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친환경 사업 지원 가치 있을까?

기사승인 [131호] 2021.03.01  

공유
default_news_ad1

- [집중기획] 녹색경제 국가주의 ① 에너지전환 효과

기후위기 시대에 친환경 방식으로 산업을 전환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다른 때는 시장 법칙을 부르짖는 기업 경영자들이 기후보호와 에너지 공급 문제에선 정부 돈주머니, 납세자 돈에 기대려고 한다. 놀랍게도 베를린의 독일 정부와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문을 활짝 열고 이런 행태를 받아준다. 이미 코로나19 지원금으로 어마어마한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정치권은 기업에 친환경 비용으로 열심히 수십억유로를 지원한다. 과연 그럴 만한 가치와 효과가 있을까. _편집자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슈피겔> 기자

   
▲ 독일 거대 철강기업 티센크루프의 노동자가 2020년 10월16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일자리 보존’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REUTERS

독일 거대 철강기업 티센크루프와 잘츠기터AG는 그다지 친환경적이지 않다. 사실 친환경 기업이었던 적도 없다. 두 회사는 서로 경쟁하며, 최고경영자(CEO)는 상대 기업을 험담한다. 오직 기후보호 문제에만 완벽한 하모니를 보여준다. 의심스러울 정도로 의견이 일치한다.
두 회사는 우편주문 판매회사 오토(Otto) 그룹의 대표 미하엘 오토가 시작해 재계와 정계를 위해 기후보호를 논의하는 중심 플랫폼으로 성장한 이니셔티브 ‘재단법인 2’에 가입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 기업은 기후보호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독일 뮌헨 시장 선거에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적 있는 재단 이사장 자비네 날링거(57)는 말했다. 많은 기업이 기후보호를 무시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날링거는 “시기가 무르익었다. 모멘텀(성장동력)이 왔다”며 “기후보호가 이 세기의 비즈니스모델이 될 수 있음을 기업들이 인식했다”고 말했다.

   
▲ 독일 시멘트회사 하이델베르크시멘트는 기후보호 논의 플랫폼 ‘재단법인2’에 가입한 150개 회사 중 하나다. 노동자들이 시멘트를 선적하는 모습. REUTERS

공적자금 요구하는 에너지전환 기업들
할인마트 체인 알디쥐트부터 시멘트 회사 하이델베르크시멘트까지 온갖 업계에서 재단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미 150개 회사가 네트워크에 있다. 이들은 정치권 핵심 인사에게 접근할 방법을 찾았고, 재단은 그들에게 문을 열어줬다. 2020년 11월 재단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과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참석했다.
이런 자리에서 최고경영자와 대표이사들은 어떻게 그들의 회사를 기후 중립으로 바꿀 예정인지 설명한다. 이를 위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지금과 다른 ‘시장 디자인’, 새로운 ‘프레임’을 요구한다. 쉽게 말해 “우리는 너희의 돈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이들은 공적 자금 없이 에너지전환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철강산업의 예를 들면, 업계는 석탄 대신 풍력전기나 태양전기(태양광과 태양열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로 만드는 친환경 수소를 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공정을 시험 중이다. 그렇게 하려면 잘츠기터AG 한 회사만 해도 공정 전환에 30억유로가 든다.
기업 자체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겨우 몇백만유로에 불과하다며 잘츠기터그룹 회장 하인츠 요르크 푸어만은 정치권의 ‘귀중한 지원’을 기대한다고 2020년 여름 공장을 방문한 독일 연구부 장관 아냐 카를리체크에게 알렸다. 푸어만은 “미래에도 이곳 잘츠기터에서 독일의 철강 생산이 이뤄지게 하기 위함”이라고 불길하게 덧붙였다.
산업은 친환경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그 비용은 국가가 치러야 한다. 다른 때는 시장 법칙을 부르짖는 기업 경영자들이 기후보호와 에너지 공급 문제에선 완전히 정부의 돈주머니, 납세자 돈에 기대는 것인데, 놀랍게도 베를린의 독일 정부와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활짝 문 열어 이런 행태를 받아준다.
이미 코로나19 지원금으로 어마어마한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정치권은 기업에 친환경 비용으로 열심히 수십억유로의 지원금을 준비해 제공한다. 기후변화가 독일 경제에 대한 장기 보조금의 출발점인가.
독일은 전기자동차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를 지원한다. 또한 화학업체 바스프(BASF)가 독일 슈바르츠하이데의 생산단지에 5억유로를 들여 설립한 배터리 소재 생산시설에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1억7500만유로(약 2346억6천만원)를 지원했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 한 개에 100만유로 이상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이다. 과거에는 석탄 보조금조차 이렇게 터무니없는 비율로 얻지 못했다. 비즈만(Viessmann) 같은 냉난방기 제조업체는 기름보일러를 열펌프로 교체할 경우 시민들이 청구서 금액 중 거의 절반을 보조금으로 상환받게 됐다는 점에서 이득을 얻는다.
정치권은 ‘녹색 수소’ 업계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독일 정부는 정말 필요한지 아닌지를 고려하지 않고, 70억유로를 투입해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2019년 거대 석유회사 셸(Shell)이 독일 쾰른 근처 시범 공장에 옹색한 1600만유로를 투자했을 때, 유럽연합은 기꺼이 1천만유로를 떠안았다. 계산상 셸은 6시간에 1600만유로의 수익을 올린다.
정치권은 수소가 약속하는 잠재력에 말 그대로 도취됐다. 독일 교통부 장관 안드레아스 쇼이어는 이미 하노버 박람회에서 “에너지원으로서 수소는 ‘초현대적’이고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극찬했다. 그는 “우리에겐 실감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많은 수소 관련 시험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그 모든 찬사에서 수소가 경쟁력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는다. 풍력전기나 태양전기로 만든 녹색 수소 1㎏은 천연가스로 만든 일명 ‘회색 수소’보다 4~5배 비싸다.
베를린의 기후경제학자 펠릭스 마테스는 “녹색 수소가 저렴한 에너지원이 되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테스는 에너지전환이 시작된 1990년대부터 상황을 지켜봤다. 2020년 11월 독일에너지기구 연례회의에서 그는 대형 화물 운송용 연료부터 가정용 열공급 업체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목적에 수소를 쓰려는 산업과 부문을 광범위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생각에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마테스는 힘을 합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금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치열한 분배 싸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전기·가스 공급회사 RWE 회장 롤프 마르틴 슈미츠(63)는 이미 몇 번의 전투에서 승리했다. 독일 정부는 RWE에 갈탄 화력발전 설비를 늦어도 2038년까지 폐쇄하는 조건으로 26억유로를 지급했다. 또한 석탄 채굴로 엉망이 된 아헨에서 쾰른 사이 라인 지역을 다시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들고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목적으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15억유로를 받았다.
독일 정부에서 받은 수십억유로로 슈미츠 회장은 기업을 근본적으로 개조하려 한다. RWE가 재생에너지 사업의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RWE는 전세계적으로 풍력발전소, 태양력발전소, 배터리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그룹 내 누구도 이런 변화가 가능하리라고 믿지 않았다. 관대한 국가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 독일 교통부 장관 안드레아스 쇼이어(왼쪽 넷째)는 “에너지원으로서 수소는 초현대적이고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수소 관련 시험 프로젝트에 정부의 자금 지원을 정당화한다 REUTERS

전기차 구매에 9천유로 보조금 지급
RWE는 심지어 회사가 기울 수도 있었다. 상승하는 탄소배출권 가격을 생각하면, 이들이 운영하는 ‘더러운’ 화력발전소는 더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슈미츠는 대담하게 베팅했다. 발전소를 계속 돌리면서, 독일 정부가 적절한 보상 없이 탈석탄을 계속 강요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의 손해배상소송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경제부 장관 페터 알트마이어는 이 분쟁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날 납세자들이 RWE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위해 돈을 내고 있다.
또 다른 낙오자도 비슷한 고통 분담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이다. 수년 동안 독일 자동차업체는 대안 구동장치 개발을 소홀히 하고, 대신 규제 한계치를 지키기 위해 배기가스 시스템을 조작했다.
뒤늦게 추격에 나섰지만, 자동차회사 경영자들은 강한 집중이 없으면 독일 주력 산업이 국제 기준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들의 하소연은 응답을 들었다.
최근 전기차를 사면 독일 정부에서 최대 9천유로의 보조금을 받는다. 자택 차고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면 또 한 번 900유로를 받는다. 독일은 독일 전역에 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40억유로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반면 항공업계는 다른 기후보호 기술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풍력전기나 태양전기로 만드는 인공 연료 제조를 추진하고 있다. 생산은 가능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루프트한자 회장 카르슈텐 슈포어는 계산해서 보여줬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E-연료를 써서 국내 노선을 운영할 경우, 비용이 승객 한 명당 약 40유로가 비싸지고 장거리일 경우 400유로를 더 내야 한다. 이 정도 가격 상승을 용납할 승객은 거의 없다고 슈포어 회장은 말했다. 항공업계가 이 비용을 부담하는 건 ‘완벽한 환상’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가 보조금을 얻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곳은 철강업계다. 철강산업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내뿜는 분야는 거의 없다. 이 결함은 그들이 쥔 카드이기도 하다. 철강회사가 탄소중립적으로 생산하게 되면 독일의 탄소 배출량이 단번에 7% 이상 줄어든다.

ⓒ Der Supiegel 2021년 제1호
Grüne Staatswirtschaft
번역 황수경 위원

프랑크 도멘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