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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원 중 8.6%만 재활용”

기사승인 [132호]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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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순환경제 ① 쓰고 버리는 사회

순환경제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모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패스트푸드 포장지, 택배상자, 테이크아웃용 컵 등 쓰레기는 사상 최대로 쌓이고 있다. 순환경제가 ‘쓰레기 제로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퍼지는 순환경제의 허상과 가능성을 동시에 짚었다. _편집자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스베냐 슐체 독일 환경부 장관은 2023년부터는 커피나 음식물을 테이크아웃 방식으로 판매하는 사람은 누구나 재사용 가능한 용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을 추진하고 있다. REUTERS

현재 지구에 사는 생명체의 총중량은 대략 1조1천억t이다. 모든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 순수한 자연의 무게다. 이제 사상 최초로 사람이 만든 모든 물건, 주택, 공장, 기계, 도로, 자동차 그리고 고성능 디스인티그레이터(Desintegrator·분쇄기) 같은 인공물의 총질량이 지구 생물량을 초과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디스인티그레이터에 대해서는 곧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이스라엘의 한 연구팀은 놀라운 계산을 선보였다. 그들은 지구의 생물량 증가율이 정체되는 동안, 자원 소비는 20년마다 두 배로 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도표의 두 곡선이 서로 가까워져 2020년이 되면 교차한다. 이 보고서의 도표는 그 어떤 달력에도 표시되지 않은 역사적인 순간을 보여준다. 인간이 드디어 지구를 정복했다!

지구를 해치는 성장산업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일까? 예를 들어 섬유 제품에 결함이 있거나 판매자가 재고를 감당할 수 없을 때 이용하는 서비스도 그 원인 중 하나다. 폐기물 처리업체와 물류회사는 이 서비스를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폐기 작업’이라고 한다. 상공업협회 추정에 따르면, 현재 독일의 의류 매장과 창고에 약 5억 개의 판매되지 않은 의류가 쌓여 있다. 그 대부분이 쓰레기가 되거나 다른 방식으로 처리될 것이다. 여기서 독일의 종합 물류 대기업 레누스(Rhenus)의 고성능 디스인티그레이터가 등장한다.
디스인티그레이터라고 하면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무기 시스템 이름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모든 것을 작은 조각으로 파쇄하는 기계를 말한다. 파쇄하고 남은 ‘폐기물’은 걸레나 절연재로 활용되거나, 레누스가 말하는 ‘열적 재활용’에 공급된다. 소각되는 것이다.
독일 도르트문트 인근에 본사를 둔 레누스는 직원 3만3천 명과 사업장 750개를 보유한 물류 대기업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현재의 ‘쓰고 버리는 사회’(Throwaway Society) 안에서 일종의 집행자 역할을 한다. 잔류물 처리는 기업 이익에 도움이 되지만 지구를 해치는 성장사업이다. 지구의 주민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유럽연합(EU)의 연간 쓰레기 배출량은 약 26억t이다. 쓰레기 수거차에 채워,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36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쓰레기 배출량이 더욱 늘었다.
현재 많은 사람이 집에 오래 머무르며, 그 시간을 지하실이나 다락을 청소하는 데 쓴다. 집 앞에 있는 가득한 수거 컨테이너가 그 증거다. 사람들의 소비 경향도 바뀌었다. 2020년 봄부터 피자상자, 택배상자, 패스트푸드 포장지, 테이크아웃용 컵 등 포장재의 소비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포장재 사용량은 2000년보다 4분의 1가량 증가했다. 팬데믹 전 독일에서는 매시간 약 40만 개의 일회용 상자가 버려졌다. 2020년 봄 셧다운(운영 중지) 기간에는 여기에 일회용 식기 8만 개 정도가 추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환경범죄’는 독일 국민감정과 맞지 않는다. 독일인은 세계에서 제일 분리배출을 잘하고 쓰레기 발생 방지에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지속가능성 분야의 챔피언으로 여긴다. 독일인은 천장바구니를 들고 슈퍼마켓에 가고, 비포장으로 판매하는 뮤즐리(곡물, 견과류, 말린 과일 등을 섞은 것)를 사고, 대나무 면봉으로 귀를 청소한다. 그리고 요구르트 용기를 깨끗하게 씻어 분리배출한다.
그러나 언제나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라는 이 자아상은 사실 매우 기만적이다. 그것은 소비자가 부주의나 무지로 쓰레기 절반을 잘못 배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폐기물 처리업계는 ‘지능적인 배출 실수’라고 말한다.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무작위로 검사하면 두 번 중 한 번은 전지와 배터리가 발견된다.
자원 재활용도 생각만큼 잘되지 않는다. 일부 제품의 경우 상당한 재활용률을 달성했다. 폐자동차의 경우 87%다. 그러나 ‘에너지 회수’, 즉 에너지를 얻기 위해 소각하는 것도 재활용으로 본다. 자동차 한 대에서 나오는 30㎏ 내외의 폐유리 중 2.2㎏만 분해돼 재사용된다. 독일 환경 자문위원회 과학자들은 1972년부터 독일의 생태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했다. 이들은 최신 연례 보고서 한 장을 순환경제, 즉 제품을 재사용하거나 원자재를 재활용하거나, 무엇보다 폐기물 발생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제품을 되도록 오래 써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다뤘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이 초기에 비교적 높은 기준을 세운 점은 칭찬할 만하지만, 현재는 ‘선도자이자 페이스 메이커’ 구실을 상실했고, 순환경제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질책한다. 자문위원회는 “증가하는 폐기량을 고려할 때 분명한 노선 변경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노선 변경, 즉 소비자가 조금 더 분리배출에 신경 쓰고, 비닐봉지 대신 천장바구니를 들고 마트에 가는 것만으로는 더는 충분하지 않다. 훨씬 더 광범위한 주제다. 많은 것이 걸려 있다.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경제 질서의 미래다. 쓰레기 없이도 우리의 삶, 우리의 소비가 가능한가.

   
▲ 독일의 한 교회가 온통 플라스틱으로 뒤덮여 있다. 이 모습은 플라스틱을 함부로 버리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환경운동이다. REUTERS

상품의 생애, 요람에서 요람으로
오늘날 경제원칙은 선형적이다.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한다. 경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불가피하게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든다. 의자·탁자·자동차·자전거, 이런 물건은 처음에 아무리 좋아 보여도 언젠가는 결국 쓰레기가 된다. 물건이 생산되는 곳에 내일의 쓰레기가 만들어진다. 창조적 쓰레기 투기다.
현재까지 ‘요람에서 요람까지’(Cradle to Cradle), 즉 제품의 설계·제작·사용기간뿐 아니라 새로운 제품으로의 재활용까지 포함하는 제품의 수명 주기라는 순환 구상이 적용된 제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네덜란드의 사회단체 ‘서클 이코노미’(Circle Economy)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에서 사용된 자원 중 8.6%만 재활용됐다. 그 2년 전만 해도 재활용률은 9.1%였다. 글로벌 순환경제 성숙도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쓰레기 없는 순환경제를 위한 기술적 전제 조건은 상당히 발전했다. 최소한 우리가 실제 적용하는 수준보다 훨씬 앞서 있다.
노라 조피 그리판은 순환경제 개념 그리고 가역성(Reversibility), 테크노스피어(Technosphere·기술권) 같은 용어와 함께 성장했다. 아버지인 화학자 미하엘 브라운가르트는 ‘요람에서 요람으로’ 개념을 창시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리판은 일찍이 정치적 행동주의가 얼마나 힘든지 체험했다. 어머니 모니카 그리판은 사회민주당(SPD) 소속 정치인으로, 전 니더작센주 환경부 장관이자 독일 그린피스의 공동설립자다. 어머니는 딸이 아침에 등교하기 전 선거운동에 끌고 갔다.
그러한 어린 시절은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환경과학을 전공한 그리판은 현재 베를린에서 공동경영자 팀 얀센과 함께 크래들 구상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동독 시절에 지은 판상형 건물에 입주한 400㎡ 크기의 디자인연구소 C2C LAB에서 그들은 해초로 만든 단열재, 재활용 가능한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만든 창호 시스템, 기존 카펫보다 공기 중 미세먼지를 8배 더 많이 걸러내는 재활용 가능한 폴리아미드로 만든 카펫타일 같은 제품을 개발한다.
긍정적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지만 “더는 그린피스식 손가락질을 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리판은 아버지와 비교하면 자신은 환경운동의 힘든 시작을 뼛속까지 체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기업과 협력하는 것에 거부감이 적다. 그는 수십 개의 시험사업을 나열할 수 있다. 형광펜 제조업체인 스타빌로(Stabilo)는 펜에 사용되는 잉크의 독성 물질을 제거해 사실상 먹어도 될 정도로 안전하게 만들었다. 할인마트 리들(Lidl)은 친환경 염료를 사용한 의류 제품을 판매한다. 튀빙겐의 한 회사는 올리브잎 추출물로 만든 가죽 무두질 재료를 생산한다.
플라스틱 수지 대신 천연 수세미로 만든 설거지용 스펀지, 수주 안에 분해되는 섬유소로 만든 일회용 식기 등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제품도 많이 있다. 이런 제품은 그리판의 동료 얀센이 의심하는 것처럼 개별적인 사례일 수도 있고, 시험제품에 불과할 수도 있다. “오늘날에는 모든 물건이 어떤 방식으로든 ‘친환경’적이다. 우리는 더 야심 찬 목표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므로 순환성 개념은 더는 단순한 유행 현상이 아니며 경제와 사회의 중심에 도달했다는 것도 맞는 소리다.
독일에서는 점점 더 많은 지자체가 쓰고 버리는 소비 방식에 저항하며 관내에서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키엘이나 쾰른 같은 도시에선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퍼지고 있다.
운동 이름에 이미 그 의도가 담겨 있다. 목표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선도 지역은 뮌헨이다. 한 번 개최하면 쓰레기 1700여t이 나오고, 그중 500여t은 갉아먹고 남긴 닭뼈가 포함된 음식물쓰레기였던 옥토버페스트는 오랫동안 무절제하게 쓰레기를 배출하는 행사였지만, 지금은 쓰레기 발생을 차단하는 대책의 모범 사례가 됐다.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테레지엔비제 광장에선 재사용이 가능한 식기만 허용되고, 모든 축제 천막에서 맥주잔뿐만 아니라 재활용 유리병을 수집한다. 쓰레기는 현장에서 분리배출하고, 음식물쓰레기는 별도로 처리한다. 뮌헨은 현재 도시 전체에 적용되는 행동계획을 세웠다. 뮌헨 시장 디터 라이터의 목표는 “머지않은 미래에 플라스틱만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제로 웨이스트 시티가 되는 것”이다.
이 용어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화장품, 제로 웨이스트 세제, 제로 웨이스트 티백, 제로 웨이스트 만년필, 심지어 음식점도 제로 웨이스트 라벨로 매장을 장식한다. 베를린의 친환경 채식 레스토랑 프레아(Frea)는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실천한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벨기에 브뤼셀에도 도착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0년 이내에 순환 사용되는 소재의 사용률을 두 배로 늘리려 한다. 일회용 제품은 제한하고 명시된 사용 기한보다 조기에 제품이 마모될 때는 처벌한다. 2월 유럽 의회는 이런 내용의 계획, 즉 유럽연합 순환경제 행동계획(Circular Economy Action Plan)을 승인했다.

   
▲ 재활용은 기대보다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의 포스코 공장에 쌓여 있는 재활용 철강 제품. REUTERS

확산되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
베를린에서는 독일 환경부 장관 스베냐 슐체(사회민주당·SPD)가 내각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포장 쓰레기 증가를 막기 위해 법령을 개정하려 한다. 커피나 음식물을 테이크아웃 방식으로 파는 사람은 누구나 재사용 가능한 대안 용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법령 적용은 2023년부터 시작된다. “나에게는 그것도 너무 느리다”고 말하며 슐츠는 연정 파트너인 기독교민주/기독교사회 연합에 책임을 미뤘다. “그들은 기업에 긴 전환 기간을 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후변화가 지구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알려졌다. 자원을 보호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대중은 인식하기 시작했다. 제로 웨이스트는 정치, 경제, 사회의 거대 테마로 발전할 낌새를 보인다. 하지만 폐기물 중립 사회에 대한 요구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것일까.

ⓒ Der Supigel 2021년 제8호
Die grüne Null
번역 황수경 위원

알렉산더 융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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