수소계획이 2020년 9월 초 발표됐다. 공급과 수요를 모두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2021~2022년 예산으로 20억유로가 편성됐다. 2030년까지 72억유로로 늘어날 예정이다. 수소 생산기지 건설은 입찰에 부친다. 선정 업체가 목표치를 넘어 초과 생산한 전력은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이때 정부는 해당 업체에 에너지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 밖에 △수소 연구 △수소자동차 구매 지원금을 통한 수소 활용 확대 △수소 보급 시설 확충에도 예산이 배정된다.
정부가 발표한 예산은 수소경제 주체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소·연료전지협회 필리프 부클리 대표는 “프랑스 수소산업에 추진력을 줄 것”이라며 반겼다. “수소산업은 출발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참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수소산업 기술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2020년 1월 사업 공모전을 주최했다. 이 공모전에 160개 넘는 사업 아이디어가 모였다. 전체 투자 규모는 320억유로에 이른다.
대표 사례로 수소생산기지 2곳의 건설 허가를 요청한 H2V인더스트리가 있다. 건설 지역은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의 포르-제롬 산업단지와 북부 해안도시 케르크의 대표 항구인 그랑포르 마리팀 드 케르크다. 100% 재생에너지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제조할 계획이다.
정부 지원만 있으면 2023~2024년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 두 기지의 생산 규모는 모두 5만6천t으로 다개년에너지계획 1차 목표치의 절반에 해당한다. 엔지, 프랑스전력공사(EDF), 에어리키드, 뱅시 등 대형 에너지기업도 수소경제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번엔 수소경제가 진짜 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10월호(제405호)
L’hydrogène vert, carburant de la transition?
번역 최혜민 위원

뱅상 불랑제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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