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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공매도가 개미들 반감 키워

기사승인 [132호]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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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게임스톱 사태가 남긴 것- ① 발단

웨웨 岳躍 <차이신주간> 기자

   
▲ 2021년 2월2일 폭등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게임스톱의 주가 변동 그래프. 미국 월가의 전쟁으로 한때 3달러가 되지 않던 게임스톱 주가는 483달러까지 치솟았다. REUTERS

얼마 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영화 한 편이 방영될 예정이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집결해 월가 헤지펀드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2021년 초 미국 주식시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사건의 파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희극으로 끝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일은 기초여건(펀더멘털)이 부실한 뉴욕증시 상장사 게임스톱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한때 세계 최대 게임 판매점으로 매장 7천 개를 보유했던 게임스톱은 게임기와 게임카드, 주변 제품을 판매하고 중고 게임기를 거래해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급속히 보급된 온라인게임의 충격으로 실물 매장을 운영하는 게임스톱의 경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년 28달러였던 주가도 2020년 4월 2.57달러까지 떨어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매장이 문을 닫았고 매출이 급감했다.
이런 게임스톱은 2021년 들어 주가가 갑자기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당 10달러에서 1월28일 최고가인 483달러까지 올랐다가 거래일 기준 3일 만에 74달러로 떨어졌다. 그 배후에는 미국 일반투자자와 월가 헤지펀드의 힘겨루기가 있었다.

   
▲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과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의 로고. 개인투자자들이 이 토론방에서 결집해 헤지펀드의 게임스톱 주식 공매도에 맞서 싸웠다. REUTERS

개미의 결집
레딧(Reddit)은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다. 미국에서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레딧에는 100만 개 넘는 토론방이 있고 분야도 굉장히 다양하다. 중국의 톈야(天涯)나 바이두 톄바(貼吧)와 비슷하다. 그 가운데 월스트리트베츠(WSB)는 주식과 옵션, 외환 등 금융투자에 관해 토론하는 포럼이다. 2012년 1월31일 만들어졌고 현재 회원이 820만 명에 이른다.
WSB는 개인투자자들이 집결하는 중심지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게시글을 올려 투자 의견과 거래 내역, 투자 경험 등을 공유한다. 이 토론방은 원칙적으로 투자 제안이나 홍보, 종목 추천을 하지 않는다. 허위 정보를 제공해 증권시장을 조종하려는 목적을 가진 게시물을 금지한다.
그럼에도 WSB 게시판 맨 위에 고정된 ‘내일의 투자’ 글은 집중적 관심을 받고, 회원들 투자 의견도 잇따른다. 예를 들어 매수 또는 매도를 하면 ‘형님이 앞장서면 아우가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WSB 회원들이 게임스톱에 투자하면서 헤지펀드를 타도하자는 기치를 내건 집단매수 행동으로 이어졌다. 마침내 ‘계급투쟁’과 월가 기득권층을 비판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유를 따지지 않고 공매도 비중이 높은 다른 주식까지 사들여 ‘세기의 숏 스퀴즈 전쟁’이 벌어졌다. ‘숏 스퀴즈’란 공매도 물량을 메우려 주식을 사들이는 바람에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다(편집자).
주식시장은 물론 은을 비롯한 귀금속시장에도 WSB 게시글의 영향을 받은 개인투자자들이 등장했다. 개인투자자 공세에 몰려 헤지펀드가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하지만 주가는 고점에 도달한 뒤 가파르게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는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미국 주식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펌프 앤드 덤프’ 게임이라고 평가한다. 특정 주식을 매입한 뒤 인터넷에서 가짜 호재를 퍼뜨리거나 어떤 계기로 기업을 홍보해 주가를 올리고 고가에 매도해 차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WSB가 ‘공매도를 처단하자!’ ‘게임스톱을 사자!’는 제목의 선동글로 도배됐던 것이 그 증거다.
겉으로 보면 개인투자자들과 공매도 세력의 대결이지만 사실상 개인은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다. 게임스톱 주가 상승에 돈을 건 세력이 개인투자자를 방패막이 삼아 공매도를 압박한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왕자오칭 우쥐투자(務聚投資)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이렇게 말했다. “초기에 게임스톱 주식을 산 극소수의 개인투자자는 이익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은 월가가 만들어놓은 전쟁터에서 월가 규칙에 따라 그들이 제공한 도구로 월가에 돈을 바치는 전쟁을 치른 셈이다.”
푸펑(付鵬) 동북(東北)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배후에서 이번 사태를 기획한 진정한 승자는 이미 시장을 떠났을 것”이라며 “결국에는 유동성 문제로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 매도자가 부족해 유동성을 잃고, 그 전에 콜옵션을 매입했던 투자자가 이익을 실현하고 장을 떠나면 마지막으로 시장에 뛰어든 열혈 개인투자자들도 황급히 탈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말했다. “소동을 겪은 뒤 사태가 잠잠해지면 올라갔던 주가도 원래 가치로 돌아올 것이다. 기관과 개인, 시장조성자, 감독 당국 모두 지난날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투자와 위험 관리, 감독 규칙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유례없는 공매도
“게임스톱의 공매도 비율이 너무 높았고 목적이 명확했다. 공매도 세력을 압박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공매도 연구기관의 추산에 따르면, 게임스톱의 공매도 미상환잔고율은 2020년 140%까지 올라갔다. ‘공매도 미상환잔고율’이란 공매도된 주식과 유통주식의 비율을 말한다.
공매도된 주식이 유통주식보다 많은 것은 주식 한 주가 여러 투자자에 의해 한 번 이상 공매도됐기 때문이다. 보통 공매도 미상환잔고율이 20%에 이르면 높은 수준이라고 본다. 게임스톱은 140%를 기록해 전체 미국 주식 가운데 가장 높았고, 유일하게 100%를 넘겼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요구에 따라 자산 규모가 1억달러를 넘는 투자기관(뮤추얼펀드, 헤지펀드, 연기금, 패밀리오피스 등)은 분기별로 ‘13F-HR’ 자산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고서 보유주식명세는 중국 공모펀드가 제출하는 분기보고서의 보유주식 내역과 비슷하지만 범위가 넓고 상세하다. 보유 수량과 시가총액은 물론 투자결정권 유형과 의결권 등도 포함된다.
유명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의 자산신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게임스톱의 풋옵션(팔 수 있는 권리)을 대량 보유했다. 멜빈캐피털이 2020년 11월16일 제출한 자산신고서를 보면 공매도 포지션이 더 늘었다. 투자자들로부터 게임스톱의 최대 공매도 세력으로 지목됐다.
개인투자자들은 게임스톱이 공매도 표적이 되고 공매도 미상환잔고율이 140%까지 올라간 상황에 분노했다. 2020년 7월 WSB에서 ‘DFV’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용자는 게임스톱 콜옵션에 5만달러(약 5600만원)를 투자했다고 밝히고 가끔씩 수익 현황을 공개해 자신의 안목을 증명했다. WSB에 헤지펀드를 겨냥한 게시글이 이어지면서 멜빈캐피털은 공공의 적이 됐다.
반려용품 전자상거래업체 ‘츄이’의 창업자 라이언 코언도 게임스톱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디지털로 전환하면 게임업계의 아마존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츄이가 미국 최대 규모의 반려용품점 펫스마트에 인수된 뒤, 그는 애플 주식 620만 주를 매입해 애플의 최대 개인투자자가 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20년 8월부터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였고. 그에 따라 주가도 상승했다. 2021년 1월11일 코언과 츄이의 전직 임원 두 명이 게임스톱 이사회에 진입했다. 1월13일부터 게임스톱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그렇지만 월가의 공매도기관은 여전히 게임스톱에 부정적이었다. 중국 테마주를 공매도해 유명해진 시트론리서치는 1월19일 SNS를 통해 ‘게임스톱의 가치가 20달러인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게임스톱 주식이 고평가됐고 실물 매장에 과도하게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이도저도 아닌’ 공매도 이유는 개인투자자의 비난을 불러왔다.
WSB를 중심으로 뭉친 개인투자자들은 레딧에서 게임스톱 주식을 계속 매입해 공매도를 몰아내자고 호소했다. 시트론리서치의 SNS 계정이 개인투자자들의 신고로 차단됐고, 이 기관은 1월22일 다른 계정을 만들어 “게임스톱에 대한 공매도 보고서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 2020년 11월 헤지펀드와 개인투자자들의 전쟁으로 주가가 급등락한 게임스톱의 미국 뉴욕 맨해튼 매장에서 직원이 소니 PS5 게임기를 고객에게 가져가고 있다. REUTERS

반항 vs 선동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현명한 투자자’로 손꼽히는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1월26일 게임스톱의 콜옵션(2월 만기, 행사가격 115달러) 5만 개를 매입했다고 밝혀 개인투자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스리랑카계 미국인인 그는 페이스북에서 근무했고, 벤처투자사 소셜캐피털을 설립했다.
결정적 사건은 1월27일 일어났다. 이날 차마스는 <CNBC> 프로그램 ‘패스트머니’에서 30분 동안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회자와 설전을 벌인 이 인터뷰는 개인과 기관의 논쟁으로 비쳤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결집했다는 월가의 지적을 반박하며 게임스톱 사태의 본질은 월가 기득권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반항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은 그가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경선에 나갈 가능성이 있고 그의 견해에는 개인적 목적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도 차마스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가 개인투자자 편에 서자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이 그에게 쏠렸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을 더욱 선동했다. 같은 날 WSB에서 게임스톱 사태의 ‘사령관’인 DFV는 5만달러가 5천만달러로 뛰었다고 밝혔고 개인투자자들은 한층 열광했다.
1월27일 게임스톱 주가는 134.84% 오른 347.5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1월28일 마침내 게임스톱 주가가 최고점인 483달러까지 올랐다. 이번 상승 장세가 시작된 1월12일 19.95달러로 장을 마쳤던 주가가 거래일 기준 10일 만에 24배 오른 것이다.
WSB의 개인투자자들은 게임스톱 외에 공매도 비율이 높았던 주식에 주목했다. AMC엔터테인먼트와 코스코퍼레이션, 블랙베리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이들은 귀금속 시장에도 눈을 돌렸다. WSB에는 ‘은행이 은 가격 상승을 억제했다’ ‘사상 최대 은 스퀴즈를 일으키자’는 게시글이 이어졌다. 세계 최대 은 ETF(상장지수펀드) 아이셰어즈실버트러스트를 매입하는 등의 방법이 제시됐다.
아이셰어즈실버트러스트에는 1월29일 하루 만에 10억달러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3705만 주가 늘어 2006년 4월 거래를 시작한 이후 단일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뉴욕거래소의 은 선물가격은 2월1일 온스당 30달러로 올라, 2013년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같은 날 중국 A주 시장에서도 인타이(銀泰)황금, 바이인비철금속(白銀有色), 위광진첸(豫光金鉛), 싱예(興業)광업, 성다자원(盛達資源) 등 귀금속 관련 주식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2월1일 게임스톱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장중 매매가 일시 정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거래가 중단되기 전까지 주가가 34.44% 떨어졌고, 30.77% 하락한 22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2월2일에도 한때 74.22달러까지 내려갔다가 60% 폭락한 90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집결했던 AMC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이날 41.2% 하락했고, 코스코퍼레이션은 42.86%, 블랙베리는 21.05% 떨어졌다. 은 가격도 하락해 뉴욕상품거래소의 은 선물은 10.25% 떨어진 온스당 26.40달러를 기록했다.

ⓒ 財新週刊 2021년 제6호
散戶大戰華爾街
번역 유인영 위원

웨웨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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