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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의장을 향한 짝사랑

기사승인 [132호]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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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Letter]

정혁준 편집장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중앙은행이 단기채를 매도하고 장기채를 매입하는 통화정책), ‘일드 커브 컨트롤’(중앙은행이 10년물 국채금리가 뛰지 않도록 직접 통제하는 통화정책) 같은 어려운 경제용어를 언론에서 자주 본다. 탠트럼(긴축발작),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같은 영어식 표현도 낯설지 않게 들린다. 이런 용어가 자주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다. 이 국채 금리는 코로나19 확산 직후 0.5%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1.7%대로 올라 2%까지 육박하고 있다.
이렇게 금리가 오르는 건 인플레이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유동성을 늘였으니 서서히 물가가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최근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늘면서 경기가 좋아지리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바이든 정부가 1억9천만달러(약 2149조원)의 어마어마한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다.
금리 오름세로 주식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2021년 3월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테이퍼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날 주식시장은 ‘슈퍼 파월’이 돌아왔다며 환호했다. 다우존스30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며칠 내림세를 보인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올랐다.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음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603%에서 1.749%로 올랐고 나스닥 지수는 3.02%나 폭락했다. 전기자동차와 정보기술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나스닥 지수를 하락으로 이끌었다. 반면 인플레이션 수혜주로 불리는 금융·여행 관련 주가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냉정하게 보면 파월이 주식시장을 위해 선물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다. 2008년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그야말로 헬리콥터로 달러를 흩뿌리듯 양적완화 정책을 썼다. 하지만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에만 돈이 흘러 들어간 반면 실물경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양극화만 심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실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과 시중에 푼 유동성이 넘쳐나 이미 기술주와 성장주 중심으로 주가는 많이 올랐다. 파월 의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저금리에 취한 주식시장에 계속 유동성이 흘러간다면 실물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래서 전통적인 중앙은행장과 살짝 결이 다르게 금리보다 고용과 실업률에 더 관심을 쏟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어쩌랴, ‘야수의 심장’으로 테슬라를, 팔란티어를, 나노디멘션을 산 ‘서학개미’는 나이아가라폭포처럼 흘러내리는 주가를 보면서 혹시나 파월 의장이 한마디 해줄지를 기대하며 까만 밤을 하얗게 새울 수밖에 없는걸.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4월호

정혁준 june@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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