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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사업 ‘선택 아닌 필수’

기사승인 [133호]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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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녹색경제- ⑥ ESG 경영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 2019년 10월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9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컨퍼런스’에서 로베코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부문의 만지트 주스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녹색 바람’이 한국에도 불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지구적 재난을 목도한 인류는 서서히 진행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합의했다. 한국 기업들도 신속하게 반응하고 있다. 여러 기업이 기후위기 대응을 포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업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모두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설치했다. 규제에 부정적이던 재계 단체들도 ESG 전담조직을 만들어 기업들의 ESG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기업과 소비자, 정부가 한뜻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년에 일시적 준 탄소배출, 2021년 급증
기후위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장기적 목표는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인 탄소배출 감축 속도는 너무나 느리다. 물론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탄소배출이 크게 줄었다. 지구시스템과학데이터 저널에 따르면 2020년 이산화탄소배출량은 코로나19로 이동량이 급격히 줄면서 24억t 줄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0억t이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감소량이다. 미국은 평균 12%, 프랑스는 14% 줄었다. 중국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상반기 배출량은 줄었는데 하반기에 급증하면서 연간 배출량은 오히려 늘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산업생산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탄소배출은 전년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기이자 기회’라며 친환경사업을 추진한다. 위기보다는 기회에 더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하지만 친환경을 위한 투자라고 하더라도 신규 사업을 추진하면 탄소배출은 더 늘어난다. SK,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친환경 에너지로 꼽히는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투자했다. SK그룹은 2023년까지 3만t, 2025년까지 총 28만t 규모의 수소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생산설비를 만들려면 철근·콘크리트 등 탄소를 배출하는 각종 자재가 필요하고, 수소를 생산할 때도 에너지가 쓰인다. 이 과정에서 탄소배출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신사업을 추진할 때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신규 플랜트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거나, 순환자원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사업 내용을 보면 수소를 생산해 판매하는 계획일 뿐,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포스코나 현대제철은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수소자동차의 연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내연기관차 대신 수소차가 보급되면 탄소배출은 줄어든다. 하지만 사업 전반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제철소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는 열원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부생수소를 빼내 수소차에 활용하면 열원은 천연가스로 만들어야 한다. 또다시 탄소가 배출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부생수소를 열원으로 쓰는 것과 부생수소를 수소차에 넣고 열원은 천연가스로 쓰는 것 중 어떤 것이 탄소배출을 더 줄이는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친환경 차량을 개발하는 것을 중대 이슈로 관리하고 있다. 현대차가 넥쏘, 아이오닉5 등 경쟁력 있는 친환경차를 출시해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것은 사실이다. 친환경차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자동차회사가 경쟁력 있는 친환경차를 출시하는 것은 사업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내연기관차든 친환경차든 차를 만들면 탄소가 배출된다. 현대차는 연간 972만톤(tCO2eq)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전주공장, 아산공장에서 약 7천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다는데, 이런 속도로는 탄소배출을 제로로 하는 것이 요원하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6% 감축하겠다는 목표 수치는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보다 133만t 늘었다.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은 경제계에서 정치 영역으로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REUTERS

실행 계획 없는 기업이미지 제고용
석탄과 원자력 발전을 주력 사업으로 하던 두산중공업은 풍력·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플랜트를 만드는 사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풍력터빈을 만든다고 친환경 회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풍력 플랜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떻게 탄소배출량을 줄일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SK그룹은 ESG 경영을 한다며 수소 업체 플러그파워와 차세대 배터리 업체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 투자했다. 한화그룹은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에 투자했다. SK그룹과 한화그룹은 ESG 투자로 수천억원, 수조원의 평가차익을 얻었다고 홍보하지만 그런다고 탄소배출이 1g도 줄지 않는다.
기업 경영진은 자신들의 모든 사업 프로세스, 모든 서플라이체인(생산이나 공급의 연쇄과정)을 새로 점검해야 한다. 어느 분야에서 어느 정도 탄소가 배출되고 어떤 방식으로 감축할 수 있는지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는 부분도 있고 투자가 많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그렇다고 미뤄두면 나중에 한번에 몰아칠 청구서를 감당할 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ESG 준비실태 및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인 66.3%가 ‘경영진의 관심도가 높다’고 답했다. 가장 큰 애로사항을 묻는 말에 29.7%가 ‘모호한 범위와 개념’을, 19.8%가 ‘자사 사업과의 낮은 연관성’을 꼽았다. ESG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업이미지 제고’가 43.2%로 가장 많았다. 기업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관심은 있지만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정보기술(IT) 회사 아마존은 4GW(기가와트)에 달하는 26개 신규 풍력, 태양광 에너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GW는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이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6.5GW 규모의 풍력, 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아마존은 기업의 사무실, 물류센터,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고 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인프라 운영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당초 목표이던 2030년에서 5년을 당겼다.

매일 줄 잇는 ESG 행사
애플은 2030년까지 전체 제조 공정, 제품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애플 상품을 만드는 협력업체가 배출하는 탄소까지 포괄한다. 17개국 72개 애플 협력업체는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했다. ESG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선한 영향력’을 활용해 자사에서 배출하는 탄소뿐 아니라 자사와 거래하는 업체에도 탄소배출 감축을 ‘강요’하고 있다. 국내에서 애플과 거래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애플에 대한 매출 비중이 10%면 재생에너지를 10%라도 쓰라는 가이드라인을 준다”며 “애플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권고라고는 하지만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매일매일 주요 호텔에선 ESG 관련 포럼과 세미나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주요 기업들의 고위 임원들이 참석해 ESG 전문가들로부터 ESG 취지와 방향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하지만 막상 기업의 중요한 신규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탄소배출은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재계 관계자는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결재받을 때 ESG와 관련 있다고 하면 수월한 측면이 있다”며 “그렇지만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프로젝트는 추진이 안 된다”고 말했다.
2021년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탄소의 사회적 비용(이산화탄소 1t이 발생시키는 환경적 영향을 복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51달러로 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은 2023년부터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을 발효할 준비를 하고 있다. 탄소 가격이 매겨지고 이를 기준으로 한 제도적 장벽이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다.
녹색전환은 장밋빛 미래가 아니다. 기존에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던 플라스틱, 철강, 시멘트 등 자재 사용이 제한되고 성장에 필수적인 에너지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다. ESG라는 중책을 맡은 기업 이사회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자산이 몇 년 만에 좌초자산이 될 경우 이는 오롯이 이사회의 책임이 된다. 경쟁하고 수익을 내는 것도 버거운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며 기업 경영을 해야 하는가? 답은 선택의 여지 없이 ‘그렇다’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5월호

 

권순우 soonwoo@mtn.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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