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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보다 실익이 소비행태 좌우

기사승인 [132호]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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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프랑스 탈소비 움직임 ② 모순

셀린 무종 Céline Mouz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무엇이 소비자를 중고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걸까. 사회학자 소피 뒤뷔송클리에는 “소비자의 다양한 동기가 서로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2000년대부터 사회문제보다 환경을 더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경제학자이자 사회소비관찰연구소(옵소코) 공동설립자인 필리프 모아티는 “2018~2019년 환경 의식이 급격히 확대됐다”고 말한다. 요즘 세대가 이끄는 기후운동은 이전보다 공격적이다. 기후이변으로 인한 변화가 점차 선명해지는 탓이다.

두 마리 토끼 잡기
환경문제가 소비 방식을 바꾸는 이유로 충분할까. 필리프 모아티는 “소비 방식을 바꾼 사람 가운데 구매 이익과 사회 이익을 모두 챙기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쉽게 말해, 주머니 사정에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환경, 사회(노동환경이 좋은 회사), 관계(새로운 만남을 기대할 수 있는 카풀)의 가치를 생각하는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가치 충돌이 생기면 구매 이익이 사회 이익보다 우선한다”고 모아티는 덧붙였다.
전체 노동인구의 47%가 저소득 임금·공장 노동자이고, 프랑스 본토 인구의 절반(2018년 기준)이 매달 1770유로(약 240만원)가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하는 사회에선 놀랍지 않은 현상이다.
프랑스 가계가 공유경제를 이용하는 배경도 이와 비슷하다. 생활여건관찰연구소(크레독)의 2015년 연구 결과를 보자. 2008년 금융위기로 “프랑스 가계가 새로운 거래 방식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 낮은 구매력으로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공유경제 참여 동기에 관한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67%가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고 했다. 환경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30%에 그쳤다. 비슷한 이유로 중고물품 거래도 늘고 있다.
크레독이 2019년 진행한 조사에서는 다른 세대보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청년층도 소비주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멀티미디어 기기나 패션 부문에서 소비주의 성향이 두드러졌다. ‘환경운동에 동참한다’고 답한 비율을 보면, 18~24살에선 14%나 됐다. 전체 연령대의 평균은 6%였다. 반면 ‘환경 영향이 적은 기기를 산다’고 답한 비율은 18~24살이 24%, 나머지 평균이 28%였다.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할인 시즌을 기다린다’고 답한 비율도 각각 30%, 18%였다.

개인 이익 우선
소비자는 경제성 말고도 자신에게 이점이 있는지 먼저 따져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정치 신념이나 (사회 또는 환경을 우선시하는) 이타주의는 그다음이다. 유기농시장이 성장한 것 또한 환경에 좋아서라기보다 건강에 이롭기 때문이다. 필리프 모아티는 “내 건강을 생각해서 유기농을 사는 것”이라며 “여기에 환경 생각은 요만큼”이라고 말했다.
언론은 공유경제와 중고거래를 윤리적인 소비문화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그런 문화가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외려 그 반대다. 가격이 싸니까 더 사는, 이른바 ‘리바운드 효과’다.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 ‘빈테드’에서 리바운드 소비가 많이 일어난다.
간단히 말해, 탈소비는 멀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소비 말고 다른 곳에 있다면? 소비 행위를 결정하는 첫째 요인이 공급에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학자 소피 뒤뷔송클리에는 “소비를 주무르는 것은 여전히 공급”이라고 말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시장에서 같은 논리로 같은 소비 유형을 보이는 소비자를 찾기 힘들다.”
제품뿐 아니라 상황(휴가인가 아닌가)에 따라 소비 행태가 변한다. 지역 상품, 승차 공유, 재활용 물품, 전자상거래, 드라이브스루(승차 구매)까지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 이 많은 선택지가 겹치기도 한다. 여러 선택지를 두고 소비자는 주저하고 시도해본다. 소비 방식을 급진적으로 바꾸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변화는 서서히,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 ‘빈테드’ 직원이 앱으로 옷을 사고 파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중고거래 활성화는 바람직하지만 가격이 싸니까 더 사는 ‘리바운드 소비’도 많다. 빈테드 유튜브 계정

돈 있어야 가능한 절제
윤리적 소비자는 휴대전화를 고쳐 쓰고, 공정무역 솜으로 만든 옷을 고르고, 제철 먹을거리를 산다. 사회학자 소피 뒤뷔송클리에는 “소비는 사회계층을 결정짓는 행위”라고 말한다. 오직 필요에 따라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소비함으로써 소비자는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특정 사회계층에 속한다.
그는 “윤리적 소비는 다른 사회계층과 자신을 구별하려는 중산층에서 주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주로 월 가처분소득이 1900~2500유로(약 256~337만원)인 가계다. “아주 부자는 아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없거나 어느 정도 여유 있는 고학력자가 많다. 교육, 문화, 언론 업계 종사자 등 여론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층이다. 윤리적 소비 담론이 자주 들리는 까닭이다.”
윤리적 소비에는 돈이 든다. 유기농, 공정무역 등에 관심 있는 몇몇 시민단체가 처음 이 시장을 세상에 알렸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장이 성장했다. “사회적 권리와 환경을 생각해 소비에 따른 정당한 비용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기업들은 이 점을 노렸다.”
윤리적 소비를 지지하는 중산층에는 여러 인구집단이 섞여 있다. 옵소코에 따르면 이를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상위 사회경제 계층에 속하는 40대 고학력 힙스터(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좇는 부류), 상위 계층은 아니지만 환경과 사회구조적 문제에 민감하고 높은 문화자본을 갖춘 68세대(1968년 프랑스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과 이에 동조해 시위와 청년문화를 이끌어갔던 당시 유럽과 미국 등의 젊은 세대), 마지막으로 환경문제에 관심 많은 청년이다. 각각의 집단마다 소비문화가 다르다.
대체로 ‘윤리적 소비자’의 소득이 높을수록 소비 태도가 모순적이었다. 크레독은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를 꼬집으며 “중산층의 보여주기식 참여”라고 했다. “육류 소비를 가장 많이 줄이고(48%, 나머지 집단의 평균은 41%), 유기농 농산물을 가장 많이 사는(78%, 나머지 응답자 평균은 67%) 사람”은 비행기를 한 번 넘게 타본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제품 수명을 일부러 낮춘 ‘계획적 진부화’를 우려하면서도 난방비를 아끼지 않는다. 난방을 지속가능한 소비 요인으로 보지 않는다.
최고소득층이나 저소득층의 소비문화는 힙스터, 68세대, 청년으로 구분되는 윤리적 소비자와도 크게 다르다.
소득 사다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소비자는 품위 유지를 위해 소비를 멈출 수 없다. 전원주택도 있어야 하고, 휴가를 외국에서 보내야 하며, 골프나 승마 같은 비싼 스포츠도 즐겨야 한다. 그 반대편에 있는 소비자는 윤리적 소비를 하고 싶어도 그럴 경제 여력이 없다. 양극단에 소비주의 행위와 강제적 검소함(음식물 버리지 않기, 고쳐 쓰기)이 공존한다.
모아티는 나머지 50%의 계층에서 “덜 사더라도 더 질 좋은 상품을 사려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마음을 행동으로 곧장 옮기기 쉽지 않다. 물건을 사기 전까지 품질이 어떤지 알기 어렵다. 가격이 유일한 정보다.” 그래도 변화를 기대해도 될까? 코로나19발 경제위기로 중·하위 계층의 삶이 팍팍해진 지금, 소비주의 사회의 대안을 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정쩡한 정부
‘고객은 왕이다.’ ‘결정은 고객이 하고, 필요한 것은 고객이 찾는다.’ 소비자에게 주권이 있다는 말은 기업이 자주 하는 말이다. 소비자 핑계를 대야 정부 규제에 저항하기 쉽다. 하지만 사회학자 소피 뒤뷔송클리에의 말처럼 ‘소비는 공급에 의존한다’. 공정무역이나 지역 제품을 입고 싶어도 근처에 파는 가게가 없거나 인터넷을 통하지 않으면 못 산다. 또 공급은 소비를 부추긴다. 일요일에 장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가게 문이 열려 있으면 한 번은 가기 마련이다.
정부가 공급을 규제하고 소비 방향을 제시할 필요성이 여기서 나온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식으로 개입해야 할까. 정부 역시 기업처럼 결정권은 소비자에게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정부가 기업과 다른 점이라면, 소비자를 자유의지가 있는 개인으로 보는 시각이 표심을 의식하는 심리와 얽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상품의 품질 관련 사안에만 개입한다. 그것도 “제품정보 표기를 규제하는 것이 전부”라고 뒤뷔송클리에는 말한다. 그는 유기농 상품에 붙이는 ‘AB라벨’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1985년 AB라벨이 생기면서 유기농을 소비해야 하는 당위성이 생겼다. 일부 환경단체를 벗어나 일반 대중에게도 유기농 상품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영양성분에 따라 상품 품질을 매기는 ‘영양점수’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나머지는 시장 법칙에 맡겨둔다. 경쟁력 없는 상품은 시장에서 자연히 외면당하리라 생각한다.” 평이 좋지 않은 제품은 개선되거나 사라진다. 실제로 유럽에서 전자제품에 에너지효율 등급 표기가 의무화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에너지효율이 가장 낮은 G등급 제품이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고 나서 ‘트리플에이’(A+++)등급이 생겼다. 에너지효율이 가장 뛰어난 기존 A등급보다 품질이 우수한 제품이다. 이제 A가 하나 달린 제품은 에너지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제품이 됐다. 소비자는 선택이 더 어려워졌다. 2021년 3월 A~G등급제가 부활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 소비 규모와 관련해 정부는 일언반구도 없다.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구실로 소비주의를 부추기지 않으면 다행이다. 일요일 가게 영업을 허가하는 것이나, 전자상거래 업체에 물류센터를 열게 하는 것을 보면 이미 틀렸다.

디지털 양면성
그러면 소비자는 공급자에게 끌려다니기만 하는 걸까. 물론 올바른 상품 정보를 알리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몇몇 시민단체와 개인이 이끌던 소비자운동이 디지털 공간에서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필리프 모아티는 말했다. “과거 소비자는 다른 사람과 제품 정보를 나누기 어려웠다. 제품을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구매해야 했다. 그렇다고 권력이 소비자에게 갔다고 보기는 힘들다. 디지털 공간에서 소비자가 집단지성을 발휘해 공급자와 관계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춰가는 수준이다.”
디지털 공간의 문제는 양면성이다. 소비자에게 유리하면 공급자에게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온라인에서 기업은 소비자가 자사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거나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디지털 무대는 언제든 기업에 안 좋은 평이 올라올 수 있는 두려운 공간이다.
그러나 역으로 평판이 나빠져도 유명해지면 그만이라는 노이즈 마케팅을 노리는 기업도 있다. 실제로 “TV 프로그램 <카쉬 앵베스티가시옹>이 대형 유통업체 ‘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했지만, 리들 매출은 떨어지지 않았다.”(필리프 모아티)
인터넷에 떠다니는 각종 정보와 소비자 구매 후기 말고도 상품 정보가 넘쳐난다. 이제는 ‘에티크타블’ ‘콸리토’ ‘유카’ 같은 앱으로 제품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몸에 얼마나 좋은(나쁜) 제품인지 알 수 있다. 이들 앱의 인기는 주체적인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다. 하지만 이런 앱은 사용자가 많지 않아 전반적 소비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기 어렵다. 가장 유명한 유카도 2018년 정기 사용자가 150만 명뿐이었다. 게다가 앱 사용자가 특정 집단(소득과 문화자본이 풍부한 도시 거주 청년)에 집중됐다는 점도 한계다.
여기저기서 상품 정보가 쏟아지면 소비자가 더 헷갈릴 수 있다. 소피 뒤뷔송클리에는 말했다. “유카, 오픈푸드팩트 같은 앱으로 상품 정보의 투명성이 확대됐다고 생각하지만, 이들 앱은 미리 정해진 기준에 따라 상품을 분류하는 것이 전부다. 예컨대 유기농을 사라며 특정 소비를 추천한다. 이런 식의 추천이 여러 앱에서 쌓이면서 소비하는 방식이 복잡해졌다.” 게다가 이런 ‘추천 소비’ 역시 결국 가격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소비자가 추천 소비를 따르는 데 필요한 금전자본과 시간의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3월호(제410호)
Nos façons de consommer changent-elles vraiment?
번역 최혜민 위원

셀린 무종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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