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농민·환경·지역 함께 사는 길

기사승인 [130호] 2021.02.01  

공유
default_news_ad1

- [ISSUE] 프랑스 버려진 땅 개간 사업

마리옹 페리에 Marion Perr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4월 프랑스 낭트 인근 지역 농장에서 일하는 농민이 개화를 앞둔 은방울꽃을 바라보고 있다. 프랑스 지자체들은 버려진 땅을 농경지로 바꾸는 사업을 해왔다. REUTERS

가시덩굴과 잡초가 있던 자리에 토마토, 애호박, 메밀이 자란다. 프랑스 북서부 피니스테르 지역 모엘랑쉬르메르시, 긴 해안선을 잡아먹던 500헥타르(ha) 황무지가 밭으로 변했다. 2013년 시가 주도한 황무지 개간 사업의 성과다. 마르셀 전 시장(2014~2020년)은 “예전에 정어리잡이 어부들이 쓰다가 버린 땅을 밭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의회 자문위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황무지 개간 사업은 농촌법에 규정된 절차를 따랐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법을 활용한 사례가 드물었다. 농촌법에 따르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누구나 황무지를 개간할 수 있다. 3년 넘게 사람 손길이 끊기거나 자주 닿지 않아 황폐해진 땅을 농지와 목지로 가꾸겠다고 경시청에 신청해 개발 허가를 받으면 된다.
프랑스 땅 곳곳이 황무지로 변하고 있다. 농업부 자료를 보면, 2006~2015년 농경지 85만3천ha가 사라졌다. 지금은 그 자리에 야생 나무와 잡풀이 무성하다. 농경지 54만8천ha에는 건물이 들어섰다. 물론 마구 자란 나무와 잡풀은 뽑으면 된다. 하지만 땅에 시멘트가 깔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땅이 덩굴로 뒤덮인다는 것은 그만큼 농사지을 땅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더구나 프랑스에선 땅이 없어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먹거리를 지역에서 생산하겠다는 지자체가 많아진 지금이 황무지 개간 사업을 확대하기에 좋은 때일 수 있다. ‘농업·식품·산림의 미래를 위한 2014년 법률’에는 지역 먹거리 사업의 밑바탕이 제시돼 있다. 정부가 농업이나 산림업 용도로 쓸 수 있는 땅의 목록을 5년마다 데파르트망(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만들어야 한다. 황무지 개간 사업이 농촌의 미래가 걸린 묵직한 과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갈 길이 울퉁불퉁해 쉽지 않다.

기나긴 여정
2014년 모엘랑쉬르메르시는 경시청과 피니스테르 의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황무지 개간 사업이 힘든 여정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술적 장애가 수두룩했다. 먼저 어디서 어디까지 개간할지 구획한 다음, 땅 상태와 개발 가능성을 진단해야 했다. 사업 목표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야생 구역에서 자라는 생물을 해치지 않고 풍광의 다양성을 유지한다. 다음 할 일은 땅 주인을 찾는 것이었다. 개발 대상으로 선정된 땅 120ha는 모두 1251구획으로 나뉘었고, 소유자는 468명이었다.
지자체가 행정·기술적 과제를 맡는 동안 시민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땅 없는 농부의 정착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테르드리앙’과 피니스테르 지역 유기농업 단체 ‘가브29’는 사업 참가자를 모집하고, 땅 주인과 토지 사용을 논의하는 자리를 열었다. 테르드리앙 브르타뉴 지사의 리지안 자르노는 “토지 소유자 모두 유기농업 발전과 지역 농산물 개발, 청년 농부 정착 지원에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우려했던 사항 몇 가지도 땅 주인과 논의해 해결됐다. “땅이 개간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도 소유권을 잃는 것은 아니다. 땅 주인이 직접 땅을 가꾸든지, 대신 가꿔줄 사람을 정부가 찾아준다.”
긴 과정을 거쳐 2019년 시의 첫 두 사업이 경시청 승인을 받았다. 시민단체 ‘옵티미즘’은 20ha짜리 땅에서 채소를 길러 학교에 공급할 계획이다. 허허벌판에서 첫 삽을 뜰 농부 8명을 구했다. 채소를 재배하는 쥘리앵 두아노는 그전부터 농사짓는 땅과 맞닿은 구획에 2.7ha를 분양받았다. 그 정도 크기면 농사로 먹고살기에 충분했다. 시청 에너지전환부의 프랑크 샹브릴은 “나머지 구획은 2021년 안에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과수원, 허브·약초 농장, 말 목장이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분양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피니스테르 의회 부의장이었던 미카엘 케르네는 “분양권을 나누는 행정 절차가 복잡해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양권을 얻은 농부들은 계약조항을 두고 땅 주인과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행정적 고충 말고도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1ha당 1천유로 넘게 드는 토지 개간은 땅속 생물에게 큰 부담이다. 뿌리가 뽑히고 흙을 뒤집어엎은 환경에 생물이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쥘리앵 두아노는 “수확량이 일반 농경지 수준만큼 되려면 24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폐농장에 새 생명을
버려진 땅 대부분은 과거 농지였다. 이용 가치가 낮다고 여겨지는 땅에서 농부들이 떠났다. 기계가 들어가 일하기 힘든 남동부 아르데슈가 대표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개발 호재를 기다리며 무작정 땅을 방치해두는 땅 주인이다. 다른 사람에게 임대해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인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게다가 여러 구획으로 나뉜 땅의 주인이 모두 다른 것도 개간을 방해한다.
아르데슈 지역 작은 마을 보몽에 자리한 ‘파브루 농장’의 레미 피셰르는 “생산하는 농장보다 살아 숨 쉬는 농장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파브루 농장은 원래 버려진 농장이었다. 그곳에서 피셰르는 10년째 아내와 함께 돼지와 허브를 기르고, 벌꿀을 모은다. 상품은 모두 직거래로 판매한다.
보몽에서는 1980년대부터 지자체가 주인이 확인되지 않은 땅을 사들이고 있다. ‘공공기관 재산에 관한 일반 법률’에 따르면, 코뮌(기초지자체)은 “소유자가 없는 빈” 토지를 취득할 수 있다. 주인 없는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30년 넘게 나오지 않거나 땅 주인이 있지만 토지세를 3년 이상 내지 않은 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식으로 지자체는 땅 40ha를 확보했다. 일부는 그 땅에서 예전부터 농사짓는 농부들에게 나눠줬다. 한때 수풀이 무성했던 13ha짜리 파브루 농장 땅은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다. 버려진 농장에 새 숨을 불어넣는 데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농장을 먼저 민간(레미 피셰르)에 임대하고, 그동안 농장 재생 비용을 모금했다. 임대차계약이 끝난 2020년, 레미와 같이 농장에 자리잡은 생산자들에게 재생 공사에 들어간 금액 정도로 소유권을 팔았다. 아녜스 오디베르 보몽 지자체장은 “나간 예산이 하나도 없는 농부 정착 지원책”이라고 사업을 평가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1월호(제408호)
À la reconquête des friches agricoles
번역 최혜민 위원

마리옹 페리에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