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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찬 자율주행차 선두경쟁

기사승인 [129호] 202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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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자율주행차 ① 현황

2021년 독일은 사상 최초로 운전자가 운전 중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을 허가한다.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기계보다 우수하고,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과 독일, 일본, 중국 등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각국 제조사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그 현황과 기술적 한계를 짚었다. _편집자

필리프 베트게 Philip Bethge <슈피겔> 기자

   
▲ 2020년 10월 초부터 구글의 자매 회사 웨이모의 무인로봇택시가 미국 피닉스 테스트 지역에서 승객을 운송하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전시된 웨이모 차량. REUTERS

충성스러운 반려견처럼 부르면 달려오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은 지금까지 TV 드라마 주인공의 특권이었다. 1980년대 인기리에 방영된 TV 시리즈 <전격 제트 작전>(원제 Knight Rider)에서 배우 데이비드 핫셀호프의 명령에 따르는 ‘키트’라는 이름의 폰티악 자동차 파이어버드 트랜스가 있었다. 곧 벤츠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자동차가 출시될 것이다.
자동 주차를 시연하기 위해 벤츠는 독일 슈투트가르트공항 6번 주차 빌딩에 주차 구획 2곳을 예약했다. 벤츠 S클래스가 입구에서 들어와 표시된 주차 구획에 멈추자, 운전자가 내렸다. 그가 앱으로 전진 명령을 내리자, 마치 보이지 않은 손이 닿은 것처럼 자동차가 움직였다. 몇 번 앞뒤로 움직이고 둥글게 돈 위, 자동차는 스스로 한 칸 뒷줄 빈 주차 구획으로 움직였다.

자율주행차 도입 박차 가하는 독일
주차 구획에 설치한 스테레오 카메라, 빠른 공중무선랜(WLAN) 서비스, 아웃소싱된 연산력, 자동차에 적용된 기술이 ‘인텔리전트 파크 파일럿’(벤츠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했다. 벤츠는 이 시스템을 2021년 안에 도입하고 싶어 한다.
“당신이 공항으로 가는 동안 자동차는 이미 이동한다. 시스템이 전체 작동을 책임진다.” 벤츠 개발자 크리스티안 헤르딘은 설명했다. 돌아와서 버튼만 누르면 자동차가 다시 같은 자리로 달려온다. “나중에는 휴가 기간에 충전하거나 세차장에 가서 세차하라고 명령할 수도 있다.”
독일은 자율주행차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르면 1월 중에 컴퓨터가 일시적으로 운전을 대신하는 자동차가 공식적으로 운행 허가를 받을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60㎞ 이하로 주행할 경우, 운전자는 교통 상황에 집중하는 대신 신문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허용된다.
안드레아스 쇼이어(기독교사회연합·CSU) 독일 교통부 장관은 “독일은 자율주행차의 도로 운행을 정식으로 허가한 세계 최초의 국가”라고 자랑했다. 많은 제조사가 로봇자동차에 미래를 걸었다. 벤츠의 자율주행 담당 부서 책임자 미하엘 하프너는 “자율주행 시스템은 백그라운드에서 작동하고,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우리는 이 시스템으로 많은 교통사고를 방지할 것이다”라고 열정적으로 말했다.
하프너는 벤츠가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철수하려 한다는 최근 소식을 부인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조만간 S클래스는 공공 도로에서 특정 상황에 스스로 차선과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립적으로 방향 전환과 제동, 시동을 걸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가 될 것이다. 그동안 운전자는 다른 더 즐거운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수준을 (총 5레벨 중) ‘자동화 레벨3’이라고 말한다. 레벨1과 레벨2는 주행보조 시스템이고, 레벨5는 자율주행차다. 하프너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1년 하반기에 레벨3 시스템을 갖춘 S클래스가 자동차 역사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자동차를 운전하는 주체가 인간이 아닌 기계가 되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런 ‘유령 차량’이 점점 더 많이 도로를 달리게 되면 교통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자율주행은 2000년대 후반부터 정보기술(IT) 기업 경영자들이 이동수단의 미래 비전을 그리는 데 즐겨 사용한 주제였다. 구글이나 우버 같은 기업은 초기에 거창한 미래를 약속했다. 희망은 미래에 인간이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는 것이다. 스마트 센서와 정교한 소프트웨어 덕분에 앞으로 차량은 스스로 운전해 탑승자를 목적지로 데려갈 것이다. 졸음운전, 교통사고 위험, 교통체증으로 인한 짜증의 시대는 끝나고, 에어컨이 설치된 안마의자와 360도 서라운드 스테레오 시스템을 갖춰 탑승자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내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웰빙 자동차 시대’가 시작된다.
지붕에 굵직한 센서 장치를 설치한 귀엽게 생긴 자동차가 이후 시험주행에 나서면서 도로를 불안하게 했다. 찌그러진 판금은 부수적인 피해로 치부됐다. 하지만 2018년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여성 보행자를 치어 사망하게 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엔지니어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너무 빨리 도로에 도입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직감했다. 오늘날에는 처음 약속이 너무 허황하고 과도한 기대였다는 게 명확해졌다. 자동차 운전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가장 우수한 센서 시스템을 보유한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업계는 성숙해져야 했다. 그러나 하필 코로나의 해인 2020년, 21세기 들어 가장 큰 사회·경제적 위기 중에 자율주행차가 드디어 운행을 시작하는 모양이다. 2020년 10월 초부터 구글의 자매 회사인 웨이모(Waymo)의 무인 로봇택시가 미국 피닉스의 테스트 지역에서 확대된 규모로 승객을 운송하고 있다. 웨이모 직원은 멀리서 차량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할 뿐이다. 이 회사는 2021년 미래 기술에 약 3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제너럴모터스의 자회사 크루즈(Cruise)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 자율주행 시험 허가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에선 신생 벤처기업 오토엑스(X)가 2020년 8월 무인 로봇택시 100대로 시험주행을 시작했다.
이런 프로젝트는 미국과 중국 당국의 특별 허가와 상대적으로 느슨한 법 규정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을 교통체계에 정식 허용하는 쪽에선 독일이 선두로 나섰다. 2017년 6월 이미 독일은 자율주행 관련 법을 발효했다. 자동차 역사상 처음으로 운전자가 일시적으로 운전에 집중하지 않아도 될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 이런 차량에 대한 기술 요구 사항은 유엔의 ‘자동차 규제 국제표준화 포럼’(WP29)에서 만들었다. 레벨3-차선 유지 시스템(ALKS·Automated Lane Keeping System)은 그에 따라 승인받을 것이다.
처음에는 고속도로 같은 ‘구조적으로 분리된 차선’에서, 예를 들어 차량 정체 상황에서 시속 60㎞ 이하로 주행할 때 고도로 자동화된 방식으로 운전하는 것이 허용된다. 유럽연합은 아직 완전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2021년 1월에는 새로운 법이 시행될 수도 있다. 이후 독일 아우토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이멘딩겐에 있는 테스트 트랙에서 미리 경험할 수 있다. 급커브 구간이 있는 서킷(경주용 환상 도로)은 최근 천천히 주행하며 차량 정체를 발생시키는 벤츠 리무진으로 가득 차 있다. 벤츠의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이 빛을 발할 바로 그 상황이다.
테스트 드라이버 미하엘 카스파르는 S클래스 운전석에 앉아 뒤에서 차량 대열에 접근했다. 차량 운전대의 LED가 보조시스템 사용 가능 알림을 표시하자, 카스파르는 버튼을 누르고,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었다.

   
▲ 자율주행차 로봇택시에는 운전 중 클라우드에서 불러온 고해상도 지도의 도움을 받아 매초 위치를 인식하는 등 최첨단 기술이 장착돼 있다. 일본 도요타 몸체로 만든 로봇택시. REUTERS

각종 센서 기술이 열쇠
이제 자동차는 스스로 움직인다. 전방에 정체가 일어나거나 선행 차량의 속도가 느려지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인다. 심지어 구급차에 길을 내주기 위해 차선 오른쪽으로 붙기도 한다. 다른 차가 급하게 차선을 바꿀 때도 시스템은 훌륭하게 대응했다.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선 말할 필요도 없이 운전자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반응한다.
“차는 모범 운전자처럼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카스파르는 말했다. 비가 내린 뒤에야 기계는 경고신호를 보내 운전자에게 차량 통제권을 반환했다. 우천으로 시야가 제한되고, 빛이 반사되는 도로에서 자율주행은 아직 불가능하다.
유엔의 규정에 따라, 운전자는 10초 안에 다시 운전을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계속 작동해야 한다. 운전자 개입 없이 10초가 지나면 차량은 시스템 통제를 받아 정지한다.
이 모든 기능이 가능한 이유는, 벤츠의 자율주행차가 센서 기술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앞유리 윗부분에는 스테레오 카메라가 설치됐다. 또 다른 카메라가 전방과 후방을 비추고, 두 대는 사이드미러에 장착됐다. 차의 네 모서리와 전면 그릴에는 레이더 송신기가 있다. 라이다(Lidar)라고 불리는 레이저 스캐너는 또 다른 차량 주변 이미지를 생성한다.
엔지니어들은 고정밀 위성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설치했다. 운전 중에 클라우드에서 불러온 고해상도 지도의 도움을 받아 차는 매초 위치를 인식한다. 이를 위해 2만6천㎞ 고속도로가 지도에 표시된다. 시스템은 심지어 차선 표시도 알고 있다.
여기서 벤츠 엔지니어들은 ‘중복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비디오·레이더·라이다, 세 가지 센서 시스템 가운데 적어도 두 개는 항상 작동해야 한다.

ⓒ Der Supiegel 2020년 제46호
Kino auf der Straße
번역 황수경 위원

필리프 베트게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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