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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받고 싶은 팬데믹 시대의 필수 노동자”

기사승인 [130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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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배달노동자 10시간 동행 르포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모두가 사회적 접촉을 줄이는 상황에서, 엘마어 에발트는 오히려 접촉을 늘리고 있다. 자유기고가 마르셀 라스쿠스가 음식배달 중개 플랫폼 리페란도에서 배달노동자로 일하는 에발트를 10시간 동행했다.

마르셀 라스쿠스 Marcel Laskus 자유기고가

   
▲ 리페란도는 베를린을 비롯해 독일 도시 곳곳에서 음식배달을 중개하는 대표적 배달 중개 플랫폼이다. 리페란도 누리집 제공

오전 11시28분
엘마어 에발트(51)는 자신이 하는 일을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동료들을 무척 좋아하며 그들과 가깝게 지낸다. 동료들도 에발트를 좋아한다. 오전 11시28분 그는 독일 뉘른베르크 리페란도(Lieferando) 지점 앞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의 전기자전거 옆에는 동료 라이더 11명이 에발트처럼 첫 배달 건을 기다리고 있다.
에발트는 유일한 여성 라이더 동료에게 자전거 타이어가 다시 잘 작동하는지 물었다. 다른 동료들과 담배를 피우는 호리호리한 루마니아 출신 라이더에게는 영어로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재밌는 녀석들’(Fun Boys)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영국 스코틀랜드, 인도, 독일 바이에른주 출신의 젊은 남성 라이더 3명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다. “잘 지내지, 여러분?”(What’s up, guys?) 셋은 에발트를 보는 순간 모두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린다.

   
▲ 온라인으로 음식배달 서비스를 하는 대표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의 라이더가 베를린에 있는 회사 본사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REUTERS

오전 11시34분
에발트는 뉘른베르크 리페란도 배달노동자 가운데 최고령층이다. 앞으로 다가올 10시간 동안 그의 유일한 벗은 리페란도 애플리케이션(앱)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첫 주문을 받기 전 동료들과 제대로 수다를 떨려 한다. 그 순간 에발트의 스마트폰(지능형 단말기)이 팡파르 톤으로 울렸다. 곧바로 그는 전기자전거에 올라탔다. 에발트는 오전 11시34분 시간당 25㎞ 속도로 이날 첫 빨간색 신호등을 지났다. 목적지는 시내에 있는 맥도널드 매장이다.
에발트를 비롯한 배달노동자들이 지금처럼 바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식당은 다시 문을 닫았고, 불필요한 외출은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 독일 정부는 2020년 11월21일부터 “집에 머물면서 당신 스스로 영웅이 되라”라는 구호를 내건 채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해달라고 대국민 호소를 했다. 독일이 자체 봉쇄를 하는 상황에서, 에발트와 배달노동자 동료들은 오히려 사회적 접촉 속도를 점점 올리고 있다.
배달중개앱 리페란도의 파트너로 등록된 독일 음식점 수는 2만 개가 넘는다. 리페란도의 모회사인 네덜란드 음식배달 업체 ‘저스트 이트 테이크어웨이’(Just Eat Takeaway)는 2020년 7~10월 주문 횟수 1억5140만 건을 기록했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46%나 급증한 수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도로에서 새로운 라이더들을 마주친다고 에발트는 전했다.
에발트가 2020년 2월 리페란도에서 라이더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뉘른베르크 라이더 수는 60여 명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3배 정도 많다. 에발트는 여름에 시간당 평균 2건의 배달일을 받았다면, 이제는 시간당 최대 3건을 받고 있다. 리페란도가 밝힌 시간당 임금은 최대 18.5유로(약 2만4천원)인데, 에발트는 시간당 약 11유로를 벌고 있다고 한다.
에발트는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하나로 더는 홀에서 손님을 받을 수 없는 음식점과 감염병이 퍼지는 상황에도 끼니를 챙겨 먹어야 하는 고객을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이론상으로는 좋은 거래다. 하지만 실상은 아주 편안한 일은 아니다.

   
▲ 코로나 시대 음식배달업은 호황이지만, 배달 중개 기업의 성장 뒤엔 ‘라이더’라고 불리는 배달노동자들의 희생이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2020년 10월 멕시코의 배달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REUTERS

오전 11시42분
에발트는 주황색 배낭을 메고 오전 11시42분 맥도널드 매장 문을 열었다. 매장 안에는 고객이 단 한 명도 없다. 대신 “헬로”(Hello)처럼 들리는 말을 중얼거리는 직원 두 명만 눈에 들어왔다.
에발트는 인사하면서 잠시 화장실을 써도 되는지 물었다. 직원 한 명이 “미안하지만, 화장실 사용은 어렵겠다”고 답했다. 2020년 11월부터 적잖은 음식점이 리페란도 라이더들의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에발트가 “어제 점장이 매장에 있을 때는 화장실 사용이 가능했잖아”라고 말하자, 직원은 “나는 막내 점장이지 큰 점장이 아니다”라고 대꾸했다. 에발트는 작은 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에발트는 맥도널드 매장 맞은편에 있는, 50센트를 내야 하는 공공화장실로 갔다. 에발트는 화장실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와 얼굴을 터둔 상태다. “화장실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로 햄버거를 하나씩 사주기도 한다.” 배달음식을 배낭에 넣은 뒤, 그는 전기자전거에 올라탔다. 배낭에 든 13.8유로의 음식은 점점 식어간다.
음식을 주문한 고객의 집 문이 열린다. 에발트의 첫 손님은 턱수염을 기른 남성이다. 에발트는 손님에게 인사하고 “1층은 항상 마음에 든다!”라며 웃는다. 손님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없이 음식 봉지를 건네받은 즉시 문을 닫았다. 에발트의 시선은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앱을 연다. “팁을 안 주네. 이럴 줄 알았어.”
에발트는 배달일을 하면서 여자를 만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대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온갖 군상을 적나라하게 알게 된 것이다. 버거킹이나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를 주문하는 사람들은 팁을 거의 주지 않는다. 젊은층도 팁에 인색한 편이다. 물론 에발트는 이를 충분히 이해한다. “젊은 사람들은 보통 수중에 돈이 별로 없잖은가.”
코로나19 팬데믹은 에발트 같은 배달노동자를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로 만들었지만, 고객 지갑까지는 열지 못했다. 음식을 배달받는 사람들은 팁에 유독 인색했다. 코로나19 감염을 두려워해 동전을 겨우 건네줄 만큼만 현관문을 여는 이도 있다. 에발트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그가 주문 한 건당 받는 팁의 평균액은 30센트다.
오늘 에발트로부터 배달음식을 건네받으면서 유일하게 감사 인사를 한 고객은 2020년 2월 이후 음식점을 가지 않았다는 젊은 여성이었다. 팬티 차림이거나 상의를 입지 않은 채 문을 열어주는 고객도 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는 거다.”
에발트는 여러 직업을 거쳤다. DVD 플레이어가 대중화하기 전에 창업해 DVD 플레이어를 팔았고, 이후 모자가게도 했다. 그는 2019년 독일 베를린을 떠나 두 형제가 사는 뉘른베르크로 이사했다. 리페란도 라이더 지원서에는 거주지 주소와 납세번호를 쓴 게 전부였다. 그는 “신호등이 빨간색이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도로 누워서 떡 먹기 수준의 입사시험에 합격한 뒤 리페란도 라이더로 일하기 시작했다.
에발트는 뉘른베르크 리페란도에 직원평의회를 만들 생각이다. 리페란도 경영진은 오랫동안 직원을 대표하는 기구에 반대해왔다. 카타리나 하우케 리페란도 독일 신임 대표는 2020년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직원평의회와의 협력 개선은 내가 세운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리페란도 뉘른베르크에서 직원평의회는 2021년 3월 문을 열예정이다. “라이더들에게 대우가 좋지 않은 음식점은 경고를 받아야 한다.” 에발트가 품고 있는 결심 중 하나다.

   
▲ 노동자도 아니고 사용자도 아닌 배달노동자의 가장 큰문제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건강 악화와 고용보호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이다. REUTERS

오후 12시12분
에발트는 배낭에 다음 배달할 음식을 실었다. 이번에는 베트남 음식이다. 인파로 북적이는 기차중앙역을 지나가는 순간, 그는 마치 굶주린 사람을 살리러 달려가는 응급의처럼 보인다. 차이가 있다면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는 구급차가 아닌, 눈부신 주황색 전기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누빈다는 것이다.
에발트는 때로 배달 목적지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제는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배달앱으로 주문받으면 음식을 가지러 가고 배달한다. 그리고 배달앱에서 다음 주문을 받는다. 이 과정이 무한 반복된다.
에발트가 갑자기 자전거 속도를 확 줄였다. “저기 못된 놈들이 있네.” 그가 한 피자가게를 손으로 가리켰다. 피자가게에는 한 남자가 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저 피자가게와 사이가 계속 좋지 않다.” 지난주 날씨가 추웠음에도 피자가게 안이 아닌 밖에서 배달음식이 완성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이었지만, 피자가게는 포장된 배달음식을 그에게 던져주다시피 했다. 에발트는 그런 대접을 받은 것에 너무 화가 났다. 하지만 어쩌겠나. 피자가게 때문에 감정은 상했지만, 베트남 음식은 고객에게 배달해야 한다.
에발트가 베트남 음식을 배달한 곳은 건축사무소였다. 배달앱에 그가 팁 3.15유로를 받았다고 떴다. 그의 스마트폰이 다시 울렸다. 에발트는 “안 돼!”라고 외쳤다. 다음 음식점은 다시 가고 싶지 않은 피자가게다. 누군가가 그 피자가게에 100유로 이상이나 주문했다.
에발트와 동행하면서 리페란도의 사업은 모든 관계자가 서로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깨달았다. 음식점은 매출액의 13~30%를 가져가는 배달앱 리페란도 없이도 가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리페란도는 최소 인원의 라이더로 최대 수익을 내려 한다. 음식점에는 리페란도가 음식 주문만 중개해 그 수수료를 받는 것이 더 이익이다. 리페란도 라이더들은 다른 일자리를 원한다. 적어도 배달료가 인상되고 고객과 음식점, 그리고 리페란도 고용주로부터 더 존중받기를 원한다.
에발트는 2층 피자가게로 마지못해 올라갔다. 그의 시선은 계속 좌우를 오갔다. 피자가게 직원이 카운터로 나와 인사했다. 직원은 피자가게와 리페란도 라이더들 간의 해묵은 앙금을 잘 알고 있으며 그만 그 관계를 끝내고 싶어 하는 듯했다. “우리가 원래 그런 의도는 아니었잖은가.”
피자가게 밖으로 나온 에발트는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오늘은 완전히 피자 모드”라며 배낭에 피자를 챙겨넣었다. 배낭 부피가 급격히 커졌다. 배낭에는 상자가 총 7개 들어갔다. 그는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에발트는 4층으로 올라갔다. “변호사는 나와 완전히 상극인 족속이다.” 그래도 여비서가 문을 열자, 에발트는 바로 표정을 바꿔 상냥한 라이더가 되었다. “샐러드 작은 것, 시킨 거 맞죠?” 배달노동자들이 흔히 하는 농담이다. 여비서가 웃으면서 들어오라고 했다.
로펌 사무실 탕비실에 에발트는 배낭 속 피자 상자 7개를 차곡차곡 꺼냈다. “피자가 너무 많아서 카트가 필요할 정도예요!” 에발트의 이 말에 사무실에서 킥킥 웃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에발트는 미지근해진 피자 상자 7개를 영혼 없이 꺼내놓고 나오기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영혼을 불어넣고 싶었다. 자기 일이 최저임금 이상의 값어치가 있기를 바랐다.
다시 리페란도 사무실에 도착한 에발트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오늘은 배달하면서 팁을 현금으로 받은 곳이 없다. 혹시 배달앱으로 들어왔을까? 앱을 본 에발트는 숨을 내쉬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배달앱으로도 팁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진짜 화나네요.”
주황색 솜털 재킷을 입고 주황색 발라클라바(머리·목·어깨를 덮는 털모자)를 쓰고 투박한 주황색 배낭을 멘 에발트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에게 음식을 갖다주는 웨이터와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속담처럼 옷이 날개라면, 음식배달 업체 리페란도는 주황색 유니폼으로 자사 라이더들의 날개를 꺾어버리는 셈이다.
예르크 게르비히 리페란도 창업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리페란도 라이더들은 달리는 광고판”이라고 말했다. 에발트는 “배달 라이더들이 달리는 광고판이라면, 회사는 우리에게 시간당 1유로씩 더 지급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배달하면서 그렇게 죽상을 짓지 않을 것이다.”

   
▲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배달노동자의 문제는 여러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배달노동자 모습. REUTERS

오후 2시8분
두꺼운 스웨터를 입은 젊은 남성이 에발트로부터 음식 봉지를 건네받았다. 유쾌해 보이는 인상이다. 이 젊은이는 장염을 앓아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음성이었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말했다. 자가격리에서 풀려나 오랜만에 수프도 많이 먹고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었다고 했다. 에발트가 배달한 버거킹의 더블와퍼가 그 젊은 남성이 자가격리 동안 너무 먹고 싶었던 음식이라는 얘기다.
그로부터 4시간이 흘러 30㎞를 달린 뒤, 에발트의 배달앱에 휴식 시간이라는 공지가 떴다. 에발트는 그가 좋아하는 시리아 스낵바를 찾았다. 의자는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 카운터 뒤에는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주문 배달용 스티로폼 상자가 쌓여 있다.
스낵바 주인은 리페란도와 협력해 리페란도 배달앱에서 주문을 받고 싶어 하는데, 이상하게도 스낵바 여직원은 리페란도에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이를 알 리 없는 주인은 몇 주째 리페란도 배달앱에서 주문이 들어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스낵바 주인은 드문드문 샌드위치 포장판매로 연명하고 있었다. 에발트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후 4시30분
밖은 어두컴컴해지고,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에발트는 자전거 안장에 묻은 비를 닦아냈다. 자전거에 타지는 않았다. 스마트폰 앱에 배달 주문이 뜨지 않는다. “진짜 이상하네.” 오후 5시3분이 되어도 배달 주문이 뜨지 않자, 에발트는 자신의 상사에게 “주문 들어온 것 있나요? 기다리는 중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라이더 동료들도 그들의 상사에게 배달 주문이 뜨지 않는데 무슨 일이냐고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혹시 배달앱에 오류라도 발생했냐고 물었다. 상사는 라이더들에게 정확히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답문을 보냈다.
라이더들의 업무량은 배달앱이 정한다. 배달앱이 먹통이 되면 라이더들은 어쩔 수 없이 그냥 시간을 죽일 수밖에 없다. 배달해야 하는 음식은 차갑게 식어버린다. 라이더라면 누구나 환장할 상황이다.

오후 5시14분
기나긴 강제 휴식이 드디어 끝났다. 배달앱이 먹통인 동안, 에발트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케밥 스낵바 주인에게서 사과차를 얻어 마셨다. 배달앱이 다시 작동하면서 그는 도심 도로를 다시 내달렸다. 자전거길은 라이더들로 북적거린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도로를 날카롭게 찢고 있었다. 전기자전거를 탄 리페란도 라이더가 에발트의 옆을 지나가면서 ‘브이’(V)자 손신호로 인사를 대신한다.

   
▲ 아시아 국가에서도 배달노동자 고용보호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중국 베이징의 배달노동자 모습. REUTERS

오후 5시21분
젊은 남성이 문을 연다. 코로나 병동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한다는 남성은 주문한 쌀국수샐러드를 건네받은 뒤 에발트에게 2유로 동전을 손에 쥐여준다. 그는 “안전 운전 하세요!”라며 돌아서는 에발트에게 인사한다. 방금 받은 2유로는 에발트가 오늘 하루 받은 주문 음식 가격 대비 가장 많은 팁이다.
얼마 뒤, 기차중앙역을 지나는 에발트에게 한 남성이 말을 걸었다. 무언가에 취한 듯한 남성은 에발트에게 3.5유로가 필요하다고 횡설수설했다. 에발트는 손을 내저었다. 그래도 남성은 집요하게 에발트에게 달라붙었다. “돈을 안 주면 당신 휴대전화를 가져갈 수도 있어.” 에발트는 마지못해 재킷 주머니에서 1유로 동전을 꺼내 남성에게 주었다.
수많은 독일인이 재택근무를 하고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시간에, 한 빈털터리 남성은 역시 거의 빈털터리인 사람에게서 돈을 뜯어내고 있다. “도시에선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도 돈으로 사야 할 때가 있다.”
에발트가 오늘의 열두 번째 혹은 열세 번째 배달길에서 선택한 지름길인 지하보도는 인적이 끊겨 을씨년스러웠다. 자전거를 에스컬레이터에 올려놓으려는 순간, 그는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졌다. 에발트는 “괜찮다”며 툭툭 털고 일어났다. 하지만 겨우 몇 주 전 자전거 앞바퀴가 노면전차 레일에 끼여 넘어지는 사고로, 에발트는 갈비뼈 하나가 부러졌다. 그는 2주간 병가를 내고 집에서 누워 지냈다. 배달노동자로 일하면서 안게 되는 산업재해 위험이다. 다행히 그는 정직원으로서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밤 9시43분
에발트는 리페란도 사무실에 그의 전기자전거를 세워뒀다. 리페란도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다. 사무실에서 집까지는 정확히 5분이 걸린다. 그는 한집에서 3명과 산다. 공유주거다.
에발트는 뉴스를 보면서 피곤한 일과를 잊을 생각이다. 어쩌면 저녁으로 케밥을 사가거나 집에서 간단히 요리할 수도 있다. 그는 리페란도로 음식을 주문한 적이 아직 단 한 번도 없다.

ⓒ Die Zeit 2020년 제48호
Draußen-Held
번역 김태영 위원

 

마르셀 라스쿠스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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