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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중국 쫓는 미국, 뒤처진 독일

기사승인 [127호] 202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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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슈퍼배터리 경쟁 ②

필리프 베트게 Philip Bethge <슈피겔> 기자

   
▲ 2020년 8월 20일 중국 베이징의 한 자동차 전시장에 전시된 전기자동차. 중국은 전기 배터리 생산에서 선두주자다 REUTERS

연구진은 다양한 재료가 혼합된 양극과 음극을 80㎛ 두께의 얇은 전극 포일로 제작한다. 건조실에서 화학자들은 물에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금속 리튬으로 작업해 전극을 모아 ‘파우치 셀’을 만든다. 인스턴트 수프를 담은 알루미늄 팩처럼 보이는 납작한 배터리다. 이어서 테스트 배터리의 전기화학적 특성을 조사한다. 각 시제품은 서로 다른 에너지밀도와 수명, 안전성, 비용, 친환경 수치를 가진다.
리튬배터리 음극은 전통적으로 리튬코발트산화물(LiCoO₂)로 만든다. 하지만 코발트는 비싸다. 대부분 콩고에서 채굴된다. 콩고 광부들은 비인간적인 조건에서 일한다. 아동 노동도 만연해 있고, 폐석 더미는 환경을 오염시킨다.
산업계와 학계는 오래전부터 배터리의 코발트 함량을 줄이려 노력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이자 테슬라의 협력업체 CALT는 2019년 니켈-망간-코발트, 니켈-코발트-알루미늄 셀의 대량생산을 시작했다. 이 배터리의 코발트 함량은 2~3%에 불과하며, 이전 배터리보다 90% 낮췄다.
테슬라는 이제 한발 더 나아가려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은 코발트를 쓰지 않는 배터리를 발표했다. 그는 논란이 되는 코발트를 니켈로 완전히 대체하려 한다. 이 다른 배터리에서 리튬인산철로 제작한 음극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 분야 선도 기업 중 한 곳은 2020년 7월부터 리튬인산철배터리를 쓴 자동차를 판매하는 중국의 복합기업 BYD다. ‘한’(Han)으로 명명된 고급 전기자동차는 1회 충전으로 600㎞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 독일 최초의 태양전지 자동차에 연결할 초고속 충전 플러그의 모습. 독일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에서 아시아 국가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 REUTERS

테슬라의 야심 찬 배터리 플랜
BYD는 2020년 3월 일명 네일 침투 시험을 통과한 ‘블레이드’(Blade) 배터리로 이 기술의 또 다른 장점을 보여줬다. 이 시험은 3~8㎜ 두께의 금속 바늘을 배터리에 꽂아 단락을 유도한다.
기존 리튬배터리는 섭씨 500도 이상으로 쉽게 가열돼 폭발한다. 즉,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화재 위험이 크다. BYD의 리튬인산철배터리는 그렇지 않다. 네일 침투 테스트에서 블레이드 배터리의 온도 상승은 섭씨 60도에 불과하다고 회사는 보고했다.
배터리 연구자 빈터는 “리튬인산철배터리가 확실히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배터리 수명도 더 길다. 하지만 리튬인산철배터리는 다른 음극을 사용한 배터리보다 동일한 부피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이 적다.
에너지밀도는 배터리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다. 현재 가장 성능이 뛰어난 상용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는 1㎏당 약 260Wh다. 일부 스타트업 기업은 이미 ㎏당 1천Wh를 약속했다.
이런 고성능 배터리를 만들려면 배터리의 양극도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 이른바 리튬금속 양극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기존 리튬 원자는 배터리 음극의 흑연에 저장됐다. 리튬이 많이 저장될수록, 배터리의 에너지밀도가 높아진다. 리튬금속 양극에서는 연구자들이 트릭을 써서 이를 돕는다. 저장 장소 자체를 리튬으로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밀도가 최대 65%까지 높아진다. 배터리도 더 가볍다.
문제는 리튬이 반응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극 표면에 이른바 수지상 돌기(Dendrite)라는 바늘 모양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너무 커지면 단락이 발생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배터리가 폭발한다.
연구원들은 보호층과 특수 전해질이 리튬배터리에서 수지상 돌기 형성을 막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액체 전해질 대신 전도성 플라스틱 또는 세라믹 재료에 희망을 건다. 이러한 교체 배터리도 마찬가지로 에너지밀도가 높고, 더 빨리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 도요타가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도요타는 프로토타입(시제품) 전고체 배터리가 15분 이내 완전히 재충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해 테슬라는 마찬가지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또 다른 양극 재료를 채택했다. 실리콘이다. 실리콘은 리튬이 저장되는 즉시 부피가 몇 배로 팽창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양극재로 쓰기 어려운 물질로 간주했다.
하지만 테슬라에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며 프리몬트에서 열린 행사에서 ‘탄성을 지닌 폴리머층’이 실리콘을 안정화한다고 발표했다. 실리콘은 저렴하고, 지구 위에서 거의 무한정으로 쓸 수 있으며, 흑연보다 리튬을 거의 9배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 일본 닛산 관계자들이 자사에서 개발한 미니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REUTERS

독일에도 배터리 생산시설 세울 계획
무엇보다 테슬라는 배터리셀 생산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의 공장 설립 계획은 엄청나다. 프리몬트의 시범 설비에서 이미 작동하는 체계를 대규모화하는 데 성공하면, ‘테라팩토리’라 명명된 자체 배터리 공장 투자 비용을 7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독일 베를린 인근 그륀하이데에도 머스크는 배터리 생산 시설을 세우려 한다.
테슬라는 용매가 필요 없는 ‘건식’ 전극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여러 생산 단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엔지니어들은 셀 내부 배선 길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테슬라가 2019년에 인수한 업체 맥스웰(Maxwell)에서 받아들인 기술이다. 이로써 전자의 이동 거리가 줄어들고 열이 덜 발생한다. 그래서 셀을 더 크게, 더 밀도 높게 패키징할 수 있다. 동시에 이 시스템은 기존 배터리보다 최대 6배까지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고 테슬라 쪽은 말한다.
결론적으로, 이 방식으로 생산된 배터리는 현재의 셀보다 주행거리가 54% 늘고 비용은 56% 절감된다. “이렇게 되면 킬로와트시당 전기요금은 70~80달러다. 더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살 이유가 없어진다, 비용적 측면에서도.” 울름의 과학자 막시밀리안 피히트너가 말했다.
재활용 분야에서도 테슬라는 선도적 역할을 할 생각이다. 테슬라 모델S의 배터리 시스템 무게는 0.5t 이상이다. 에너지 저장 장치에는 비싼 금속이 몇십㎏ 단위로 숨겨져 있다.
앞으로 생산될 수많은 배터리가 환경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재활용이 중요하다. 피히트너는 “배터리는 순환경제에 진입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 측면에서 재료의 90%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다. 코발트 외에 니켈과 동은 회수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리튬은 지금까지 약 5%밖에 재활용되지 않았다. 현재 사용되는 배터리 재료는 지구 위에 고르게 분포돼 있지 않다. 리튬은 주로 칠레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오고, 흑연의 약 72%가 중국에서 생산되며, 코발트의 절반 이상이 콩고산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리튬을 쓰지 않는 배터리를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다.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환경친화적이고 저렴한 셀화학 물질을 찾고 있다.
고체화학자 피히트너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 울름과 카를스루에의 과학자들이 POLiS(Post Lithium Storage·포스트 리튬 저장)라는 연구연합을 결성했다. 피히트너는 리튬을 나트륨, 마그네슘 혹은 칼슘으로 대체하려 한다. “특히 많은 재료가 필요한 배터리 유형의 경우, 지속가능한 재료를 쓰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나트륨은 소금의 일부로, 바다에서 거의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마그네슘은 독일 남부 고원지대 슈바벤 알브의 거의 전부를 구성하는 미네랄 백운석(돌로마이트, 칼슘-마그네슘 성분으로 이루어진 탄산염 광물)에 들어 있다.
대체 배터리는 여전히 리튬배터리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최초의 나트륨배터리가 2020년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아마 이 제품은 전동공구나 전기자전거에서 먼저 사용될 것”이라고 피히트너는 말했다. 다음 단계로 그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 전기를 저장하는 대형 배터리에 대체 배터리를 쓸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과 연결된 주택 지하실에 있는 배터리도 곧 리튬을 쓰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의 경우 당분간 리튬 기술이 모든 것의 척도가 될 것이다. “최신 리튬 기술의 에너지밀도는 현재의 나트륨 배터리보다 3배나 높다.” 뮌스터의 전문가 빈터는 말한다. 2025년까지 에너지밀도는 50%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하필 독일 같은 나라에서 배터리가 거의 생산되지 않는 사실이 그는 범죄에 가까운 태만이라고 생각한다.

   
▲ 한 운전자가 테슬라 전기자동차 충전소에서 충전하고 있다. REUTERS

독일이 장기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는 지금까지 동북아시아의 기술 선도 기업에 의존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기술이 5~7년 앞선 것으로 추정한다. “독일에서는 이동성 분야에서 예전 것을 미래에도 최대한 오래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빈터는 말한다.
자동차 배터리 분야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독일의 최고 연구그룹이 산업과의 가교 구실을 해야 한다. 독일 정부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연구공장 건설에 7억유로를 제공했다. 이곳에서 기초연구 결과를 양산 제품에 반영할 예정이다. 빈터는 연구공장이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독일이 앞으로 예상되는 거대한 시장에서 5~10%만 차지해도 엄청난 성공이다.”
그러나 테슬라 같은 회사와 장기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배터리 공장은 최초 투자 비용이 너무 많다. 많은 독일 자동차회사는 코로나19 타격으로 그런 투자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머스크는 테슬라로 독일의 모든 제조업체를 합친 것보다 높은 시가총액을 이뤄냈다.
머스크는 자신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기가팩토리’에서 불과 몇 시간 거리에 있는 네바다주의 리튬 매장지를 확보했다. ‘배터리 데이’에 테슬라는 네바다주에 미국에서 운행하는 모든 자동차를 전기화하기에 충분한 리튬이 있다고 발표했다. 내연기관에 대해서는 조롱만 남았다. 머스크는 내연기관 산업 분야가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의 팬들은 자동차 경적을 크게 울리며 그의 말에 찬성을 표했다.

ⓒ Der Supigel 2020년 제40호
Wettlauf um den Super-Akku
번역 황수경 위원

필리프 베트게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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