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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달러의 지배 끝낼까”

기사승인 [130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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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비트코인 ① 가격 폭등의 이유

한때 사기성 게임머니로 치부되던 비트코인이 ‘코로나 시대’의 불확실성을 자양분 삼아 가격이 폭등했다. 온라인결제 업체 페이팔, 은행, 증권거래소가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하거나 매력적인 자산 증식 수단이 될 것이란 성급한 전망이 나온다. “늑대는 양가죽을 뒤집어써도 늑대”라는 걱정스러운 시선이 있어 시장 진입을 규제하는 움직임도 다시 제기된다. 여전히 평가는 엇갈리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자와 청년 세대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슈피겔>이 음지에서 양지로 벗어나려는 비트코인 움직임을 집중 분석했다. _편집자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2018년 4월6일 이탈리아의 노동자들이 컴퓨터로 비트코인 채굴을 하고 있다. REUTERS

울리 스판코브스키는 이상한 ‘컴퓨터 머니’와의 첫 만남을 잘 기억하고 있다. 2014년 그가 연구원 동료들과 함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막 창업했을 때다. 주식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전문 투자자에게 조언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회사였다.
슬로베니아인 공동창업자가 스판코브스키에게 데이터 분석 범위를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로 확장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당시 스판코브스키는 “비… 뭐라고?”라고 반문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비트코인 한 개에 약 280유로(약 37만원)에 불과하던 2014년 말에는 대다수 사람이 그랬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 수상쩍은 화폐에 대해 모르지만, 그사이 가치는 70배 이상 올랐다. 스판코브스키의 회의감은 빠르게 사라졌다. 현재 그와 동료들은 권위 있는 기관에 소속돼 신규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세계에 쉽게 진입하도록 하고, 암호화폐를 대중에게 적합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1861년 설립된 슈투트가르트 증권거래소는 3년 전에 이들의 핀테크를 인수했다. 스판코브스키는 슈바벤의 지역거래소(슈투트가르트 증권거래소를 말함. 독일 2위의 증권거래소)에 디지털 전략을 제공했고, 지금은 스스로를 ‘최고 디지털 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로 칭할 수 있게 되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비트코인 투자를
가장 먼저 실현된 아이디어는 코인 매매를 간편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바이슨 앱’(Bison App)이다. 2019년 초 앱스토어에 출시된 이 앱은 빠르게 성장해 최근 활성사용자 수 20만 명을 돌파했다. 2019년 말에 이미 10억유로의 거래량을 달성했다.
슈투트가르트 증권거래소는 이 초심자 앱으로 국제적인 추세에 발맞추고 있다. 2020년 9월부터 페이팔(Paypal)의 미국 고객은 일반 사용자 계정으로 디지털화폐를 살 수 있다. 2021년에는 다른 국가의 사용자에게도 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민영은행 하우크&아우프호이저(Hauck&Aufhäuser)는 1월 암호화폐 펀드를 출시했다. 대형 자산운용사도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2020년 12월 미국 보험사 매스뮤추얼(MassMutual)은 1억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는 자사의 유동성 자금에서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디지털 외환을 사는 데 썼다(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2020년 12월8일 5천만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한 것을 비롯해 총 5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2019년 초 페이스북에서 주도해 출범했던 디지털화폐 ‘리브라’ 역시 곧 ‘디엠’(Diem)이라는 새 이름으로 재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라틴어 이름 디엠(날(day)을 의미)은 ‘새로운 날’을 상징한다. 금융업계에 정말 새로운 날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정부와 중앙은행은 더는 대안화폐를 무시하지 않는 것 같다.
본격적인 경주가 시작됐다. 각국 중앙은행은 자체적인 공식 전자화폐를 준비하고 있다. 이(E)-크로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스웨덴 국립은행과 중국의 이(E)-위안이 앞섰고, 유럽중앙은행은 2021년 중반 디지털유로 프로젝트 시작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021년은 특히 감염병 대유행 때문에 디지털화폐가 일반적인 은행 고객에게도 도달하는 해가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무현금 결제 흐름이 강화하고 있다. 둘째, 그로 인해 점점 더 많은 대규모 투자자가 자산 투자 대상으로서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0년 한 해 동안 가장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 중 하나였다. 첫 셧다운(봉쇄 조치)이 있을 즈음, 비트코인 가격은 주가 하락과 병행해 약 4300유로로 떨어졌지만 그 뒤 계속 고점을 돌파해 2020년 12월 말 2만유로까지 치솟았다.
암호화폐 급상승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매번 급하락이 이어졌다. 하지만 증권거래소, 은행,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은 전환점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동시에 이 변화는 기성 사회의 보루를 위협한다. 국가의 통화 독점은 오랫동안 디지털혁명의 영향을 받지 않은 몇 안 되는 영역 중 하나였다.
어쨌든 독일 경제부 장관 올라프 숄츠(사회민주당)는 명확하게 의견을 밝혔다. 그는 2020년 11월 말 유럽은행회의에서 “나는 민간부문의 디지털 통화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시절에 이미 그가 암호화폐의 ‘팬’이 아니고 비트코인 등을 안전한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암호화폐 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쪽이다. 그러나 정책 입안자들은 과감한 규제나 금지 조치를 도입할 시기를 놓쳤을 수도 있다. 빠르게 정리하기에 이 분야는 너무 커졌고, 크게 성공했고, 로비력이 아주 강해졌다.

   
▲ 비트코인은 과연 달러와 파운드 등 기존 화폐를 대체할수 있을까? 비트코인 뒤로 각국 화폐의 그림이 보인다. REUTERS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자산 도피 수단?
큰손들이 하필 지금 합류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이런 형태의 투자는 무시하기에 너무 매력적이라는 것이 입증됐고, 무엇보다 점점 더 많은 은행 고객이 암호화폐 투자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막대한 빚을 지며 지급한 유례없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마무리를 지었다.
재난지원금은 인플레이션(통화팽창) 공포를 불렀고, 사람들이 가치 하락에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해 보이는 피난처를 찾게 했다. 이렇게 비트코인은 엄청난 가치 변동에도 일부 사람에게 예비 화폐가 되었다.
터키에선 투자자들이 그들의 화폐 ‘리라’의 평가절하로 이미 오래전부터 암호화폐를 자산 도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달러 약세로 이 추세는 확실히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이 달러 지배를 끝낼까?” 듣도 보도 못한 암호화폐와 관련된 매체가 아니라 영국의 유력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2020년 12월 초에 던진 질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상황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잘 보여줬다. JP모건체이스의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은 3년 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을 ‘사기’로 일축했다. 현재 JP모건체이스의 투자분석가들은 최신 보고서에서 기관투자자가 비트코인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으며, 비트코인이 특히 금과의 경쟁에서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기술했다.
자유주의에서 무정부주의까지 이르는 성향을 가진 암호화폐 개척자들은 암호화폐 세계에 대한 이 새로운 관심을 양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이는 기존 금융업계를 자신들의 시장에 침투하는 공룡으로 본다.
비트코인 개발자는 기존 시스템과 그 행위자에 대한 도전으로 ‘전자 현금 시스템’을 개발했다. 오늘날까지 누가 새로운 컴퓨터 화폐를 만들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 뒤에 숨은 비트코인 개발자는 10년 전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남긴 뒤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본사도 경영자도 현물도 없는 시스템
중앙은행과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통화 시스템, 그것은 환상적인 아이디어였다. 전세계 수천 대의 컴퓨터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일종의 디지털 출납 장부인 블록체인 덕분에 시스템은 위조를 대부분 방지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운영업체도 없고, 경영자도 없고, 본사도 없고, 현물도 없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거의 12년간 안정적으로 결함 없이 실행됐다. 그사이 한 종류뿐이던 디지털화폐에서 5천 개 이상 이른바 ‘대체통화’인 알트코인(Altcoins)으로 구성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전체 시장 규모는 현재 5천억유로가 넘고 그중 절반 이상이 비트코인에 투자됐다.
그러나 12년이 지났음에도, 지금까지 디지털 비트코인 지갑을 가진 사람은 6천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디지털협회 비트콤(Bitkom)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16살 이상 응답자 중 겨우 2%만이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고 했고, ‘앞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한 이는 5분의 1뿐이었다. 이들이 주저하는 주요 이유로, 응답자의 66%가 ‘암호화폐가 너무 복잡하다’고 했다.

ⓒ Der Supiegel 2020년 제53호
“Raus aus dem Zwielicht”
번역 황수경 위원

마르셀 로젠바흐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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