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도요타가 수소차에 매달리는 이유

기사승인 [127호] 2020.11.01  

공유
default_news_ad1

- [COVER STORY] 안티 테슬라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배터리 자동차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 분야의 개척자 도요타는 대안 모델인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미래를 걸었다. 일본 회사 도요타의 단독 행보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크리스티안 뷔스트 Christian Wüst <슈피겔> 기자

   
▲ 도요타자동차는 1937년 트럭을 생산하면서 출범해 크라운, 코롤라, 캠리, 프리우스 등 많은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를 가득실은 대형 트레일러가 국경을 거쳐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서고 있다. REUTERS

교황을 자국산 자동차로 영접하는 일은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에 명예가 걸린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말 일본을 방문했을 때 교황은 도요타자동차를 타고 미사를 집전하러 도쿄로 갔다. 이 차는 아주 특별한 자동차였다. 교황은 신이 창조한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다.

일본 도요타의 파파모빌
도요타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미라이(Mirai) 두 대를 동시에 교황 전용차(파파모빌)로 개조했다. 이렇게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배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탔지만, 사실 이 자동차를 도로에서 마주치는 일은 드물다.
2014년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미라이를 출시한 이래 도요타는 약 1만2천 대를 생산했고, 대부분 미국으로 수출했다. 약 400대는 독일로 들어왔다. 새 돌파구를 찾았다고 말하긴 힘들다. 그에 비해 배터리를 쓰는 전기자동차는 시작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의 선두 주자인 테슬라에서만 2020년 2분기에 10만 대를 출시했다.
그렇다면 도요타는 미래의 엔진을 잘못 선택한 것일까?
한때 전기자동차 문을 열었던 회사에 이런 의문이 제기된다. 전기와 휘발유가 함께 작동하는 모터가 장착된 하이브리드 모델로 도요타는 엄청난 연비를 달성해 업계 롤모델이 되었다. 그다음 단계는 휘발유 모터를 완전히 없애고 오직 배터리 전기로만 작동하는 자동차를 만드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한 곳은 도요타가 아닌 다른 자동차회사였다.
독일 자동차회사는 캘리포니아의 경이로운 신생업체 테슬라를 열심히 따라하고 있다. 테슬라의 레시피는 간단하다. 큰 배터리와 강한 전류만 있으면 일상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가 완성된다.
그에 비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훨씬 복잡하다. 무엇보다 기후와 상관없이 자동차가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쓸 만한 주행 거리에 도달하려면 먼저 친환경 전기로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고, 수소를 충전소로 옮겨 700바(bar·단위면적당 압력)로 압축해야 한다.
이 프로세스 체인의 마지막 부분에서 수소연료전지가 수소를 다시 전기로 변환하고, 이 전기로 자동차를 구동한다. 이 경우 처음에 투입된 에너지의 3분의 1만 활용된다. 그에 반해 배터리 자동차는 전원에서 공급되는 전기의 4분의 3을 쓸 수 있다.
테슬라 회장 일론 머스크는 수소차를 “완전 바보 같다”며 비웃었다. 얼마 전부터 도요타가 방향을 바꾸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도요타는 2020년대 중반 배터리 자동차도 대량으로 시장에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수소차는 결국 망상에 불과했단 말인가?

   
▲ 도요타자동차는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다. 연간 1천만 대 이상을 생산한다. 도요타의 엠블럼. REUTERS

전기차는 소형차, 수소차는 버스 등 대형차
이 질문에 도요타자동차 연료전지차 부문 수석엔지니어 다나카 요시카즈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두 기술은 모두 유용하다. 배터리 구동장치는 소형차와 단거리 주행에 유용하고 수소연료전지는 그 외 다른 자동차, 즉 버스·화물차·선박 등에 적합하다.”
나고야 인근에 있는 도요타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다나카는 종이에 좌표 시스템을 그려 주행 거리, 차량 중량, 가격을 기입한 그래픽을 보여줬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소형 시티카는 전기 배터리 시스템을 사용하면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주행 거리가 길어질수록 전기자동차는 너무 비싸고 무거워진다. 배터리 기술 발전이 배터리 자동차에 약간 더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절대 수소연료전지가 필요 없을 정도의 효율은 내지 못할 것이라고 다나카는 예상했다.
기존 전기 공급망으로는 수백만 대의 배터리 전기로 구동하는 여행용 자동차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자동차에 필요한 초고출력 급속 충전은 소수 부유층의 특권으로 남을 때 가장 원활하게 작동한다. 만일 모든 사람이 이 방식으로 여행하려면 전세계 전기 공급망을 새로 깔아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여전히 한 가지 문제는 남는다. 충전 시간 30분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성능이지만 실생활에서는 여전히 너무 느리다. 휴가 시기가 되면 인류가 도로를 만든 이래 가장 긴 교통체증이 발생할 것이다.
다나카는 이 모든 사항을 차분하게 설명하며 그 결과를 하나하나 나열했다. 도요타는 다음에 일렉트로 스마트의 경쟁 모델을 시장에 출시하겠지만, 처음에는 전기 리무진이나 테슬라 스타일의 전기 스포츠실용차(SUV)는 내놓지 않을 것이다.
일본 최대 자동차회사이자 코로나19 사태에도 여전히 업계에서 성공한 기업 중 하나인 도요타(2019년 매출 약 200억유로)는 테슬라와 달리 신중하고 보수적이다. 반면 도전이 프로그래밍된 듯한 캘리포니아의 전기차 개척자 테슬라는 때로 무서울 정도로 손실을 보기도 한다. 테슬라는 파도를 타고 질주하지만 순식간에 난파할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고속보트와 비슷하다.
그에 비해 도요타는 키를 한 방향으로 돌리고, 끈기 있게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느린 화물선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할 때도 그러했다. 1997년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시장에 처음 나왔을 때 업계는 놀라워하면서도 동시에 은근히 비웃었다.
그러나 도요타는 항로를 유지했다. 지금은 배터리 자동차를 한 대도 등록하지 않아도, 당분간 자동차 제조업체별 배출량을 규제하는 유럽 소비 규정을 준수할 정도로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다른 회사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독일 자동차업계는 이제 배터리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십억유로의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다.
수소연료전지 쪽으로 향하는 도요타의 항로로 더는 키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 모토마치 공장 인근에 이미 새로운 도요타 미라이 생산 공장이 건설됐다. 이 공장에서 미라이 2세대를 기존 생산량의 10배 이상 생산할 계획이다. 기존 연간 3천 대에서 3만 대로 늘어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해에도 자동차 700만 대를 완성할 예정인 대기업에는 여전히 아주 적은 수지만 방향은 확정됐다.

   
▲ 2020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테슬라 관계자가 전기자동차 충전소에서 충전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REUTERS

일본 수소사회를 국가 과제로
현재 도요타는 다른 기업에도 자사의 기술 특허를 제공한다. 자동차회사 한 곳을 위해 충전소 네트워크를 만들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혼다와 현대도 수소차를 시장에 출시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더 많은 수소차가 나와야 한다. 벤츠는 1994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화물차에 도입했고 이미 10억유로 이상을 관련 분야 연구에 투자했지만, 망설이면서 지금은 다른 독일 자동차회사와 마찬가지로 배터리 자동차에 열중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독일 정치권에서 방향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2020년 6월 중순 독일 연방 내각은 ‘국가 수소 전략’을 결의했다. 독일 교통부 장관 안드레아스 쇼이어는 자체 수소연료전지 생산 장려 정책을 발표하며 “이는 독일 자동차산업의 미래 전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향 전환은 너무 늦었다. 자동차 컨설팅회사 베릴스는 최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독일은 공동 개발했던 수소연료전지의 많은 분야에서 뒤처질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정책은 훨씬 더 앞서 있다. 2014년 도요타에서 미라이를 처음 선보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일본 총리 아베 신조는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인정하고 ‘수소사회’ 설립을 정부 과제로 삼았다. 현재 일본에 수소충전소가 130곳 이상 있고, 2020년 말까지 16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독일에는 지금까지 불과 92곳이 있었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계획을 명확하게 밝혔다.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80만 대와 버스 1200대가 일본 도로를 주행할 것이다. 그때까지 충전시설 900곳을 세우고, 수소 공급가격도 훨씬 저렴해질 것이다. 현재 수소 1㎏으로 약 100㎞를 주행할 수 있다. 수소 1㎏의 가격은 전국 평균 약 10유로(약 1만3천원)다. 10년 뒤에는 이 가격을 3유로 이하로 내리는 것이 일본 경제산업성의 목표다.
이 기적의 연료도 최종적으로 친환경 연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소비한 대부분 수소는 천연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써서 생산한 전기로 만들었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수소경제와 그에 속하는 전체 공정 손실은 오히려 기존 에너지 원료를 쓰는 것보다 기후에 더 큰 해를 끼친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친환경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시범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항 요코하마에 풍력발전기 ‘하마 윙’이 설치돼 있다. 이 발전기는 전기분해 시설에 2메가와트(MW) 전력을 공급한다. 이를 통해 얻은 수소는 인근 산업지대에서 지게차 12대를 움직이게 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친환경 대중교통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 짐작할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1년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옆에 건설한 18만㎡ 규모의 태양광발전 시설, 후쿠시마 수소에너지 연구단지를 상징적인 등대 프로젝트라고 이른다. 이 시설은 2020년 4월 아베 전 총리 입회하에 가동을 시작했다. 의도된 표현은 분명하지만, 전체 소비 에너지에서 대안에너지가 차지하는 양은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다. 일본은 인구밀집도가 높고 산업이 고도로 발달해, 이른 시일 내에 자국에서 생산한 친환경 전력으로 에너지 필요량을 충족하기는 힘들다.
“우리도 그런 환상을 키우고 싶지 않다.” 일본 경제성의 수소 전문가 우가야마 아리가 말했다. 원자력을 이용하면 훨씬 더 효율적이지만, 이 부분에서 우가야마는 다시 한번 고개를 흔들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민 동의를 얻기 힘들다. 수소 생산에 원자력을 이용할 계획은 없다. 천연가스와 석탄으로 만드는 ‘회색 수소’로 기후 중립적인 미래로 가는 길을 닦아야 한다. “화석연료원을 즉시 제거할 수 없다”고 우가야마는 말했다.
그러나 이 전환 단계는 되도록 짧아야 한다. 화석연료를 수소경제와 같이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투입하는 것은 열역학적 관점에서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증기기관을 박물관에서 다시 꺼내어 사용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 사실을 도요타도 알고 있다.
도요타에서 자동차 분야를 훨씬 뛰어넘는 이 문제를 연구하는 이는 핵물리학자 히로세 가쓰히코다. 과거 도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발명한 개발팀의 팀장 중 한 명인 그는 현재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도요타 고문직을 겸임하고 있다. 양자역학 분야를 파고드는 사람치고 히로세는 간단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우리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는 “일부 축산업자에게 우유가 넘쳐나듯이, 세계에는 재생에너지가 넘쳐난다. 전력 생산자는 우유에서 치즈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즉, 친환경 전기에서 보존이 가능한 수소를 만들어야 한다.

   
▲ 한때 전기자동차 생산을 선도했던 도요타는 테슬라와 달리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2020년 9월 베를린에 새로 들어선 테슬라 전기충전소. REUTERS

국가 경제위기 부를 수 있는 전기차
에너지산업의 대형 생산시설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 히로세는 일본이나 다른 인구밀집도가 높은 산업국가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바람이 많이 부는 북해는 가능성이 있다. 친환경 전기를 저비용으로 대량생산하려면 화석연료가 넘쳐나는 바로 그곳, 사막에서 생산해 수소로 변환해야 한다.
히로세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에도 컨설팅하고 있다. 자신은 왕정제도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왕정도 민주주의와 비교하면 나름의 장점이 있다. “왕은 다음 선거까지만 생각하며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그들은 손자 세대에도 계속 부를 누리며 살기 원한다.” 기후보호를 목표로 삼은 세계에서 석유 사업은 검은 황금이 말라버리기 전에 사라질 수도 있다. 그에 비해 수소 수출국이 되면 아랍 국가는 태양이 비치는 한 번영할 수 있다.
히로세는 오히려 배터리 자동차에만 집중하는 서방국가의 자동차 기업을 걱정한다. 배터리 자동차는 자동차회사뿐만 아니라 전체 국가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단순한 물건이다. 만일 전기차가 대세가 된다면 기어박스와 엔진부품을 제조하는 공급체계 전체가 사라지고, 전기자동차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이는 배터리셀 제조사가 될 것이다.
이 분야의 시장 선도 기업은 중국의 배터리셀 제조사 CATL과 BYD, 한국의 LG와 삼성이다. 일본에선 파나소닉과 몇몇 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미 다른 아시아 기업의 시장 지배력에 맞서기 어려운 처지다. 반면 유럽은 뒤처진 지 오래다. 유럽 내 리튬전지 생산은 거의 사멸됐고, 사실상 다시 따라잡을 기회가 없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경우 상황이 전혀 다르다. 벤츠 같은 회사는 이 분야에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활용하지 않는다. 히로세가 말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독일 회사들이 하는 짓은 자살이다.”

ⓒ Der Spiegel 2020년 제35호
Der Anti-Tesla
번역 황수경 위원

크리스티안 뷔스트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