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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출하는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들

기사승인 [132호]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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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인플레이션의 귀환- ① 물가 상승 요인과 딜레마

인플레이션이라는 유령이 지구촌에 다시 떠돌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은 사라졌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몇몇 주류 경제학자가 입장을 바꿔 지금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경고장을 던진다. 인플레이션 논쟁이 다시 불붙은 모양새다. 인플레이션은 과연 올까? 온다면 언제 오며 지구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_편집자

크리스티안 라이어만 Christian Reiermann <슈피겔> 기자

   
▲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는 경기부양책 규모는 클수록 좋고 금리는 낮을수록 좋다고 주장하는 스타 경제학자다. 여러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과 재무장관직을 지낸 그가 지금 입장을 바꿔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한다. REUTERS

래리 서머스(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와 올리비에 블랑샤르(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경제학 교수)는 보통 국가의 경기부양책 규모는 클수록 좋고 금리는 낮을수록 좋다고 주장하는 이들이다. 둘 다 훌륭한 이론가로 유명하다. 이들은 미국 명문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경제 분야의 핵심 위치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들의 신조는 ‘위기 상황에는 인색함만 빼면 모든 것이 도움된다’이다.
서머스는 여러 미국 대통령 아래에서 경제자문위원과 재무장관직을 역임했고, 블랑샤르는 오랫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했다. 두 사람은 지난 몇 년간 지치지 않고 디플레이션, 즉 1930년대에 여러 나라를 휩쓸었던 물가 하락과 경제 위축의 위험한 조합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나 최근 이 저명한 스타 경제학자들은 방향 전환을 단행했다. 서머스와 블랑샤르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코로나19 대유행의 경제적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하는 경기부양책과 지속적인 양적완화 정책에서 새로운 위험을 발견했다. 인플레이션의 귀환이다.

   
▲ 독일의 ‘경제 현자’로 불리는 경제학자 폴커 빌란트(맨 오른쪽)는 중기적으로 물가가 3~4% 상승할 위험이 크다고 본다.REUTERS

3~4% 물가 상승 위험 커
“우리 세대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라고 서머스는 말했다. 그는 달러화와 금융시장 안정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한다. 블랑샤르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과 재무부 장관 재닛 옐런이 내놓은 거의 2조달러에 이르는 신규 경기부양책이 너무 많이 책정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경기 과열로 일어난 빠른 물가 상승이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독일과 유럽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들린다. 독일연방은행 총재 옌스 바이트만은 2021년 말까지 물가가 약 3%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한다. 독일에서 12년 전에 마지막으로 도달했던 수치다. 독일경제전문가위원회 폴커 빌란트는 “중기적으로 물가가 3~4% 상승할 위험이 상당히 크다”고 보았다.
짧은 시간 안에 바뀐 것은 경제 분야 논쟁뿐만이 아니다. 하룻밤 사이에 통화정책의 시대 전환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지속한다면 각국 정부가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저금리나 마이너스 금리의 장기 국면이 끝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렴한 자금에 기반을 둔 경제성장도 무너질까?
통제를 상실한 경제와 부적절한 통화정책의 부작용인 인플레이션은 이미 오래전에 극복된 것으로 여겨졌다. 특히 1970년대에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았다. 여러 선진국이 장기적인 화폐가치 하락으로 고통받았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선 적도 있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간 이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특히 유럽 금융위기 뒤 낮은 기준금리와 막대한 국채 매입 정책에도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 목표(2% 정도의 물가상승률)를 거의 달성하지 못했다. 물가상승률은 거의 0%에 수렴했고, 경제는 금리 없는 세상에 정착했다.
이 시대는 끝난 것 같다.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예측이 높아지고 있다. 국채 금리 변화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지난 몇 달간 독일의 일부 만기 국고채 금리가 상승해, 다시 플러스 영역에 도달했다. 원인은 이렇다. 투자자들은 정부에 빌려준 돈이 상환될 때 그 가치가 낮아질 것을 두려워한다. 그 대가로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한다.
독일에서는 정부가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먼저 부가가치세 문제가 있다. 독일 정부는 2020년 하반기 코로나19 위기 중 소비 활성화를 위해 일반 세율과 감면 세율을 내렸다. 2021년 초부터 다시 정상적인 세율을 적용했다. 많은 판매업자가 다시 상승한 세율을 고객에게 전가했고, 일부는 상품 가격을 더 올릴 기회로 이용했다.
게다가 2021년부터 독일은 자동차 연료에 탄소세를 부과한다. 이 조처로 경유 가격이 리터(ℓ)당 7% 올랐다. 지난 몇 달간 유가가 상당히 상승한 것도 있다. 첫 셧다운(가동 중단)에 유가는 말 그대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기술 제품에 사용되는 구리 가격이 지난 11개월 동안 두 배가 됐다. 비용 상승은 판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독일 재무장관 올라프 숄츠도 이제 인플레이션 경향을 걱정한다. 서머스와 블랑샤르의 우려에 놀란 독일 연방 재무부 관리들은 만일에 대비해 유럽중앙은행에 독일 정부와 유럽 집행위원회의 부양책이 미국처럼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위험이 있는지 문의했다. 그들의 불길한 예상은 다음과 같다. 그렇지 않아도 생산 여력이 부족해지는 초기 물가 상승 단계에, 국가가 추가로 수요를 부추기면, 거대한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그 결과는 가격 상승이다.
유럽중앙은행 전문가들은 일단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유럽의 물가 상승 동인은 미국보다 훨씬 작다. 미국의 경기 부양 프로그램 규모는 코로나19로 예상되는 성장 손실보다 크다. 이른바 생산 공백이 과도하게 보상된다.
그에 반해 유럽은 각국 정부와 유럽집행위원회의 노력으로 생산 공백을 줄이는 것뿐이라고 유럽중앙은행은 설명했다. 국가 경기부양책으로 공백을 전부 메우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다. 이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은 독일 중앙은행에서 감사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독일 중앙은행의 2021년 물가 안정 목표인 ‘2% 이하 물가 상승’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독일 중앙은행은 계속 이 목표에 미달했다.
독일 중앙은행의 평온함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금융위기와 유로화 위기의 여파로 전세계 중앙은행이 시장에 수조달러를 쏟아부은 이후, 경제 전문가들은 계속 물가 상승을 우려했다. 낮은 금리,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중앙은행이 정부와 기업의 채권을 사는 데 사용한 자금은 지금까지 물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많은 정치인과 중앙은행은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올리비에 블랑샤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경제학 교수는 오랫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물가 하락과 경제 위축의 위험한 조합에 대해 경고했지만, 새로운 위험으로서 인플레이션 도래를 우려한다. REUTERS

달라진 국제 노동분업과 공급망 장애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초기 상황이 이전의 경기 침체와 크게 다르다. 위기에 직접 영향받은 노동자들마저 후한 지원금 덕분에 소득 손실을 덜 감수했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온전하다. 게다가 식당과 상점이 문을 닫고 해외 휴가 여행이 몇 달 동안 거의 불가능했기에 사람들은 평소처럼 돈을 쓸 수 없었다. 기회가 없어서 돈을 쓸 수 없었다. 셧다운이 끝나면 축적된 소비력이 폭발적으로 발산돼 물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
이에 더해 소비 욕구가 제한된 공급과 부딪칠 것이다. 많은 식당, 옷가게, 여행사가 코로나19 위기를 버티지 못해 사라졌다. 항공사는 파산했다. 많은 돈이 적은 재화를 쫓으면 가격은 순식간에 치솟는다.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뒤, 큰 요인이 바뀌었다. 경제학자들은 지난 20년간 지속한 낮은 물가상승률 원인에 세계 무역 증가와 그로 인한 가격경쟁도 포함된다고 말한다.
신흥 10여 개국이 국제 노동분업에 참여했다. 그 맨 앞에 중국이 있다. 이들 국가는 섬유와 장난감을, 마지막으로 자동차와 기계를 기존 선진국의 전통 있는 회사보다 훨씬 더 싼 가격으로 생산했다.
이 저가 상품의 홍수가 인플레이션을 억눌렀다. 동시에 서구 노동자는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다. 독일 겔젠키르헨의 금속 노동자가 중국 광둥의 노동자와 경쟁해야 했다. 독일 노동자는 이전 시대와 달리 임금 인상 요구를 원활하게 관철할 수 없었다. 과거에 확실한 인플레이션 원동력이었던 임금이 이전보다 더 느리게 상승했다.
이 경로가 중단됐다.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의 신보호주의 무역정책이 민감한 국제 공급망에 장애를 일으켰다. 그 결과 많은 기업이 해외 생산기지를 다시 고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안전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생산 비용이 늘어난다.
임금도 증가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연령에 도달할수록 숙련 인력 부족 사태는 더 심화할 것이다. 숙련 노동자가 부족해지면 필요한 숙련 인력을 구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진다. 그러면 이들은 임금 상승을 관철하기 쉬워진다. 결국 노동자의 저축이 훨씬 빠르게 늘어난다. 많은 경제 전문가가 이미 10년 전부터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이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은 임시방편 역할을 했을 뿐이다. 같은 시기에 주요 자금 창출 부문인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은 물가를 폭등시키기에 충분치 않았다.
몇 달 전부터 징후가 바뀌고 있다. “2020년 통화 공급 증가율은 전년 대비 두 배로 10% 이상 늘었다”고 폴커 빌란트는 말했다.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 증가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도 대출을 확대해 돈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높은 통화 공급 증가율이 장기간 유지되면, 이르든 늦든 장기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쉽게 말해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유럽중앙은행은 그들의 확장적 통화정책을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빌란트는 말했다. 먼저 채권 매입을 중단하고, 이어서 거품을 빼기 위해 이전에 풀었던 돈을 다시 거둬들여야 한다. “가격 상승 압박이 계속되면 기준금리도 올려야 한다.”
이는 경제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은 대출에 더 큰 비용을 내야 하고, 투자를 재고할 것이다. 소비자 대출과 부동산 대출도 더 비싸진다. 이 두 요인이 합쳐지면 수요와 경제성장을 심각하게 약화할 수 있다.
국가도 더는 쉽게 새로운 돈을 손에 넣을 수 없다. 여러 나라 정부가 지난 몇 년간 저렴한 대출로 재정을 꾸려왔다. 호황에도, 유로존 일부 회원국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 혹은 그 이상으로 늘었다.

   
▲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이 올 것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1년 2월23일 베를린에서 숄츠 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EUTERS

유럽중앙은행의 딜레마
이들 국가가 빚으로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부채 부담이 늘어도 부채 상환금은 수년에 걸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재무장관이 국가부채를 더는 저렴하게 재융자할 수 없다면 일부 국가의 정부는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 문제는 통화동맹에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유로화 위기의 경험에 비춰보면 단 한 나라만 잘못돼도 전체 유로화 체제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다.
따라서 지속해서 물가가 목표 이상으로 상승하면 유럽중앙은행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들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물가 상승과의 싸움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들의 원래 임무대로 과감하게 통화 긴축을 시행할 것인가? 아니면 코로나19로 털린 각국의 재정 상태를 고려해 서서히 진행하면서, 통제를 벗어난 물가 상승 발생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곧 유럽중앙은행이 얼마나 독립적인지 명확해질 것이다.

ⓒ Der Supigel 2021년 제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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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수경 위원

크리스티안 라이어만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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