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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음지에서 벗어나려면

기사승인 [130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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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집 비트코인 ② 성장 요건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전문가들은 최소 400만 개의 비트코인이 소유주가 접근할 수 없어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비트코인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2019년 프랑스의 담배가게 앞에서 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비트코인 광고 책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REUTERS

오랫동안 암호화폐 거래를 시작하기 위해 몇 가지 기본 지식이 필요했다. ‘지갑’(암호화폐를 보관, 거래·관리하기 위해 공개키와 개인키를 저장) 비밀번호를 잊어버렸거나 하드디스크가 고장 나서 자신의 비트코인에 접근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설적이다.
전문가들은 최소 400만 개의 비트코인이 소유주가 접근할 수 없어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는 우리가 만들어낼 비트코인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비트코인 개발자가 그 총량을 기술적으로 2100만 개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 환경운동가들은 ‘채굴’이라 불리는 새로운 코인을 생성하기 위한 암호와 문제풀이 계산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고 비판한다. 채굴에 사용된 전력이 원전 7기의 생산량과 비슷하다고 한다. REUTERS

최소 47건의 비트코인 해킹 사건
게다가 투자자들이 많은 돈을 잃은 엄청난 해킹과 사기 사건이 있었다. 대부분 사설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큰 건만 꼽아봐도 최소 47건의 해킹 사건이 있었고, 사건 발생 당시 코인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최소 20억달러 이상 총손실이 생겼다.
그 결과 비트코인 평판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인터넷 범죄자, 마약 밀매업자, ‘자금세탁’업자에게 인기를 끈 것 역시 평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환경운동가들은 ‘채굴’이라 불리는 새로운 코인을 생성하기 위한 암호와 문제풀이 계산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고 비판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전력이 원전 7기의 생산량과 비슷하다고 한다.
더 많은 사용자가 암호화폐에 관심 갖도록 하기 위한 이전의 시도는 그리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예를 들어 이미 수년 전부터 현금을 즉시 코인으로 바꿀 수 있는 암호화폐 자동판매기가 있었다. 이 기계는 주로 오락실, 편의점, 술집 구석에 세워져 있었다. 2020년 3월 독일연방금융감독원은 독일 최대 비트코인 자동입출금기(ATM) 업체에 영업 중단을 명령했다. 업체가 명령에 따르지 않자, 8월 금융감독원은 비트코인 ATM을 압류했다.
기존 금융권의 참여로 코인업계는 음지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 어쨌든 시장은 여기에 베팅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련 발표 이후 코인 가격은 또다시 급상승했다. 새로운 시장 참여자가 자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코인을 사들이는 것도 가격 급상승 원인이다.
다만 문제는 초기의 호기심을 충족한 뒤, 신규 고객이 코인을 어떤 용도로 써야 하느냐다. 투기 수단으로? 친구, 가족, 사업 파트너에게 싸고 빠르게 송금하는 데 쓸까? 온라인쇼핑에서 구매 대금 지급에 쓸까?
페이팔 최고경영자(CEO) 댄 슐먼이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웹 서밋(Web Summit) 2019’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페이팔은 암호화폐를 주로 온라인쇼핑 구매 대금 지급에 쓸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다양한 흐름을 불러왔다. 그중에는 무현금 결제도 포함됐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고객이 기존 페이팔 사용자 계정을 암호화폐 지갑으로도 쓰길 원했다. 현재 고객 약 3억 명을 보유한 페이팔이 암호화폐 서비스를 시작하면 잠재적 암호화폐 사용자 수를 단번에 늘릴 수 있다.
높은 수요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팔에 따르면 고객 100만 명 이상이 관심을 보이며 암호화폐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등록했다. 이들이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어쨌든 페이팔은 암호화폐 교환에 허용되는 최대 금액을 2만달러로 빠르게 두 배로 늘렸다. 많은 고객이 가격이 높음에도 비트코인 한 개를 온전하게 구매하기를 원했다.
페이팔은 우선 미국 고객에게 암호화폐 구매·보관·판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에는 전세계 2800만 페이팔 가맹점에서 암호화폐를 쓸 수 있게 된다. 페이팔 대변인 조시 크리스코는 웹비디오를 통해 이전에는 많은 소매업체가 회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악명 높은 암호화폐의 급격한 가격변동이 그렇지 않아도 얼마 되지 않는 마진을 잡아먹을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페이팔에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소매업체는 요구하는 판매대금을 받고 고객은 보장된 환율로 쇼핑할 수 있다. 페이팔 자체는 교환 금액에 따라 1.5~2.3%의 수수료를 받아서 수익을 올린다.
대중을 위한 암호화폐, 스위스의 디엠(Diem) 연합도 이를 목표로 한다. 이들은 과거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계획에서 남은 것을 하나로 모았다. 2019년 봄 페이스북은 리브라(Libra)라는 자체 통화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해 전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을 놀라게 했다.
페이스북·와츠앱·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수십억 명을 고려할 때, 페이스북의 (기존 금융체계와 병행하는) 금융세계발 위협은 매우 현실적으로 보였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의 데이터 제국이 새로운 세계 통화의 발행자가 된다고? 많은 국가의 정부에 이는 선을 넘는 일이었다.
광범위한 저항은 페이스북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이름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보더폰·비자·페이팔 같은 중요한 파트너가 프로젝트에서 하차하게 했다. 그중 페이팔은 이제 자체적인 암호화폐 전략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실상 전체 프로젝트 운영팀이 교체되다시피 했다.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페이스북은 이제 독지가 행세를 하고 있다. 신흥국 시장의 사진으로 장식된 새 웹사이트에서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은행 계좌가 없는 17억 명에게 신뢰할 수 있는 송금·예금 방법을 제공하리라고 광고한다. 해외에서 가족에게 송금하는 이민자도 대상 그룹에 속한다. 현재는 소액을 송금하더라도 서비스 제공자에게 끔찍할 정도로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새 출발을 이끌 경영자로 디엠은 영국계 대형 은행 HSBC 출신이자 과거 미국 금융 당국에서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에 맞서 싸웠던 스튜어트 레비를 영입했다. 정치권과 같은 눈높이에서 협상을 진행할 전직 규제 담당자인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만큼은 확실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이미 이름 변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얼마 전 주요 7개국(G7) 화상회의 뒤 별도 성명에서 “늑대는 양가죽을 뒤집어써도 늑대”라며 “독일과 유럽은 위험요인을 적절하게 규제하지 못하는 한 (페이스북 암호화폐의) 시장 진입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고 유럽에서는 이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18년 미국 예술가 앤디 워홀의 그림 지분이 암호화폐 경매에 출품되는 등 비트코인 쓰임새도 다양해지고있다. REUTERS

비트코인 이용자 평균 나이 37살
문제는 이것이 암호화폐 시장에 무엇을 의미하느냐다. 독일에선 2021년 1월부터 암호화폐 보관에 관한 새로운 법이 적용된다. 제3자의 디지털화폐를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연방금융감독청(Bafin)에서 발급하는 라이선스가 있어야 한다.
독일에서 활발하게 영업하는 두 암호화폐 스타트업인 비트코인그룹(Bitcoin Group)과 비트왈라(Bitwala)는 합병이나 기존 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분리된 두 금융계가 양쪽 방향에서 하나로 뭉쳐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애플리케이션 ‘바이슨’ 개발자 울리 스판코브스키는 어차피 “안전한 법적 틀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보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바람직하게 여긴다. 미래에 대해 그는 많은 시장 관찰자와 마찬가지로 경제의 ‘토큰화’가 다가오고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화폐 외에 부동산 지분이나 예술작품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다. “피카소 작품의 작은 지분을 사서, 이 디지털 지분 토큰을 통해 피카소 작품의 가치 상승에 참가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
이미 가능한 일이다. 2018년 미국 예술가 앤디 워홀의 그림 지분이 암호화폐 경매에 출품됐다. 하지만 이런 ‘공동 소유’ 개념이 성공할 수 있을까. 어쨌든 암호화폐 업계에 새로 진입한 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
바이슨 앱이 증명한다. 개별 거래액이 원래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많다고 스판코브스키는 말한다. 매일 여섯 자리 단위의 구매와 판매가 이뤄진다. 사용자 연령대도 생각보다 높다. 스판코브스키는 “원래 바이슨 앱은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위한 것이었지만, 현재 이용자들의 평균연령은 37살”이고 노인 세대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최고령 이용자의 나이는 92살”이라고 말했다.

ⓒ Der Spiegel 2020년 제53호
“Raus aus dem Zwielicht”
번역 황수경 위원

마르셀 로젠바흐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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