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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 경제규칙 다시 쓰기

기사승인 [133호]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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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녹색경제- ① 왜 녹색전환인가

1972년 발표된 로마클럽의 보고서 ‘성장의 한계’는 “어떤 극적 조처가 없으면 인류는 21세기 초 파멸을 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 뒤 1992년 브라질 리우 회담에서 150여 개국 대표가 ‘환경과 개발에 관한 기본 원칙’을 담은 선언문을 채택했다. 또 다른 20년이 흐른 뒤인 2012년 ‘리우+20 정상회의’가 열렸다. 각국 정상들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란 최종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지구촌 정상들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모델”로서 ‘녹색경제’를 의제로 채택하고 그 이행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로부터 다시 10년 가까이 지난 오늘, 경제의 녹색화는 얼마나 이행됐는가? 녹색경제는 주류경제에 얼마나 진입했는가? 현실은 이런 질문이 무색하다. 지구촌은 녹색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구호를 주창하면서도 정작 국내총생산(GDP) 지표와 탄소성장의 틀에 갇혀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탄소배출 행위를 되풀이해왔다. 하지만 경제와 산업의 녹색화 없이는 기후위기의 대안인 녹색전환은 가능하지 않다. 더 늦기 전에, 녹색경제는 주류경제의 모습이어야 한다.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녹색경제의 현주소와 핵심 논제를 짚었다. _편집자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녹색경제는 자원이 순환할 뿐 아니라 순환되는 자원의 양이 줄고 순환 속도도 늦춰져야 하는 ‘덜 사고 오래 쓰는’ 경제를 추구한다. 한 노동자가 재활용 쓰레기를 담은 자루 위에 앉아 있다.REUTERS

‘녹색경제’는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환경친화적 경제활동이나 경제구조를 일컫는다. 지금의 경제상태를 지칭하기보다는 바람직한 미래를 기술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현재의 ‘회색경제’가 환경을 파괴하고 훼손해 인간뿐 아니라 많은 생명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자연과 공존하면서도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번영을 가능케 하는 경제구조에 대한 탐색이다.
경제에 대한 ‘색’의 비유는 단순히 색의 분류(회색, 녹색, 청색 등)에 그치지 않고 색의 진함과 옅음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휘발유는 분명 경유보다 미세먼지를 덜 배출함에 따라 더 환경친화적이지만 녹색에너지라 불리지 않는다. ‘무늬만 녹색’과 ‘진녹색’을 구별할 명확한 기준점이 없으면, 녹색경제 또는 녹색성장정책은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환경오염 줄이는 성장 가능
주류 환경경제학에선 녹색경제를 경제성장과 환경오염의 탈동조화(Decoupling)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환경오염을 줄이면서도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역유(∩)자 모양인 ‘환경 쿠즈네츠 곡선’은 이런 주장을 시각화한다. 국민소득이 낮을 때는 소득 증가와 함께 환경오염이 같이 늘어나지만, 소득수준이 일정 금액 이상일 때는 소득이 늘어도 환경오염은 줄어든다.
녹색경제는 탈동조화된 경제이며,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 관점에서 볼 때 녹색경제다.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물질이나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물질은 오래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하향 추세에 들어선 지 오래됐다.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고 녹조 문제도 남아 있지만, 이들 문제를 야기하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감소하고 온실가스도 2019년부터 줄고 있다.
그러나 녹색경제론은 기후위기 앞에 빛바랜 자신감이 되고 말았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선진국들이 현재 같은 녹색경제 정책을 지속할 경우 지구 온도는 2100년 3℃ 이상 올라가 태풍과 홍수, 가뭄 등 기후재앙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모든 선진국이 기후위기 관점에선 지속가능하지 못한 회색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인류와 생태계가 감당할 만한 온난화 최대치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다. 2020년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미 1.29℃ 올랐다.
1.5℃라는 물리적 목표를 지키려면 경제활동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5700~7700억t 이내로 제한하고,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경제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녹색경제는 탈동조화를 넘어 ‘탄소중립 경제’이어야 한다. 녹색경제의 잣대가 더 명확해지고 훨씬 엄격해진 것이다.
더불어 녹색경제로 이행하기 위한 탄소중립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아졌고, 각국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018년 10월 발표된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와 2019년 9월 유엔 기후정상회의를 계기로,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9년 12월 ‘유럽연합 그린딜’ 전략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시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중국은 2020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선진국들의 ‘2050년 탄소중립’보다 더 엄격한 목표라고 평가되는 ‘2060년 탄소중립’을 천명했고, 일본도 2020년 10월 ‘2050년 탄소중립’ 국가 대열에 들어섰다.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애플, 구글, 베엠베(BMW)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전기만 사용하겠다는 선언을 잇달아 하고 있다. 애플은 이미 2018년 목표를 달성했고, 더 나아가 2030년까지 자신들의 공급망도 탈탄소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경제 대국과 글로벌 기업의 변화는 세계경제의 규칙을 변화시키고 있다. 신성시되는 자유무역이 기후정책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유럽연합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이루면서도 국내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탄소 수입제품에 탄소세 같은 국경조정 조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입을 아예 금지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덜 사고 오래 쓰는 경제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탄소중립을 향한 첫걸음을 뗐다. 12월에는 탄소중립을 미래의 과제로 미루지 않고, 당장 이번 정부 임기 안에 추진할 과제를 구체적으로 담은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인류공동체의 일원으로 공동의 책임을 지는 동시에, 선제적 구조전환으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핵심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기반 ‘순환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이 재생에너지 입지와 관련된 사회적 논란을 극복하고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기술적으로 보완하는 과정이라면, 순환경제 구조로의 전환은 기존 경제체제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전제로 한다.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으로 이야기되는 순환경제는 단순한 자원순환형 경제가 아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상품을 경제시스템 바깥으로 버리지 않고 시스템 내에서 자원으로 재이용만 하는 ‘순환형 경제’로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할 수 있다. 탄소중립 순환경제에서는 자원이 순환할 뿐만 아니라, 순환되는 자원량이 줄고 순환 속도도 늦춰져야 한다. 덜 사고 오래 쓰는 경제다. ‘역동적이지만 성장하진 않는’ 정상(定常) 경제에서도 일자리를 유지하고, 소득을 보전하는 새로운 경제규칙이 필요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5월호

이창훈 chlee84@kei.re.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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