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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에너지 싼 곳으로 이동”

기사승인 [131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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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녹색경제 국가주의 ② 전망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슈피겔> 기자

   
▲ 지멘스에너지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안 브루흐는 “재생에너지를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수송하기 위해 전세계에 새로운 공급망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가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REUTERS

낡은 용광로를 철거하고 새 공장을 짓고 일회성 투자 지원을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건, 국가가 수년에 걸쳐 회사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지원할 것인지다. 정부 부처는 ‘차액 계약’이라는 새로운 지원금 형태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국가가 10년간 현재 톤당 약 30유로인 CO² 배출권 가격과 보통 100유로 이상인 CO²방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쓰면 지원액이 빠르게 수십억유로 규모로 늘어난다. 학계는 이 개념이 영구적 보조금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경험이 있다. 약 20년 전 당시 사회민주당-녹색당 연립정부는 풍력·태양열 시스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법을 통과시켰다. 그렇게 독일은 에너지전환 선도국가가 되었지만 이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했고, 그 성과는 제한적이다.

재생에너지 비율 고작 1.5%
모든 노력을 했음에도 재생에너지는 독일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15%밖에 공급하지 못한다. 태양광 시스템의 경우 약 1.5%에 불과하다. 그러나 에센의 라인베스트팔렌경제연구소(RWI)와 뒤셀도르프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두 분야가 지원금의 절반을 삼켜버린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에너지정책을 크게 바꾸고 과도한 보조금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정책 방향 수정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사태로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 영향력이 커진데다, 경제생활이 점점 더 정치화하고 있다. 이런 국가의 개입은 자기 힘만으로 시장에 진출하기 힘든 미래지향적 사업모델을 밀어주는 데는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면 산업정책이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국가의 모든 개입은 경쟁을 왜곡한다. 정치권은 어떤 회사, 어떤 기술이 살아남을지 그들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이 아니라 오히려 당시에 유행하는 솔루션을 지원할 위험이 있다.
예전에는 태양광발전이었고 지금은 수소다. 아냐 카를리체크 교육연구부 장관이 2020년 여름 채택한 독일 국가 수소 전략의 첫 조처 중 하나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수입을 시험하게 한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아주 먼 나라다.
외국과의 협력관계를 위해 독일 정부는 20억유로를 제공한다. 독일은 에너지전환을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해야 한다. 세계 여러 곳에서 녹색 전기를 독일보다 훨씬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일조량이 많은 스페인 남부 해안에선 전기 생산 비용이 독일의 대략 절반 정도다. 그 효과는 엄청나다. 수소 생산에 드는 총비용에서 3분의 2를 전기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멘스에너지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안 브루흐는 “재생에너지를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수송하기 위해 전세계에 새 공급망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안에 수많은 풍력발전 단지를 세운 칠레에 그의 회사는 포르셰와 함께 합성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려 한다. 이후 이 공장에서 생산된 연료는 유럽으로 수송된다.
이 방향으로 한 단계 더 나가면 독일 산업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수많은 철강소 공장과 알루미늄 공장은 낡았다. 이들 공장에 더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중공업이 이토록 에너지 수입에 의존적이라면, 독일이 여전히 적합한 생산 장소가 될 수 있을까? 21세기 기본 재료 산업은 다른 곳, 재생에너지를 더 쉽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곳에 있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기업은 항상 에너지와 원자재가 저렴하고 풍부한 지역으로 이동했다. 루르강과 라인강 사이 탄광지역 한가운데인 에센에서 프리드리히크루프AG는 사업을 시작했다. 티센AG는 오늘날 뒤스부르크에 속하는 함보른 지역에서 시작했다. 나중에 두 기업은 원전 근처로 사업장을 옮겼다. 함부르크 인근 소도시 슈타데의 원전은 대부분의 전기를 인근 화학공장과 알루미늄 제련소에 공급했다. 2003년 원전이 폐쇄된 뒤 이곳의 알루미늄 생산이 중단됐다.
오늘날엔 바람과 태양의 조건이 한 지역이 산업 지역으로서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자국에서 소비하는 전기 상당 부분을 수력, 풍력, 원자력에서 생산한다. 2020년 11월 철강회사 SSAB는 스웨덴 북부에 CO²를 배출하지 않고 철강을 생산하는 시범공장을 세웠다. 약 100㎞ 떨어진 곳에서 신생 벤처기업 노스볼트(Northvolt)가 2022년 배터리 셀을 제조하는 기가팩토리 가동을 시작한다.
기업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의 기후경제학자들은 외국의 이런 에너지원에 가까운 곳으로 기업이 이주 정착하는 방식이 모범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독일에서 에너지집약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하지만, 국내 경제 생산량에 대한 기여는 4%밖에 되지 않는다. 중공업이 독일을 떠나도 경제적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들 업계는 당연히 그들의 중요성과 생산현장의 장점을 비호한다. 혁신적인 제품은 현지 고객, 즉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또는 기계 제조업체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티센크루프의 노무 담당 부장인 올리버 부르크하르트는 독일이 “탈산업화 없이 탈탄소화를 달성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독일의 번영과 사회적 평화의 심장이 결렸다”고 말했다.
그사이 중공업계에서도 전혀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랜 기간 알루미늄 제조업체 노르스크하이드로의 로비스트로 일한 토마스 모크는 15년 전의 첫 수소 소동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이미 시범주유소가 열렸고, 시험 자동차가 거리에 등장했다. 그러나 “기술이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는 없었다”고 모크는 말한다.

   
▲ 노르웨이의 알루미늄 제조업체 노르스크하이드로(Norsk Hydro)의 최고경영자인 힐데 아셰임이 2019년 5월8일 본사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REUTERS

전기의 수소 변환 때 5분의 4 이상 손실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전기를 수소로 변환할 때 에너지의 5분의 4 이상이 손실된다. 따라서 큰 비용을 들여 에너지를 수소로 변환해 선박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 중심부로 운송하는 대신, 에너지를 생성한 곳에서 직접 쓰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모크는 “독일의 그 누구도 새로운 알루미늄 제련소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크 예측이 들어맞는다면, 향후 몇 년 동안 제조업 지역이 엄청나게 바뀌고 독일 산업의 핵심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30년 전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을 때, 일부 독일 산업은 임금비용이 독일보다 낮은 곳으로 이동했다. 이제 기후중립적 경제가 시작되는 시대에 기업은 녹색에너지가 특히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경향은 이미 피부로 느껴진다. 세계 최대 인산염 공급업체 중 하나인 모로코 인광석공사(OCP)는 모로코에 탄소중립적 암모니아 생산을 위한 시범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 독일 프라우엔호퍼연구소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프랑크푸르트의 독일국영은행인 KfW가 공동출자에 참여했다. 나중에 OCP는 모로코에서 합성암모니아를 수출할 수 있다.
“이는 피스테리츠(Piesteritz) 질소공장(독일 최대 질소·암모니아 생산업체이자 비료공장)에 나쁜 소식”이라고 기후경제학자 마테스는 말했다. 1915년 세워진 작센안할트주의 공장은 독일의 주요 암모니아 생산업체이자, 기후에 유해한 화석연료 천연가스를 독일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업이다.

ⓒ Der Supigel 2021년 제1호
Grüne Staatswirtschaft
번역 황수경 위원

프랑크 도멘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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