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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 기존 삶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 힘들 것”

기사승인 [131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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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부 장관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74)는 틱톡, 페이스북에서 수백만 명의 젊은 세대와 소통한다. 그는 코로나19 백신만으로는 경제를 회복할 수 없고 국가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 정책대학원 교수이기도 한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이었다. 자본주의의 미래와 빈부 격차를 다룬 책 15권을 쓴 라이시는 트위터에서 약 100만 명, 페이스북에서 300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터넷 좌파 자유주의 정치 스타 중 한 명이다. 그는 자신의 인기를 활용해 아마존 회장 제프 베이조스와 승강이하거나,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선 민주당 후보를 응원하기도 했다.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슈피겔> 기자

   
▲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은 미국에서 대표 진보적 경제학자다. 그는 2011년 미 금융가의 폐해에 대한 시민 저항운동이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졌을 때 직접 시민들에게 연설하던 열정적인 행동가이기도 하다. REUTERS

자신을 인플루언서(인터넷 유명인)라고 칭하겠는가.
내가 그래야 하는가?
여하튼 당신은 최근 몇 년간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알려진 좌파 자유주의 목소리 중 하나가 되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어가 있다. 당신은 74살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
가장 놀라워하는 사람이 나일 것이다. 10년 전쯤, 아들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아빠가 쓴 많은 책을 좋아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책을 안 읽어요. 우리 세대와 소통하려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야 해요. 정치·경제에 관한 아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으면, 트위터를 하고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려야 해요.” 처음에 나는 아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몰랐다. 그 뒤 아들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 2009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경제포럼에 참여한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부 장관(오른쪽). REUTERS

‘틱톡’ 하며 춤추는 경제학자
최근 짧은 틱톡 동영상에서 팝뮤직에 맞춰 춤추며 ‘제프 베이조스의 진실’을 말하거나 다른 좌파 메시지를 퍼뜨리기도 했다. 왜 그랬나.
틱톡이 청소년에게 경제적 맥락을 설명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들었다. 이전에는 틱톡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일차적으로 버클리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다. 소셜미디어를 더 많은 청중을 위한 내 교육 활동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제 상태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미국에서 1070만 명이 공식적으로 실업 상태다.
매우 이론적인 통계수치다. 이 숫자에는 구직 활동을 할 의욕조차 없는 많은 사람이 포함되지 않았다.
동시에 소비지출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와중에 7.2% 늘었다. 외출도 여행도 불가능하니, 사람들이 쇼핑을 많이 한다. 경제에 좋은 소식이 아닌가.
이 숫자는 소득수준에 따라 지출이 엄청나게 차이 난다는 사실을 가린다. 현재 많이 가진 사람은 많이 소비하고, 적게 가진 사람은 지출이 점점 줄어든다. 팬데믹 상황에서 부자는 주택과 자동차, 온갖 소비재를 사고 최저금리로 대출받는다. 그에 반해 중간소득 노동자와 저소득 노동자는 집과 직장을 잃고 있다.
미국 의회는 오랜 격론 끝에 새로운 재난 지원 대책에 합의했다. 지원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스울 정도로 부족하다. 겨우 9천억달러(약 1천조원) 규모인데, 팬데믹과 실업으로 인한 피해 규모와 비교하면 수치스러울 정도로 적은 금액이다. 특정 소득 한도 미만인 사람은 600달러의 일회성 긴급 지원금을 받는다. 2020년 3월 지원금의 절반에 불과하다. 실업자는 주당 300달러의 추가 지원을 받는다. 이 역시 2020년 3월 지원금의 절반밖에 되지 않지만, 절망에 빠진 수백만 명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과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순서로 해결해야 하는가.
팬데믹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제 위기는 보건 위기의 결과이고,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전에는 경제를 회복할 수 없다. 그다음은 응급처치, 즉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지금 생존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미국은 시민에게 끔찍할 정도로 인색했다. 수백만 명이 생계를 유지하도록 도와준 주당 600달러의 긴급 지원금이 2020년 7월 말부터 끊겼다. 미치 매코널(켄터키주 공화당 상원의원)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범인이다. 이들은 모든 해결책을 차단했다. 매코널이 새 지원책에 동의한 이유는, 조지아주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의 당선 기회를 위태롭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일부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절대 그들에 속지 않는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억눌린 수요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위기의 구조적 피해가 너무 크다. 너무 많은 자영업자와 회사가 파산했다. 산업계 전체가 타격을 받았다. 너무 많은 사람이 구직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스위치만 누른다고 모든 게 다시 시작될 거라고 생각할 수 없다. 진짜 경제성장과 새로운 생산성을 이루려면 수조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국가지원금이 필요하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 프로그램에 막대한 투자가 포함돼 있다. 사회기반시설, 재생에너지, 공공주택 건설, 보건, 교육 분야에 7조달러 이상 투입될 예정이다. 오히려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아니다. 정부가 돈을 적게 쓰고 적게 움직이는 것이 더 위험하다. 공화당은 정권을 잃는 즉시 예산 지출에 제동을 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들은 최고 부유층과 대기업에 감세 선물을 퍼부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자, 그들은 갑자기 다시 부채와 재정 적자에 대한 두려움에 빠질 것이다.
당신은 매우 회의적인 것 같다. 반면 증시는 백신 접종으로 곧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가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주식시장은 국민경제와 거의 상관없다. 그곳은 모든 투자자가 다른 이들이 하는 일에 베팅하는 도박 카지노다. 어쨌든 나는 일부 사람이 현재 예측하는 것처럼 빠른 V자 모양의 회복을 기대하지 않는다.

   
▲ 라이시 전 장관은 2008년 서울을 방문해 한국 정부의 포용성장 정책을 지지하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REUTERS

‘K형 경제회복’의 딜레마
그 외에 U자 시나리오도 있고 L형, 나이키 로고처럼 생긴 길쭉한 L형 모델도 있다. 어떤 모델이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런 알파벳 은유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꼭 말해야 한다면 나는 유감스럽게도 K형 코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K? 무슨 뜻인가.
부유한 상류층의 상황은 앞으로도 매우 좋고 그래프는 위쪽을 향할 것이다. 하지만 중산층과 하위 계층의 그래프는 아래쪽을 향하고, 이들은 예전 직업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 저축할 수도 없고, 대출도 받지 못한다. 직업 방향을 바꾸고 어쩌면 다시 교육받아야 할 수도 있다. 그들에게 (코로나19 이전 삶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 힘들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실제 피해 규모는 세수 감소로 연방주와 지자체의 자금이 부족해지는 2022년에나 완전히 실감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위험이 얼마나 큰가.
정부에서 지원금을 너무 적게 투입할 때만 그런 위험이 커진다. 이제는 모든 게 워싱턴에 달렸다. 대부분의 연방주는 주 헌법에 지출 제한 조항이 있어, 부채를 지거나 적자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 하지만 주정부는 지금 그들의 학교, 병원, 소규모 사업체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에서 주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통도 더 오래 지속된다.
바이든 정부의 첫 재무장관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재닛 옐런이다. 인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옐런을 신뢰한다. 옐런이 버클리대학 교수이던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완전고용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불평등 증가가 미국 경제에 큰 문제임을 잘 알고 있다. 옐런의 엄청난 경제적 능력과 가치는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옐런은 당신과 마찬가지로 케인스주의의 대표자다. 그는 개입주의적인 강한 국가를 지향한다. 많은 미국인이 이 경제 이론을 매우 미국적이지 않은 것처럼 느끼는 모양이다. 미국이 왜 다른 선진국보다 정부 개입에 훨씬 더 비판적인지 설명해줄 수 있는가.
복잡한 질문이다. 나는 그에 대해 몇 권의 책을 썼다. 과거에 미국은 필요할 때 케인스주의 경제정책을 거부하지 않았다. 리처드 닉슨(제37대 미국 대통령)도 “우리는 이제 모두 케인지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국가권력, 즉 당시 영국 정부에 대한 반란으로 우리 공화국이 세워진 이래 국가에 대한 불신은 미국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미국인은 중앙권력을 원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다. 큰 예외는 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 냉전으로 얼룩진 20세기의 1930년대에서 1970년대 후반까지의 기간이었다. 위기 시대에는 국가가 강력해진다. 우리는 지금 다시 그 시기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경제정책에서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가.
트럼프 정부의 무역·관세 정책은 잘못된 답을 제시했지만, 최소한 몇 가지 올바른 질문을 던졌다. 세계화로 큰 타격을 입은 미국 노동자를 도와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무계획한 징벌적 관세와 고립주의로는 이룰 수 없다. 트럼프는 세계경제에 대해 다른 이가 패배해야만 미국이 이길 수 있는 제로섬게임이라고 믿었다. 이보다 더 큰 오류는 없다. 하지만 외교와 결합한 신중하고 현명한 무역 제한은 유용한 정치적 도구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 충돌에 따라 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려 했다. 이것이 당신이 말하려는 정책인가.
아니다. 산업 일자리를 미국에 다시 가져온다는 건 항상 환상이었다. 미국에 공장 르네상스는 없을 것이다. 그것을 꿈꾸는 사람들은 많은 노동자가 조립 라인에서 일했던 1950~60년대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미 오래전에 자동화됐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아직 존재하는, 그리고 새로 생기는 직업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노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노조가 임금 상승을 위해 투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이는 당신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한 요구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미국 노동자의 급여는 40년간 그대로 유지됐다. 미국 성인의 3분의 2가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이고 게다가 남성이라면, 이들이 받는 현재 급여는 물가와 비례할 때 1979년보다 상당히 적다. 오늘날 제2차 세계대전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의 동일한 소득분배 형태를 가졌다면, 전형적인 미국 노동자의 평균연봉은 지금의 4만5천달러가 아니라 6만~7만달러가 돼야 한다. 미국에선 하위 3분의 2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1%로 막대한 소득 이동이 이루어졌다.
당신은 빌 클린턴 정부의 노동부 장관이었다. 오늘날 비숙련 노동자들을 위해 어떤 직업을 요구하겠는가.
한 예로 중요성이 아주 커지는 태양광산업이 있다. 이 시스템을 설치, 유지하는 데 공학 학위는 필요 없다. 우리는 이런 시스템, 앞으로 만들어질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가 필요할 것이다. 이외에 내가 원하는 건, 독일 같은 이중 직업 훈련 시스템이다. 우리한테 없는, 필요한 제도다.

   
▲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미 금융자본주의의 폐해에 저항하는 시민운동 ‘오큐파이’(점령하라) 시위가 벌어졌다. REUTERS

아마존 등 빅테크 독점 문제 많아
당신은 실리콘밸리 바로 옆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만안 지역에 산다. 페이스북·구글 같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최근 독점 금지 소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으로 몇 년 안에 정말 이들 기업이 해체될 수도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법적 조처는 늦었다. 독점금지법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이래 죽은 문자 더미에 불과했다. 이제야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은 모두 너무 거대하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미국 경제의 총자산 중 20%를 차지한다. 아마존에서 책을 파는 작가로서 나는 이들의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매우 개인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판매가의 아주 작은 부분만 나에게 주어진다. 저서의 판매 수익을 내가 더 많이 받고 싶고, 제프 베이조스에게는 덜 주고 싶다. 이를 통해 나는 아마존이 미국 경제의 이익을 어느 정도 빨아들이는지 알 수 있었다.

ⓒ Der Supigel 2021년 제1호
Für die Mittelschicht wird der Weg zurück hart und lang
번역 황수경 위원

기도 밍겔스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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